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65화
[이서준 배우 보신 분?]
시청자들이 눈을 끔벅거렸다.
-……?? 이게 왜 나와??
-그러게. 이서준은 나왔잖아?
-뭐가 또 나오는 거야????
-2부는 완전 폭풍이네;;;;
화면이 다시 밝아지고,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근데 편집하기는 쉽지 않나?”
“그러게. 소영이가 전화하는 부분만 잘라내면 되잖아.”
“그럼 그럼. 거기만 잘라내면 깔-끔하게 편집되지. 서준아. 촬영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
하하하 웃는 사람들의 반응에 이서준이 눈을 깜빡이다가 친구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이서준의 친구들도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볼을 긁적이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저 조금 전에 촬영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하하하……응?”
서준의 말에 화면 속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떴다.
서준이 이내 어깨를 으쓱하더니 하늘색 고글을 썼다. 그러고는 주위를 살폈다.
-……어라?
-……저거……!
어디서 본 모습이다, 라는 생각이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스치려던 찰나.
무릎을 굽히고 반동을 준 서준이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몸을 뒤로 넘겼다.
짠! 하고, 착지 포즈까지 취한 서준의 모습에 다들 턱이 떨어질 듯 입을 크게 벌리고 말았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가 천천히 서준의 위아래를 훑었다.
새하얀 스키복.
하늘색 고글.
그리고 백덤블링(백핸드 스프링)까지.
불과 몇 분 전에 저 모습을 보았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최소영팀을 1등으로 만든 수수께끼의,
“……새내기!!”
화면 속 연예인들처럼 황도윤과 연기과 학생들이 동시에 외쳤다.
-세상에……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새내기=이서준이었다고??
-근데 서준이가 왜 여기 있어?
“그게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소영이 누나랑 정훈이 형이 와서 촬영 같이하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바벨탑 홍보라서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면 안 되지!”
서준이 하하 웃었다.
“누나랑 형이 엄청 부탁해서 얼굴이랑 이름 안 밝히면 하겠다고 했거든요.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는데 누나랑 형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서준의 설명과 함께, 화면이 앞으로 되돌아갔다.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하는 새내기와 함께 고글을 쓰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다시 비쳤다.
-그냥…… 얼굴 밝히기 싫은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촬영 날도 어떻게 오늘이고, 촬영 장소도 어떻게 이 스키장이고ㅋㅋ 조건도 어떻게 새내기, 남학생이냐ㅋㅋㅋ
=제작진 신내림 받음??
=진짜ㅋㅋㅋ 그런 듯ㅋㅋ
“그다음은 아시는 대로 퀴즈 촬영하고…….”
[양궁]이라는 제시어가 나올 때, 익숙한 듯 자세를 취하는 새내기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비쳤다.
이해 못 한 시청자들을 위해 [워킹맨!] 제작진이 스키복을 입은 새내기와 [이스케이프]의 ‘고주원’의 사진을 나란히 화면에 보여주고 있었다.
[본업 배우(이서준)/ 부업 양궁선수(고주원/이스케이프)]라는 자막에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나라도 웃는다ㅋㅋㅋ
-양궁 선수는 맞네ㅋㅋ 고주원이잖앜ㅋㅋ
=여기서 고주원이ㅋㅋ 양궁잌ㅋㅋ
=진짜 제작진 신내림 받은 거 아니냐고ㅋㅋ
-아니. 자료화면 뭔데ㅋㅋㅋ
=본업ㅋㅋ부업ㅋㅋ
뒤를 이어 백덤블링을 하는 새내기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본업 배우(이서준)/ 부업 지구 침략자(진 나트라/쉐도우맨)]이라는 자막과 함께 진 나트라의 액션 장면 중 하나가 자료화면으로 나왔다.
-ㅋㅋㅋ부업ㅋㅋㅋ 지구 침략자ㅋㅋ
=ㅋㅋ나 배 아파ㅋㅋ
=ㅅㅂ눈물 나옴ㅋㅋㅋ
-근데 진지하게 침략이 아니라 파괴 아니야?
=ㅋㅋ지구 파괴범ㅋㅋ
-뭔데 이거ㅋㅋ이서준을 이렇게 써먹냐ㅋㅋ
=상상도 못 한 자료화면ㅋㅋ
-ㅋㅋ액션 배우면서 배웠나 보네ㅋㅋ
“상품권 받고…….”
