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89화
“친구야?”
“응. 이든이.”
이민준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인데?
>박이든 : 아직 안 잤음?ㅠㅠㅠ
<이제 10신데, 뭘.
9시에 잠드는 착한 어린이도 아니고, 달이 떠 있긴 하지만 자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 아닌가.
게다가 오후 10시는 각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하는 시간이었다. 바쁠 땐 몰라도 금요일 시청률 1위의 드라마를 놓칠 서준이 아니었다.
>박이든 : 전화 가능?
<ㅇㅇㅇ
엄마 아빠와 함께 드라마를 보려고 거실에 나와 있던 서준이 박이든의 메시지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 이든이랑 전화 좀 하고 올게.”
“그래.”
그래도 친구가 도와달라는데 드라마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앞부분은 다시보기로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준은 방으로 향했다.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의자에 앉은 서준이 전화를 받았다.
-서준아!!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박이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목소리에 서준이 휴대폰을 잠시 멀리 떨어뜨렸다가 다시 귀에 대었다.
“무슨 일이야? 너 오늘 예능 촬영한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촬영 중이야…….
“지금?”
그건가?
저번 스키장에서처럼 지인에게 전화를 거는 거?
근데 전화통화가 [숲 속의 병아리반]하고 관련 있는 코너인가 싶었다.
‘아니다. 아이들은 다 자고 있으려나?’
서준이 창밖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들이 있어서 아이들의 수면시간은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고 있다면 출연자들끼리 작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빨리 전화 받기? 퀴즈? 지정 단어 말하기?’
전화 통화하면 떠오르는 게임들을 떠올리던 서준은 문득, 박이든이 바나나톡으로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평소보다 기운이 빠진 박이든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무슨 일인데?”
-……애들이 밥을 안 먹어.
……응?
의아해하는 서준에게 박이든이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숲 속의 병아리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촬영 날에는 그저 낯설고 어색하고 맛이 없어서 안 먹는 줄 알았어. 그래서 우리도 열심히 놀아주고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거든.
박이든의 목소리가 푹 가라앉았다.
-선배님들도 각자 비장의 요리를 가지고 왔고 나도 열심히 요리 공부하고. 그래도 밥을 안 먹더라. 오늘 예린이 과일만 먹었어. 밥 잘 먹어야 하는데…….
아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깃든 목소리였다.
그 말에 서준은 지윤이네 엄마를 떠올렸다. 밥 안 먹는 아기를 걱정하던 그 모습이.
……아이돌에게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박이든이 이런 성격이 아닌데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제법 어른스러워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서준이 네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박이든의 말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먹방이었다. 지금도 아기 부모들에게 필수라고 불리는 영상.
서준은 조용히 감탄했다. 박이든은 서준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 잘도 전화를 했다 싶었다.
“그럼 내가 가면 돼?”
그 능력은 20개월 아기들밖에 통하지 않았으니 새로운 능력을 찾아야 했다. 당시에는 최하급 능력밖에 쓰지 못해서 선택권이 없었지만, 최상급 도서관까지 열린 지금. 서준은 못할 게 없었다.
‘……이 나이가 돼서 팔을 흔들 수도 없고.’
서준은 잠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아기 때의 귀여움으로 남겨두자.
-아니야. 촬영장까지 왔다 갔다 하면 힘들잖아. 전화로도 충분해.
전화라…….
서준이 눈을 데굴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통화로 해도 되긴 하지.”
-아니. 영상 통화로 하면 안 되지. 얼굴이 보이잖아.
……응?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먹방을 얼굴 안 보이고 하라고?
‘한다고 하면 못할 건 없지만…….’
난이도가 올라간다. 적당한 능력을 찾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서준은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친구를 위해서.
“알았어. 그럼 뭘 먹……”
-청룡님 목소리로…….
“……응?”
-……응?
목소리가 겹쳤다.
서준은 박이든의 말을 알아들었고 박이든은 서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청룡님?”
-뭐라고 했어?
