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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501화 (50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01화

“음?”

“왜?”

하랑이를 안고 숲에서 나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있을 촬영장으로 향하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자, 박이든이 물었다.

“하랑이가 좀 무거워진 것 같아서. 기분 탓인가?”

무게를 가늠하듯 서준이 하랑이를 안고 있던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자, 하랑이가 재미있다는 듯 꺄르르 웃었다. 박이든도 킬킬 웃으며 말했다.

“요새 애들 얼마나 잘 먹는지 모르지? 하랑이도 엄청 튼튼해졌을걸.”

“그래? 잘됐네.”

“잘됐지!”

마음만 자란 게 아니라 몸도 자랐나 보다.

서준과 박이든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 * *

“이건 쑥.”

“숙!”

“이건 풀.”

“플!”

서준과 박이든은 수돗가에 쭈그려 앉아 아이들이 뽑은 풀과 나물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저녁에 사용할 채소들은 벌써 깨끗하게 씻어 그 옆에 놓여 있었다.

두 선생님과 함께 나물을 골라내던 아이들은 지루함에 일찌감치 놀러 간 상태였지만, 하랑이는 서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제가 뽑은 풀들을 서준을 따라 바구니에 나눠 넣고 있었다.

“하랑이도 해써!”

“우리 하랑이 멋지네. 이든이 선생님보다 잘해!”

먹지 못하는 잡풀이 나물 바구니에 들어가고 쑥이 풀 바구니에 들어가서 문제긴 하지만.

서준은 하랑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빠르게 손을 움직여 쑥과 잡풀을 바꿔 넣었다. 그런 서준의 모습에 박이든은 킬킬 웃었다.

“이든아. 그거 풀이야.”

“……냉이가 아니라?”

“냉이는 이렇게 생겼고.”

서준이 잘 다듬어진 냉이를 보여주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풀과 확연하게 다른 생김새에 박이든은 입을 꾸욱 다물고 주섬주섬 나물 바구니에서 풀을 골라냈다.

그렇게 많은 잡풀 속에서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을 종류별로 골라낸 서준과 박이든이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는 한참 튀김을 튀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름을 사용해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 허운성과 정나희가 온몸을 받쳐 아이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놀아주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벌써 진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에헤헤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슬금슬금 부엌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눈치챈 박이든이 우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아이들이 꺄하하하 웃으며 도망쳤다.

“하랑이 잡으러 간다!”

“꺄하하!”

어느새 하랑이도 거기에 껴 있었다.

“잘 노네요.”

“그렇지? 다들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몰라.”

저번에 왔을 때보다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과 그에 비해 저번보다 해탈해 보이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 도와드릴까요?”

한식 자격증을 가진 서준이 두 팔을 걷어붙이며 물었다. 든든한 지원군에 김자영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프라이드 치킨이랑 양념치킨 만들고 애들이 캐온 나물을 넣어서 야채 튀김도 만들 거거든. 닭고기랑 야채 좀 썰어줄래?”

“네. 작게 썰면 되죠?”

“응.”

서준이 바구니에서 채소와 나물을 꺼내 아이들이 먹기 쉽게 작게 써는 사이, 김자영은 양념치킨 소스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게 달콤한 맛에 비중을 두었다. 소스를 맛보던 김자영이 자로 잰 듯 균일하게 당근을 썰고 있는 서준에게 물었다.

“선생님들이 먹을 건 따로 만들까? 애들 입맛에 맞춰서 그런지 꽤 다네.”

“네. 조금 매콤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엄청 매운 소스도 만들어 볼까!”

복불복이라도 할 생각인지 김자영이 흐흐흐 웃으며 커다란 솥을 휘젓는 마녀처럼 양념치킨 소스를 휘휘 저었다.

“근데 저번보다 양이 많네요.”

산처럼 쌓인 닭고기를 손질하고 있던 서준의 말에 김자영이 푸흐흐 웃었다.

“애들이 너무 잘 먹어서 그래. 밥 준비하기 힘들다니까!”

힘들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표정이 밝아, 서준도 웃고 말았다. 안 먹는 것보다야 준비하는 게 힘들어도 잘 먹는 게 나았다.

“그럼 이제 튀겨볼까?”

모든 재료의 준비가 끝나고 튀길 시간이 되었다.

튀김이 바삭하게 튀겨지도록 차가운 반죽이 준비되고 서준은 가정용 튀김기에 기름을 부었다. 적정 온도가 되자 김자영이 튀김반죽을 묻힌 닭고기를 튀김기 안에 넣었다. 닭고기는 싸아아아 공기 방울을 만들어내며 뜨거운 기름 안으로 퐁당 빠졌다.