서준이 주머니에서 새하얀 봉투를 꺼내 보이자, 뒤를 이어 상품권을 받고 신나게 친구들에게로 향하는 새내기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상품권 받고 기뻐해ㅋㅋㅋ
=서준이 버는 거에 비해 작을 거 같은데ㅎㅎ 귀여워ㅎㅎ
-근데 진짜 계속 있었구나.
=ㅋㅋ또 못 알아봤어ㅋㅋㅠㅠ
-어쩐지 일반인 많이 찍는다고 생각했다.
=난 1도 몰랐음.
=나도.
“저쪽에서 조금 구경하다가 가려고 했는데 소영이 누나가 저한테 전화를 건다고 하지 뭐예요. 엄청 놀랐어요.”
서준의 말에 새로운 장면이 나타났다.
최소영의 말에 몸을 움찔하며 놀라는 새내기와 친구들이 보였다. 곧바로 몸을 돌려 조곤조곤 의논하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보이고 있었다.
-이거ㅋㅋ어떻게 찍었대ㅋㅋㅋ
=22 누가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너스 줘라ㅋㅋ
-찐으로 당황한 게 보여서 귀여워ㅋㅋ
-소리도 듣고 싶다.
=22 뭐라고 의논했을까.
-근데 진짜 말 안 했으면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던 듯.
=222 진짜 티도 안 내네.
=나 이서준 왜 출연하기로 했는지 앎.
=헐…… 뭔데?
=왜 출연한 거야???
=아니, 이야기 꺼내놓고 어디 간 거임?!!?
“하하. 그래도 그냥 등장하기는 아쉬워서 친구들이랑 조금 연출도 넣어봤는데…… 어떠셨어요?”
“진 나트라 OST는 진짜 깜짝 놀랐어. 너무 잘 어울리더라.”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더라고요. 촬영 끝나면 쉐도우맨 정주행해야겠어요.”
-헐. 그거 제작진 연출 아니었음?
=ㄴㄴ 아닌 듯.
-진 나트라 OST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강렬한 감동으로 기절)
=222 내 심장이 먼저 반응함.(심장이 너무 뛰어 기절)
=나도 정주행하러 가야지.
-난 오버 더 레인보우도 좋은데……
감탄하던 연예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서준이가 고글 벗을 때는 후광도 보이지 않았어?”
“맞아요. 얼마나 놀랐는지 서준이 뒤에서 빛이……! 스타 아우라라는 게 눈에 보일 줄은 몰랐어요. 역시 슈퍼스타!”
-헐. 그것도 제작진 편집 아니었어?
-그 후광이 내 착각이라고?!!?
-안 보이던 후광이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서준이 실제 인물일 수가 있지??
-이번 편 다시 보기로 또 봐야겠다.
=222 확인해 봐야 할 듯.
=333 아니면 안과 가야지ㅠ
“아, 그건 친구들이 해준 거예요.”
서준의 말에 친구들이 웃으며 동시에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서준이 걸어가 그 앞에 서자 아까처럼 후광이 보였다.
“짠!”
잠시 멍하니 있던 시청자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안과 안 가도 되겠네ㅋㅋ
-너희 이렇게 노는구나ㅋㅋ
=22 서준이랑 애들이랑 어떻게 노는지 알 것 같아ㅋㅋ
=33 되게 재미있게 노네ㅋㅋㅋ
-다들 배우라서 다를 줄 알았는데ㅋㅋ
=그냥 스키장 놀러 가는 학생1이었어ㅋㅋㅋ
후광에 대해 설명까지 끝나고 다시 [워킹맨!]이 진행되었다.
“그럼 마지막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워킹맨!] 멤버들과 [바벨탑] 게스트들, 서준 일행이 스키장 내 강당으로 이동했다.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서준과 친구들도 스키복을 갈아입고 스키 장비와 보드를 반납했다.
-그래서 저기가 어디라고?
-서준이 스키복 따로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님? 내가…….
=……님??ㅇㅁㅇ??
=전시하고 싶다고. 전시. 사진 찍고 싶지 않음?
=……ㅍ_ㅍ(의심의 눈초리)
-반납하는 사람이 이서준이라서 직원분 화들짝 놀람ㅋㅋ
=나도 저기서 알바하는데……왜 내가 쉬는 날……!
