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483화 (48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83화

악의.

중, 고등학교 때는 그저 존재감만 줄이고 익숙함을 늘렸던 것과 다르게 지금은 악의에 대한 대비도 필요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매년 같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지만, 대학교는 출입도 철저히 통제되지 않아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았고 강의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 만났네.’

매콤한 닭갈비를 먹던 서준의 시선이 식당 입구 쪽으로 향했다. 묘하게 요 며칠 동안 자주 본 세 명의 남자가 입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떠났다. 세 사람의 표정은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언제 포기할지 참.’

무슨 일로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사나 사인 같은 평범한 일은 아닐 터였다. 당연한 거절이 악의에 물들어 어떤 루머로 번질지는 서준으로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일 터지기 전에 처음부터 피하는 게 낫지.’

마침 예전에 읽었던 능력 중에 적당한 능력도 있어 저번 주 금요일부터 열심히 문양을 새기고 다녔다. 이제 내일 듣는 수업의 강의실에만 새기면 이번 학기는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이 서준이 생일이네.”

양주희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새싹부터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

“왜?”

한지호와 전성민이 고개를 갸웃했고 박시영과 김주경이 아하하하 웃었다.

“서준이 팬분들이 생일 이벤트 준비 중이라서 그래. 팬들이 모두 참여하려면 팬카페에 알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근데 서준이도 알아버리면 아쉽잖아. 생일에 딱 밝혀져야 놀라고 감동하지.”

오오.

친구들에게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벤트려나?”

“저번 이벤트도 대단했지. SNS 장악.”

한국 시각으로 0시부터 12시까지.

SNS를 장악했던 전 세계 서준의 팬들의 메시지를 떠올린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했었는데.”

“서준이는 카페에 못 들어가도 우리는 들어갈 수 있지 않나?”

“그러게. 서준이한테만 말 안 하면 될 것 같지?”

한지호와 강재한의 말에 다들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새싹부터]에 접속했다.

“오…… 오……!”

“새싹분들 대단하다!”

“역대급 아니야?”

진심으로 놀라는 친구들의 모습에 서준은 정말로 궁금해졌다.

* * *

3월 9일 목요일에서 3월 10일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

보통 11시쯤 잠이 드는 평소와는 달리 12시가 가까워지는데도 서준은 졸음 하나 없는 눈동자로 대본을 읽고 있었다.

>안다호 : 오늘 12시에 꼭 봐 달래.

<네. 알았어요.

>안다호 : 인터넷은 최대한 하지 말고.

<ㅎㅎㅎ네.

인터넷을 못하니 할 수 있는 건 플러스+에서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는 일뿐이라, 서준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대본과 시놉시스들을 읽기로 했다.

서준이 대본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안다호는 평소 대여섯 개가 왔던 양의 2배 정도 되는 분량을 보낸 상황이라, 읽을 것은 많았다.

“역시 다호 형.”

대본을 읽던 서준이 작게 웃었다.

평소에는 서준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느낌의 대본을 주고는 했는데, 생일이니만큼 즐겁게 기다리라는 뜻인지 오늘 대본들은 흥미로운 작품들로만 엄선된 것 같았다.

“뭐, 출연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근데 오늘은 집중이 안 되네.”

평소라면 단번에 대본에 집중해서 읽고 다음 대본으로 넘어갔을 텐데, 어떤 생일 이벤트일지 궁금함과 기대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터라 영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바로 옆에 휴대폰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팬들의 생일 축하는 매년 받아도 매년 기뻤다.

서준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매만지면 중얼거렸다. 저도 모르게 실실 웃어버릴 것만 같았다.

휴대폰으로 뻗어 나가려던 손을 애써 대본 쪽으로 돌린 서준이 가볍게 기대가 담긴 한숨을 내쉬고는 팔랑팔랑 대본을 넘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 * *

과연 어떤 이벤트일지 서준이 기대하는 사이, [새싹부터]는 긴장감이 돌았다.

모두 힘을 모아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큰 문제는 생기지 않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더욱이 전 세계 팬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라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제가 다 긴장되네요;;;

-서준이는 아직 모르고 있겠죠?

=콬아 말로는 모르고 있답니다.

-작년 생일에는 시간 금방 갔었는데ㅋㅋ 시간 참 안가네요.

=그때는 서준이 작품들을 보면서 기다렸지만…… 오늘은……ㅎㅎㅎ

-기부 아직 열려 있나요?

=햇빛빛) 네! 열려 있습니다! 내일까지 열려 있을 예정입니다!

=햇빛빛) 금액은 상관없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금손 햇빛빛 님! 팬 뮤비 잘 봤어요! 매일 보고 있어요!

