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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32화 (43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32화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서준은 김주경, 한지호, 강재한과 함께 [436]팀이 모이기로 한 제1 연습실로 향했다.

“서준아. 오늘부터 연습해?”

“아니. 다들 뒤에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인사하고 팀장만 뽑을 거야.”

김주경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약속을 잡은 애들도 있을 테니까.”

“그건 그렇겠다.”

서준의 설명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1 연습실에 도착한 서준은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중학교 때 함께했던 [거울]의 팀원도 있었고, 같은 예울 예중 출신이지만 [거울]의 팀원은 아니었던 아이들도 있었다. 다른 중학교 출신도 당연히 있었다.

“안녕. 채연아.”

“안녕.”

[거울]을 준비할 당시, 음악팀 팀장이었던 피아노 전공, 김채연이 웃으며 서준을 반겼다.

“미술팀장은?”

“해외 전시가 있어서 참가 못 한대.”

“오…….”

김채연이 탄성을 흘렸다. 학생인데 해외 전시라니, 라는 감탄으로 시작한 그 끝에는 아쉬움이 머물러 있었다.

“같이 해본 애들이 편한데…….”

“그렇긴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아?”

서준의 말에 김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팀별로 나눠서 작업할 테니 음악팀인 김채연에게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고생은 네가 다하지 뭐.”

“하하하.”

음악과 배경을 적절히 조합해야 하는 팀장, 이서준이 웃음으로 때웠다.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연기팀 1학년, 김영찬과 2학년 박연지가 긴장으로 굳어서 들어오자, 서준과 3학년들이 웃으며 후배들을 반겼다.

“어서 와.”

“반가워!”

“안, 안녕하세요!”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처럼 김영찬과 박연지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연습실을 살폈다. 연기 수업으로 익숙한 연습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새롭고 낯설고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여기 앉아.”

“넵!”

제1 연습실 안의 학생들은 미술팀과 음악팀, 연기팀으로 적당히 분류되어 있었다.

미술과 1학년 박민형이 친구들과 모여 앉아 있다가 [거울] 당시 같은 미술팀이었던 선배들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음악과도 안면 있는, 같은 학원 출신인 선배들과 후배들도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채연 언니는 거울팀이었죠? 연기팀이 연기하는 거 자주 볼 수 있어요?”

“형. 이서준 선배님 연기 실제로 보면 어때요?”

“민형아. 졸업 공연은 봤는데 리허설도 그렇게 대단했어?”

대부분의 이야기가 서준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준과 함께 작업한 아이들이 웃으며 [거울] 때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 왔네.”

인원수를 확인한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아우라를 흘리니, 시끌벅적하던 연습실이 금세 조용해지고 서준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서준에게 익숙한 [거울]팀도,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의 모습에 눈을 빛내며 바라보았다.

연기과 3학년들이 감탄했다. 언제봐도 멋진 존재감이었다.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연기과 3학년 이서준이라고 합니다. 모두 [MOEB-436]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서준을 아주아주 드물게 보는 1학년들의 반응이 더욱 격렬했다. 서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말 편하게 할게. 12월 졸업 공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있을 정식 공연까지 같이할 팀이니까. 음. 나만 정식 공연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

서준의 말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우리도 정식 공연 노리고 있지!”

“정식 공연도 흥행시키죠!”

제법 경험이 많은 2학년들과 3학년들이 웃으며 대답했고 1학년들이 조금 떨리는 눈으로 짝짝 박수를 쳤다. 정식 공연이라니, 조금 긴장도 됐지만, 이서준 선배님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 1학년들을 보며 서준이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다면 선배들이나 나한테 이야기하면 돼.”

“맞아. 서준이 쟤가 음악도 잘하지만, 미술도 제법 감각이 있거든.”

“그리고 연극 무대 구상은 우리보다 나아.”

3학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1학년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자신이 1학년 때도 이렇게 어리게만 보였을까.

귀여운 1학년들의 모습에 서준과 3학년들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합격할지 모르고 갑작스럽게 온 애들도 있을 테니까, 오늘은 간단히 인사하고 각 팀 팀장만 뽑고 가자. 아, 가기 전에 연락처 알려줘야 해.”

