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44화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일지도!]
[미리내 예고, 오늘 연말 공연 예정!]
[단편영화와 연극! 좋은 작품이라면 정식 공연까지!]
[배우 이서준, 오늘 졸업 공연!]
[배우 이서준의 창작 연극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미르홀 앞에서! 배우 김종호, 이지석, 박도훈, 이다진!]
[+)배우 강태영!]
[+)이서준 사단!]
[+)브라운블랙!]
-크리스마스보다 예고 공연이 더 신경 쓰임ㅎㅎ
=너 애인 없구나…….
=넌 있고?
=? 있다고는 안 했음.
=ㅋㅋㅋㅋ
-연말 공연이야? 졸업 공연이야?
=1, 2학년한테는 연말 공연이고 3학년들한테는 졸업 공연임.
-나도 서준이 연극 보고 싶다! 제발 정식 공연 소취!
=창작극이라니! 궁금해 죽겠네!
=근데 돼도 우린 못 봐.
=?? 왜 못 봄??
=우린 운이 없거든.
=22 덕계못이라잖아.
=33 너튜브 업로드 기다리자.
=아…….
-기사ㅋㅋ 한 명씩 추가되다가 너무 많으니까 그냥 이서준 사단이라고 햌ㅋㅋ
=근데 진짜 다 이서준이랑 작품한 사람들이야.
=이렇게 보니 어마어마하다…….
-브블 기사 조금 늦었닼ㅋㅋ
=다 연기 쪽 사람들인데 얘네만 가수 쪽이야ㅋㅋ
=이서준 사단에 넣을지 말지 기자 고민했을 듯ㅋㅋ
-근데 진짜 연예인 수만 적지. 유명세로 따지면 어디 영화제 같음.
=22 진짜 레드카펫 깔아야 할 것 같다.
-김종호 이번에 미국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 루머 아님?
* * *
기사들을 보며 미르홀 상황을 살펴보고 있던 서준이 도착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엄마 : 엄마랑 아빠랑 도착했어.
>엄마 : 리첼이랑 에반도!
>아빠 : 엄마 아빠는 가족석에 가고 리첼이랑 에반은 관계자석에 가야 한대.
기억을 더듬어보니 여울 예중 때도 그랬었다.
>엄마 : 엄마랑 아빠는 여기 앉았어.
>엄마 : (사진) 무대에서 보이려나?
>아빠 : 서준아. 열심히 해!
>아빠 : 어떤 연극인지 궁금하다!
엄마가 가족석에 앉은 사진을 보냈다. 대충 어디에 앉은 건지 알 것 같았던 서준은 뒤를 이어 도착한 아빠의 메시지를 보고 볼을 긁적였다.
곧이어 리첼 힐과 에반 블록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리첼 : 관계자석에서 만났어!
>리첼 : (사진)
리첼 힐이 사진을 보냈다.
반짝이는 금발을 가리기 위해 검은 모자를 쓴 리첼 힐과 함께 관계자석에 모인 배우들과 감독들, 작가들이 찍혀 있었는데, 다들 진심으로 놀란 기색이 역력해 웃음이 나왔다.
>이지석 : 아니, 이 사람들이 왜 여기 있어?
>박도훈 : 서준이 연극 보러 온 거 아니에요?
>김종호 : 그런 것 같네.
<맞아요. 특강까지 했어요.
>이다진 :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또 있어…….
[이스케이프] 촬영 때, 두 배우를 본 적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평온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강태영 : !!!!!
>강태영 : 내 옆자리에 에반 블록이 앉았어!
>강태영 : 서준아! 내 옆자리에!!
>강태영 : 에반 블록이!!!
박도훈이 사진을 보냈는데 에반 블록을 중심으로 왼쪽에 앉아 완전히 얼어서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강태영과 오른쪽에 앉아 에반 블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정한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박도훈 : 계속 쳐다보길래ㅋㅋ
>박도훈 : 부러워하는 줄 알고 바꿔줬지.
장난기 가득한 메시지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강태영 말고도 브라운블랙이며 감독이며 작가들까지, 다들 흥분해서 비명을 안 지른 게 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연극을 보러 왔다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지인들에게 답장을 해준 서준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는 [436]팀이 배정받은 미르홀 대기실.
일찍 도착한 아이들은 아직 오지 않은 팀원들을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대본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의상과 소품을 살피고 있었다.
“미안! 늦었지?”
“아냐. 아직 시간 남았어.”