“튀김 소리 너무 좋다. ASMR로 만들어도 되겠어.”

“그러게요.”

빗소리가 같은 튀김 소리와 함께 닭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갔다. 한 번 튀겨낸 닭고기를 기름을 빼고 한 번 더 튀겨내 바삭하게 만들고 직접 캔 나물을 넣은 야채 튀김도 튀겨냈다. 그사이 계란국과 밥, 반찬들도 준비되었다.

넓은 식탁이 맛있는 요리로 가득 찼다. 누가 부를 새도 없이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바삭바삭한 치킨 냄새가 [숲 속의 병아리반]을 가득 채운 덕분이었다.

“치킨! 치킨이다!”

“얘들아! 손 닦고 먹어야지!”

반쯤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아이들의 뒤를 따라오던 허운성과 정나희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의 손을 닦아주었다.

“떤땐님! 하랑이 손!”

박이든과 놀던 하랑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와 서준에게 조막만 한 두 손을 내밀었다. 서준이 웃으며 하랑이의 손을 닦아주었다. 하랑이의 손을 닦아주려고 물티슈를 찾던 박이든이 소리쳤다.

“유하랑! 이 배신자! 선생님이 높이높이도 해줬는데!”

“에헤헤헤!”

1도 신경 안 쓰는 하랑이었다.

손을 깨끗하게 닦은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허운성이 식탁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모니터 필요 없겠는데?”

“본인이 여기 있으니까요!”

다들 서준을 보며 웃자 서준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하랑이 옆에는 서준이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외치고는 가장 먼저 치킨 쪽으로 포크 질을 했다. 하랑이의 포크도 프라이드 치킨을 콕 찍었다. 프라이드 치킨을 베어 물고 열심히 우물거리는 하랑이의 볼이 해바라기 씨를 먹는 햄스터처럼 보였다.

“마시써!”

“치킨 맛있어요!”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 * *

저녁 식사 후, 잠시 놀던 아이들이 공부방에 모였다. 아이들이 모여 앉은 좌식 테이블 중앙에는 알록달록한 색종이와 색연필,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있었다.

김자영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어버이날이니까 엄마 아빠한테 드릴 카네이션을 만들어 보자.”

“네에!”

선생님들의 주도하에 아이들은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종이접기도 있었고 꽃잎을 하나하나 잘라 붙여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아이들은 마음에 쏙 드는 카네이션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허운성이 편지지를 들고 말했다.

“엄마 아빠한테 사랑해요, 하고 편지도 쓸 사람? 그림도 그리고 여기 스티커도 있으니까 붙이면 예쁘겠지?”

“저 쓸래요!”

“나도!”

한글을 제법 아는 형 누나들은 예쁜 편지지에 연필을 꽉 쥐고 편지를 써 내려갔고 한글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쓴 글자를 그대로 따라 그려갔다.

“선생님. 선생님.”

“응?”

자신을 부르는 명진이에 서준이 명진이의 옆에 앉았다. 편지에 적을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라 서준이 웃으며 스케치북에 잘 보이도록 커다랗게 적어주었다.

그런 서준을 힐긋 보던 하랑이가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 박이든의 다리를 톡톡 쳤다. 박이든이 의아한 얼굴로 하랑이를 바라보았다.

“떤땐님. 드니 떤땐님.”

“응? 서준이 선생님 불러줘?”

하랑이가 얼마나 서준을 찾았으면 반사적으로 그 말이 먼저 나온 박이든이었다. 하랑이가 휘휘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니야? 그럼 왜?”

“하랑이 편지!”

“편지? 아, 편지 쓰고 싶다고.”

“응!”

잠시 생각하던 박이든이 아하, 하며 하랑이에게 속삭였다.

“서준이 선생님한테?”

“응응!”

“좋아. 뭐라고 쓰고 싶어?”

하랑이가 박이든의 귀에 속닥댔다. 박이든이 웃으며 커다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글자를 썼다. 하랑이가 그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화면 속 하랑이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박이든 이 쓴 글자를 따라 그려갔다.

야무지게 하트 그림과 자신과 서준의 그림까지 그려 넣은 하랑이 헤헤헤 웃었다. 박이든이 그림을 그리는 하랑이에게 비비적거렸다.

“하랑아. 이든이 선생님도 그려줘. 이든이 선생님도 편지 써줘.”

“시러!”

“에이!”

박이든이 하랑이를 간지럽히자 하랑이가 꺄르르 웃었다. 명진이가 편지를 완성한 것을 보고 흐뭇하게 웃던 서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둘이서 뭐 해?”

박이든과 하랑이가 서로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비밀이야!”