=햇빛빛) 감사합니다!>ㅁ

-내일 딱 포토북이 도착하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에요.

=22 저도 기대 중입니다!

[새싹부터]의 글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쉴 새 없이 생겨났다. 그만큼 조회수도 평소보다는 많지 않았다. 전부 읽기에는 게시글이 너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유난히 조회 수가 잘 나오는 게시글들이 있었다.

오늘 생일을 맞아 새로 생긴 게시판, [생일 이벤트 현장에서!]의 게시글들이었다.

[제목 : 지금 대기 중입니다!]

여기…… 너무 행복해요! 즐거워요!

(영화관 내부 사진)

흙흙 님도 직접 보고 (햇빛빛 님과 물뿌리개 님은 다른 영화관에 계신대요!) (햇빛빛 님 팬뮤비는 정말……! 1일 12413범하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진으로만 봤던 서준이 매니저님도 보고! (여기가 가장 서울에서 제일 영화관이라서 그런가 봐요!)

(굿즈 사진)

금손님들이 직접 만든 굿즈들도 나눠주셨는데…… 전 작은 과자들밖에 못 드렸습니다ㅠㅠ 맛있게 드세요ㅠㅠ

(샌드위치와 쿠키, 음료수 사진)

코코아엔터에서도 야식을 보냈습니다. 알레르기 있는 분들에게는 따로 준비해 주셨어요ㅠㅠ

음료수와 팝콘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먹을 정신은 없을 것 같네요ㅎㅎ

다 같이 새싹 응원봉 들고 12시가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혼자 왔지만, 옆에 앉은 분들이랑 친해져서 심심하지도 않아요!

+) 헉! 이분들 연극 436 직접 보셨대요! 생생한 리뷰 듣고 올게요!

-재미있겠어요ㅠㅠ 저도 가고 싶었는데…… 내일 출근이라서ㅠㅠㅠ

=22 현생이 덕질을 방해하네요ㅠ

=333 전 공부ㅠㅠ 고3이라는 게 너무 슬퍼요ㅠㅠ

-현장도 추첨이죠?

=네ㅠㅠ각 지역마다 영화관을 빌리기는 했는데 그래도 부족하다더라고요ㅠ

-전 집에서 봐야겠네요ㅠㅠ

=집에서 본 인증샷을 카페에 남기면 나중에 영상 제작할 때 들어갈 수도 있대요!

=영상에서나마 참여해 보겠습니다!

=222 저도요!

* * *

<23:55:12>

송유정과 임예나는 들뜬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현재 시각이 떠 있었는데 점점 올라가는 시간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저 너무 긴장돼요.”

“저도요.”

오늘 처음 만났지만 같은 새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해진 옆자리 분의 말에 송유정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12시가 되길 3분을 남겨두고 [오버 더 레인보우]와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이 잔잔히 흘러나오던 스피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새싹 여러분. 흙흙입니다.”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일등공신, 흙흙이었다.

“이제 서준이의 생일도 몇 분 안 남았네요. 모두 재미있고 즐겁게 생일 이벤트를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떠나시면 됩니다. 너무 오래 보시다가 쓰러지시면 서준이가 슬퍼할 테니까요. 서준이 생일인 만큼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죠.”

송유정과 임예나는 물론, 다른 새싹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즐겁고 행복하자고 하는 생일 이벤트인데 억지로 견디다가 쓰러지면 큰일이었다.

“기사도 나겠지.”

“서준이 생일에 그런 기사는 좀…….”

송유정과 임예나가 속닥거렸다.

“떠나실 때는 앞에서 자리 말씀해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그리고 미리 알려드렸다시피 너튜브 라이브 촬영 중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힘찬 대답이 들려오자 흙흙이 밝게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스크린에 숫자 10이 나타났다.

눈을 반짝이며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새싹들을 바라보고 있던 안다호가 휴대폰을 꺼내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너튜브 링크) 여기 들어가 봐.

>서준 : 네!

<늦게까지 보지는 말고.

>서준 : 알았어요ㅎㅎ

“2!”

“1!”

팬들의 환호성과 함께 3월 10일이 되었다.

동시에 스크린에 [서준아! 생일 축하해!], [Happy birthday! JUN!]이라는 글자가 떴다.

그리고 지금 이 현장이 너튜브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새싹들도 크게 외쳤다.

“생일 축하해! 서준아!”

“앞으로도 작품 활동 많이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그렇게 잠깐의 메시지 타임이 지나고 스크린에서 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스크린 속, 분홍빛이 도는 통실통실한 두 뺨을 가진 아기가 카메라를 보며 꺄르르 웃었다.

