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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49화 (44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49화

다음 날.

송유정은 전쟁을 준비했다.

행운의 물건 가위와 행운의 색 노란색 물건들을 모아두고 경건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노란색이 어떤 노란색인지 몰라서 샛노란 것, 노르스름한 것, 누르티티한 것까지, 컵이며 옷이며 테이프며 형광펜까지 모두 모았다.

-준비됐음?

“응.”

임예나도 송유정과 같은 경건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행운의 물건 손수건과 행운의 색 분홍색 물건을 옆에 두고 있었는데, 송유정과 마찬가지로 분홍, 찐한 분홍, 연분홍색의 온갖 물건들이 모아두었다. 그중 고무장갑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둘 다 이런 미신이 실질적인 도움은 하나도 안 될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이런 곳에라도 매달리고 싶었다.

휴대폰 건너 임예나가 비장하게 말했다.

-같이 안 봐도 되니까 일단 아무 날이나 되는대로 고르자.

연극 [MOEB-436]은 총 두 번의 티켓팅을 열릴 예정이었는데, 오늘은 1월의 8회차 공연의 티켓팅이, 약 한 달 뒤인 1월 말에는 2월의 8회차 공연의 티켓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8회니까 표가 꽤 분산될 거야…… 그럴 거라고 믿어.

전혀 믿지 않는 목소리라 송유정이 웃고 말았다.

SNS나 [새싹부터]의 글들만 봐도 피 튀기는 전쟁은 예정되어 있었다.

“예나야. 첫 회차에 몰릴 것 같아? 8회차에 몰릴 것 같아?”

-글쎄. 나 같으면 스포일러 때문이라도 첫 회차를 노리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릴 수도 있고 반대로 그걸 미리 추측해서 의외로 첫 회차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서…… 전혀 모르겠어.

“어린이날에 놀이공원에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같네.”

-아하하. 그러게.

1부터 8까지.

누가 먼저 어떤 숫자를 부르는지 추측하는 눈치 게임처럼 운빨과 스피드가 필요했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송유정과 임예나, 그리고 새싹들과 서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인터넷상에서는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제에에에발……! 목욕재계까지 했다고……!

=정화수 떠놓고 기도까지 했어요!

=제발 이선좌만큼은 보지 않길!!

-아역 마지막 작품이고 성인 첫 작품이라니…… 이건 꼭 봐야 해!

=진심 회사 쨀 의향 있다.

=부산에서 올라갈 생각임.

=22 나 광주. 간다 서울.

-은하수센터 사이트 터지는 거 아님?

=그러게. 지금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만 몇 명이냐?

-으아아아. 왜 이렇게 긴장되냐.

-오오오오 5분 전.

-사이트 터지려면 지금 터졌으면.

-이거 포털 시계로 맞춰야 하지?

-4분.

-다들 이것만 하고 있나 봨ㅋㅋ 게시판 새 글이 안 올라옴.

-3분.

-2분.

-1분.

시간을 세어주던 사람까지 침묵했다.

포털 사이트의 시계가 빠르게 8시 정각을 향해 달려갔다. 1초 1초가 줄어들수록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리고 8시 정각.

은하수 센터 티켓팅 페이지가 열렸다.

미리 로그인(인증까지 끝낸)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회차를 고르고 자리를 골랐다. 보라색이던 주변의 자리들이 빠르게 흰색으로 바뀌어 점점 초조해졌다.

결제를 하기 위해 접속하려던 그때,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몇몇 사람들의 앞에 알림이 떴다. 으아악!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빠르게 다른 자리로, 다른 회차로 넘어갔다.

빈 좌석을 발견하고 결제하고 ‘이선좌’를 만나고.

처음엔 좋은 자리를 노렸으나 금세 포기하고 끝자리라도 구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아주 짧지만 아주 긴 시간이 지나갔다.

-이예에에에에!!

-4회차! 4회차 됐어!

-첫공연이다아아아!! 자리도 좋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기쁨으로 가득 찬 그들의 글을 보며, 그들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의 글을 남겼다.

