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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31화 (43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31화

주말이 훌쩍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병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싫어하는 날이었지만 오늘, 미리내 예고에서만큼은 예외일지도 몰랐다.

“점심시간에 알려준다던데……”

“으. 떨린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에 걸쳐 진행된 연극 [MOEB-436], 줄여서 [436]의 오디션이 끝나고 오늘 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 때문에 연극의 중심이 될 연기과는 물론이고 음악과와 미술과도 오전 내내 그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같은 반응인 음악과와 미술과와는 달리 연기과 1, 2학년들은 반쯤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중학교 때처럼 3학년들만 뽑으려나?”

점심시간.

1학년 1반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오늘의 메뉴는 돈가스로, 바삭바삭함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돈가스 한 조각에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만든 달달한 소스를 듬뿍 찍어 입에 넣은 1학년들이 친구의 말에 묘한 표정으로 하나둘 입을 열었다.

“3학년 선배님들이 연기를 잘하시잖아. 실력대로만 뽑으면 당연한 결과지 않을까?”

“그거야 그렇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3학년들만 오디션을 보는 게 낫지 않나?”

“그래서 2반에 몇 명은 아예 오디션 안 봤대.”

그 말에 식빵을 잘라 바삭하게 만든 크루통을 양송이 스프에 넣어 촉촉하게 적셔 먹고 있던 1학년 1반, 김영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응. 2학년 선배들 중에도 그것 때문에 오디션 안 본 사람들이 있다더라. 몇 명뿐이지만.”

“아, 나도 들었어.”

2, 3학년들과 같은 연기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들었다.

이번에도 서준이 3학년들만 뽑을 거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팀을 만들어 연말 공연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물론, 연극 [436]의 오디션을 본 학생들도 오디션에 떨어질 것에 대비해 연말 공연 팀들에 한쪽 발을 걸치고 있긴 했지만, 아예 오디션을 보지 않을지는 몰랐다.

“근데 안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오디션을 안 본다면…… 아쉽지 않을까? 이서준 선배님하고 연기할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러게. 붙을 만한 오디션만 골라서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 말에, 실력 있는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투자자나 감독, 작가 등 관계자들이 은근슬쩍 밀어 넣은 내정자들과도 경쟁해왔고 앞으로도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 예중 출신 1학년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중학교 때 떨어진 건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아?”

“응. 너무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만 했지. 오디션 끝나고 학원 가서 쌤이랑 애들이랑 다 같이 오디션 재현했거든. 근데 다들 완전 똑같았어.”

“우리도. 쌤이 이마를 짚더라. ‘아니, 거기에 너희들 해석을 넣어야지! 가르쳐 준 그대로 하면 어떻게 해!’ 하고.”

같은 학원인 아이들이 친구의 흉내에 웃음을 터뜨렸다.

여울 예중 출신 아이들도 이해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중학교 출신이라 연극 [거울]의 오디션을 보지 못했던 아이들도 연기학원에서 들은 말이 많은지 동의했다.

“단단히 준비했으니까 이번에는 1, 2학년들도 뽑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럼…… 누가 뽑혀도 이서준 선배님이랑 어떻게 연습하는지 가르쳐 주기!”

그 말에 아이들이 눈을 빛냈다.

“오오. 그거 좋다!”

“그러게. 학원에서도 종종 연습하는데…… 거울, 너무 어렵지 않아?”

“너희 학원도 해?”

“응. 중학생 연극이라서 쉬울 거라는데 하나도 안 쉽구요.”

웃고 떠들던 김영찬과 아이들은 후식으로 나온 상큼한 오렌지 주스를 입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은 식판을 정리했다.

“이서준 선배님을 중학생으로만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아니, 어느 중학생이 오스카상을 타냐고.”

“그러니까 말이야.”

그리고는 우르르 합격자가 붙을 게시판으로 향했다.

“아직 안 붙었나 보네?”

“발표 났으면 떠들썩하겠지.”

1학년들이 향하는 곳, 연기과 3학년 교실과 가장 가까운 게시판 앞에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다들 가장 빨리 합격자를 알기 위해 모인 것 같았다.

‘내가 합격할 일은 없겠지.’

중학교 때처럼 열심히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 합격할 가능성은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다는 걸 김영찬은 잘 알고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흡입하고 있던 김영찬의 눈에 교실에서 나오는 이서준 선배님과 3학년 선배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근데…….’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였다.

* * *

[블루문, 드디어 ‘블루문’ 싱글앨범 발매!]

[‘블루문’의 싱글앨범 패키지 속 ‘블루문(배우 이서준)’ 포토카드!]

[코코아엔터, ‘블루문(배우 이서준)’ 스노우볼 만들 예정!]

