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497화 (49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97화

[숲 속의 병아리반, 채널 KBC에 영상 업로드!]

[아이를 키울 때 꼭 필요한 먹방! 이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

[날다람쥐 피포, 동화책+손인형 판매 중!]

-KBC 영상 뭐뭐 올라왔음?

=일단 먹방하고 연주. 연주는 만화 주제곡 메들리랑 클래식 버전 둘 다 있음. 날다람쥐 피포 인형극은 좀 있다 올라온대.

=피포…… 제2의 청룡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청룡님 따라가긴 멀었지. 박력이 다른걸.

=그래도 애들한테 인기 많을 듯.

-먹방2 두 종류로 나뉘었네. 조용조용한 버전이랑 시끌벅적한 버전이랑.

=애들 성격에 따라서 나뉠 듯. 조용한 게 좋은 애들은 채널 JUN 보여주고 시끌벅적한 거 좋아하는 애들은 병아리반 보여주고.

-애들한테 좋은 영상이 많이 나왔네ㅎㅎ

=부모들도 좋음ㅠㅠ 진짜 이서준 배우가 은인임ㅠ

-기사 수정해 주세요ㅠ 날다람쥐 피포 동화책 품절로ㅠ 저번 주부터 찾고 있는데 아무 데도 없어요ㅠㅠ도대체 어디서 판매하고 있나요ㅠ

=일단 인터넷 서점이랑 애들 많은 동네 서점은 품절. 애들 없는 동네 서점 가야 함.

=출판사도 방송국에서 미리 이야기 들었을 테데, 대비를 이 정도밖에 안 했나?

=방송국도 이서준이 나올 줄 몰랐는데 대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음ㅋㅋ

-서준이 예능 나오니까 너무 좋다ㅠㅠ 요리하는 것도 보고 밥 먹는 것도 보고 친구랑 노는 것도 보고 애들이랑 노는 것도 보고!

=게다가 거기서 연주를 할 줄이야……!

=쿠키 영상으로 따로 만들어줘서 더 좋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

-풍금 연주 어디서 배워요?

=ㅋㅋ저도 배우고 싶은데 그냥 피아노 배우는 게 나을 거래요ㅋㅋ

=난 멘델스존 노래의 날개 위에, 연습 중.

=ㅋㅋㅋㅋㅋㅋ

-하랑이랑 헤어질 때도 스윗하더라.

=난 박이든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음ㅋㅋ

=다음에 또 만나자=밥 한번 먹자 정도의 인사 아님?

=그러니까ㅋㅋ

[뜻밖의 광고효과, PPL 상품들 절찬리 판매 중!]

[DD가전, 병아리반 PPL 상품들 안내.]

[이서준 그릇, 수저 세트 품절! 요리 세트 품절!]

-저기 PPL회사들 계 탔네.

=22 처음엔 땜빵 예능인 줄 알고 넣었더니ㅋㅋ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타났어ㅋㅋ

=데우스 엑스 마키나ㅋㅋㅋ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뭐예요?

=고대 그리스 연극 연출법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최종병기’ 같은 거예요.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있어도 연극 마지막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등장!’으로 해결해 버리죠ㅋㅋ

-진짜 돈 쓰고도 이렇게 홍보 못 하겠다.

=22 먹방2 나온다는 소식에 애들 있는 집은 다 시청했을 거 아님? 먹방2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봤을 테고ㅋㅋ

=33 예비 신혼부부들도 많이 봤을걸.

=44 PPL 상품들이 대부분 집에서 쓰는 거라 홍보 많이 됐겠다.

=우리 집 냉장고 오래돼서 저걸로 바꿔 버림ㅋㅋ

-DD가전 : 말하고 싶어! 말하고 싶다고! 이게 이서준 라인이라고!

=ㅋㅋㅋㅋㅋ

=말하면 안 됨?

=연예인들 이름에도 퍼블리시티권이 있어서 DD가전 쪽에서는 이서준 이름 쓰면 안 됨. 기자나 사람들이 말하는 것까지는 못 막겠지만.

=글쿤. 그래서 병아리반이라고 홍보하고 있구나.

=지금쯤 코코아엔터에 홍보모델 해달라고 제안하고 있지 않을까ㅋㅋ

-근데 병아리반에 나온 그릇이나 주방 기구보다 채널 [JUN]에 올라온 쿡방이랑 먹방에 나온 물건을 사야 하는 거 아님? 그게 실사용품이잖아.

=둘 다 품절.

=……네?

=둘 다 품절이라고. 병아리반이랑 너튜브랑ㅠㅠ

=속닥) 사려다가 실패한 이서준 팬인가 봄.

=속닥) 아하.