그 어느 때보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밥 안 먹는 아이들, 청룡님, 착한 일, 여의주, 소원, 말 잘 듣는.
박이든이 부탁할 내용을 파악한 서준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민망함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밥 안 먹는다는 이야기에 저절로 아기 때가 떠올랐고, 아기 때가 떠오르니 저절로 [(선)요정의 반짝이]와 먹방이 떠올랐다. 그래서 먹방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청룡님이 나올 줄이야.’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제서야 인기 만화캐릭터 성우들은 가끔 그런 부탁을 받는다는 이야기들이 서준의 뇌리를 스쳤다.
‘하긴. 이게 ‘보통’이긴 하지.’
어느 누가 서준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까.
괜스레 민망해진 ‘능력자’ 서준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청룡님 목소리로 통화해 달라고?”
-어, 응! 우리가 내일 어린이 연극 봄을 보여줄 예정이거든. 여의주랑 애들이 원하는 선물들도 준비하고!
아마 착한 일을 하면 여의주를 주고, 여의주를 모으면 선물을 줄 예정인 것 같았다.
밝아진 박이든의 목소리에 서준이 조금 해탈한 얼굴로 응응, 반응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나면 점심시간일 텐데 그때 딱 청룡님한테서 전화가 오는 거지! 어어, 네.
뭘 하고 있는 건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박이든이 헛기침을 했다.
-여기 밥을 안 먹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너희들이냐? ……뭐, 이런 식으로 대사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제법 훌륭한 목소리 연기에 왠지 휴대폰 건너에서 짝짝,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마 같이 출연하는 연예인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허운성 배우와 정나희 배우였던가?
-애들이랑 대화 좀 해주고 밥 잘 먹으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 되긴. 당연히 괜찮지.”
내일은 토요일이라 시간도 많았고,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 새롭기도 했다.
“시간 되면 연락해 줘. 준비하고 있을게.”
-고마워! 진짜! 으하하하! 선배님들! 서준이가 된대요!!
-와아아아!!
휴대폰 건너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 * *
[제목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ㅠㅠㅠ]
왜 이서준 배우님 (아기)먹방은 20개월까지일까요?ㅠㅠㅠ
딸이 이유식을 시작하고부터 이서준 배우님 (아기) 먹방을 하루에 열 번 이상 보고 있었어요. 같은 조리원 친구들과 조리원 직원분들, 주위 모든 분들이 아기가 밥 안 먹을 때는 이게 최고다! 하면서 추천하더라고요.
진짜 아기 낳기 전까지는 아기 먹방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아니ㅋㅋ 저게 진짜 아기 밥 먹는 데 도움이 된다고?ㅋㅋㅋ 부모들이 얼마나 제대로 안 돌보면 먹방에 의지해?’
하고 봤어요. (그게 네 미래다ㅠㅠ멍청아ㅠㅠ)
아기 낳고 나서도 이게 효과가 있는 건가, 긴가민가했는데…….
딸내미가 20개월이 지났던 그 날이 지나고 일주일이 흐른 지금.
전 알았습니다.
이 먹방 영상은 진짜 필수라는 걸……!
진짜 있을 때는 몰라도 없으니까 확실히 느껴지네요. 먹방의 빈 자리가ㅠㅠ
애가 밥을 안 먹으면 방법이 없어요ㅠㅠ
잘 먹던 것도 안 먹고 안 먹던 건 더 안 먹고. 배가 고파서 울면서도 안 먹어서 보는 사람 마음 찢어지고ㅠㅠ한 입 더 먹이려고 싸움 나고ㅠ 스트레스 받고ㅠㅠ 포기하고ㅠㅠ 근데 안 먹일 순 없어서 다시 숟가락 들고ㅠㅠ 또 싸움 나고ㅠ
진짜 악순환이에요ㅜㅜ
잘 먹는 애들이 부럽더라고요. 진짜…… 잘 먹는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일 줄이야.