원활한 점심시간을 위해 오늘은 1학년부터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3학년, 서준과 아이들은 교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블루문 싱글앨범 나왔네! 여기 블루문 포토카드라는 거 서준이 너지?”

“응. 나야.”

김주경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이 오호, 감탄했다.

“이든이랑 은성이 포토카드는 랜덤일 것 같던데…… 네 사진도 랜덤이야?”

“아니, 내 건 아니야. 다 똑같은 사진으로 넣었대.”

“그럼 서준이 팬들은 여러 개 살 필요 없겠다. 하나만 사도 서준이 포토카드가 있으니까.”

강재한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기 스노우볼 기사 있지?”

“이거?”

한지호가 기사들 중 하나를 클릭했다. [코코아엔터, ‘블루문(배우 이서준)’ 스노우볼 만들 예정!]라고 적힌 기사였다.

“응. 그거 새싹봉 모형인데, 거기에도 싱글앨범에 들어간 포토카드랑 똑같은 사진이 들어갈 예정이야. 하나로는 아쉬우니까 다른 사진 몇 개 더 넣어서.”

“오. 그럼 앨범은 안 사도 되겠다.”

“그러게. 저것만 사도 포토카드가 있으니까.”

아이들은 서준이 없어도 멋진 무대와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블루문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시계를 보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준이 주섬주섬 종이를 꺼냈다. 합격자가 쓰여 있는 종이였다.

“지금 붙이고 식당 갈 거지?”

“응. 그러려고.”

“드디어 누가 합격한지 알게 되는구나!”

서준의 말에 한지호가 오디션이 끝났을 때부터 궁금증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날려 버리듯 시원하게 외쳤다. 다른 아이들도 속이 시원한 것처럼 보였다.

“근데 오늘 아침에 붙일 줄 알았는데 꽤 늦었네? 결정이 어려웠어?”

김주경이 의아한 듯 묻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하더라. 캐릭터 해석도 좋고. 역시 고등학생이라서 그런가. 중학생 때랑은 다른 것 같아.”

서준의 칭찬에 친구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연기에 관해 칭찬을 받는 것도 좋았지만, 서준에게 들을 때면 더욱 벅차올랐다. 서준이 얼마나 연기에 관해 냉정하고 엄격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준이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김하운과 정보람 등, 다른 아이들도 합격자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3학년들 중에 대부분이 과학자랑 유진만 노리고 있으니까 결정하기 더 힘들었어.”

서준의 말에 교실에 있던 [과학자]와 [유진]의 역에 지원했던 3학년들이 아하하하 웃었다. 1번 캐릭터인 [과학자]와 2번 캐릭터인 [유진]은 서준의 배역 다음으로 분량이 많은 등장인물들이었다.

[유진]의 역에 지원했던 김하운이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배우라면 당연히 분량 욕심이 나지.”

“응응.”

정보람과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그렇게 몰릴 줄은 몰랐는데…….”

실력 있는 3학년들이 두 배역에 몰리니, 상대적으로 다른 배역들의 경쟁률이 낮아졌다. 묘하게 아쉬움이 남아 있는 듯한 서준의 목소리에 강재한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다른 배역에 실력 있는 애들이 별로 없어?”

“아니. 그건 아니야.”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주말과 오늘 오전 내내 생각했던 합격자들은 만족스러웠다.

‘물론 3학년들이 더 잘하겠지만.’

잘한다고 해서 지원하지도 않은 다른 배역의 합격자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결정을 바꿀 생각도 없었다. 그럴 거면 그냥 3학년에서만 뽑았을 거다.

‘그저…….’

서준이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냥…… 아역 배우 시절 마지막 작품이고,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연극이니까…… 너희들이랑 같이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게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서준의 말에 친구들이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성적인 몇몇 아이들은 서준의 말에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고등학생 생활이 실감이 나는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서준아!”

“이렇게 감동 시키기냐!”

아이들이 서준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기분 좋은 압박감에 서준이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 *

잠시 후.

찐한 우정의 포옹을 나눈 3학년들이 어색한 얼굴로 복도로 나왔다. 일순간 감정이 몰아쳐 격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끄럽고 민망해진 탓이었다.

“나 사진 찍음.”

그 말에 다들 으으, 몸을 떨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중에 보내줘.”

“나도!”

“단톡방에 올릴게.”

영문 모를 3학년들의 분위기에 게시판 앞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이 하하 웃으며 그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게시판에 새하얀 종이를 붙였다.

<[MOEB-436] 합격자>

1. 음악팀

2. 배경&소품팀

3. 연기팀

음악팀과 배경&소품팀의 합격자 이름은 집에서 인쇄해 와 공문서처럼 딱딱한 글씨체였지만, 연기팀의 합격자 이름은 점심시간 바로 직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서준이 볼펜으로 직접 적어야 했다.

