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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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물론이고 제작진과 연예인들까지 비명을 질렀다.
스타를 만나서 기뻐하는 환호성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비명이라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아무래도 서준과 촬영한 경험이 있고 지금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워킹맨 멤버들이었다.
“서준이…… 진짜 서준이야?”
“헐. 서준이가 여기서 왜 나와?”
“꿈인가? 나 언제 잠들었지?”
“서준이 뒤에서 후광이 보여……!”
정신을 차린 건지 그냥 막 내뱉는 건지 모르겠지만, 멈춰 있던 오디오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몰래카메라야? 어? 제작진이 또 우리 빼놓고 막, 서준이를 찾아라, 한 거야?”
“아니, 서준이가 게스트로 나오면 처음부터 나오는 게 시청률도 좋잖아? 왜 항상 이런 식이야?!”
서준하면 자연스럽게 예전에 촬영했던 술래잡기인지, 숨바꼭질인지. 여튼 시작부터 내내 함께 있었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서준을 찾지는 못했던 그 날이 떠올랐다.
박영진과 멤버들이 씩씩대며 피디와 작가, 제작진을 보는데,
“……아닌가 봐요. 영진이 형.”
“……그러게. 쟤네도 몰랐나 봐.”
절대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놀란 듯 격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 입은 쩌억 벌리고 있고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떨어뜨린 상태였다. 숨이나 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제작진이 저렇게 놀라는 거 처음 봐.”
하나둘 정신을 차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던 서준이 씨익 웃으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런 서준의 뒤에서 과하지 않게 인공 후광을 비춰주던 친구들도 조명을 껐다. 다들 놀란 사람들의 반응에 만족한 얼굴이었다.
특히 서준의 등장 곡으로 ‘진 나트라 OST’를 제안한 박시영이 뿌듯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서준이 꾸벅 인사를 하자 다시 한번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비명이 아니라, 스타를 맞이하는 커다란 환호성이었다.
“진짜 이서준이래!”
“내가 여기서 서준이를 보다니……!”
“CG가 아니었구나!”
들썩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최소영과 박영진이 얼른 서준을 촬영장 안으로 데리고 왔다. 그사이 카메라맨들이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 렌즈를 서준과 멤버들 쪽으로 돌렸다.
“……전 피디. 제대로 찍혔는지 모르겠다.”
카메라 감독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다들 너무 놀라는 바람에 서준의 모습이 제대로 찍혔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어쩌면 카메라가 크게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죠.”
피디가 안타까움이 절절 우러나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사이 작가들은 빠르게 회의에 들어갔다.
서준이 [바벨탑] 배우들과 [워킹맨!]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바벨탑]의 배우들이 조금 상기된 얼굴로 악수를 하였다.
“저 진짜 팬이에요. 진 나트라 피규어도 다 샀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서준이 환하게 미소를 짓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와…… 서준이 너 오늘따라 되게 반짝거리는 것 같다.”
최소영의 말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그 말대로 서준은 등장의 임팩트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선기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젠 좀 줄여도 되려나?’
밖으로 뿜뿜 하던 선기를 천천히 줄여나가며 서준이 대답했다.
“스키장이라서 그런가 봐요. 누나.”
“그러게. 눈에 빛이 반사돼서 그런가?”
최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둘이 진짜 친한가 봐.”
“그러게.”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배우의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했다.
‘이젠 헛소리하는 사람들도 없겠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서준과 친구들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근데 서준아. 여긴 어쩐 일이야?”
“쉬는 날이라서 친구들이랑 놀러 왔어요.”
서준이 웃으며 친구들 쪽을 가리켰다. 어느새 고글을 벗은 친구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역시 천생 배우들. 자기 PR이 완벽했다.
“오…… 오…… 과하악……!”
정훈이 익숙한 얼굴들에 감탄하며 말을 내뱉으려다가 자기 입을 막았다. 그 알 수 없는 반응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훈의 말을 알아들은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학.
아마도 과학자, 김주경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을까.
“정훈이 형, 저희 연극 보셨어요?”
다른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훈과 서준, 그리고 서준의 친구들을 번갈아 보았다. 정훈이 들뜬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봤지. 봤어. 거기 나오는 배우분들이잖아!”
그러고는 친구들을 한 번, 서준을 한 번 보고는 안타까운 듯 두 손으로 허공을 쥐어짜며 말했다.
“아…… 내가 연극을 엄청 재미있게 봐서 한 30분 동안 감상을 말해주고 싶은데…… 스포일러라서 말 못 하겠네! 근데 진짜 재미있었어.”
