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71화
-근데 로봇 청소기랑 안드로이드는 생긴 것부터가 다르잖아.
-22 안드로이드나 로봇이랑 사랑에 빠지는 영화도 많고.
본격적으로 ‘감정을 가진 로봇’에 대해 토론하려는 시청자들을, 영화객이 말렸다.
“다들 진정하세요. 이런 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무섭다고 생각했어도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 수도 있고, 괜찮다고 생각했어도 막상 맞닥뜨리면 무서울 수도 있으니까요.”
-ㅇㅇ 그건 그럼.
-안드로이드 언제 나오려나. 빨리 나와서 내 설거지 대신 해줬으면.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불가능할 듯.
-나와도 비싸서 못 살 것 같아요.
“저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리뷰 이어가겠습니다. 방문이 열리고 아들이 M을 보고 놀랍니다. 그리고 일어난 일에는 저희도 놀라죠. 소리를 낼 수 없게 입을 막은 M이 그대로 침대까지 끌고 가 아들을 살해합니다.”
-안드로이드랑 인간(외계인이지만)의 차이가 보이더라. 그냥 가볍게 잡는데도 힘의 차이가 크게 나니까 반항을 못 해.
-22 갑자기 분위기 공포.
“우리는 여기서 M이 어딘가 고장이 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을 갖게 된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M에게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없습니다. 뒷장면에서 나오는 과학자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죠. 바로 로봇의 3원칙입니다.”
영화객이 모니터에 ‘로봇의 3원칙’을 띄웟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0번째 법칙으로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가 있는데 보통 알려진 것은 3원칙임.
시청자의 추가 설명에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로봇의 3원칙은 사람,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작가가 만든 것이라서 외계인들의 세계에서는 없을 수도 있지만, 로봇이 고도로 발달한 곳이니 더 발전된 원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렇겠지. 로봇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을 테니까.
-그럼 막 영화에 나오는 전투 기계들도 저런 원칙이 있나?
-그러면 전쟁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22 제작한 사람들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적으로 설정해서 죽일 수 있게 할 것 같음.
-꼭 그러다 에러가 나서 지들이 죽잖아.
-ㅋㅋㅋㅋ
영화객도 몇몇 생각나는 SF영화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SF 영화 클리셰긴 하죠. 여튼 M에게도 그런 원칙이 있을 텐데 M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을 살해합니다. 저는 아마도 감정이 생긴 대신 3원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 그런 듯.
-3원칙이 없고 감정이 있으니까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사람보다 더 무섭지. 힘 자체가 다르잖아.
“연극에서 아들이 죽는 장면은 보통의 영상보다 짧게 나옵니다. 반항하는 장면도 짧죠. 영상도 연극과 비슷하지만, 아들이 반항하는 장면이 조금 더 길게 나옵니다. 아무래도 연극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연기하는 만큼 너무 처절하거나 실제 같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저도 연극 봤는데 더 길었으면 확실히 무서울 것 같긴 했어요.
-22 서준이 연기력이면 그럴 듯.
-33 한지호도 잘 받쳐주잖아.
-44 그런 연기력으로 바로 눈앞에서 죽는 장면을 오래 보여주면 너무 현실적이라서 찜찜할 듯.
“네. 관객들이 너무 몰입할 수도 있으니까 장면들에 강약 조절을 한 것 같습니다. 아들을 죽인 M은 과학자에게로 향합니다. M이 다시 ‘어머니’라고 부르고 어머니를 위해 남자를 버렸다고 말합니다. M의 말에 무언가를 직감한 과학자가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미쳐 버리죠.”
-워…….
-아들 대신 만든 안드로이드가 아들을 죽였네.
-감정이입 안 되면, 조금 다르지만 음식으로 대입해 보면 됨>>>아들 위해 만든 음식이 아들을 죽였네.
-워……;;;;
영화객과 시청자들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이렇게 보니 확 와닿네요. 부모님은 얼마나 슬플지…… 참…….”