-오늘 이선좌만 몇 번을 봤는지……ㅎ

=22 아니, 어떻게 나랑 똑같은 자리를 고르냐고. 바로 옆이 비었는데. (억울)

-사이트라도 터지면 남의 탓이라도 할 텐데…… 되게 잘 돌아갔음ㅋ

=근데 경쟁률이 경쟁률이라. 잘 돌아가도 내 자린 없어ㅠㅠㅠ

-여기 티켓팅은 처음인데 원래 이렇게 안정적임?

=은하수센터에서 미리 준비한 모양임.

=다른 공연 티켓팅도 은하수센터가 맞아줬으면.

=ㅇㅇ 133766명째 대기 중은 보고 싶지 않다.

=22 접속이라도 돼야 이선좌를 보든 말든 할 거 아님.

-근데 너무 슬프다ㅠㅠㅠ 결국 못 봐.

=2차 티켓팅을 노려봐야지.

=돈 모아서 컴을 바꿔야 하나.

은하수센터의 티켓팅 페이지가 떠 있는 컴퓨터 화면을 보던 송유정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았다.

-유정아. 어떻게 됐어?

“……예나 넌?”

잠시 침묵이 돌고,

으아아아아!!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 * *

연극 [MOEB-436]의 1차 티켓은 눈 깜빡할 사이에 매진되었다.

관련 기사들도 티켓팅이 끝나자마자 잔뜩 떴다. 대부분 티켓팅에 실패해 슬퍼하는 댓글들이었지만 가끔 기뻐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436] 팀원들도 두근두근 심장을 부여잡고 보고 있었다.

>김주경 : 와……몇 분 안 지난 것 같은데 매진이네?

>한지호 : 나도 티켓팅 해봤는데 안 됨ㅋㅋㅋ

>강재한 : 왜 한 거야ㅋㅋ

>이솔 : 이러면 준비 더 열심히 해야겠다!

>김채연 : 그러게. 해체하면서 세트장 조금 부서졌다며?

>이솔 : 걱정 마. 많이 부서진 건 아니라서 하루면 다 고칠 수 있어.

티켓팅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연극 준비 이야기로 흘러갔다.

정식 공연이 결정되고 연극 [MOEB-436]의 세트는 곧바로 은하수센터로 옮겨졌다. 손수 제작한 의상이나 소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어제 [436]팀이 직접 은하수센터에 가서 공연할 극장과 옮겨진 세트들을 확인했다.

‘조금 손상된 부분이 있었지.’

옮기던 인원들이 프로들이니만큼, 미리내 예고에서 은하수센터로 옮기면서 생긴 흠은 아니었다. 그저 미술팀이 무대 위에 세트장을 설치하면서, 그리고 해체하면서 익숙하지 못해 일어난 실수들이었다.

‘일단 내일은 그것부터 고치고.’

서준은 휴대폰을 두드리며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세트장도 그렇지만 스크린 영상도 은하수센터에서 틀 수 있게 적절한 크기를 맞춰야 해.

<음량도 적당한 크기로 조절해야 하고.

>김주경 : 동선도 확인해야 하지?

<ㅇㅇ 은하수 센터가 미르홀보다 크니까.

무대 위의 동선도, 관객석에서 등장해 무대 쪽으로 걸어갈 때의 동선도 확인해야 했다.

그 외에도 할 일은 많았다.

일부 조명을 관객석 쪽으로 돌려야 했고 미르홀보다 좋은 극장 시설도 살펴봐야 했다. 아마 조명이나 스피커 같은 경우는 미르홀보다 좋을 테지만, 조명과 음향을 맡은 박민형과 김채연에게는 낯설 게 분명했다.

‘그리고 관객석에 능력도 새겨넣어야지.’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보던 서준이 [436]팀에 메시지를 보냈다.

<은하수센터에서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해줘.

유료 공연인 만큼 은하수센터 측에서도 필요한 인원과 물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연극의 퀄리티는 정식 공연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고등학생들이 만든 작품인 만큼 세세한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솔 : 세트장이나 의상은 잘 만들어서 괜찮은데…….

>이솔 : 배우 분장은 전문가가 낫지 않아?

미술팀장의 말에 연기팀도 동의했다.