그렇게 말한 서준이 미술팀부터 차례로 이름과 반을 불렀다.

“1학년 1반, 박민형.”

“네! 박민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하는 박민형을 시작으로 1학년들과 2학년들, 3학년들까지 모두 인사가 끝났다. 한 번에 기억하기는 어렵겠지만 몇 달 만나면 금세 기억할 터였다.

“그럼 이제 팀별로 팀장을 뽑을게.”

음악팀에서는 [거울]팀의 음악팀장이었던 김채연이, 미술팀에서는 3학년, 이솔이 맡기로 했다.

“그럼 팀장들 전화번호 입력해 두고. 오늘 다들 수고했어. 이건 대본인데 내일까지 읽어와 주면 좋을 것 같아.”

“네!”

“그래.”

서준은 코코아엔터에서 복사해 온 대본들을 [436]팀원들에게 나누어줬다. 한지호가 사납게 웃으며 겁주듯 말했다.

“대본 유출 안 되게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유출이라니.

대본을 든 1, 2학년들의 눈이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서준에 관한 기사, 졸업 공연에 관한 기사로 가득했던 인터넷을 떠올렸다. 유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절로 상상이 됐다.

긴장한 듯 꿀꺽, 침을 삼키는 아이들의 모습에 강재한이 얼른 상냥하게 덧붙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어른들보다 각 팀 팀장이나 3학년들한테 먼저 알려줘. 연기팀이든, 음악팀이든, 미술팀이든.”

“……네!”

[거울] 때야, 원작 소설이 있으니 유출 같은 건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창작 연극인 [436]은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김주경이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서준이 연극을 볼 사람들은 알아서 스포일러 조심하니까. 너희도 알지? 거울 때도 소설이 있지만 안 본다는 사람들이 많았잖아. 그냥 최대한 유출되지 않게 조심만 하면 돼.”

김주경의 말에 아이들이 안심한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은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친구들의 모습에 작게 웃었다. 그래도 도움을 받으니 기분은 좋았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내일 보자!”

그렇게 졸업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 * *

-서준이 실기 연기를 못 보다니……!

=짧게 짧게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네.

-한예대에 공개하라고 하면 안 됨?

=그건 월권이지.

=22 넘나 선 넘는 것.

-근데 왜 실기 영상을 공개 안 할까? 여울 예중이나 미리내 예고는 하는데.

=보통 안 하지. ATR 재단이 특이한 거.

=22 그거 공개되면 얘는 왜 합격했냐, 내 눈엔 쟤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 하고 논란 일어날 것 같으니까.

=333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그럭저럭 넘어간다 치더라도…… 대학교는 좀;;;;

=444 대학 입시를 위해 수능 날 비행기도 착륙 안 시키는 나라잖아. 우리나라가ㅋㅋ

-근데 방송 경력 있으면 특별 전형으로 갈 수 있지 않음?

=그러게. 배우나 아이돌들은 그렇게 대학 가지 않나? 연예인 전형…… 이던가?

=ㄴㄴ 대놓고 연예인 전형이라고 안 함.

=+)특기자 전형. 공신력 있는 대외활동(배우, 가수, 선수 등)이나 수상실적으로 선발하는 거임. 학교 내의 경험(활동, 수상)도 인정함.

=그래서 고등학교 수상 실적 밀어주기가 생기는 거지.

=헐…… 그렇구나.

-이서준은 뭐…… 공신력 있는 대외활동(배우로 작품 다수 출연)도 했고 수상 실적(골든 글로브, 오스카, 칸 영화제)도 대단해서 단번에 합격할 듯.

=(삭제된 댓글입니다)

=원댓 요약: 연예인이라 대학 편하게 가네.

=? 편하게는 무슨. 저 경력 쌓으려고 노력한 건 안 보임?

=??? : 대학 편하게 가려고 오스카상을 탔습니다. 으음. 부족해 보여서 황금종려상도 준비했습니다.

=ㅋㅋㅋ어떤 대학이길래 그렇게까지 가려는 거냐?ㅋㅋㅋ

=22 이서준 정도의 연기력이면 그냥 지원해도 붙겠다.

=333 성적도 좋다던데.

-근데 한예대는 특기자 전형 없음.

