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488화 (48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88화

[제목 : 배우 이서준이랑 같이 운전학원 시험 본 썰 품.]

-갑자기 이서준ㅋㅋㅋㅋ

=22 평범한 후기인 줄 알았더니ㅋㅋㅋ

=33 이러면 사진 찍을 만하지ㅋㅋ

=44 동네방네가 뭐냐. 진짜 해외여행 나가서도 이야기하고 다닌다. 서준 리랑 운전면허 시험 같이 봤다고ㅋㅋ

-이서준: 아. 소방차네. (비켜줌)

(소방차 지나감)

이서준: 그럼 다시 시험 볼게요. (아직 면허 없음)

=ㅋㅋ너무 평온한 거 아니냐고ㅋㅋ

=다시 D코스로 돌아간 거 너무 웃김ㅋㅋ

-서준이가 벌써 운전면허를 따다니!

-기사 나오기 시작했음.

=기자들 ‘이서준’으로 1초마다 검색하나ㅋㅋ 왜 이렇게 빨라ㅋㅋ

=소방청에서 영상 올라옴!

=이러다 뉴스도 뜨겠는데?ㅋㅋㅋ

* * *

[오늘 오후, 공사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평범한 뉴스다.

사망자 0명에 경상자 3명의 화재 사고를 알리는 평범한 뉴스.

그런데 보통이라면 인터넷 기사로만 알려질 작은 화재 사고가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회사의 위치를 어디로 할지 의논하고 있던 사장 서은찬과 배우 이서준 전담 2팀 팀장 안다호, 그리고 가수 1팀 팀장은 2팀의 연락으로 보게 된 뉴스에 말을 잃고 말았다.

[운전자들의 협조로 소방차는 제시간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별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여기 소방청에서 공개한 영상을 함께 보시죠.]

소방청에서 공개한 영상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삐용-삐용-! 울리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들로 조금 막힌 도로가 천천히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 저 멀리 흰색과 회색, 검은색의 차량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란색 차량이 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소방관의 눈에도 들어온 모양인지, 허어…… 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오늘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치고 가야 하는 거 아님?

=저 차 치면 다른 차도 밀릴 것 같은데?

-운전하고 있는 초보분 진짜 쫄렸겠다ㅠㅠ

=옆차 분들도;;;

일부러 그런 반응을 만들어내려는 듯 영상이 잠시 멈춰 붉은색 표시로 노란색 운전학원 차량을 가리키기도 했다.

[여기 운전학원 차량이 있습니다. 이 차량이 움직이지 않으면 구급차와 소방차가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면허도 따지 못한 초보 운전자답지 않게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능숙한 운전 솜씨를 보여줍니다.]

운전학원 차량이 아주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차량들과 비교해 봐도 머뭇거림 하나 없는 움직임이었다. 어! 하고 놀라는 소방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저 차에…… 서준이가?”

서은찬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히 얼마 전에 운전면허를 딸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운전 솜씨가 몇 년 운전한 사람 못지않았다.

‘아니, 잠깐. 놀랄 데는 거기가 아니지.’

[인터넷에 올라온 목격담으로 이 운전자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바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주행 시험을 보는 중이었던, 배우 이서준 씨였습니다.]

목격담과 서준과 일반인, 강사가 찍은 인증사진이 TV 화면에 떴다.

-헐? 이서준?!

-서준이가 왜 여기서 나와??

-근데 이서준 진짜 초보 아님? 왜 이렇게 운전을 잘해.

=22 얜 진짜 초보잖아. 아직 미성년자 탈출한 지 3개월밖에 안 된ㅋㅋ

=ㅋㅋㅋㅋㅋ

……운전면허 시험이라는 게 이렇게 화제가 될 일인가?

‘우리 조카님은 운전면허 시험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화제가 될 수 있는 거지?’

슈퍼스타는 움직일 때마다 화제가 된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화제의 신이 서준의 앞에 꽃길을 깔아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

1팀장도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저번엔 스키장에서 놀러 갔다가 예능을 찍더니, 이번엔 운전면허 시험을 치다가 뉴스에 나오네. 다호야,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시험 본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안다호가 휴대폰을 꺼내 상황을 살폈다.

회의 때문에 큰일이 아닌 이상은 2팀 직원들의 재량에 맡겨둔 터라, 정보 습득이 조금 늦었다.

하지만 2팀에서 보내준 타임라인 순으로 정리한 자료에 안다호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서준이가 시험 끝나고 인증샷을 찍어줬답니다. 그 목격담이 퍼져서 뉴스까지 나오게 됐고요.”

2팀도 처음 목격담이 떴을 때, ‘아니. 이런 거짓말을 하면 어떻…… 진짜 서준이네?’ 하고 얼떨떨해했다. 인증사진이 아니었다면 못 믿었을 거다. 물론 서준에게 확인 전화도 했지만.