미술팀이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확실히 세트장이나 의상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기는 했다.

<그럼 분장은 은하수센터에 부탁하기로 하자.

미술팀장의 의견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의견이 나왔다. 서준은 메모 앱에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렇게 회의가 이어지고 일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은 28일 수요일.

29일인 목요일은 수업이, 30일인 금요일은 겨울 방학식이 있었지만, [436]팀 중 연극을 준비해야 하는 인원은 이틀 다 빠지기로 했다.

>김영찬 : 그럼 토요일은 연습하고 일요일은 쉬는 거예요, 선배님?

31일 토요일, 1일 일요일, 2일 월요일.

연극 [MOEB-436]의 첫 번째 공연은 1월 3일 화요일이었다.

<그래. 일요일은 새해 첫날이니까 쉬고 월요일에 마지막 리허설하면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김채연 : ㅇㅇ 괜찮아.

>김주경 : 쉬는 날은 챙겨주는 팀장님ㅋㅋ

>한지호 : ㅋㅋ하지만 일하는 날 빡세게 굴리겠지.

ㅋㅋㅋ을 연타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436]팀에 따라 웃던 서준에게 소꿉친구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미나 : 티켓팅 도전! 했는데 실패했어.

>지윤 : 나도ㅠㅠ 서준이 너 진짜 팬 많은 것 같아ㅠ

친구들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팀원이면 초대권 받거든. 그거 줄게.

<언제 보러 올래?

>지윤 : 우리 네 명 다 같이 볼 수 있어?

<괜찮아. 초대권은 넉넉하니까.

서준은 소꿉친구들과 언제 연극을 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지오가 1월 말쯤 스페인으로 떠나니 그전에 보기로 했다.

<그럼 3회차 보면 되겠다.

>지후 : ㅇㅇㅇ

>지오 : ㅇㅇ좋음.

<당일에는 연극 준비 때문에 초대권 못 줄 것 같은데.

<그전에 한 번 만날까?

>미나 : 그래. 그러자.

>지윤 : 서준이 넌 언제 시간 돼?

마침 일요일에 쉬기로 했으니 그날 만나면 될 것 같았다.

소꿉친구들과 일요일에 만나기로 한 서준은 다시 [436]팀과 내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 * *

다음 날.

은하수센터, 제2 소극장.

관객석에 선 서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극장이라고 하기엔 미르홀보다 조금 큰 극장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크지는 않아 끝자리에 앉은 관객까지 큰 아쉬움 없이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장님! 이쪽 방향이면 됩니까?”

서준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등학생인 서준과 팀원들에게 정중히 존댓말을 해주는 조명팀이 관객석 쪽으로 조명을 설치하던 중이었다.

“아, 네! 저쪽은 조금 왼쪽으로 틀어주세요!”

조명팀 직원에게 대답해 주는 서준의 주위로 여기저기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436] 미술팀은 무대 뒤에서 세트장을 고치는 중이었고 박민형과 김채연은 조명&음향실에서 설명을 듣는 중이었다.

연기팀은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에서 무대 위의 크기를 가늠하며 동선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끔 ‘이렇게 설치하는 게 맞냐’고 묻는 은하수센터 소속, 무대설치팀에게 대답해 주기도 했다.

“이건 왜 설치하는 거죠?”

관객석 사이의 계단식 통로의 맨 끝부분.

벽지 색과 같은 색의 암막 커튼으로 조그마한 공간을 만들고 있던 무대설치팀 직원의 물음에 김주경과 아이들이 잠시 멈칫했다.

“아…… 이거 스포일런데……”

“괜찮아요. 저 티켓팅 광탈했거든요.”

웃으면서 말하는 직원의 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다.

“2차 티켓팅도 가망성 없고…… 그래도 리허설은 볼 수 있을 테니까, 은하수센터 소속이라서 다행이죠! 그리고 이유를 알면 좀 더 이용하기 좋게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 말에 김주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해 주었다. 어차피 연습하는 것을 본다면 다 알게 될 사실이었다.

“서준이가 공연 도중에 관객석에서 등장하거든요.”

“……오!”