“요 앞에 사람 엄청 많더라.”
시간이 흐르면서 팀원들이 모두 도착했다.
서준이 [436]팀을 둘러보았다.
연기팀, 음악팀, 배경팀 할 것 없이, 얼마 남지 않은 공연에 다들 조금은 들뜨고 조금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졸업 공연이 시작되면 음악팀과 미술팀은 미르홀 관객석으로 가고 연기팀은 대기실에서 연습하고 있을 예정이라, 공연 전 모두 모일 시간은 지금밖에 없었다.
물론 미술팀은 배경 설치와 분장을 돕기 위해 중간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서준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든 과정만큼이나 결과가 중요할 테지만, 특히 우리는 결과밖에 드러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고 있어야 해.”
공연. 전시. 연주.
그 한 번으로 평가가 뒤바뀌는 세상에 사는 팀원들을 보며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공연 전에 말하고 싶었어. 다들 정말 고마워. 9월부터 지금까지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수시, 수능도 있는데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정말 고생 많았어.”
서준의 진심 어린 감사에 다들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 ‘우리’ 공연이니까!”
“팀장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근데 저렇게 들으니까 스케줄 진짜 장난 아니었네!”
“그러게 말이야.”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대기실은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가득해졌다.
‘좋다.’
서준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활짝 웃으며, 언제나 하던 것을 제안했다.
“아니, 진짜 이걸 할 거야?”
“왜 좋잖아.”
한지호와 강재한의 대화에 한 번 해봤던 [거울]팀 아이들이 꺄르르 웃었고 [436]팀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씨익 웃은 서준이 가장 먼저 손을 뻗고 그 위에 아이들이 손을 올렸다.
벅찬 마음만큼의 든든한 손들이 모였다.
“우리 오늘 공연, 멋지게 해보자!”
팀장의 말에 [MOEB-436]의 팀원들이 크게 화답했다.
하나, 둘!
“436! 화이팅!”
* * *
삐이이-
소리와 함께 막이 내려가고 관객석의 불이 켜졌다.
미리내 예고의 졸업 공연도 벌써 마지막 공연만 남겨두고 있었다.
10분이라는 쉬는 시간 동안, 가져온 음료를 꺼내 목을 축이는 학생들도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다들 잘하네!”
“그러게 말이야.”
관계자석에 앉아 있는 배우들을 살펴보다가 어쩐지 익숙한데 낯선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쉬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곧 ‘그 이서준 배우’가 만든 연극이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학생들도 가족들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졸업 공연의 촬영을 맡은 감독들이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촬영은 제대로 할 수 있게. 그리고 [436]팀이 미리 알려준 동선을 기억했다.
곧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순서는 연기과 3학년 이서준, 김주경, 한지호, 강재한, 2학년 박연지, 1학년 김영찬, 음악과 3학년 김채연…… 미술과 3학년 이솔…… 1학년 박민형……이 꾸민 창작극, ‘MOEB-436’입니다. 모두 박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커다란 박수 소리가 미르홀을 가득 채우고 천천히 막이 올랐다.
* * *
차가운 파란색 조명 아래. 막이 오른 무대에는 벌써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관객들을 향해 등을 보이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관객들의 시야에 무대 배경이 들어왔다.
[436]팀은 무대의 커다란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영상이 나오게 하고 있었는데,
마치 우주선처럼 스크린의 위, 아랫부분이 금속재질로 덮여 있었고 중앙 부분에는 지금 장소가 우주라는 걸 알려주듯 새까만 배경과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마치 우주선 조종석에서 커다란 모니터로 우주를 바라보는 듯했다.
무대 중앙에는 우주선의 조종석은 현실로 만든 듯, 알 수 없는 버튼들과 기계들이 가득했고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무대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적당히 경계선을 만들어 놓은 방이 2개 있었다.
여자가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스피커에서 연신 무언가를 조작하는 듯, 따닥따닥 키보드 같은 소리와 삐-삐-,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객들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여자의 옆에 이상한 것이 세워져 있었다. 우주선(조종석)과 이어진 것 같은 기다란 관들이 연결된 네모난 상자 같은 것이었다.
조명이 반사되는 걸 보면 소재는 투명한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데 안은 새하얘서 보이지 않았다.
-으크륵스므.
고개를 들어 모니터(스크린)를 본 여자가 낮게 읊조렸다. 대사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의미 모를 단어였다.
여자가 이리저리 스위치 앞을 돌아다니며 버튼들을 누른다.
