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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62화 (46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62화

황도윤은 그것 외에도 1교시의 위험성(자신의 성실함을 믿지 마세요.)과 수업과 수업 사이의 긴 공강(도서관에서 공부? 안 합니다.), 하루에 몰린 시험 3개의 어려움(고등학생 때와는 다릅니다.) 등에 대해 설명했다.

“수강신청은 선착순이니까 플랜 B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필같이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이면 교수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세요.”

거기에 항상 ‘제 경험담입니다.’ 하고 붙으니, 어느새 조금 멀게만 느껴지던 3학년 선배님이 친근해 보였다.

풀어진 분위기에 신입생들이 하하하 웃었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황도윤이 설명을 계속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항상 예외라는 게 있죠.”

어쩐지 황도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다고 서준은 생각했다.

“이번에 설명할 내용은 수업 대체 방법입니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배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좋은 방법이죠. 1학기 내에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어서 만약 중간, 기말 성적이 안 좋다 싶으면 이 방법으로 해당 강의의 성적을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새내기들의 눈을 번쩍였다.

서준도 흥미로운 얼굴로 황도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배우는 작품과 연기로 말하는 법이라고 하죠? 연기과인 만큼 저희 강의 학점과 교양 수업 학점을 작품 활동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모두 가능합니다.”

“다른 조건은 없나요?”

“출연만 하면 됩니까?”

듣기만 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질문이 쏟아졌다. 그 적극성에 황도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다른 조건도 있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는 안 됩니다. 캐릭터가 비중 있는 역이어야 하고, 점수는 작품 속 연기를 교수님이 보신 후 판단을 하실 겁니다. 쉽게 말하자면 작품으로 시험을 대신 치는 거죠.”

“엑스트라는 왜 안 돼요? 엑스트라도 엄청 중요한데요.”

신입생 중 누군가 물었다.

그 물음에 서준과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엑스트라는 중요하다.

배경이 되어줄 엑스트라가 작품에서 빠지면 허전해 보일 테니까.

‘근데 이건 강의 대체니까 좀 더 자세히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수학 시험을 볼 때, 3+2 같은 한 자리 숫자의 더하기나 빼기 정도로 변별력을 가질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무척이나 당연한 이야기를 묻는 신입생을 보며 의아해하는 서준과 아이들과는 달리, 이미 작년에 똑같은 질문을 들었던 황도윤과 학생회는 그저 웃기만 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건지, 그냥 말꼬리를 잡고 싶은 건지.’

작년에도, 자신이 입학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 황도윤은 당시의 과대처럼 대답했다.

“아, 잘못 말했네요.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몇몇 신입생들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엑스트라도 된다면 아무 작품에나 들어가서 수업을 대체할 생각이었다. 힘겹게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배역들과 달리, 엑스트라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남아도니까 말이다.

황도윤이 말을 이었다.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하게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누구나 신스틸러라고 생각할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면 엑스트라도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잠시 시간을 끈 황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쉐도우맨1의 윌리엄처럼요.”

황도윤의 말에 신입생들이 들썩였다.

연기를 하면서 엑스트라로 출연해 울음 챌린지를 만들 정도로 화제가 되고 그 연기로 시리즈 물의 배역까지 차지했던, 쉐도우맨1의 윌리엄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엄청 어려운데?”

“그냥 주조연 맡는 게 났겠네.”

확 올라간 난이도에 신입생들은 일찌감치 생각을 바꾸었다.

매년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신입생들의 모습에 황도윤이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물론 출석과 시험을 대체하는 만큼 평가 기준도 올라갑니다. 보통 A를 받을 연기라고 해도 A-나 B+정도로 낮아지죠.”

그건 그냥 학교에 열심히 오라는 소리 같은데요? 라고 말하는 듯한 신입생들의 표정에 황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이걸로 A 이상을 받은 역사가 없거든요.”

‘뭐, 이번에 나올지도 모르겠네.’

황도윤은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서준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 * *

연기과 OT는 계속되었다.

