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96화
“댓글 봤어?”
“네. 지금 조사 중이에요.”
그런 반응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서준의 방송 출연에 대해 기사를 쓰려는 기자들이었다.
이서준의 이름만 내걸면 조회 수가 보장되긴 하지만 다른 기자들보다 색다르고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건 다르지 않았다.
기자들은 빠르게 [숲속의 병아리반] 3화에 달린 댓글들을 읽고 그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맘카페가 나왔다.
“……맘카페?”
생뚱맞은 사이트의 등장에 기자들은 모니터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였다. 다시 살펴봐도 바뀌지 않았다.
의아함 속에서도 기자들은 최대한 공개된 글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이어나갔다.
“……이게 정말인가?”
믿기지 않았지만 관련된 글들이 많았다. 특히 너튜브 채널 [JUN]의 먹방 영상에 새롭게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면 반 이상이 아이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ㅠㅠ진짜 잘 먹네요ㅠㅠ
-3일째 보여주고 있는데 진짜 하루도 안 빠지고 삼시 세끼 먹고 있습니다ㅠㅠ
-아기 먹방 이후에 이런 우연이 또 찾아올 줄이야ㅠㅠ
간간이 비슷한 내용의 외국어 댓글들도 눈에 보였다. 물론, 그들도 울고 있었다.
기자들이 빠르게 눈을 굴렸다.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아기들이 따라 먹는 신기한 아기 먹방]이라는 제목으로 간간이 올라오는 게시글을 모를 리가 없었다. 더욱이 그게 이서준에 대한 이야기라면야.
기자들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먹방2? 아이들이 따라 먹는 신기한 이서준 먹방!]
[아기 먹방이 더욱 진화해서 돌아왔다! 배우 이서준의 먹방!]
[이번엔 과연 몇 살까지? 두 번째 우연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먹방!]
-헐. 이게 무슨 소리야?
=아기 먹방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다는 거네.
=그러니까ㅋㅋ그게 마음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거였냐고ㅋㅋ
=ㅋㅋㅋㅋㅋ
-아기 먹방도 되게 신기했는데 이것도 장난 아니게 신기하다.
=22 아기 먹방이야 또래가 먹는 모습 보고 따라 먹는 거겠지만, 이번 영상은 나이대도 다른 어른이잖아. 뭣 때문에 따라 먹는 거지?
=아들: 재밌어!
나: ??재밌어??
아들: 생일 파티하는 거 같아!
라던데?
=이서준 먹방이 그렇게 신나는 영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22 배경음도 잔잔하고 그냥 말없이 먹던데. 맛있게 먹긴 했음.
-어라? 그럼 병아리반에서도 먹방 효과가 있었던 건가? 그래서 예고편처럼 애들이 잘 먹었던 거고?
=그러게……. 근데 그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거임?
-오. 병아리반 영상 올라왔다. (링크)
=이게 맘카페에 떠돌던 1분 영상인가 보네.
=이서준 먹방이랑은 다르게 애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하다ㅋㅋ
-근데 이번 건 몇 살까지 효과가 있대?
=이제부터 분석해야 할 듯.
=병아리반 아이들이 6살까지라서 거기까지인 줄 알았는데, 7살 부모님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보여줬더니 잘 먹었대.
=오오. 20개월에서 7살까지면 엄청 늘어난 거 아님?
=아직 효과가 없다는 소리가 없으니까 더 늘어날지도 모름.
-우리 딸 19개월이라서 맘 졸이고 있었는데ㅠㅠ 이제 암흑기는 없겠구나ㅠㅠ
=22 미운 4살이라 밥투정도 심했는데 오늘은 싸움도 없이 의자에 앉자마자 바로 먹음ㅠㅠ
=지금 1분 영상이랑 이서준 먹방에 댓글들 다 이런 상태ㅋㅋ
=외국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음.
=진짜 아기 부모들치고 아기 먹방 안 보여준 부모는 없을걸. 이서준은 몰라도 아기 먹방은 알 듯.
-난 애들 어떻게 밥 먹게 됐는지 궁금함.