“아니…… 너…… 언제…… 연극…… 이 배신자!”
놀란 마음에 말도 제대로 뱉지 못한 1기 새싹 최소희가 3기 새싹 정훈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만, 정훈은 흐흐흐 웃기만 했다.
서준이 웃으며 친구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지금 공연 중인 연극 ‘MOEB-436’의 김주경, 강재한, 한지호 배우고 이쪽은 중학생 때 했던 연극 ‘거울’의 양주희, 전성민, 박시영 배우예요.”
“안녕하세요!”
[MOEB-436]은 못 봤지만 여기 연극 [거울]을 안 본 사람은 없었다. 다들 오오, 감탄하며 짝짝 박수를 쳤다. 여기저기서 황금세대라는 말이 튀어나와 서준과 친구들이 웃고 말았다.
“친구들이랑 놀러 왔구나!”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아, 근데 워킹맨 촬영해도 되는 거야?”
박영진의 물음에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벌써 촬영 다 끝내서 편집하기도 힘드실 테고…… 피디님. 여기 매니저 형 연락처요. 이쪽으로 연락 한번 해주시면 돼요. 이야기해 놨어요.”
“철저하네. 서준이.”
술술 진행되는 상황에 제작진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준에게서 연락처를 받아 들었다. 기뻐하는 제작진의 모습에 워킹맨 멤버들의 마음속에 장난기가 샘솟아 올랐다.
“근데 편집하기는 쉽지 않나?”
“그러게. 소영이가 전화하는 부분만 잘라내면 되잖아.”
“그럼 그럼. 거기만 잘라내면 깔-끔하게 편집되지. 서준아. 촬영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
농담이라는 걸 알기에 다들 웃으며 말했다.
제작진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빠르게 이서준의 매니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저쪽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인지 신호음이 1초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
하하하 웃는 사람들의 반응에 서준이 눈을 깜빡이다가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친구들도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볼을 긁적이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저 조금 전에 촬영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하하하…… 응?”
서준의 말에 촬영장이 천천히 조용해졌다.
전혀 기억이 없는 모양인지 연예인들과 제작진, 구경하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날아다녔다.
서준이 이내 어깨를 으쓱하더니 하늘색 고글을 썼다. 그러고는 주위를 살폈다.
“……어라?”
어디서 본 모습이다, 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치려던 찰나,
무릎을 굽히고 반동을 준 서준이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몸을 뒤로 넘겼다.
짠! 하고, 착지 포즈까지 취한 서준의 모습에 다들 턱이 떨어질 듯 입을 크게 벌리더니 그대로 멈춰 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서준의 등장으로 너무 놀라 보이지 않았던 서준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스키복.
하늘색 고글.
그리고 백덤블링(백핸드 스프링)까지.
화려한 퍼포먼스로 최소영팀을 1등으로 만든 수수께끼의,
“……새내기!!”
였다.
연예인, 제작진, 일반인 할 것 없이 동시에 터져 나온 우렁찬 반응에 서준과 친구들이 아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 *
“아니, 그럼 새내기가 서준이였고 서준이가 새내기였다는 거야?”
“도대체 언제부터 서준이가 촬영하고 있었던 거야?”
멤버들의 물음에 고글을 벗은 서준이 순순히 대답했다.
“그게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소영이 누나랑 정훈이 형이 와서 촬영 같이하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바벨탑 홍보라서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면 안 되지!’라는 추임새를 넣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서준은 강약을 조절하며 이야기했다.
“누나랑 형이 엄청 부탁해서 얼굴이랑 이름 안 밝히면 하겠다고 했거든요.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는데 누나랑 형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정훈아. 소영아. 잘했다!”
어쩐지 짝짝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 아니, 들리고 있었다.
칭찬이 가득 담긴 박수 소리에 정훈과 최소영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전부 그 어려운 조건을 내준 제작진 덕분이지. 어떻게 딱 서준이랑 어울리는 조건을 내줬는지!”
“촬영 허락해 주신 것도 제작진이구요.”
짝짝.
제작진에게로 공이 돌아갔다.
제작진으로서는 소 뒷걸음치다가 보석을 발견한 격이라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
이서준의 출연 이야기를 전하자마자, 진짜냐고 배터리가 순식간에 닳아버릴 정도로 연락해 오는 방송국의 모습도 제작진의 미소에 큰 비율을 차지했다.
“그다음은 아시는 대로 퀴즈 촬영하고 상품권 받고…….”
서준이 주머니에서 새하얀 봉투를 꺼내 보이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준이랑 촬영했다!”