[숲 속의 병아리반을 떠난 배우 이서준, 과연 다음 주 시청률은?]

[다음 주, 병아리반이 숲 속으로 떠난다!]

-이서준 없으니까 시청률 하락은 어쩔 수 없지.

=근데 난 애들한테 정들어서 계속 볼 듯.

=22 이런 사람들 많을 듯.

-진짜 이제 서준이 안 나와? 전화나 영상통화도?

=먹방으로는 나올 듯. 애들 밥 먹여야 하니까.

=아쉽ㅠㅠ

-숲 속에 한 번도 안 들어가서 뒤에 숲은 배경인 줄.

=22 제목에 ‘숲 속의’는 떼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ㅋㅋ

* * *

세상이 [숲 속의 병아리반]과 [먹방2]에 들썩이고 있을 때, 한국예대 학생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간고사!”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공부하던 한지호가 쓰러지며 외쳤다. 스터디룸을 빌려 함께 공부하고 있던 서준과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4월 하순.

대학에 들어와 처음 맞이하는, 1학기 중간고사가 바로 다음 주로 다가왔다.

한예대 연기과의 전공 수업의 시험은 실기와 필기로 나뉘어 있었다. 교양 수업도 당연히 시험을 쳐야 했다.

“그래도 난 화요일은 비었어. 대신 수요일에 2개를 치지만.”

“난 3개 치는데…….”

강재한의 말에 다들 놀란 눈으로 강재한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주에 화목 2번 수업이 있는데, 교수님이 어느 요일이 좋으냐고 물으셨거든. 다른 분들이 목요일에 시험을 치자고 해서 그렇게 밀렸어.”

“그것참.”

“어쩔 수 없지, 뭐. 근데 하루라도 더 미루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강재한이 어깨를 으쓱였다.

다들 개성이 강하다 보니 듣고 싶은 수업도 천차만별이었다. 그 때문인지 전공필수 수업을 빼면 겹치는 수업이 별로 없었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사람도 있고.’

서준이 테이블에 엎드려 흑흑 우는 시늉을 하는 한지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월요일 시간표를 비우고 싶었던 한지호는 필기시험이 어마어마한 교양을 듣게 되었다.

“뭐라 그랬지? 고대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문학 분석.”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 건 누가 듣는 거래?”

질린 듯한 김주경의 말에 다들 말없이 한지호를 바라보았다. 한지호가 기억을 더듬었다.

“극작과랑 영화과가 듣던데. 첫날 출석 때 들었던 기억이 있음.”

“아, 나 그거 들은 것 같아.”

양주희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겨우 1개월하고도 3주가 지났는데, 작가 지망생들과 영화과 애들이 듣는 수업은 어떻게 아는 걸까.

양주희의 인싸력은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 건지 모르겠다.

“수업은 무진장 어렵고 시험도 힘들긴 한데, 글 쓰는 데 도움은 엄청 된대. 그래서 글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더라고. 선배들도 있을걸?”

“어. 4학년도 있던데?”

“연기과는 너뿐이고?”

“엉.”

“……근데 무슨 자신감으로 신청했어, 지호야?”

“4학년까지 있으면 4학년들 점수가 제일 높을 거 아니야?”

“이거 상대평가야, 절대평가야?”

친구의 성적이 걱정된 서준과 아이들이 잔소리를 해댔다.

“외우는 건 좀 자신 있어서 신청했지. 1학년도 좀 있어, 다른 과지만. 절대평가라서 시험 잘 치면 돼.”

한지호의 대답에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었구나.’ 하며 서준과 아이들이 안심했다.

“문학 분석이라…… 대본 분석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응. 옛날부터 이어져 온 클리셰적인 부분이나 캐릭터도 설명해 주고, 그런 부분이나 캐릭터를 독특하게 썼던 문학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서 좋음. 수업은 진짜 1초도 안 쉬어서 빡세지만.”

한지호의 설명에 오호, 하고 서준과 친구들이 눈을 빛냈다. 설명을 들으니 생각보다 좋은 수업인 것 같았다.

“그 수업 1학기에만 있으려나?”

“2학기에도 있으면 신청해 보고 싶네.”

“그러게.”

드라마나 영화, 연극에서도 ‘어디서 봤는데…….’ 하는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때로는 시청자들이 먼저 ‘저 캐릭터는 이렇게 하겠구나.’ 짐작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때로 비슷비슷하다, 하고 불만이 나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아예 클리셰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이 바로 클리셰니까 말이다.

“클리셰도 잘 쓰면 좋지.”