=22 주변에 애들이 없어서 진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33 뭔가 다음 화에 먹방의 비밀이 밝혀지는 건 아닐까?
* * *
“……응? 뭐 묻었어?”
서준이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친구들의 찐한 눈빛에 밥풀이라도 묻었나 싶었다.
“아니. 애들이 뭐 때문에 그렇게 잘 먹게 됐나 궁금해서.”
“우리한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김주경과 양주희의 말에 친구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강재한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서준아, 진짜 어떻게 된 거야?”
“그냥…….”
능력을 썼다고 말할 수는 없어 서준은 웃으며 둘러댔다.
“최대한 맛있게 먹었어. 원래 누가 맛있게 먹고 있으면 먹고 싶은 법이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넌 그 정도가 아니니까 그렇지. 조회 수 봤어?”
“맞아. 댓글도 장난 아니더라.”
한지호와 박시영의 말에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그냥 먹기만 한 거라서.”
“하긴. 서준이가 초능력자도 아니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있나 봐.”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근데 그런 초능력이 있어도 웃기겠다.”
“맞아. 애들 밥 잘 먹이는 초능력은 어디다 써야 해?”
“유치원 선생님이 천직일 듯.”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엄청 궁금하긴 하다. 어떤 느낌인지.”
“나도. 우리 엄마가 나 아기 때 아기 먹방 보여줬다고 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주희 너도? 나도 보여줬다고 하던데.”
아기 먹방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각자의 아기 때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점심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전성민이 서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바벨탑 촬영은 언제야?”
“다다음 주에. 원래는 다음 주에 찍을 예정이었는데 감독님이 세트장을 더 손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딱히 다른 스케줄도 없고 해서 괜찮다고 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면 서준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바벨탑 재미있더라!”
“다들 연기도 잘하고.”
바벨탑의 이야기에 친구들이 신나 재잘거렸다.
이번 주로 10화까지 방영된 [바벨탑]은 수목시청률 1위는 물론이고, 다른 요일의 드라마들 사이에서도 제법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서준의 카메오 촬영으로 유입된 인원이 [바벨탑]에 푹 빠져 버린 덕분이었다.
-이래서 서준이가 카메오 출연을 하기로 한 건가?
=22 그냥 서준이가 나오는 24화까지 슬렁슬렁 볼까, 생각했는데 어느새 각 잡고 수목만 기다리고 있구요.
=33 서준이 작품 보는 눈 너무 내 취향임. 작품 볼 때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ㅋㅋ
=ㅋㅋ나도ㅋㅋ
-이번 주도 너무 칼같이 끊었어ㅠㅠ 절단신공ㅠㅠ
=다음 주 너무 기대된다. 통역하다가 단어 뜻을 다르게 해석해 버리다니…….
=저런 사고 진짜 있을 것 같아서 보고 있던 내 심장이 다 철렁 내려앉음;;;
-이번 계약 중요한 거 아님?
=어어어엄청 중요함!
=세상에……!
-하아…… 요즘 너무 즐겁다. 수목 바벨탑 보고 금요일 기다리면 토요일에 병아리반하고, 일월화 기다리면 수목에 바벨탑 하고ㅎㅎㅎ
=22 요새 낙임.
=근데 병아리반 8부작. 내일 방송하면 벌써 반이나 지남.
=ㅠ벌써 시간이 그렇게ㅠ
* * *
토요일 저녁 9시.
변함없이 수많은 광고가 지나가고 [숲속의 병아리반] 4화가 시작되었다.
저번 주 방송분의 끝 장면부터 나왔다.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끝내, 의자에서 일어난 다섯 아이들이 탈출하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출연자들.
“일단 서준 쌤부터 먹는 건 어때?”
허운성이 서준에게 먼저 밥을 먹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오. 이래서 혼자 밥 먹었구나.
-자고 가는 거 아니었나 봄.
=22 갑자기 온 거니까.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자신이 먹을 계란볶음밥과 된장국을 챙겨 세로로 놓인 식탁 맨 끝에 앉았다. 기다란 식탁의 양 옆자리는 아이들이 먹던 자리라 빈자리가 거기밖에 없었다.