크으으.

관객석 대부분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부부!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이었다.

* * *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0시.

새싹부터가 대관한 전 세계의 영화관에서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들의 모습이 너튜브 채널 [새싹부터]에서 라이브 중이었다.

“와…….”

안다호에게서 받은 링크를 클릭한 서준이 감탄을 흘렸다. 영화관에 가득한 팬들이 일제히 서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생생한 팬들의 목소리에 서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부부!

그 소리가 들렸을 땐 저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지만.

서준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영상 아래, 더보기란에 이번 생일이벤트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더보기]

<이번 이서준 배우의 생일 이벤트는 한국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

새싹부터에서 대관한 각 나라 영화관 목록 안내 : (링크)

각 영화관에서 상영될 작품 목록과 시간 : (링크)

각 영화관 빈자리 안내(노쇼 방지, 선착순) : (링크)

각국, 각 영화관 너튜브 라이브 시간 안내 : (링크)

기부 사이트 : (링크)

……

서준아! 생일 축하해!-새싹부터->

이번 생일 이벤트는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내내 진행될 예정으로, 전 세계, 각 지역의 영화관들을 한 군데씩 대관한 [새싹부터]는 [브라운블랙과 준의 48시간]을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서준의 작품을 상영하기로 했다.

물론, 24시간 안에 모두 상영하기에는 서준이 출연했던 작품 수가 많고 재생 시간도 길어, 영화관마다 상영하는 작품들을 다르게 했다.

[쉐도우맨 시리즈]와 [오버 더 레인보우], [생존자들]처럼 할리우드 영화들을 모아 놓은 영화관이 있었고, [내의원], [재수사(카메오 촬영분)], [봄이 돌아왔다]처럼 드라마를 모아 놓은 영화관도 있었다.

또 [내의원], [역], [MOEB-436]처럼 사극([MOEB-436]은 잠시 논란이 있긴 했다)을 모아놓은 영화관과 [악령], [이스케이프], [흘러가다]처럼 한국 영화들을 모아놓은 영화관. [어린이 연극 봄]과 [거울], [MOEB-436]과 서준이 출연했던 예능들을 모아놓은 영화관도 있었다.

작품의 상영에 관련한 모든 협상은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전담 2팀이 진행했다.

“전 세계 영화관에서…… 24시간 동안…….”

서준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속 상영은 간간이 시리즈물 영화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작품들로만 24시간을 채우는 것은 굉장히 신기하고 행복한 기분이었다.

서준은 멍한 얼굴로 너튜브 라이브를 바라보았다. 카메라가 관객석을 전체적으로 잡고 있는 터라 새싹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즐거워하는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문득, 걱정이 들었다.

<근데 다호 형.

<24시간 내내 보시면 힘들지 않을까요?

>안다호 : ㅋㅋㅋ아니야.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거든.

>안다호 : 그때 피곤한 사람들은 돌아가도 돼. 우리도 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고.

>안다호 : 빈자리가 생기면 (링크) 여기에서 안내하고 가까이 있는 팬분들이 선착순으로 오셔서 자리에 앉을 거야.

“그렇구나.”

그렇다면 다행이다.

걱정을 내려놓은 서준은 파인패드로 영화관 라이브를 켜놓고 휴대폰으로 [새싹부터]에 들어가 보았다.

내일, 아니, 오늘이 금요일 평일이라서 그런지, 영화관에 가지 못한 새싹들이 각자의 집에서 [48시간]을 보고 있는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있었다. 다들 영화관에 가지 못해서 슬퍼하면서도 서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도 가고 싶었다ㅠㅠ 서준아 생일 축하해!

-나는 왜 내일 회사에 가야 하는가ㅠㅠ 생일 축하해!!

-나도 스크린으로 아기 서준이 크게 보고 싶어ㅜㅜ 앞으로도 작품 활동 많이 해줘!

한국 [새싹부터]뿐만이 아니라 해외 [새싹부터]에도, SNS에도 각자 좋아하는 서준의 작품을 배경으로 찍은 많은 인증샷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아. 어쩌지……?”

너무 행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심장이 한시도 쉬지 않고 두근두근 뛰어 몸이 마치 북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심장 소리와 함께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행복과 기쁨이 너무 강렬하고 짜릿하고 셀레고 포근해서 찔끔 눈물까지 나올 것만 같았다.

마른세수를 하던 서준은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의 글을 올렸다.

잠시 후, 그 감사의 글을 본 새싹들의 눈물로 댓글창이 눈물바다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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