건강 나빠지는 것도 걱정되고 키 안 크는 것도 걱정되고ㅠㅠ
어떻게 20개월이 넘자마자 그렇게 칼같이 효과가 없을 수가 있죠?ㅠㅠ
기간 좀 늘려줬으면 좋겠네요ㅠㅠㅠ
-맞아요. 20개월까지는 ‘이 먹방이 그렇게 좋다고?’ 하면서 보는데 20개월 넘으면 절절히 실감하죠.
-제 동생이 먹방 나올 때 18개월이었는데, 엄마 말로는 그때 진짜 눈물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진짜 밥 안 먹어서요.
-먹방 원리가 뭘까요?
=그냥 우연히 아기들 취향에 맞는 거 아닐까요? 아기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가요나 고양이가 잠드는 노래처럼요.
=우연이라니ㅠㅠ 누가 연구해서 나이 좀 늘려줬으면 좋겠네요ㅠㅠ
-아…… 유난히 밥 안 먹는 우리 아들. 오늘 병원 갔다왔습니다ㅠ 30개월. 벌써 먹방을 떠나보낸 지 10개월이나 지났네요. 그때가 진짜 천국이었죠. 이젠 36개월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6개월이요?
=여기 이 글 보세요 (링크)
=감사합니다!!
[제목 : 밥 안 먹는 아기 잘 먹이는 루트.]
20개월까지 : 배우 이서준의 아기 먹방을 보여준다.
20개월부터 3세까지 : 암흑기ㅠㅠㅠ
3세 이상 : 어린이 연극 봄을 보여준 다음 착한 일(밥 먹기)을 시키고 여의주를 준다. 소원(선물) 필수.
+)3세라고 정해진 건 아니고 [어린이 연극 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면 됩니다! (빠를 수도 늘릴 수도 있습니다.)
+) 아기 먹방은 매번 봐도 되는데, 청룡님는 적절히 쓰셔야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쓰는 방법이라서 애들 생각보다 빨리 질려요ㅠ
-암흑기ㅠㅠㅠ
-밥 안 먹는 우리 아들이 오늘 청룡님 쉰대요ㅋㅋㅠㅠ 밥 안 먹을 때마다 청룡님과 여의주를 너무 써먹긴 했죠. 내일은 일해주세요 청룡님ㅠ
=앜ㅋㅋㅋ 이해해요. 연극 보여주고 나서 열심히 소원 빌다가 질리죠. 그거 자주 쓰면 청룡님도 효과 없어요ㅠ
=1회차부터 8회차까지 천천히 보여줘야 합니다. 청룡님 목소리가 다 달라서 다른 청룡님인 줄 알아요.
* * *
“……그렇대요.”
휴대폰을 보며 말하는 박이든의 모습에 촬영장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저번 촬영, 촬영장에 강림한 청룡님이 열심히 일해주셨다. 휴대폰 건너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청룡님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신나게 밥을 먹었다. 박이든과 세 출연자, 제작진은 눈물이 날 뻔했다. ‘이제 됐어!’ 하고 감격하며 다음번 촬영 때 쓸 요량으로 청룡님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세 번째 촬영날인 오늘.
네 출연자와 제작진은 정말 울고만 싶었다.
일주일 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여의주도, 청룡님도, 청룡님과의 통화 녹음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허운성이 해탈한 얼굴로 촬영하고 있는 집 뒤쪽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긴. 부모님들이 안 써본 방법이 없겠지.”
아마 여기 있는 출연자들이 생각한 방법과 생각하지 못한 방법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봤을 거다.
정나희가 틀린 그림 찾기가 가능할 정도로 식사 전과 식사 후의 차이가 없는 식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일주일 만에 원상태로 돌아갈 줄은 몰랐어요.”
김자영이 박이든에게 물었다.
“이서준 배우 오늘은 안 된대?”
강수정 피디와 제작진이 눈을 번쩍였다.
저번 촬영 당시, 실망하고 있던 중에 들려왔던 이서준 배우의 출연 소식. 비록 목소리뿐이지만, 그것도 청룡님 목소리지만 홍보하기엔 충분했다.