-이해함. 다 놀고 오면 먹겠지 싶어서 못 치움ㅠㅠ
남아서 열심히 밥을 먹고 있던 두 아이가 서준을 보고 활짝 웃었다. 볼이 통통한 얼굴이 참 귀여워 보여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잘 먹겠습니다.”
[(선)미식가 오크의 초대가 발동됩니다.]
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안내음도 울렸다.
식사를 시작한 서준은 너튜브 채널[JUN]에 있는 먹방 영상처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는 맛이라서 더 땡김ㅋㅋ
-내일 아침 반찬은 쏘야다.
-계란말이랑 케찹!!
-라면이 아니라서 다행ㅋㅋㅋ
=진심…… 라면이면 끓여 먹었을 듯.
=난 지금 먹고 있다.
=ㅋㅋㅋㅋ
반짝반짝 맛있게 먹고 있던 서준을 찍고 있던 화면이 바뀌었다. 허운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장면이 잡히고 마당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로 바뀌었다.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쭉 빼고 서준이 있는 식탁 쪽을 바라보다가 식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비쳤다.
-무슨ㅋㅋ 피리 부는 사나이야?ㅋㅋ 먹방도 이 정도임??
=ㄴㄴ이정도는 아님.
=아마 냄새까지 나서 그런 게 아닐까?
=22 현장 특유의 분위기도 있을 테고.
“나희 쌤!”
“옙!”
허운성과 정나희가 얼른 아이들의 손을 닦아주었다. 박이든과 김자영이 음식을 데워왔다.
“서준인 내버려 둘까요?”
“그게 났겠지. 애들이 다 서준 선생님 보는 것 같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챘어ㅋㅋ
-모를 리가ㅋㅋ애들이 눈을 못 떼잖아ㅋㅋ
-연기도 현장에서 보면 박력이 다르다던데ㅋㅋ 먹방도 그런가 보다ㅋㅋ
식탁에 앉은 아이들이 서준을 한 번 보고 숟가락을 들어 계란볶음밥을 입안에 가득 넣었다. 꺄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나게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고 덩달아 신난 어른들은 수저질이 서툰 아이들을 도왔다.
탁! 빙그르르. 탁! 빙그르르.
하랑이의 서툰 포크 질에 동글동글한 소시지가 계속 굴러다니자, 작게 웃던 서준이 하랑이의 포크를 대신 들고 소시지를 콕콕 찍어주었다. 헤헤 웃은 하랑이가 냠! 하고 소시지를 먹었다.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시청자들도 처음이었다.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냐ㅠㅠ
-나까지 다 행복해지네ㅠ
-역시 아기들은 밥 먹는 모습이 제일 귀여움.
=잘 때도 귀여움.
-2화에서 갑자기 심각해져서 걱정했는데, 이게 이렇게 변할 줄이야.
=22 어떻게 풀어나가나 했음.
=그땐 먹방2가 나올 거라는 생각을 못 했지. 아직도 신기하긴 함.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텅 빈 그릇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감격한 출연자들의 모습에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식사하세요. 애들은 제가 돌보고 있을게요.”
“혼자서 힘들 텐데, 괜찮겠어?”
“그럼 이든 쌤이랑 하죠.”
“먼저 드세요!”
서준의 말에 박이든이 고개를 끄덕이자, 허운성과 정나희, 김자영이 웃으며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먹던 메뉴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 할까?”
“일단 소화해야 하니까 얌전히 놀 수 있는 거로.”
밥 먹자마자 뛰어다니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잠시 이야기하던 서준과 박이든은 잠깐 음악 수업을 하기로 했다.
서준이 풍금 앞에 앉았다. 피아노보다 작은 풍금은 장난감 같기도 했다.
뚜껑을 열자 하얗고 검은 건반이 보였다. 11자로 된 페달 두 개에 발을 올리고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페달을 밟았다. 공기가 들어가는 느낌이 전해졌다.
