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48화
배우 이서준의 창작극 [MOEB-436]이 처음 공개되는 날.
미리내 예고 졸업 공연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기대하며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기 빨리 올라왔으면!
=22 어떤 연극일지 궁금함.
-1월부터 개막이면 티켓팅은 언제에요?
=아마 첫공은 티켓팅이랑 엄청 가까울 것 같음.
=첫공 바로 전날에 티켓팅 해도 보러 갈 거임!
=222 1월 2월 스케줄 다 비워놓음.
=다들 정말 진심이네;;;
-헐. 기사 떴다!
기사가 떴다는 소리에 기사를 보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던 사람들은 굳이 연예부 쪽을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포털 사이트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기사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르르 뜬 기사 제목들과 그 아래 뜬 사진에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미리내 예고 졸업 공연에 할리우드 스타 등장!]
[에반 블록, 리첼 힐. 미리내 예고 특강 했다!]
[두 할리우드 스타가 내한한 이유는?!]
[미리내 예고 졸업 공연 끝! 이후 일정은?]
-????
=와아!……아아……??
=……근데 우리가 예상했던 기사가 아니야ㅋㅋㅋ
-왜 두 분이 여기서 나오세요?;;;;
=22 기사 잘못 본 줄.
=언제 한국에 온 거야???
-우리가 예상한 기사 : [이서준 연극 재미있대!][다들 반응 좋음!]
=실제로 나온 기사 : [ㅁㅊ 할리우드 스타가 보러 옴!!][특강도 했대!!]
=ㅋㅋ갑자기 등장ㅋㅋ
-에반 블록, 리첼 힐 / 미리내 예고 특강. 진짜 안 어울린다ㅋㅋㅋ
=미리내 예고 스케일 봐라;;;;
=ㄴㄴ 이건 이서준 때문이지.
=이서준 사단 스케일 봐라;;;;
-근데 사진은 하나도 없던데 진짜임?
=진짜인 듯. 올라오는 후기들마다 그 이야기뿐임.
=연극에 대한 건? 재미없었나?
=그러게. 에반이랑 리첼 때문에 묻힘?
=ㄴㄴ 다 스포일러 같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대ㅋㅋㅋ(후기 링크)
[제목 : 미리내 예고 졸업 공연 보고 왔다.]
내 인생에 동생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서준이는 당연히 정식 공연을 하겠지만 10번을 뽑으면 10번 전부 꽝이 나오는 나한테 피켓팅은 당연히 무리. 기대도 안 함.(그래도 매번 도전ㅎ)
다른 애들도 잘하던데 역시 기억에 남는 건 서준이 팀이었음. 마지막 순서였는데 왜 마지막에 했는지 알 것 같더라. 포스가 장난 아님ㅋㅋㅋ
다른 배우들도 너무 연기 잘해서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은 안 듦. 세트장이랑 음악도 장난 아님. 1, 2학년도 있다던데 퀄리티가;;;
줄거리는 스포일러라 말 못 하겠는데(솔직히 스포일러 아닌 부분을 모르겠음. SF라는 거 정도??)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함.
진짜 내 인생을 걸고 말한다.(진지, 궁서체)
(쩌렁)이건 극장에서 봐야 해! 새싹들아!(쩌렁)
-다들 짠 것 같다. 전부 극장에서 봐야 한대…….
=ㅎ 자리 잘못 잡으면 진짜 작게 보여서 그냥 영상으로 보려고 했더니만.
=이렇게 말하면 안 갈 수가 없잖아.
=안 감(X) 못 감(O)
=너어어어는……
-[에반 블록과 리첼 힐도 본 연극!]이라고 기사 남;;;
=이 이상 경쟁자를 늘리지 마ㅠㅠㅠ
=22 안 그래도 똥손인데ㅠㅠ
-정식 공연 일정 떴다!!
=벌써? 진짜 빠르네;;;;
* * *
차를 타고 뒷문으로 학교를 빠져나온 서준은 시간이 있는 지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안다호가 발 빠르게 가까운 음식점의 넓은 개인실을 빌렸다.
숯불 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개인실 안은 시끌벅적했다.
지인들은 연극 [436]에 대해 서준에게 묻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서준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며 서준의 칭찬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 키우셨어요?”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장산범의 깜짝 등장에 놀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던 이민준의 얼굴이 우정한 감독의 칭찬에 흐물흐물하게 풀렸다.
안다호가 전적으로 서준을 케어하게 된 후로는 이렇게 서준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가 드물었기 때문에 서은혜도 이민준도 들뜬 모습이었다.