-이렇게 보니 과학자랑 아들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닌 것 같음.
-22 그냥 로봇 청소기라고 생각하니…… 그거 몇 개 사서 실험한다고 해도 나쁜 건 아니잖아.
-33 과학자랑 아들도 뭐, 이런 일이 생겨야 할 정도로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가 나쁘다기보다는 M이 감정을 가지면서 시작돼 버린 거지.
“미쳐 버린 과학자는 M의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려고 합니다. M이 그걸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M과 본체 사이에서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마음대로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하던 M의 모습을 떠올리면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죠.”
-음악이 긴장감 흘러서 좋았어요.
-M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음악이랑 뒤에 모니터가 보이니까 되게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더라.
-멍하니 바라보는 표정도 왠지 슬펐음. 진짜 소중한 거 빼앗기는 것 같고ㅠ
-유진아ㅠㅠㅠ
-이렇게 또 M에게 마음을 줌ㅋㅋㅋ
“그리고 경고음이 들리면서 붉은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하죠. 치열한 싸움 끝에, 승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주선은 운전 장치가 삭제되고 M은 기억을 잃었죠. 바로 눈앞에 있는 과학자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여기서 또 불쾌한 골짜기!
-인간적인 모습과 로봇 같은 모습이 차이가 많이 나서 신기함.
“여기서 M이 추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옵니다. 단정하고 하얀 가운을 입고 아들 유진을, M을 말하는 거겠죠, 유진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으로요.”
-유진아ㅠㅠㅠ
-그래도 난 유진이 편이다!
-로봇 청소기보다는 강아지인 듯.
-22 이야기만 보면 유기견이잖아ㅠㅠ
-아들 대신 데려와. 아들 오니 버려져. 딱 유기견이네ㅠㅠ
로봇 청소기와 반려견.
영화객이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드네요. SF영화 속에서 감정을 가진 로봇이 나오면 항상 논쟁이 되는 부분이죠. 감정이 있고 자아가 있는 로봇은 생명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아마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나오고 감정이 있는 로봇이 나타난 미래에도 계속될 논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극 너무 심오하다;;;
-리뷰도 심오해;;;
-난 그냥 재미있게 봤는데;;;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게 직업이니까요. 그냥 편하고 재미있게만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리뷰 이어가 보죠. M은 고장이 난 듯 같은 대사를 되풀이합니다. 그러다가 단어밖에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죠.”
-??? : 어머니…….
-유진ㅠㅠㅠ
“경고음이 울립니다. 붉은빛이 점멸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빠른 음악에 맞춰 제 심장이 따라 뛰었습니다! 다른 관객분들도 그랬을 겁니다!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었죠!”
바로 몇 시간 전을 떠올리며 흥분하는 영화객에 시청자들도 따라 날뛰었다.
-으아아아. 나도 보고 싶다!
-스피커 빵빵하게 켜놓고 보고 싶어!!
-부럽다! 영화개액!!
“그리고 콰앙!”
영화객이 순간 조용해졌다.
“우주선이 폭발합니다. 전 여기에서 연극이 끝난 줄 알았어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나 하고 시계 확인할 뻔했습니다.”
-우린 영상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반쯤 왔구나 했는데.
-영상의 좋은 점ㅋㅋㅋ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음.
-22 뭔가 더 몰입되고.
“그때, 노란 조명이 켜졌습니다. 파란색 조명과 붉은색 조명도 켜졌죠. 바로 관객석에!”
-……영상은 그런 거 없음.
“네. 영상은 그저 새까맣기만 했죠. 하지만 연극은 관객석까지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색색의 조명이 빠르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죠. 무대에서 관객석까지 느껴지는 현장감이었습니다!”
영화객이 눈을 반짝였다. 채팅창은 부러움의 댓글들로 가득 찼다.
-발전해라. 과학! 일해라. 이과!