황도윤은 졸업 자격에 관해 설명하고 사물함이나 과방 같은 학교 내 시설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동아리도 재미있는 곳이 많으니까 가입해 보세요. 타과 학생들하고 만날 수도 있거든요. 동아리가 부담되면 프로젝트팀도 있습니다. 프로젝트팀은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만들거나 영상 공모전을 위해 잠깐 만들어졌다가 없어져서 간단하지만, 학교에서 지원금도 나오는 만큼 강제력도 제법 있어서 중간에 없어지는 일은 드물거든요.”

황도윤이 프로젝트팀이 만든 영상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몇몇 영화들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말에 서준은 물론이고 신입생들도 눈을 빛냈다.

황도윤의 설명은 학교 근처의 맛집들까지 이야기한 후에야 끝이 났다.

“그럼 설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황도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짝짝짝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진짜 아는 건 다 가르쳐 주신 것 같지?”

“그러게.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양주희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이야기들을 잔뜩 들은 것 같았다.

‘특히 프로젝트팀.’

역시라면 역시랄까.

작품 제작에 흥미가 생긴 서준은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 이후로 새내기들의 자기소개와 교수 소개가 이어졌다. 동기끼리 바나나톡 단체방을 만들고 연기과 단톡방에 초대도 받았다.

“……와. 이서준이다…….”

신입생들, 재학생들 할 것 없이 서준이 참여한 단톡방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이, 황도윤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연기과 공지는 단톡방에 올릴 예정이니까 꼭 확인해 주세요.”

“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끝낸 황도윤이 말을 이었다.

“그럼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꼭 참석 안 하셔도 되니까 편하게 생각하세요.”

새내기들은 선배들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뒤풀이 장소는 고깃집이었는데 먼저 다른 선배들이 도착해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황도윤이 입을 열었다.

“그럼 4명씩 나눠 앉을게요. 나중에 돌아가면서 자리를 바꿀 테니까 지금 같이 앉은 사람들끼리 이야기 나눠보세요.”

황도윤의 말에 하나둘 자리에 앉아 어색하게나마 입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은 김주경, 강재한, 박시영과 함께 앉게 되었다.

“근데 선배님들은 별로 안 계시네.”

“그러게. 서준이가 있어서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박시영과 강재한의 의문을 들었는지, 이리저리 음료수와 술을 가져다주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오고 싶은 사람들이 전부 오면 너무 숫자가 많아서 우리끼리 제비뽑기를 했어요. 나중에 개강하면 이리저리 밥 사준다고 올지도 몰라요.”

“그렇군요. 말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

“……그럼 그럴까? 난 3학년 차유나야.”

차유나가 서준이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살펴보니 다른 선배들도 테이블마다 자리를 잡은 듯했다. 과대 황도윤은 가장 바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제비뽑기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님?”

김주경이 차유나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야. 서준…….”

차유나가 호칭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부르세요.”

그 말에 차유나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다들 부러워하겠네. 다들 서준이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난리였거든. 다 같이 오기에는 장소도 작고. 신입생들을 위한 자리인데 선배들이 많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제비뽑기해서 인원을 정했어.”

“아니었으면 30명은 더 왔을걸!”

다른 테이블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신입생들도 자기라도 오고 싶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둘 입을 열자, 통째로 빌린 식당이 조금씩 시끄러워졌다.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고 서준과 친구들 앞에 음료수가 놓였다.

술을 건네주기엔 너무 순한 얼굴들이라 양심이 콕콕 찔려와 차유나는 소주와 맥주를 테이블 한쪽에 치워두었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말하고.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아는 거라면 대답해 줄게.”

“저 궁금한 거 있었는데……”

서준이 입을 열자, 근처 테이블까지 관심을 가진 듯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질문의 첫 주자가 배우 경력으로는 한참 위인 슈퍼스타인 줄은 몰랐던 차유나도 조금 긴장한 얼굴로 서준의 질문을 기다렸다.

“황도윤 선배님 말이에요.”

“응.”

“운이 안 좋으신 거예요?”

“응?”

서준의 말에 차유나가 고개를 모로 꼬았다.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부 경험담이라고 하시길래요.”