서준과 안다호가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듣는 아들의 이야기는 또 색달랐다.
“여기 애들 정말 착하다.”
“그러게.”
능숙하게 고기를 듬뿍 넣은 상추쌈을 싸서 입에 넣은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이 휴대폰으로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유명인들이 많은 관계자석을 구경하다가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을 보고 놀라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봤기 때문에, 곧 이야기가 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오래 숨겨줄 줄은 몰랐다.
“아마 스케일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잘 구운 마늘을 고기 위에 얹은 이다진이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배우면 이야기를 꺼내기 쉽겠지만 두 분은 할리우드 배우시잖아요. 다들 이걸 말해도 되나? 고민했을 거예요.”
근처에 앉아 있던 박도훈과 강태영이 동의했다. 아마 실수로 말했던 아이도 엄청 놀랐을 거다. 서준에게 연락한 친구도 그런 아이가 걱정됐을 테고.
서준도 고기를 냠냠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을 물었다.
“아. 종호 삼촌. 미국 진출하신다는 거 정말이에요?”
서준의 말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김종호가 크흡, 사레가 걸린 듯 헛기침을 했다.
오호.
다른 사람들도 서준의 말에 관심을 가진 듯 눈을 반짝이며(특히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이) 김종호를 바라보았다. 보통 때라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킬킬 웃었을 이지석이 눈을 데굴 굴리며 조용히 맥주를 마셨다.
“어, 어디서 샜는지 모르겠는데…….”
슬슬 기사까지 나오는 터라 김종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 가게 됐어. 그렇게 됐습니다.”
“오오. 축하드려요!”
“축하합니다!”
짝짝짝!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김종호가 크흠, 다시 한번 헛기침을 하고는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쟤도 갑니다.”
서준과 사람들의 고개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조금 쑥스러운 듯한 표정의 이지석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지석이 형?”
“아니, 우리한테 그런 말 안 했잖아요.”
“와아. 배신감.”
이다진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맥주잔을 내려놓은 이지석이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종호 형이랑은 다르게 오디션부터 보는 거라서 말하기 좀 그랬어.”
“종호 삼촌도 처음에는 오디션부터 봤는걸요.”
서준의 말에 이다진과 박도훈, 강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맞아요. 기사까지 쫘악 났잖아요.”
“모르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 모습에 이지석이 두 손을 들어 올리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 가세요?”
“촬영은요?”
“어떤 작품이에요, 형?”
재잘재잘 묻는 모습에 이지석과 김종호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저희랑 같이 가세요?”
흥미가 가득한 리첼 힐의 말에 김종호와 이지석이 고개를 저었다.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은 바로 내일 출국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뇨. 그렇게 일찍은 아니고요. 아마 1월 말쯤 갈 예정입니다.”
“전 오디션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출국할 예정이고요.”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얼굴에 조금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할리우드에 오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쪽은 저희가 꽉 잡고 있으니까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대사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외국인의 입에서 들으니 더욱 그랬다.
“서준아. 기사 떴어.”
얼떨결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안다호가 떠들썩한 중에도 간간이 인터넷을 체크하다가 서준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기사요?”
“벌써 정식 공연이 발표 났나 봐.”
안다호의 말에 서준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관심을 가졌다.
[미리내 예고, 연극 ‘MOEB-436’ 정식 공연 발표!]
[배우 이서준의 창작극 ‘MOEB-436’ 1월부터 공연 예정!]
[연극 ‘MOEB-436’ 은하수 센터 홈페이지에서 티켓팅!]
[은하수 센터 티켓팅 하는 방법!]
미리내 예고 홈페이지와 은하수 센터 홈페이지에 공지가 뜨자마자 곧바로 기사가 난 것이었다. 기사들의 조회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엄청 빠르네요.”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사가 꽤 길 줄 알았는데…….”
“심사는 별로 안 걸렸을 거야. 미르홀에서도 할 수 있으면 은하수 센터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졸업 공연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인지 확인만 했을걸? 물론,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완성도에 부합하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미리내 예고를 졸업한 이다진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수 센터에서도 졸업 공연 때문에 소극장 하나 정도는 1, 2월 스케줄을 비워 놓는다고 하더라.”
안다호가 미리 알아본 정보를 이야기했다.
보통 때도 그렇게 준비하는데, 올해는 배우 이서준의 연극이니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을 터였다.
“은하수 센터라…… 서준이는 거기서 공연 한 번 해봤지?”