‘도’ 건반을 누르자 도오오,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준 쌤? 피아노도 칠 수 있어?”
“네. 바이올린 배우면서 배웠어요.”
“오오.”
식탁에서 밥을 먹던 세 출연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준이가 피아노…… 아니, 풍금이라니……!
-근데 바이올린이랑 같이 배웠으면 되게 오래전에 배웠다는 거 아님?
=바이올린 급 실력이면 장난 아니겠다.
=;;;설마;;;
-피아노는 왜 배웠대?
=내 추측이긴 한데…… 연기에 써먹으려고?
=ㅋㅋ왠지 맞는 것 같다ㅋㅋ
=백퍼 이거인 듯ㅋㅋㅋ
파인패드에서 무언가 찾던 박이든이 활짝 웃으며 악보대 위에 파인패드를 올려놓았다. 새하얀 종이에 검은 선과 음표가 그려진 악보였다.
-오오. 무슨 연주 하려나?
-클래식?
-작곡도 잘하니까 자작곡?
=그럼 박이든이 안 찾았을 듯.
-뭘까? 기대 기대
악보의 제목은 보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사이 서준이 건반 위에 두 손을 올렸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이 건반 악기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페달을 밟으며, 서준이 첫 음을 눌렀다.
따-다단 따다단딴.
배가 부른 기분 좋은 상태에서 선생님들이 무얼 하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눈을 빛냈다.
볼이 붉게 상기됐다. 클래식이나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곡을 기대하고 있었던 시청자들이 입을 쩍 벌리다가 빵 터졌다.
-이게 뭐야ㅋㅋㅋㅋ
-맞아. 이거 애들 예능이었지ㅋㅋ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ㅋㅋ 너무 갑작스러워서 웃김ㅋㅋ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
펭귄 만화의 주제곡이 서준이 연주하는 풍금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게 제일 좋아!’ 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근데 연주 되게 잘한다ㅋㅋ
-앜ㅋㅋㅋ다른 노래로 넘어감ㅋㅋㅋ
-만화주제곡 메들리ㅋㅋ
서준은 박이든이 찾은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제곡 메들리 악보들을 따라 연주했다. 아이들이 서준과 박이든의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 저리 가라네.”
“그러게요.”
그사이 밥을 다 먹은 출연자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앵콜! 앵콜!”
아이들의 앵콜 성원(박이든이 시작했다)에 서준이 두 곡 정도를 다시 연주하고 나서야 연주회가 끝났다.
* * *
서준은 목을 꽉 끌어안고 안긴 하랑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다른 아이들도 서준의 다리를 꼭 붙잡고 있었다.
능력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정을 주는 다정한 아이들인지. 떠나야 하는 서준을 영 놓아주지 않았다.
-애들 너무 귀엽다ㅠㅠ
-근데 나 같아도 서준이 같은 쌤 그냥 못 보낼 것 같음.
-완전 좋고 멋진 쌤이잖아ㅠ
세 출연자가 아이들을 달래고 박이든이 하랑이를 안아 들었다. 흐이잉, 하랑이의 우는 소리에 박이든이 웃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하랑아, 서준 선생님한테 바이바이 해야지.”
“너희도 바이바이 하자.”
“계란볶음밥 맛있었지? 맛있었어요, 해야지.”
눈을 그렁그렁하면서도 바이바이, 하는 아이들에 서준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랑이도 잘 있어. 밥 잘 먹고.”
“아냐! 바이바이! 아냐!”
-ㅋㅋ웃으면 안 되는데 너무 귀여워ㅋㅋ
=저게 하랑이의 최대 반항이겠지ㅋㅋㅋ
-난 왜 우는 거지ㅠㅠ
=나도 울어ㅠㅠ
“하랑이가 이렇게 울면 선생님도 슬퍼. 선생님은 하랑이가 슬픈 거 싫은데, 하랑이도 선생님이 슬픈 거 싫지?”
“으응.”