무언가를 올렸다 내렸다 조절한다. 모니터에 알 수 없는 글자들과 생명 반응을 나타내는 듯한 선들이 나타났는데, 한눈에 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일자 선이었다.
-으드슥드득크!
여자가 제 머리칼을 감싸 쥐며 날 선 반응을 보인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노의 감정만큼은 잘 느껴졌다.
그때, 모니터의 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삐-삐-
심장 박동처럼 울리는 소리에 여자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으브드큭!
파란 조명이 천천히 사라졌다.
홀로 남은 파란 조명이 네모난 상자를 비춘다. 새하얀 천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곳에 새하얀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서준이었다.
파란 조명 때문인지 온몸의 핏기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삐삐-삐삐-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피슉-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투명한 상자가 열렸다.
남자가 눈을 뜨고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듯한 무기질의 검은 눈동자가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남자가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다리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는지 그 한 걸음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의 등에 연결된 기다란 튜브들이 관객들의 눈에도 보였다.
-크으득,진아!
들린다.
“유진아!”
남자가 주저앉자 여자가 흰 가운을 휘날리며 남자에게로 향했다. 애처로운 목소리로 유진아. 유진아. 이름을 불렀다.
남자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힘든 듯 속눈썹을 떨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뱉었다.
“제, 이름이, 유진인가요?”
“그래! 내 아들! 유진!”
여자가 기쁜 얼굴로 주저앉은 유진을 꼬옥 껴안았다.
“아들. 유진.”
남자, 유진이 허공을 보았다.
모니터(무대 스크린)에 무언가를 다운받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기다란 막대가 빠르게 채워졌다.
그게 다운로드 바가 가득 채워지자 ‘다운로드 완료’라는 알림이 떴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남자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여자를 보았다.
“어, 어머니.”
“그래!”
남자가 새로운 지식을 알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는 유진. 당신은 어머니.”
“유진아!”
“저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유진아!!”
기쁨으로 울부짖는 여자와 생명체, 인 것 같은 남자에 관객들은 집중했다.
SF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머니라고 불린 여자가 과학자이며 유진이라고 불린 남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인가?'
SF 지식이 제법 있는 사람들은 단번에 떠올렸다.
안드로이드.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로봇이었다.
“자. 일어나보렴.”
여자가 눈물을 닦고 웃었다. 무대 위로 따뜻한 느낌의 조명이 쏘아졌다.
유진은 여자의 두 손을 잡고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일어났다.
“자. 천천히 걸어보렴.”
“걸어. 걷는다.”
다시 유진의 시선이 허공을 맴돈다. 모니터에 새로운 다운로드 바가 생겼다.
“쯧.”
여자가 혀를 찼다.
“용량이 오버 될까 봐 적게 넣었더니…….”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었다.
“아니야. 내 아들 유진인걸. 천천히 가르쳐 주면 돼.”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웃었다.
허공을 보던 유진의 눈이 다운로드가 끝남과 동시에 반짝였다.
유진은 부들부들 떨며 발을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등에 연결된 기다란 튜브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처음에는 불안했던 걸음에 점점 힘이 실렸다. 유진이 무대 앞까지 나오자 연결된 튜브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진이 기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세요. 어머니. 제가 이렇게 걸었어요.”
“잘했어. 내 아들!”
여자가 웃으며 유진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많은 것을 가르쳐 줄게.”
관객들은 여자가 오른쪽 방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자. 여기가 네 방이야. 저쪽 방은 엄마 방이고. 방에 들어오고 싶을 땐 노크를 해야 한단다. 아니면 엄마를 부르렴. 얼마든지 열어줄 테니까.”
“네. 어머니.”
유진이 여자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먼저 식사부터 할까? 넌 매일 챙겨 먹어야 해. 에너지 효율이 나쁘거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면 조금 어색한 문장이었지만, 여자도 유진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여기 앉으렴.”
여자의 말에 유진이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여자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또 저장되어 있나 보네. 나중에 한번 정리를 해봐야겠어.”
그렇게 말한 여자가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했다. 빈 접시들과 포크, 나이프가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유진아. 네 몸의 에너지를 유지하려면 식사는 정말 중요하단다. 수분과 단백질, 지방, 무기질. 잘 기억해 두렴.”
“네. 어머니. 그럴게요. 걱정 마세요.”
“아마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머리카락 색부터 빠질 거야. 그리고 눈 색도 바뀔 정도면 아슬아슬하니까 잘 기억해 두고.”
유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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