“어릴 때라서 공연 연습만 해서 다른 건 잘 몰라요. 그리고 봄이랑 같은 장소인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다시 은하수 센터에서 연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은하수 센터에서 열렸던 공연들과 열릴 서준의 졸업 공연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 맥주를 마시던 최대만 감독이 문득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서준이는 언제 술을 마실 수 있으려나?”
그 작은 목소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다들 눈을 끔벅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한 번, 새까만 콜라를 마시고 있는 서준을 한 번 바라보았다. 서은혜와 이민준도 그건 생각도 못 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된다는 의미는 그런 의미였다.
미성년자일 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는 것.
놀라는 어른들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1월 1일만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다들 술이 어떤 맛인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했다.
서준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맛도 맛이지만 술에 취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저절로 몸 안의 균형을 잡아주는 [(선)엘프의 기초호흡]이 있다 보니 그렇게 쉽게 취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일주일 후면 마실 수 있어요.”
“벌써 그렇게 됐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는 날짜에 다들 진심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 * *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이틀 후.
온갖 시상식을 앞둔 연말이었지만 매년 있는 시상식보다 새로운 화제들이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에반 블록, 리첼 힐 SNS에 연극에 대한 소감 남겨!]
[배우 김종호, 할리우드에서 러브콜!]
[배우 이지석, 할리우드 오디션 도전!]
[브라운블랙, 1월 싱글 앨범 발표 예정!]
[내일 오후 8시, 연극 ‘MOEB-436’ 티켓팅 예정!]
[1월부터 2월까지, 매주 2회 공연!]
[은하수센터, ‘현장 예매는 없을 예정’]
-되게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네.
=24일에 출국했는데 공항에서 다른 일로 대기 타고 있던 기자들이 사진 찍음.
=ㅇㅇ 23일에 한국 들어온 거 알고 곧바로 24일에 출국. 24시간도 안 지난듯.
=22 누가 그렇게 바로 출국할 줄 알았겠어ㅋㅋ
=33 나도 하루 이틀은 더 있을 줄ㅋㅋ
-나도 서준이 연극 보고 싶은데…… 할리우드 배우가 되어야 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니야?ㅋㅋ
-둘 다 재미있었다니 기대된다.
-김종호는 아예 출연 확정인가 봐.
=오오오. 할리우드 러브콜……!
=조연이면 생존자들보다 오래 나오겠다.
=생존자들ㅠㅠㅠ(주먹울음)(연극 기다리며 정주행 중)
=ㅋㅋㅋㅋ
-이지석은 오디션인가?
=결과는 예상됨ㅎㅎ
=22 이서준 사단 배우들은 다 연기를 잘해서 걱정 없음.
=영어 대사가 있으면 조금 다르겠지만…… 잘하겠지!
-이렇게 다들 하나둘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또 상 받는 사람 나왔으면 좋겠다!
-브블 새 앨범 나오네.
=황예준 작사, 작곡이래. 기대 중!
=222 브블 노래는 믿고 듣지.
-메모) 내일 오후 8시 티켓팅.
=새벽에 정화수 떠넣고 기도하고 목욕재계도 해야겠다.
=내일 운세 봐야지. 행운의 물건이든 색이든 장소든 다 찾아볼 거야. 내 모든 운을 건다!
-?? 8번밖에 안 함??
=티켓 값도 싸고ㅠㅠ 3월이면 애들 학교도 가야 하니까.
=그래도 좀만 더 늘려줘라ㅠㅠ
-은하수센터 홈피 로그인 > 본인 인증 > 티켓팅
=본인 인증 미리 해야 함. 안 하면 티켓 못 삼.
=감사! 가입은 어제 했는데 인증은 못 했어.
-근데 이건 이서준 아역 마지막 작품이냐? 성인 첫 작품이냐?
=ㅋㅋ그러네ㅋㅋ 만들긴 아역 때 만들었는데 첫 정식 공연은 성인 때함ㅋㅋ
=생일(3월)로 치면 아직 아역 아님?
=다음 주면 이서준 술 마실 수 있음.
=?!!?!
=와…… 와…… 애기였을 때부터 본 조카가 술 잘 마신다는 이야기 들은 느낌;;;;
=난 사촌 동생이 그랬음. 용돈 주려고 놀러 가니까 거실에서 술상 차려놓고 마시고 있더라;; 진심 충격받음;;; 혼술도 잘해. 우리 사촌 동생은.
=급 자랑ㅋㅋㅋ
-이서준 좀 있으면 성인임 : 헐. 벌써 그렇게 됐어? 남의 애들은 참 빨리 큰다.
이서준 술 마실 수 있음 : 뭐???!??! 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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