나쁜 소식이 아니라서 그 이후로 2팀은 촬영이니, 깜짝 카메라니 다른 쪽으로 번지려는 소문만 수습했다.

세 사람은 회의는 잠시 미루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소방관: (운전학원 차 발견/동공지진) 아니. 저 차가 왜 여기 있어? (제발 비켜주세요ㅠ)

(자연스럽게 비켜주는 운전학원 차)

소방관: ????

(알고 보니 이서준)

소방청: ????

-근데 이서준 차가 내 차를 긁었으면 평생 이야깃거리 아님?

=22 교통사고라면 큰일인데, 이건 소방차 비켜주다가 생긴 일이니까ㅋㅋ

=33 서준이라면 미안하다면서 사인이랑 사진도 찍어줬을 텐데……!

=44 일단 수리는 하지만 긁힌 데 잘라서 보관할 듯ㅋㅋ자랑 가능ㅋㅋ

=55 어?! 너희 이서준이 운전하는 차에 긁혀봤어?!

=ㅋㅋ왜 자랑하는데ㅋㅋ

-한 걸음에서 도움을 기다리던 나 진이 이렇게 자라서 도움을 주는 걸 보니 눈물이 난다ㅠㅠㅠ

=22 묘하게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이서준ㅠㅠ

=33 이러다 나중에는 한 걸음이 진짜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올 듯.

-이제 면허도 있으니 추격전 찍지 않을까ㅋㅋ

=22 추격전 존잼.

=33 할리우드 스케일로 해주라! 자본 들이부어서!

=44 쾅쾅 터뜨려!

댓글들을 보던 안다호는 어쩐지 한동안은 자동차나 추격전에 관련된 작품이 들어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 *

세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진 김에 조금 쉬었다 회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서은찬이 물었다.

“서준이 소식은 들었고,”

그것도 뉴스로.

소식을 전하는 스케일이 너무 커서 어이가 없었지만 서은찬이 말을 이었다.

“가수팀은 어떤가요? 1팀장님.”

몸에 힘을 풀고 뻐근한 목을 돌리고 있던 1팀장이 입을 열었다.

“브블 애들이야 범 이후로는 다시 쉬는 중이고 블루문 애들은 쉬다가 이제 축제 행사 돌아야죠. 봄이라 여기저기서 부르니까요.”

봄에는 꽃, 여름에는 바다, 가을에는 대학 축제 등 계절마다 부르는 행사도 많았다.

아이돌에게 행사는 중요한 수입원이니 슬슬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였다.

“컴백도 해야 하고요.”

1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서은찬이 문득 떠오른 사실에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예능 촬영이죠? 이든이는 괜찮대요? 바쁘면 예능 찍기도 힘들 텐데…….”

KBC 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블루문의 박이든.

1팀장이 믿음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스케줄이야 다 고려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예능 포맷 자체가 그렇게 오래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2달만 빠짝 할 예정이고요.”

블루문이 좀 더 연차가 있었더라면 더 오래 할 수 있는 예능을 골랐겠지만, 하루가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전성기인 만큼 매주 고정적으로 출연해야 하는 예능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다.

서은찬과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일 때문에 하차하는 것보다는 낫죠.”

게다가 방송국이 KBC인 만큼 2달만 방송해도 인지도를 제법 높일 수 있었다.

작년 서준이가 참여했던 [블루문] 덕분에 그룹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지만(세계급으로), 아무래도 아이돌 팬이 아닌 일반인들이 블루문 멤버 하나하나를 아는 건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차근차근 일반인들에게까지도 블루문 멤버 한 명 한 명을 알릴 계획인 1팀장이 말했다.

“제작진도 알고 있는 눈치라서, 아마 인기를 끌더라도 시즌제로 바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1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서은찬이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근데 요새 이든이 요리학원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무슨 일이랍니까?”

아.

1팀장이 쓰게 웃었다.

“애들이 밥을 안 먹는답니다.”

* * *

달빛이 비치는 밤.

작은 조명이 켜져 있는 식탁에 어깨가 축 처진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마치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악당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요리학원 선생님께 특제 소스를 배워왔는데…….”

블루문 박이든이 시무룩한 얼굴로 소스를 한 입 찍어 먹었다.

역시 맛있다.

“우리 엄마 비법 요리 맛있는데…… 어릴 때 제가 울다가도 이것만 먹으면 뚝 그쳤다고 했어요.”

라이징 스타, 배우 정나희가 남아있는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손도 안 댄 거니 데워서 먹어야지.

“우리 딸은 이거 나오는 날이면 제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지는데 말이야. 내가 뭐 빼먹었나?”

영화 속 감초, 조연 배우 허운성이 자필로 적어온 아내의 레시피를 팔랑팔랑 넘겼다.