궁금증이 가득 담긴 아이들의 시선이 반듯하게 적힌 글씨로 향했다.

“합격! 서준이랑 작품 하는 거 오랜만이다!”

김주경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크. 드디어 너랑 연극을 해보네.”

한지호가 서준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씨익 웃었다.

“우리 열심히 해보자. 서준아.”

3학년 중 마지막 합격자, [거울]에 이어 또 한 번 서준의 연극에 참여하게 된 강재한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서준도 활짝 웃었다. 합격하지 못한 친구들도 세 친구를 축하해 주었다.

합격자를 확인한 3학년들이 시끌벅적하게 식당으로 향하고,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게시판 앞으로 몰려왔다.

상황을 보아하니, 김주경 선배님과 한지호 선배님, 강재한 선배님이 합격한 모양이었다.

“다섯 개 중 세 개……!”

“그럼 나머지 2개는?!”

합격자를 확인하는 아이들의 눈이 빨라졌다.

남은 오렌지 주스를 목 뒤로 넘기던 김영찬도 그 실력도 좋고 운도 좋은 배우가 누구인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종이를 바라보았다.

김영찬의 눈이 의아한 듯 가늘어졌다.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 보여, 남은 오렌지 주스를 삼키는 것도 잊고 말았다.

[1학년 1반 김영찬]

“……켁!”

오렌지 주스를 잘못 삼킨 모양이었다. 목이 아파오자 천천히 실감이 됐다. 김영찬은 켁켁거리면서도 종이에서, 자신의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저기에…… 내 이름이?’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환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듯 친구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야야야야! 김영찬! 미쳤어!”

“너 합격이래! 합격!”

“1학년이 합격이라니……!”

팔과 등을 두들겨 대는 친구들의 반응에, 슬슬 실감이 된 김영찬이 입을 벙긋벙긋거리다가 두 팔을 위로 쭉 뻗고 으아아아 환호성을 질렀다.

* * *

서준과 3학년들이 자신들을 스쳐 지나 달려가는 후배를 보았다. 3학년들의 얼굴은 다 알고 있으니 아마 1학년이나 2학년일 터였다.

“되게 빠르네.”

“합격자 보고 왔나 봐.”

귀여운 후배의 모습에 서준과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점심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서준과 친구들을 스쳐 지나간 후배가 도착한 곳은 급식실 안, 친구들이 앉아 있는 곳이었다.

“박연지!”

박연지는 자신을 부르는 우렁찬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체육복 바지를 입고 교복 치마를 흩날리며 달려오는 친구의 모습에 익숙한 듯 젓가락으로 돈가스 한 조각을 집었다. 박연지의 주변에 앉아있던 친구들도 냠냠 점심을 먹었다.

“박연지! 박연지! 박연지! 박연지이-!”

“숨넘어가겠다. 박연. 어디 안 감.”

“체해서 오늘 점심은 건너뛴다더니…… 올 줄 알았어.”

“오늘 돈가스 존맛.”

친구의 오버액션이 한두 번이 아닌지 박연지와 친구들은 편안한 얼굴로 식사를 이어나갔다. 답답한 건 막 달려온 친구뿐.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던 친구가 박연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너 진짜 큰일 났어!”

박연지가 탈탈탈 흔들렸다. 박연지의 젓가락이 용케 돈가스 조각을 잡고 있었다.

“왜? 뭔데?”

“오늘따라 서론이 기네?”

박연지와 아이들이 하나둘 의아한 듯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들의 관심이 쏠리자, 잠시 그 시선을 즐기다 충분히 만족한 친구가 상기된 얼굴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합격함.”

“뭐? 무슨 합격?”

“박연, 무슨 시험 봤어?”

“아니? 안 봤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박연지와 아이들의 모습에 친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서준 선배님 팀에 합격했어!”

“……?”

“너 이서준 선배님이랑 같이 연극한다고!!”

“……!”

박연지는 물론이고 아이들과 근처에 있던 학생들까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명찰을 보면 2학년인데 이서준 선배님의 팀에 합격했다고?

그거 3학년만 합격하는 거 아니었어?

멍하니 있다가 친구의 말을 겨우 이해한 박연지의 손에서 젓가락이 떨어졌다. 돈가스 조각이 양송이 스프에 퐁당 빠졌다. 박연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진짜? 너 이거 장난이면…….”

오늘 곱게 집에 보내지 않으리.

살벌한 박연지의 눈빛에 친구는 얼른 휴대폰을 내밀었다.

“사진 찍어 왔어!”

박연지가 떨리는 눈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연기팀, 3번 등장인물의 이름 옆에,

[2학년 2반 박연지]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미친……!”

감탄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 * *

“오올.”

축제 분위기인 2학년들의 모습에 3학년들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라면 이해하지.”

친구들의 시선에 서준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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