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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37화 (43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37화

[앞으로 수능 1주일! 지금부터의 전략은?!]

[올해 수능 치는 스타들에 대해 알아보자!]

[배우 이서준, 올해 수능 친다!]

-100일의 기적, 50일의 기적, 7일의 기적ㅋㅋ

=하루에 한 과목씩 보기.

=가능하냐?

-이번에 수능 치는 연예인들 많은 듯.

=22 한 번씩 봤던 얼굴들이 수능을 치네.

=이서준이 유명해진 후로 또래 아역 배우들이 많아져서 그럼.

-와아아! 늦게 출근한다!

=나도 학교 안 감!

=……난 정시 출근임ㅠㅠ

* * *

미리내 예고 3학년 1반.

자신의 자리에 앉은 서준은 교실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활기차던 교실은 오늘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시끌벅적하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했다. 연기과라서 그런지, 몸에 밴 표현력에 그 차이가 확실하게 보였다.

“으으. 긴장된다.”

“그러게. 내일이 수능이라는 게 안 믿겨.”

어렸을 때부터 준비해온,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시험을 눈앞에 둔 아이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노트를 보고, 학원에서 준 프린트물을 보고, 영어단어장을 보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긴장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수시에 합격한다면 최저등급을 넘어야 했고, 수시에 불합격한다면 일반전형으로 도전해 봐야 하니 역시 수능을 잘 쳐야 했다.

‘만약 수시도 불합격하고 수능도 망하면…….’

“재수는 하기 싫어……!”

김하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이 막막함과 두려움에 침체된 분위기라면 반대로 신이 난 아이들도 있었다. 수능보다 수능이 끝나고 생길 자유 시간을 즐길 생각으로 가득한 상태라, 한껏 들떠 있었다.

“수능 끝나고 놀러 가자! 놀이동산 수험표 있으면 할인된대!”

그중 하나인 한지호가 히히 웃으며 서준과 친구들에게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수능 수험표로 할인되는 곳들을, 할인율에 따라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놀이동산부터 영화관, 음식점, 마트까지 할인 이벤트를 하는 곳도, 할인율도 다양했다.

“와. 이런 것도 있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영어단어장을 보고 있던 강재한이 영어단어장을 덮고 종이를 살펴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크흠. 내가 직접 정리했지!”

한지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모습에 어쩐지 들뜬 얼굴로 이리저리 검색하고 정리했을 한지호의 모습이 떠올라, 서준이 작게 웃었다.

“공부를 그렇게 해봐. 지호야.”

“그러게. 내일이 수능이야.”

장난기 가득한 타박이 이어졌다가, 이내 다들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들뜬 얼굴로 목록을 보던 양주희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단 놀이동산을 가려면 날짜를 잘 잡아야 해. 수능 끝나는 게 우리만은 아닐 테니까.”

“게다가 서준이도 있고.”

“난 괜찮아.”

“서준인 괜찮지.”

전성민의 말에 서준과 강재한이 동시에 대답했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인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서준이 일코라면 괜찮겠다.”

“이제 슬슬 추워지니까 목도리랑 모자로 가려도 되고.”

김주경과 박시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우리가 문제지. 서준이처럼 엄청 유명하진 않아도 한두 명 정도는 알아볼 테니까.”

“놀이공원 같은 곳은 사람들도 많으니 더 많이 알아볼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사람이 적은 날에 가야 많이 탈 수 있잖아!”

아마 수능이 끝나면 자유가 된 수험생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될 터였다. 가장 사람이 많은 날을 피해야 했다.

어느새 휴대폰을 꺼내 어떤 날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서준은 생의 도서관에 있는 능력 중에 좋은 날을 점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보통 이삿날이나 결혼식 날을 고르는 능력이긴 하지만…….’

놀러 가기 좋은 날도 알려줄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교실 앞문이 열렸다. 담임선생님, 정시운이었다.

“다들 자리에 앉자.”

“네!”

담임선생님의 등장에 칙칙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교탁 위에 서류 봉투를 하나 올려둔 정시운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싱숭생숭한 아이들의 표정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수험표만 주고 바로 끝날 예정인데…….”

오오오.

아이들의 반응에 정시운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바로 집에 가거나 놀러 가지 말고. 임시소집일이 왜 임시소집일이겠어. 수험표에 나온 학교 확인하고 어디에 있는지, 시험 칠 교실은 어떤지 살펴봐야지.”