서준의 물음에 다른 신입생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 잠깐 검색만 해봐도 ‘대학 시간표, 이것만은 피해라!’라고 적혀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전부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얼마나 운이 안 좋으면…….’

좋은 사람인 것 같던데.

나중에 능력이 담긴 부적이라도 하나 쥐여줘야 할 것 같았다.

으하하하!

서준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돌아다니고 있던 과대 황도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동기에게서 이야기를 듣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차유나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입을 열었다.

“도윤 오빠가 바보라서 그래.”

“네?”

“그런 사람이 있잖아. 하지 말라는 거 꼭 해보는 사람.”

서준과 친구들이 눈을 깜빡이자, 차유나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도윤 오빠가 그런 스타일이야. 인터넷 글을 보고 해보고 싶었대. 그래서 1교시에도 넣고 제일 먼 강의실을 연속해서 넣고. 점심시간 없애고 시험도 하루에 최대한 많이 넣어보고.”

“공강도 한 5시간 넣어서 큰일이었지.”

“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어떻게 1교시랑 6교시에 넣을 생각을 하냐.”

다른 선배들도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게 도윤이 마당발의 원인일걸. 시간이 남아도는 바람에 동기며, 타과 학생이며 같이 놀 사람 찾는다고 엄청 돌아다녔으니까.”

……와.

신입생들이 황도윤을 바라보았다. 뭔가, 의젓하고 친절한 선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막 나가는 스타일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신입생들의 눈빛에 황도윤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도윤 오빠는 생각보다 운이 좋아. 그렇게 시간표가 개판이었는데도 성적은 잘 나왔거든.”

오오.

신입생들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지!”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 듯 황도윤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건 궁금한 거 없어?”

차유나의 말에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방식이며 과제나 시험, 좋은 강의에 대한 질문들에 차유나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자! 그럼 이제 자리를 바꿉시다!”

황도윤은 계획대로 일정 시간마다 테이블 구성을 바꾸었다.

“안녕하세요. 이서준입니다.”

자리를 옮긴 서준은 잔뜩 긴장해 굳어 있는 동기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멍하니 그 미소를 보고 있던 새내기들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앗! 만나서 반갑습니다!”

“동기가 되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나이가 다른 사람들도 있어 호칭을 정하는데 조금 헤매긴 했지만 다들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

“서준이한테 누나라는 말을 듣다니……!”

“이서준 배우를 서준이라고 부르게 되다니!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아하하하.

그 격한 반응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보는 선배들은 친절하고 가장 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슈퍼스타가 편하게 대하니,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진 고깃집이 이내 시끌벅적해졌다.

* * *

다음 날.

연극 [MOEB-436]의 14번째 공연을 끝내고 집에 온 서준은 황도윤의 조언대로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며 시간표를 짜고 있었다. 내일이 첫 수강신청날이라서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동기 단톡창에도 이 강의가 나을까, 저 강의가 나을까 메시지가 가득했다.

“좋아. 이렇게 할까!”

플랜B, C까지 세운 서준이 만족스럽게 시간표를 바라보았다. 1학기는 촬영이 잡힌 게 없으니 이대로 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바톡!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최소영이었다.

>최소영 : 서준아.

>최소영 : 너 카메오 출연 해보지 않을래?

<카메오요?

>최소영 : ㅇㅇ 아직 감독님한테는 말씀 안 드렸는데, 네가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잠시 고민하던 서준이 휴대폰을 두드렸다.

<대본 보고 결정해도 돼요?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건 어떤 작품인지였다.

>최소영 : 당연하지!

>최소영 : 우리 작가님 손이 빨라서 벌써 대본은 다 나왔어!

>최소영 : [바벨탑 대본.hwp]

>최소영 : 카메오 배역은 표시해 뒀으니까 살펴보고 가르쳐 줘!

<네!

<빨리 결정하고 알려줄게요! 누나!

>최소영 : 아니. 천천히 해도 돼ㅋㅋ

최소영의 메시지에 작게 웃은 서준은 연습실로 들어가, 프린트를 이용해 시놉시스와 대본을 뽑았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종이들을 잘 정리한 서준은 연습실 한쪽에 놓인 폭신한 의자에 앉아 천천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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