“너튜브에서 아이들한테 제일 유명하고 인기 많은 레시피들로 연습해왔는데…….”

발라드 가수 김자영이 너덜너덜해진 종이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테이블 위로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제작진도 영 얼굴을 펴지 못했다.

“……우리 망했나?”

“아직은요. 근데 방송 나가면 망할지도 모르죠.”

작가의 말에 이제 바로 다음 주로 다가온 첫 방송을 떠올린 강수정 피디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K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숲 속의 병아리반].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고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예능으로,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유치원을 모티브로한 프로그램이었다.

연초, 중간에 펑크난 방송을 빼고 이슈로 방영이 미뤄진 방송을 정리하고 새 방송을 넣으며 프로그램들을 편성하다 보니 2달 정도 빈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넣기엔 방송 시간이 토요일 오후 9시로 너무 좋은 시간대라 고민하다가 KBC는 [숲 속의 병아리반]을 넣기로 했다.

보통 예능은 드라마나 영화, 앨범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나오면서 그 수명을 유지하는데, 주요 게스트가 어린이인 [숲 속의 병아리반]은 그렇게 오래 방영되지는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귀여움에 시청자를 제법 모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땜빵 프로그램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성인들 위주로 진행된 예능들이 대부분이라 그동안 나올 수 없었던 어린이 대상의 PPL 제품들(장난감부터 어린이용 그릇, 수저, 그리고 친환경 제품들과 가전제품까지)이 잔뜩 나오면서 많은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출연진도 좋지.’

짧은 제작 기간 덕분인지 2달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으면서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은 스타들이 모였다.

재작년 신인상을 타고 작년 [블루문]으로 세계급으로 이름을 알린, 블루문의 박이든.

최근 출연한 드라마의 악녀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배우 정나희.

영화 속 중요한 조연 캐릭터가 있다면 1순위로 섭외하는 영화배우 허운성.

그리고 드라마 OST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발라드 가수, 김자영까지.

“진짜 이렇게 모일 줄은 몰랐는데.”

KBC 예능국의 몇몇 피디는 출연진을 보고 강수정 피디에게 연락할 정도였다.

“우리가 시청률을 잘 내주면 뒤에 이어질 방송이 반사이익을 얻을 테니까요.”

작가의 말에 강수정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다 이마를 짚었다.

“근데 애들이 밥을 안 먹어.”

“하아…….”

저번 주 첫 촬영 날.

나잇대가 다양한 일곱 명의 아이가 [숲 속의 병아리반] 촬영을 왔다.

제작진은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의 가족이 아니라 일반인들이라서 출연진을 고르는데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진상 부모는 아닌가, 1박 2일 촬영이라 부모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는 아닌가, 심각한 알레르기나 아픈 곳은 없는가 등.

소아과 의사를 대동하고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아무래도 촬영장이 병원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캐릭터 강한 아이들을 잘 캐스팅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박이든과 세 출연자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무언가 문제가 있나 싶어, 소아과 의사에게 물어보고 부모님께 연락해 봤지만 별다를 것 없는 ‘편식’이었다.

-저희 애가 원래 잘 안 먹어요.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그래도 채소보다는 고기를 잘 먹습니다.

-배고프면 조금이나마 먹을 겁니다.

집에서도 얼마나 투정을 하며 밥을 안 먹는지, 휴대폰 건너 부모들도 해탈한 듯 보였다.

‘……그러면 출연을 하지 말라고…….’

그렇다고 제작진만큼 해탈했겠느냐마는.

“아니. 7명 중에 4명이 밥을 안 먹으면 방송 그냥 망하는 거 아니야? 원래 애들 먹방을 제일 흐뭇하게 보잖아.”

출연자들이 정성껏 요리하고 그 멋진 요리를 보며 눈을 반짝이다가, 입안 가득 넣고 볼을 씰룩거리며 복스럽게 먹는 아이들. 그게 이번 [숲 속의 병아리반]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들 중 하나였다.

“그건 그렇죠. 망했지만.”

밥 안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민하던 박이든과 세 출연자들은 각자 나름 답을 들고 와 두 번째 촬영 날인 오늘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기만 한다면 그것보다 멋지고 감동적인 그림은 없으리라.

‘그것도 망했지만.’

이제 어떻게 하냐며, 강수정 피디와 제작진이 머리를 싸매는 사이에도 촬영은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어마어마한 일을 계획하는 악당 무리처럼 약한 조명을 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네 사람 중 가장 어린 남자가 테이블에 두 팔을 올리고 깍지를 꼈다.

깍지 낀 두 손으로 하관을 가리고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방법을 쓰죠.”

그 진지한 목소리에 세 사람이 조금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바톡!

메시지를 본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박이든 : 도와줘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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