몇몇 아이들이 그걸 꼭 가야 할까 고개를 갸웃하자, 정시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꼭 학교 잘못 가는 애들이 나오거든. 학교 이름을 잘못 봐서 30분이면 갈 학교, 1시간 30분 걸려서 가지 말고. 내일 시간 딱 맞춰 갔더니, 다른 학교면 큰일이잖아.”

몇몇 아이들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많은 고3 담임 정시운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긴장된다고 늦게 자지 말고 자기 전에 알람 맞춰둬. 아니면 다른 사람들한테 깨워달라고 해. 나한테 말하면 내일 아침에 전화해 줄게. 그리고 오늘 미리 가방 다 챙겨두고, 전자기계 들고 가면 안 되는 거 알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주머니나 가방에 깜빡하고 넣어둔 거 없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쌤!”

“어, 왜?”

“미술과랑 음악과 애들 가는데요?”

창가에 앉은 아이가 창밖을 가리켰다.

수험표를 받은 미술과, 음악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학교를 나가고 있었다. 정시운이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럼 수험표 나눠줄게. 1번부터 차례로 나와서 받아가.”

“네!”

스무 명밖에 되지 않아 금방 다들 손에 수험표를 쥐게 되었다. 수험표를 받으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너 어디서 시험 쳐?”

“나 인영고.”

“오. 나도!”

같은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혼자 다른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는 없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던 정시운이 입을 열었다.

“예체능이라 실기랑 수능을 같이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시험 준비하느라 수고했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만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네!”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선생님한테 연락하고. 아니면 경찰서에 연락해. 내일만큼은 주변 어른들한테 최대한 의지해도 괜찮으니까 괜히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하지 말고.”

정시운의 걱정스러운 말이 다시 이어지자, 해탈한 표정의 김주경이 옆에 앉은 서준에게 속삭였다.

“쌤이 저렇게 걱정이 많은 거 처음 알았어.”

“그러게 말이야.”

서준과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수험생의 시험은 수험생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다 같이 준비하는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내일 시험 칠 학교를 살펴보고, 집에 온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우리 집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서준이 한예대 수시에 불합격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니 수능 최저등급만 넘으면 되는데, 그것도 평소 서준의 학교 성적이나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걱정할 게 없었다. 평소보다 조금 못 쳐도 괜찮았다.

그래서 당사자인 서준은 마음이 편했다.

어디 아프지 않은 이상 서준이 집중력을 잃을 일은 없었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서준이 아픈 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도 그런 줄 알았는데…….’

공부하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 엄마 아빠라서 수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서준을 믿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언니! 수능 도시락 반찬은 뭐가 좋을까?”

서은혜가 이어폰을 끼고 부엌에 서 있었다.

지금 서은혜와 통화하는 사람들은 서준이 아기 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는 소꿉친구 엄마들로, 아이들이 다 같은 나이이다 보니 수능도 다 함께 치게 되었다.

함께 준비할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하기도 했지만,

-죽! 죽 괜찮지 않아?

-아냐. 죽은 소화가 빨리 돼서 오후쯤에 배가 고프대.

-도시락도 중요한데, 아침엔 뭘 먹여서 보내지?

다들 첫 수능에 허둥지둥하는 것 같았다.

평소보다 많은, 그리고 질 좋은 재료들을 사와 식탁에 가득 늘어놓은 서은혜가 심각한 얼굴로 재료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먹던 반찬이 좋다고?”

평소에 먹던 반찬을 싸서 보내기엔 너무 간단하지 않나 싶었다. 맛있게 먹고 시험을 잘 칠 수 있도록, 좀 더 든든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음식들을 챙겨주고 싶었다.

“서준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아무거나 괜찮아.”

“흐음.”

거실에 있던 서준의 대답에 서은혜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부엌 쪽을 바라보던 서준이 고개를 돌려 아빠를 바라보았다.

오늘 일찍 퇴근한 이민준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맘쯤 되면 추워지는 날씨에 대비해 내일 서준이 입을 겉옷과 목도리, 장갑에 모자까지 챙겨두었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엔 내일 들고 갈 필통 안을 살펴보는 아빠의 얼굴이 너무 진지해 보였다.

“서준아. 샤프는 안 챙겨가도 돼? 예전에 수능 칠 때 나눠준 샤프가 너무 안 좋아서 샤프심이 문제 풀 때마다 부서졌대. 예비용을 챙겨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는 서준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샤프가 말썽이니, 어쩔 수 없이 두꺼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문제를 풀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이후로 개인용 연필 지참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했다.