“맞아. 조금 정도 독특한 부분을 넣어주면 캐릭터의 개성이 되고 배우의 개성이 되니까.”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샌 김에 서준과 친구들은 조금 쉬었다가 하기로 했다.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메뉴판이 있었다. 한쪽에 놓여 있는 파인패드로 주문을 하면 스터디룸까지 가져다주는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우리 뭐 먹고 할까?”

“그래!”

파인패드를 눌러 음료수와 빵을 주문하고 한지호에게 넘긴 박시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먼저 시험 쳐?”

“다음 주 월요일 시험이면 다 똑같은 거 아니야?”

“흐흐. 난 월요일 수업 없지롱.”

“아, 나 금요일 시험 쳐.”

한지호에게서 파인패드를 넘겨받은 서준이 말했다. 오렌지 주스랑 음. 빵은 뭘 먹지.

“금요일? 아, 입문?”

금요일 연기과 1학년 대상의 전필 수업 [연기 입문]을 떠올린 김주경이 물었다. 달달한 초코빵을 선택한 서준이 파인패드를 전성민에게 넘겨주며 대답했다.

“아니. 이번 주 금요일.”

“……”

“3일 남았어.”

“……그래. 서준이니까 잘하겠지.”

“나랑 반응이 너무 다른 거 아니야?!”

한지호의 외침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서준의 금요일 수업은 오전 10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연기과 교수님들의 수업을 모두 한 번 이상은 듣게 되는 [연기 입문]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되는 음악 교양 수업 [바이올린에 대하여(심화)]였다.

그리고 오늘 치는 시험이 바로 [바이올린에 대하여(심화)]였다.

[바이올린에 대하여(심화)]는 중간고사는 필기, 기말고사는 실기로 진행되며 수업도 따라서 진행된다.

중간고사까지는 강의실에서 필기 수업만 진행했고, 오늘 중간고사가 끝나면 기말고사까지 음악과 쪽 연습실을 빌려 실기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이 수업을 듣는 건 서준처럼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워온 학생들이나 바이올린 전공이지만 기초(라기엔 심화 과정이지만)부터 다시 점검하고 싶은 학생들뿐이었다.

‘그래서 보통 바이올린과는 1학년이 듣는다던데…….’

강의실에 들어선 서준은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을 슬쩍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그렇듯, 맨 끝자리에 홀로 앉아있는 여학생은 유난히 어려 보였다.

재작년, 14살로 한예대에 조기 입학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세아.

2년이 지났다고 해도 겨우 16살이었다. 한참 중학교를 다녀야 하는 나이에 대학교라니,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입학식 때 무대에서 연주했다고 했지.’

입학생 대표로 선서를 끝내고 떠난 후에 했던 공연이라 서준은 보지 못했지만, 엄마 아빠가 어려 보였던 바이올리니스트에 관해서 이야기했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기사도 많이 있었고 영상도 많이 있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대회에서도 상을 많이 탄 실력자였다.

‘연주도 잘했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활동이 점점 줄어들더니, 작년 봄부터는 아무런 대회도 참가하지 않고 연주회 등의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슬럼프인가?’

서준도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지인 중에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있는지라 걱정이 되었다. 좋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슬럼프를 이겨내고 멋지게 연주하길 바랐다. 더욱이 자신보다 4살이나 어린 아이니까 말이다.

‘근데 인사만 하면 도망을 간단 말이야.’

권세아는 서준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도, 바짝 얼어붙어서는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만 하고 달아나 버렸다. 그렇다고 서준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인사를 해도 똑같은 반응이었으니까.

‘왤까?’

서준에게만 그렇다고 한다면 서준이 유명한 배우라서 긴장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니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냥 낯을 많이 가리는 건가?’

서준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강의실 안으로 교수가 들어왔다. 교수의 시선이 잠시 권세아에게 향했다가 다른 학생들에게로 옮겨졌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보충 강의는 연주회 감상문으로 대체하겠습니다. 바이올린 수업이니만큼 바이올린 연주회 감상문만 받겠습니다. 감상문은 필기 수업 때 배운 것을 토대로 분석해서 제출하십시오.”

이렇게 딱딱한 교수님은 어떤 식으로 연주를 하는지 궁금해서 연주 영상을 찾아봤는데 바이올린 소리마저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럼 시험 전에 다음 수업부터 같이 활동할 조를 발표하겠습니다. 제 임의대로 정한 것이니, 상대방의 동의하에 교체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음 수업 때까지 정해 오시면 됩니다.”

교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학생들의 이름을 불렀다.

강의계획서로 미리 조 활동을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손을 들어 조원을 확인했다.

“6조. 권세아. 이서준.”

덜컹!

의자 소리에 서준이 뒤를 돌아보니, 놀란 것 같은 권세아의 모습이 보였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