-부럽다ㅠㅠ
“그리고 음악이 들려옵니다. 이쪽도 어지러운 소리였죠. 아마 우주선이 추락하는 상황일 겁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조명에 시끄러운 음악까지 더해지니까, 의자만 흔들렸다면 극장 전체가 우주선처럼 추락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극장에서 4D를.
-재미있었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짧은 시간 동안 2부를 준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경도 그렇고 이서준 배우도 그렇고요.”
-그렇겠네. 지금밖에 시간이 없을 듯.
-이래서 관객석까지 조명이 비춘 거구나.
“네. 무대에만 빛을 비췄다면, 몇몇 관객들이 계단 통로를 지나 관객석 맨 끝으로 이동하는 이서준 배우를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서준인 다 계획이 있구나.
-22 연극 볼 때는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음ㅋㅋ
-연극 보셨구나ㅠㅠ
“다시 한번 콰앙, 굉음이 들립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리죠. 여기서 들으셨을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작은 물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물속에 떨어진 듯한 소리죠. 그리고 다시 극장이 조용해집니다. 이번엔 진짜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주막이 나올 줄이야……!”
다시 생각해도 황당했다. 그런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영화객의 표정에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갑분 조선시대ㅋㅋ
-보부상 보고 깜짝 놀람ㅋㅋ 편집 잘못한 줄ㅋㅋ
-난 알 수 없는 알고리즘 때문에 다른 영상으로 넘어간 줄 알았음.
-222 SF 연극에서 보부상이라니…… 그것참,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다 했는데ㅋㅋ 제목이 그대로야ㅋㅋㅋ
영화객이 입을 열었다.
“이 부분은 연극과 영상에서 처음 나타나는 장면이 다릅니다.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는 영상에서는 숲, 보부상, 주막으로 화면이 이어져서 보부상이 가장 먼저 나오죠. 하지만 연극은 무대가 고정된 상태라 배경의 주막이 먼저 보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근데 주막이든 보부상이든 놀라는 건 똑같음ㅋㅋㅋ
“네. 그건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고민했죠. 조금 전까지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이었는데 이젠 컴퓨터는커녕 전기도 없는 조선시대라고? 하고 말이죠. 그래도 나오는 배우분들의 연기가 정말 좋아서 금세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 전부 고등학생일 텐데, 연기력 장난 아님.
-22 주모로 나온 박연지는 옛날에 사극에 나온 적 있더라. 주모 딸 역으로 짧게.
-대를 이은 주모네!
-2대째 맛집 주막!
-근데 호환 때문에 망함ㅠㅠ
“2부부터는 분위기가 가벼워집니다. 전통 악기를 쓴 배경음악 덕분에 꼭 옛날이야기를 보는 것 같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보부상들이 주막에 도착합니다. 주모가 뒷산에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하죠. 그 때문에 두 보부상은 주막에서 자고 가기로 합니다.”
-근데 그냥 갔으면 살았으려나?
-그러게. 그러면 주모만 죽었을 듯.
-아니면 뒤따라갔을 수도?
“방으로 들어간 두 보부상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앞서 한 보부상이 말합니다. 앞바다에 용왕님이 나왔다고. 물보라가 일고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렸다고 말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앞에 들렸던 물소리와 함께 우주선이 바다에 추락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디테일) 장산이 부산에 있음.
-부산 앞바다!
-부산 엄마다!
“아…….”
-아…….
-어…….
채팅창이 숙연해졌다. 영화객도 입을 열지 못했다.
-……ㅈㅅ
-삐이이.(옐로우카드) 키보드 압수 5분.
-ㅋㅋㅋㅋ
시청자들과 영화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아마도 이곳의 배경은 부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연극을 볼 때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지만 말이죠. 그리고 보부상 하나가 방 밖으로 나갑니다. 상을 들고 있어서 문을 열지 못하는 주모의 부름에 방에 있던 보부상이 문을 열어줍니다. 그냥 지나가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뭔가 다 스치듯 지나가는데 떡밥이었음.