박이든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들판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녹음도 안 통했는데…… 서준이가 말한다고 통할까요?”
그 말에 모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녹음과 통화가 그렇게 차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어쩌지?”
“쟤들은 먹은 것도 없으면서 신나게 노네.”
김자영와 허운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에너지가 될 만한 걸 섭취해야 힘이 날 텐데 말이다.
“응? 오늘 누구 오기로 했어요? 게스트?”
“아뇨. 저희 게스트는 따로 없는데…….”
정나희의 말에 강수정 피디가 고개를 젓고는 정나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이 진행되는 언덕 위의 집에서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 길을 따라 검은색 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밴은 아니었고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세단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승용차를 살피던 박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확신이 생겼다.
“어? 2팀 차네.”
“2팀?”
“저희 회사 2팀이요. 서준이 담당팀인데, 2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차에요.”
“그럼 설마……?”
이서준 배우가?
강수정 피디와 제작진의 얼굴에 빛이 맴돌았다. 슈퍼스타의 등장에 배우 허운성과 정나희도 환한 표정을 지었다. 발라드 가수 김자영도 흥미로운 얼굴이었다.
새로운 차의 등장에 아이들도 궁금했는지 출연자들의 옆으로 몰려들어 누구예요? 누가 와요? 하고 삐약삐약 물었다. 이럴 땐 참 귀여운데 말이지…….
“그건 아닐 거에요. 필요할 때는 다른 팀들도 빌려서 쓰거든요. 아마 직원분이시지 않을까요?”
스태프 사이에 있던 블루문의 매니저도 갑작스러운 회사 차량의 등장에 의아한 듯 회사에 연락하고 있었다.
“에이. 아쉽네.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말이야.”
“저도요.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박이든의 말에 아쉬워하면서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두 배우의 손길이 다정했다. 겨우 3주가 지났는데 많이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검은 세단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블루문의 매니저가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선팅 된 차의 조수석 문이 열고 내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으엉?”
안아달라는 막내를 들쳐 안은 박이든의 입에서 희한한 소리가 나왔다. 블루문 매니저도 깜짝 놀랐는지 거의 달려가다시피 주차장으로 향했다. 진짜 이서준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하던 출연자들과 제작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 누군데 그래?”
“……2팀장님이요.”
“2팀장님이라면……”
“서준이 매니저님이신데…… 왜 여기 오셨지?”
서준이 일 아니면 안 움직이실 텐데. 그리고 왜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에서 내리시는……!
“강 피디님!”
박이든이 다급하게 강수정 피디를 불렀다.
“네, 네?!”
“운전석! 운전석 찍어주세요!”
운전석?
카메라 감독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운전석 쪽으로 돌리고 클로즈업했다. 좀 더 잘 보이게 위치도 옮겼다. 여유가 있는 다른 카메라들도 주차장을 비추었다.
차량의 정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조수석 쪽에서는 블루문 매니저와 2팀장님이라던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조금 각도를 틀어 온전히 운전석 쪽만 담기게 했다. 차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운전자는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바보 아냐!? 딱 보이는 좋은 자리 많은데 왜 저기에 대? 운전석만 보이게 주차를 해야 등장도 멋있고 잘 보일 거 아니야! 촬영 한두 번 해? 아…… 운전은 한두 번 해봤겠네.”
박이든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투덜거림에 반가움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설마?
한 사람의 이름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때마침 운전석 쪽 차 문이 열렸다.
새까만 차 문 끄트머리에 불쑥, 검은색 머리칼이 보였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듯 천천히 차 문 위로 얼굴을 드러냈다. 단정한 머리와 잘생긴 얼굴이 제법 거리가 있는데도 잘 보였다.
모를 수가 없는 얼굴에 사람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어쩐지 후광도 보이는 듯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무어라 말하자 블루문 매니저가 손가락으로 촬영장 쪽을 가리켰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과 카메라를 발견한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배우 이서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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