그 직원 말고도 다른 직원들도 귀를 기울였다.

평범한 배우가 관객석에서 등장해도 놀랄 일인데, 그게 이서준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 일이었다. 비명이나 지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때 옷을 갈아입을 장소에요. 나중에 거울하고 약한 전등도 설치할 계획이고요.”

“그렇군요. 갈아입을 때 어떤지 모습인지 봐야 하니까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암막 커튼을 쓰는 거네요.”

밖의 빛이 들어오지 않게 막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안에서 빛이 나가지 않게 막는 용도였다. 그렇다면 좀 더 주의해서 설치해야 했다. 직원의 손길이 조금 전보다 섬세해졌다.

“근데 왜 세 군데나 설치하죠?”

■  ■  ■

1[마]2[바]3[사]4[아]5

1[가]2[나]3[다]4[라]5

<무 대>

모양으로 되어 있는 관객석의 2, 3, 4번 통로의 맨 끝 부분에 이런 장소가 설치되고 있었다.

김주경이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나올지는 당일에 랜덤으로 정할 예정이거든요.”

“아……! 그거 진짜 재미있겠네요. 나도 보고 싶다……!”

듣기만 해도 이번 연극도 [거울] 못지않게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티켓팅에 광탈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 직원은 눈물을 머금고 암막 커튼 설치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모습에 김주경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들도 작게 웃었다.

재미는 있겠지만…… 심장이 쿵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었다.

얼마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서준은 텅 빈 관객석과 무대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손을 댔다.

미르홀에도 새겨넣은 능력이 손끝에서 반짝 빛났다.

[(선/제작) 얼음사막 슬라임의 유사(중급)를 발동합니다.]

[[(선/제작) 얼음사막 슬라임의 유사]의 등급이 일시적으로 낮아집니다.]

[(선/제작) 얼음사막 슬라임의 유사(최하급)이 발동됩니다.]

[(선/제작) 얼음사막 슬라임의 유사-최하급]

밤이 되면 체온을 지키기 위해 활동을 최저로 제한합니다.

슬라임에 닿으면 내부까지 빨려들어 갑니다.

슬라임의 내부는 아늑합니다.

얼음 알갱이 같은 차가운 모래가 가득한 얼음사막에 사는 슬라임의 능력이었다.

잘못 발을 디디면 모래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유사(流砂)처럼, 얼음사막 슬라임을 밟으면 ‘슬라임의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선의 능력인 만큼 위험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유사 안으로 빨려 들어가 도착한 ‘슬라임의 안’은 마치 텅 빈 동굴처럼 생겨, 얼음사막의 여행객이나 상인들이 일부러 찾을 정도로 얼음사막의 밤을 보내기에 아늑한 곳이었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얼음사막에 사는 생명체들이 다 그런 식으로 슬라임을 이용했다.

해가 뜨고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깬 슬라임이 ‘퉤-’ 하고 뱉어내서 기분이 조금 안 좋다는 인간들의 평이 있긴 했지만.

‘아니. 잘 자고 있는데 입속으로 들어오면, 자고 있던 슬라임 기분은 어떻겠냐고.’

어떤 전생에서 얼음사막의 슬라임이었던 서준은 인간들보다 슬라임의 입장이었다.

잠시 속으로 투덜거린 서준이 쭈그려 앉았던 자세에서 일어나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모래 알갱이들이 모인 것 같은 슬라임의 문양이 바닥에 새겨져 빛나고 있었다.

최하급, 하급, 중하급, 중급에 따라 유사(슬라임)가 닿는 범위가 달라서 빈틈없이 세 군데나 새겨넣었다.

서준이 선기를 천천히 불어넣었다.

[(선/제작) 얼음사막 슬라임의 유사(최하급)가 발동됩니다.]

문양 밖으로 나온 투명한 모래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다가 다른 위치에 새겨넣은 문양에서 나온 모래알갱이들과 만나 뒤섞였다.

제2 소극장이 무대, 관객석 할 것 없이 투명한 얼음 모래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차가운 기운은 없었다. 오히려 아늑한 것 같기도 했다.

‘크기는 맞네.’

작업을 끝낸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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