-22 대사도, 행동도.
-근데 그게 클라이맥스로 단번에 해결됨.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보부상이 막걸리를 마십니다.”
-나온다……!
-드디어! 드디어!!
“보부상이 말합니다. ‘아니! 그놈의 호랑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나와!’ 하고 관객석을 가리킵니다. 관객석을 비추던 조명처럼 이번에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들이죠. 요기서 나오고!라고 말하니 관객석 통로에 조명이 비칩니다.”
-그건 영상도 똑같이 나옴.
-영상은 관객석 비어 있어서 좀 아쉽긴 한데 연출이랑 편집이 좋아서 괜찮음.
-22 유명 감독이 세 명이나 붙어서.
“번쩍번쩍. 통로마다 조명이 들어올 때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이런 연출이면 관객석에서 등장하는 게 아닌가 싶던 생각이 들던 찰나!”
-등장!
-오오오!
영화객이 그때를 떠올리듯 눈을 반짝였다.
“보부상이 마지막으로 중앙 통로를 가리킵니다. 제가 앉아 있던 바로 옆 계단의 위쪽이었죠. 저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멈추고 말았죠. 생각해 보면 숨도 안 쉬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제가 숨을 안 쉬고 있다는 걸.”
-영상으로만 봤던 나도 그런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진짜 부럽다ㅠㅠ
-게다가 영화객 님은 자리도 좋아.
기억을 떠올리는 영화객은 채팅창도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두 번이나 봤던 영상보다는 연극을 떠올리고 있었다.
“새하얀 그 존재가 걸어 내려왔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평범한 사람의 걸음은 아니었고 고장 난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걸음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두루마기가 흔들렸습니다. 두둥하고 북소리가 울리면서 동시에 심장이 뛰었어요.”
연극을 보지 못했던 시청자들도 영화객의 설명과 함께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떠올렸다.
직접 본 영화객보다야 덜 하긴 했지만 기묘한 분위기의 ‘그것’은 영상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검은 머리칼이 새하얗게 변했고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으니까요. 아니, 우주선 추락 전 망가진 분위기가 조금 닮긴 했습니다. 정체에 확신이 생긴 건 새하얀 두루마기 안에 입은 검은색 정장과 구두 때문이었죠. M. 추락한 우주선에서 살아남은 안드로이드였습니다.”
-눈 색도 변하고 머리카락 색도 변함.
-그리고 표정도 없어졌음.
-분위기가 묘하더라. 불쾌한 골짜기.
“네. 맞습니다. M의 얼굴은 생기도 없고 감정도 하나 없어서 왜 아들이 ‘깡통’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더군요. 뭐랄까, 자유자재로 감정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인형 같았습니다.”
-22 진심 연기 천재.
“관객석의 분위기가 모두 M에게 쏠렸습니다. 진짜 배경음 빼고 다른 소리는 하나도 안 났어요. 그래서 M의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죠.”
-나도 3회차 봤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 1도 안 남. 그냥 다 넋 놓고 봄.
-12회차입니당. 그냥 배경1이 된 것처럼 관객은 하나도 신경 안 쓰더라고요.
-9회차. 소름 엄청 돋았음.
“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무대 쪽으로 내려가던 M이 입을 엽니다. ‘크르크극스.’ 이 단어만 말이죠. 마치 짐승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를 못 한다고 짐승 소리일 리는 없겠죠. 연극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주파수가 맞지 않아 이해하지 못했던 과학자의 말을 떠올려봅시다.”
-오. M이 말한 것도 외계어라고?
-그런 듯. 발음이 비슷하지 않나?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영화객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추락하기 전, 망가진 안드로이드가 유일하게 읊조리던 단어가 있잖아요.”
-……헐?! 그러네?
-잘 들어보면 M이 내뱉는 소리는 다 똑같음. 단어 하나밖에 없음.
“어머니.”
영화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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