아까 함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던 일반인 출연자 세 명이 손을 번쩍 들고 흰 봉투를 흔들자 서준과 다른 연예인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저쪽에서 조금 구경하다가 가려고 했는데 소영이 누나가 저한테 전화를 건다고 하지 뭐예요. 엄청 놀랐어요.”
“그래. 엄청 놀랐겠…… 그냥 가려고 했다고?!"”
서준의 말에 다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와…… 이거 삐끗했으면 서준이가 출연한 것도 평생 모를 뻔했잖아……?”
제작진이 심장께를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워킹맨 멤버들이 헹, 하고 웃었다.
“저번에 서준이가 촬영 왔을 때 우리도 그런 마음이었어!”
“서준이가 촬영 내내 같이 있었는데 우리만 못 봤습니다! 엉?! 우리만 못 봤어!”
“소영이가 은인인 줄 알아요!”
피디와 작가들이 진심으로 최소영에게 감사의 눈빛을 전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오늘 촬영이 바벨탑 홍보니까,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기로 했어요.”
하아.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그래도 그냥 등장하기는 아쉬워서 친구들이랑 조금 연출도 넣어봤는데…… 어떠셨어요?”
서준의 물음에 모두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진 나트라 OST는 진짜 깜짝 놀랐어. 너무 잘 어울리더라.”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더라고요. 촬영 끝나면 쉐도우맨 정주행해야겠어요.”
진 나트라의 OST를 들었을 때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던 배우가 벅찬 얼굴로 말하자, 서준과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이가 고글 벗을 때는 후광도 보이지 않았어?”
“맞아요. 얼마나 놀랐는지 서준이 뒤에서 빛이……! 스타 아우라라는 게 눈에 보일 줄은 몰랐어요. 역시 슈퍼스타!”
“아, 그건 친구들이 해준 거예요.”
서준의 말에 친구들이 웃으며 동시에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서준이 걸어가 그 앞에 서자 아까처럼 후광이 보였다.
“짠!”
얼빠진 표정으로 서준과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 * *
스키장에서의 촬영이 끝났다.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인사한 서준과 친구들은 스키복을 갈아입고 장비를 반납하고, [워킹맨!]과 함께 마지막 촬영 장소인 스키장 내의 강당으로 향했다.
[워킹맨!]이 같이 있어서 그런지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워킹맨!]이 마지막 촬영을 진행하는 사이 안다호가 도착했다.
안다호는 제작진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촬영이 끝난 서준과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 이제 이해가 가네.”
서준의 설명에 안다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안다호와 2팀 직원들도 피식 웃고 말았다.
편하게 앉아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준이 안다호에게 물었다.
“다호 형. 친구들이랑 저녁 먹고 가도 돼요?”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면 더 오래 걸려 그냥 집으로 갔겠지만,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니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졌다. 계획에 없었던 [워킹맨!] 촬영으로 들뜬 것도 있었다.
서준은 물론이고 여섯 명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니, 안다호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다들 부모님께 허락받으면.”
“네에!”
아이들이 신나게 대답했다.
* * *
서준과 친구들을 시작으로 [바벨탑] 배우들과 워킹맨 멤버들도 하나둘 퇴근했다.
보통 때라면 세트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촬영 장비를 챙겼을 [워킹맨!] 제작진이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 이쪽은 흔들려서 안 보여.”
“이쪽은 아예 찍지를 못했어요.”
피디와 작가들이 다리를 달달달 떨어댔다.
이서준은 찍었다.
근데 그게 중간부터였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부터.
편집된다면 아마 최소영이 전화를 걸고 진 나트라의 OST가 들리고 곧바로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라는 장면이 이어붙여질 터였다.
“그 등장씬이 있어야 하는데……!”
벨소리가 울리고 아우라가 뿜뿜하고 고글을 벗고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소영이 누나?’ 하는 그 장면이!
그 놀람을, 경악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찍힌 게 없었다.
“전 피디! 전 피디!”
그때, 구석에 있던 카메라감독이 목소리를 높여 피디를 불렀다. 뒤를 이어 들려오는 카메라 감독의 말에 피디와 작가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갔다.
“막내가 찍었다! 다 찍었어! 상품권 받는 것도! 친구들하고 있는 것도!”
일제히 쏠리는 시선에 막내 카메라맨이 눈을 데굴 굴리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평소라면 왜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찍었냐고 했겠지만.
“사고 쳤네! 막내!”
“넌 보너스다! 이 복덩이야!”
오늘만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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