“샤프는 안 되고 연필은 된다고 해서 연필 두 자루 챙겼어.”

“그래? 컴퓨터용 사인펜도 있고 지우개랑 수정 테이프도 있네. 시계는 챙겼어?”

“응. 책상 위에 올려놨어.”

서준의 대답에 이민준은 어디선가 적어온 준비물 목록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갔다.

“서준아! 도시락 양은 평소보다 적은 게 좋아? 많은 게 좋아?”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빠는 가방 안에 넣어둔 수험표와 서준의 주민등록증을 다시 확인했다.

어쩐지 시험을 치는 자신보다 엄마아빠가 더 긴장한 것 같아, 서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미나 : 우리 집도 난리야.

>지후 : 222

>지오 : 난 안 치지롱!

>지윤 : 좋겠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온 서준이 친구들에게서 온 메시지에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지오 너 스페인은 언제가?

>지오 : 1월에. 감독님이랑 엄청 연습 중임ㅋㅋ

프로 축구선수가 꿈이고, 선수로 활약 중인 박지오는 곧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스페인으로 갈 예정이었다.

더 어릴 적부터 박지오의 재능을 보아온 스카우트들이나 에이전시들이 학교나 클럽에 찾아가 이런저런 제안을 했지만, 유소년 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선 부모님 중 한 명이 함께 유럽에 가야 해서 조금 고민한 것 같았다.

>지후 : 난 상관없는데.

>지후 : 외국에도 의대는 있으니까.

쌍둥이인 지후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오 : ?누가 너 때문이래?

>지오 : 외국 안 가도 시혁이 형이 전화로 조언해 주고.

>지오 : 여기서 연습이 더 잘되는 것 같으니까 미룬 거지.

>지오 : 너 때문 아님.

예전에 서준과 함께 [재수사]의 카메오를 했던 최시혁은 이미 프로 축구선수로 유럽에서 활약 중이었다.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전 경기에서도 매번 국가대표로 불려 오기도 했다.

>최시혁 : 너 수능 친다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마도 지오에게 연락을 받은 모양이었다. 서준이 소개해 줬는데 둘 다 축구를 좋아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모양인지,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최시혁에게 답장을 보낸 서준이 친구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확실히 지후는 외국 가도 잘할 것 같아.

>지윤 : 맞아. 오히려 지오가 적응 못 할 것 같지 않아?

>미나 : 막내잖아ㅎㅎ

>지후 : ㅋㅋㅋㅋ

>지오 : 아니거든!

동갑이긴 하지만 지후가 형이고 지오가 동생이다 보니, 어쩐지 다들 지오를 동생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라고!’를 외치는 지오를 조금 놀린 후, 수능 후 만나기로 하고 메시지를 끝냈다, 고 생각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브라운블랙 형들부터 배우들, 감독님과 작가님들까지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야…….”

메시지 안에 담긴 걱정과 응원을 보니, 확실히 수능이 얼마나 대단하고 주목받고 있는 시험인지 잘 알 것 같아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엄마 아빠처럼 고3인 서준보다 더 초조하고 걱정스러워 보였다.

답장을 보낸 서준이 잠시 생각하다 [새싹부터]에 들어갔다.

“역시.”

여기에도 응원의 글이 많았다.

새싹들은 서준뿐만 아니라 [새싹부터]에 있을 고3이나 재수생 같은 수험생 새싹들에게도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만, 준비한 대로만 하면 된다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답글을 올렸다.

[공지 : 안녕하세요. 이서준입니다.]

<모두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신 대로 내일 긴장하지 않고 시험 잘 치고 올게요.

그리고 저와 함께 내일 수능 치시는 분들도 긴장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해왔던 실력을 보여주세요.

조금 다르지만, 작품을 공개하는 것도 시험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배우들과 감독님, 작가님과 스태프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만들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항상 새 작품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때는 긴장하고는 해요. 저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럴 때면 항상 생각합니다.

새싹 여러분만큼은 제가 열심히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실 거라는 걸 말이죠. 그러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다른 새싹 분들도 잘 알고 계실 거에요.

여러분들이 내일을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그러니 우리 걱정 말고 마음 편히 시험 치고 와요.

찍는 건 다 맞고, 아는 문제만 나오길 바랄게요!!

+)내일 춥다니까 다들 따뜻하게 입으세요!>

서준의 글이 올라오고 [새싹부터]가 눈물바다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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