“비미리야!”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 * *

엄마 아빠에게 줄 편지를 쓰고 나자 날이 어두워졌다.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바라보던 하랑이가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쥐고 있는 듯 등 뒤에서 무언가를 꼼지락대는 모습이 보였다.

“주니 떤땐님.”

“응?”

“하랑이랑 안뇽 안 해?”

눈을 동그랗게 뜬 서준이 이내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도 날이 어두워지고 돌아갔으니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오늘은 선생님도 여기서 코- 자고 가.”

꼼지락대던 하랑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동그란 눈과 우물우물 대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니! 세상에!

주니 선생님이 자고 간다니!

하랑이의 두 뺨이 점점 상기되었다. 놀람과 신남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등 뒤에 숨겨두고 있던 컬러풀한 손수건도 잊은 하랑이는 서준에게 달라붙었다.

“하랑이랑 가치?!”

“응. 하랑이랑 같이.”

“와아아아!”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하랑이의 모습에 서준과 선생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다음 날 아침.

[숲 속의 병아리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끝내고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것들을 챙기는 사이,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왔다. 깜짝 선물에 아이들이 신나게 포장지를 뜯었다.

그동안 잘 지켜봐 왔던 덕분인지, 선생님들이 준 선물은 아이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우아아아! 멍멍이!”

서준이 준 멍멍이 인형(늑대인간-늑대버전(리뉴얼)/제작: 몬스터사)을 품에 안은 하랑이가 활짝 웃었다.

“하랑이 좋아?”

“조아!”

서준의 물음에 서준에게 딱 달라붙은 하랑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어제 급하게 희상이 삼촌에게 부탁한 보람이 있었다.

각자 선물 받은 것들을 서로에게 자랑하던 아이들의 눈에 저 멀리서 다가오는 차들이 보였다. 엄마 아빠의 차였다. 차를 보고 ‘엄마다!’ ‘아빠다!’ 반갑게 외치며 다가가던 아이들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뒤를 돌아보았다.

예쁘고 멋진 [병아리반] 앞에 각자 색이 다른 앞치마를 입은 다섯 명의 선생님들이 웃으며 서 있었다. 정나희와 박이든은 조금 울먹거리고 있긴 했다.

차 쪽을 한 번, 선생님들 쪽을 한 번 번갈아 보던 아이들이 이내 울상을 지으며 선생님들에게 달려왔다. 각자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의 품에 안겼다. 박이든은 울먹이는 예린이를 꼭 안아주었고 정나희는 명진이를 꼭 안아주며 자신이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서준도 품에 안긴 하랑이를 토닥여주었다. 하랑이는 벌써 울음이 터진 모양인지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준비하고 있던 이별이라도 슬픈 건 똑같았다.

“하랑아. 이제 안녕, 할까?”

“……응.”

코를 훌쩍이던 하랑이가 발을 동동거렸다. 내려달라는 뜻에 서준이 하랑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한쪽에 모아둔 가방 쪽으로 달려간 하랑이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반듯하게 접혀 열리는 쪽에 스티커를 붙여놓은 편지봉투였다.

“이거…… 주니 떤땐님 꺼!”

“선생님 선물이야?”

“응!”

훌쩍거리면서도 씩씩하게 할 말을 다하는 하랑이의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편지봉투를 열어보았다. 일반적인 편지봉투보다 크고 두툼하다 했더니, 손수건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서준이 손수건을 펼쳐보았다. 새하얀 바탕에 알록달록한 물감들이 여기저기 물들어 있었다. 아직 방송으로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하랑이가 열심히 만들었을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너무 예쁘고 아까워서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예쁜 손수건이네! 선생님이 소중하게 간직할게.”

“헤헤헤.”

서준의 품에 안긴 하랑이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편지봉투에는 손수건뿐만이 아니라 편지도 들어 있었다. 스케치북인 것 같은데 스프링에 걸렸을 부분이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아마 박이든이 도운 것이리라.

서준이 편지를 펼쳤다. 하랑이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새하얀 스케치북 위, 서준으로 보이는 키 큰 사람과 하랑이로 보이는 작은 사람이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커다란 하트도 여기저기 있었고 반짝반짝 별 모양의 스티커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 삐뚤빼뚤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열심히 적은 모양인지 꾹꾹 눌러쓴 것 같은 자국이 보였다.

[준이 선생님 사랑해요 하랑이가]

“주니 떤땐님 따랑해요! 하랑이는 떤땐님 제일 조아해!”

눈물 콧물로 가득한 얼굴로 하랑이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 잠시 멈추고 편지와 하랑이를 번갈아 보다가 벅찬 마음을 흘려보내듯 말했다.

“……선생님도 하랑이 사랑해요. 정말로.”

“에헤헤헤.”

다정한 하랑이와 서준의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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