-서준이 스키 타는 거 보고 싶다!
=근데 저건 스노보드인 듯.
=서준이 스노보드 타는 거 보고 싶다!
=ㅋㅋㅋㅋ
-콬아 올려줘! 콬아 올려줘! 콬아 올려줘! 콬아 올려줘!
=무섭;;;
강당에서는 팀전, 개인전 점수를 모아 꼴찌를 선정하고 벌칙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물 폭탄 아래에 의자가 2개 놓여 있었다.
“근데 보너스 게임은 어떻게 해?”
“제일 처음 받은 건 권강민 배우잖아요.”
“근데 이쪽은 본인이 등장했잖아.”
박영진의 말에, 물폭탄 버튼을 누르게 된 서준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본인 등장이 제일 점수가 높아야지.
=22 전화보다 대단하잖아ㅋㅋ
=33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ㅋㅋ어떻게 여기서 딱 만나냐ㅋㅋ
-평상복 서준이……!
=어디 거지?
=벌써 분석 글 올라왔어;;;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최소영과 권강민이 보너스 게임 공동 1등이 되었다.
점수가 계산되고 꼴찌 2명이 가려졌다. 워킹맨 멤버 2명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얘네 예전에 서준이 나왔을 때도 벌칙 받지 않았어?”
“그러네요? 역 찍을 때, 잠시 나왔던 편도 형들이었잖아요.”
박영진과 정훈의 말에 두 벌칙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서준이랑 안 맞나 봐.”
“그렇다고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두 벌칙자가 벌칙이냐, 시청률이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다른 멤버들의 성화에 ‘그, 그래. 시청률이 중요하지! 언제든 나와! 서준아!’ 하고 시청률을 고르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쁘게 받아. 서준이한테 벌칙 받는 건 전 세계에서 너희가 최초일걸.”
“……하나도 안 기쁜데?”
“서준아! 눌러!”
“내 말 좀 들어라!”
벌칙을 피한 출연자들이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구경하고 있던 서준의 친구들도 웃으며 짝짝 박수를 쳤다.
“그럼 누를게요. 형들.”
“서준이가 형이라고 불렀어……!”
서준이 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감격하는 워킹맨 두 멤버에게 촤아악! 물이 쏟아졌다.
으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화면이 어두워졌다.
[특별 출연해 주신 이서준 배우에게 감사드립니다.]
자막이 떴다.
이제 다음 주 예고편이 나올 차례였다.
황도윤과 연기과 학생들이 축 늘어졌다. 너무 웃었던 모양인지 온몸에 힘이 빠지고 배가 당겼다.
“으하하하. 재미있었다.”
“그러게. 오늘 레전드였던 듯.”
“근데 너무 웃겨서 바벨탑도 까먹어버렸어요.”
“아. 그게 있었지?”
다음 주 예고편에는 관심이 없어 말을 꺼내려던 찰나, 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의아한 얼굴로 TV를 보았다.
“수고하셨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서준이도 잘 가! 친구들도!”
“연극 너튜브에 올라오면 바로 볼게!”
촬영이 끝나고 서준과 친구들이 인사를 하고 커다란 차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비쳤다. 워킹맨 멤버들도 제작진과 이야기를 하고 [바벨탑] 배우들도 하나둘 짐을 챙겨 돌아가려던 때였다.
하나둘 정리되는 카메라 중 아직 살아있는 카메라 화면으로 권강민 배우가 다른 배우에게 말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서준 배우가 우리 드라마에 출연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요. 홍보는 확실하게 될 텐데…….”
“안 되겠지?”
“안 될걸요. 적당한 배역도 없고…….”
평소라면 편집되었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듯한 대화였다.
-이게 왜 나와?
=……설마?
화면이 다시 새까맣게 변했다.
새하얀 글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화면이 천천히 밝아지고, 사진 하나 나타났다.
서준이었다.
연습실인 듯한 곳에서 대본을 들고 웃고 있는 서준의 사진이었다.
[바벨탑]이라고 적힌 대본에 적힌 제목이 눈에 띄었다.
-……헐.
-대본 제목!!
두둥!
하는 효과음과 함께 자막이 떴다.
[이서준, 바벨탑 카메오 출연!]
!!
연기과 학생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차유나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드라마 홍보 진짜 제대로 하네.”
방송 내내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의 홍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