=오…… 없으면 어떻게 가?

=그냥 다 같이 시험 보고 들어가는 거지.

=근데 실기 영상을 공개 안 함ㅋㅋ

-결론) 이서준 실기 영상 절대 못 봄.

* * *

“시작 부분은 이렇게 갈 거야.”

서준이 김주경에게 말했다.

“과학자가 외계인이라서 그걸 관객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거든.”

“응.”

‘과학자’ 역을 맡은 김주경도 진지한 얼굴로 서준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외계인의 언어처럼 이상한 말을 내뱉는 거지. 그러다가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처럼 한국어로 바뀌는 거야.”

“외국어로 하는 건 어때? 대중들이 잘 모르는 언어로 의미를 담으면 해석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아?”

김주경의 의견에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정식 공연 다음에 너튜브로 공개하잖아. 그 나라 사람들도 볼 수 있을 텐데, 잘 쓰고 있는 언어를 외계인의 언어라고 한다면 싫어하지 않을까?”

“으음. 그런가?”

“만약에 외국 영화에서 외계인이 한국어로 말하면 난 몰입 안 될 것 같아. 한국어가 외계 공통어도 아니고 말이야.”

“아하.”

서준의 설명에 김주경은 납득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본다면 별일이 아니겠지만, 한국어를 이해하고 쓰고 있는 한국인들이 그런 영화를 본다면 아무리 심각한 내용이라도 웃기기만 할 터였다.

“그렇겠네. 외계인 말이라……어떤 식으로 해야 하지?”

“어차피 짧으니까 간단히 가나다라 조합도 괜찮아. ‘가나다라’는 소리가 밝으니까…… 으 발음이 더 좋으려나?”

“‘그느드르’처럼?”

“응. 조금 느리게. ‘그으-크르슷-’처럼 순서도 섞고 받침도 넣어주고. 꼭 으 발음이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서준의 시험에 김주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근데 막 뱉으면 공연 때마다 똑같이 말하기 힘들 것 같은데.”

“이건 녹음으로 갈 거라서 한 번만 하면 돼. 소리도 기계음을 넣고 뭉개서 최대한 이질적으로 만들 거야. 외계어에서 한국어로 바뀌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겠지만.”

“그 정도야 문제없지!”

김주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떤 발음이 ‘과학자’에게 더 어울릴까 궁리했다.

서준이 대본을 내리고 제1 연습실을 둘러보았다. 한지호, 강재한, 김영찬, 박연지가 서로의 목소리와 연기에 방해되지 않게 넓은 연습실에 따로 떨어져 앉아 대본을 보고 있었다.

제1 연습실은 [436]팀의 연습실로 배정되어, 방과 후에는 모두 여기로 모이게 되었다.

물론 연기팀뿐이었고 음악팀은 배정받은 음악 연습실에, 미술팀은 배정받은 미술실에 있었다.

연락은 휴대폰으로 주고받았고 가끔 서준이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다른 팀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 서준도 자신의 연기 연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연기 이외의 상황 때문에 바쁘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팀원들의 손으로 만들어나간다는 보람이 느껴져 기분은 정말 좋았다.

연기 연습 후, 쉬는 시간.

미리내 예고에서 주는 졸업 공연 지원비로 산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으며 연기팀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긴장하던 박연지와 김영찬도 제법 이 자리가 편안해진 모양인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님들 모두 한예대 지원하시죠?”

“그렇지 뭐.”

허허허 해탈한 듯 웃는 3학년들의 모습에 내년과 내후년에 입시를 겪게 될 박연지와 김영찬이 눈을 반짝였다.

“수시 접수는 예전에 끝났고 자기소개서나 고등학교 성적표 같은 서류도 다 제출했어.”

“음악과나 미술과도 그럴걸. 시험 날짜는 아직 안 나왔지?”

“응. 나오면 일정 맞춰야지.”

김주경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수시부터 수능, 그리고 수능 이후의 실기까지 고려하면 아무래도 3학년들의 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거울] 때보다 3학년 지원자가 적었다.

‘그것까지 고려하고 지원한 것이겠지만.’

서준도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일정을 충분히 생각할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연기팀을 빼고 음악팀과 미술팀은 1, 2학년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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