“그럼 웃으면서 씩씩하게 안녕, 하자. 선생님도 안 울고 씩씩하게 안녕, 할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하랑이를 다정하게 웃으며 달래주는 서준의 모습에 몇몇 시청자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새싹인 것은 당연했다.
“안뇽…… 시러…….”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할까?”
“으응.”
눈물이 그렁그렁한 하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ㅋㅋ하랑아ㅋㅋ
-박이든 눈빛: 그거 사기 아님?ㅋㅋ
=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만나요. 하랑아.”
“담에 만나……!”
떠나가는 서준을 보며 손을 흔들던 하랑이가 훌쩍대며 박이든에게 기댔다. 다행히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이든의 장난에 하랑이가 이히히히 웃었다.
* * *
아이들을 재우고 또다시 회의를 하는 출연자들.
미인계라는 정나희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인계 맞는 듯ㅋㅋㅋ
-애들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 알아본다잖아ㅋㅋ
-처음 만났을 때 멍하니 보기도 했고ㅋㅋㅋ
-보스는 없지만, 보스가 남기고 간 엄청난 무기가 남았다.
=근데 보통 보스가 무기를 줘도 악당들은 실패하던데ㅋㅋㅋ
=ㅋㅋㅋㅋㅋ
다음 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앉히고 정나희가 먹방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이서준 먹방은?
=저땐 아직 몰랐던 듯.
그때 하랑이가 타이밍 좋게 말을 꺼냈고,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모니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니터에 서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니 떤땐님!”
“선생님이다!”
서준의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들뜬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 엄청난 반응에 선생님들이 활짝 웃으며 아이들의 식사를 도왔다.
또 한 번 마법처럼 시끌벅적해지는 식탁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봐도봐도 신기함.
-진짜 원인이 뭘까…….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주던 허운성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이제 애들 밥 잘 먹게 됐잖아. 그러면 앞으로 애들 에너지가…… 너무 넘칠 것 같지 않아?”
!
어쩐지 미래가 상상이 돼,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선생님들이었다.
-ㅋㅋ이제 날뛰는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ㅋㅋ
-진짜 애들 체력은 무시무시함.
-어떡해요ㅋㅋ선생님들ㅋㅋ
그런 출연자들을 비추던 화면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끝난 건가?
-오늘도 재미있었다ㅎ
-다음 주 예고 안 뜸?
-어? 아직 시간 남은 것 같은데?
화면이 다시 밝아지고 시간이 돌아간 듯, 만화 주제곡 메들리 연주회를 하던 장면이 비쳤다.
“자! 양치질하러 가자!”
허운성과 김자영, 정나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우르르 화장실로 향했고, 그사이 박이든은 밥을 먹는 듯 식탁에 앉아 있었다.
서준은 풍금 앞에 앉은 모습 그대로, 파인패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 화면이 넘어갔다.
-오오. 설마?
-와아아아!!
조용해진 거실.
파인패드를 악보대 위에 올려놓은 서준이 풍금 위에 다시 두 손을 올렸다. 두 발로 페달을 밟으며 건반을 눌렀다.
따다다다다단-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시작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들만큼 감미로운 선율에 크으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 올리는 박이든의 모습이 잠시 비추고 풍금을 연주하는 서준의 모습이 이어졌다.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기서 배경만 딱 빛바랜 효과 넣어주면 옛날 학교 음악선생님ㅠㅠ
=분명 학생들의 첫사랑이었을 거임. 학생들 졸업할 때마다 편지랑 선물 엄청 받고.
=애들이 장난치면 쑥스러워하면서 웃었을 거고.
=아니면 같이 장난쳤을지도ㅠㅠ 그럴 때마다 나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겠지ㅠ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다ㅋㅋㅋ
-……서준 선생님…… 저…… 기억나세요?
=아련해지지 말라고ㅋㅋ
=이렇게 또 첫사랑이 조작되고ㅋㅋ
서준의 연주는 양치질을 끝낸 아이들과 출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올 때쯤 막을 내렸다. 건반에서 두 손을 내린 서준이 빙그레 웃는 쿠키 영상을 끝으로 [숲속의 병아리반] 4화가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