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426화 (42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26화

금요일 저녁, MBS 회의실.

내일 방송을 앞둔 뮤직중심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조용히 스크린에서 나오는 블루문의 무대를 바라보았다. 몇 번을 봐도 감탄만 나오는 무대였다.

“문제는 우리 방송이 중요도가 좀 낮을 거라는 거지.”

스크린 속 영상이 꺼지고 심각한 표정의 피디가 입을 열었다.

“첫 무대라서 KBC를 보고, 마지막 무대라서 SBC를 볼 텐데…… 우린 뭐, 중간에 껴서 봐도 좋고 안 봐도 좋은 상황이잖아.”

“하지만 오늘 본 사람들이나 사람들 반응으로 궁금해진 사람들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글쎄. 오늘 봤다고 내일 안 볼 수도 있잖아.”

시청률을 위해 피디는 좀 더 색다른 아이디어를 요구했다. 적어도 KBC와 비슷할 정도의 시청률은 나와야 했다. 제작진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관객석 반응을 넣으면 어떨까요?”

음악방송에서는 드물지 않나, 싶어 스태프 중 하나가 말했다. 피디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 어디서 온 암살자냐? KBC? SBC? 시청률도 죽이고 우리도 죽이게?”

“이런 무대 중간중간에 관객들 반응 넣으면 잘 몰입하고 있던 사람들도 다 깰걸.”

피디와 메인 작가의 타박에 스태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피디와 메인 작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서브 작가가 손을 들었다.

“직캠은 어떨까요?”

“……직캠?”

직캠은 팬들이 스타의 무대를 직접 찍는 영상을 말했다.

그 때문에 관객석에서 찍을 때는 스타가 성냥만 하게 찍혔고 스탠딩석에서 찍을 때는 화면이 흔들렸다.

메인 작가가 더 설명해 보라는 듯이 바라보자 서브 작가가 말을 이었다.

“네. 편집되지 않은 무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멤버당 카메라를 하나씩 붙여서 이서준 배우나 멤버들을 더 자세히, 오래 보여줄 수도 있고요.”

“근데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긴 어려울 텐데…….”

“너튜브 채널에 올리면 되죠.”

피디가 턱을 매만졌다.

이서준의 출연으로 광고가 많이 붙긴 했지만 그중 반은 기존에 계약하고 있던 광고들이었다. 비싸게 팔린 광고들은 이서준 때문에 들어온 것이라 이번 방송이 끝나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갈 터였다.

“어차피 이번 광고는 일회성이고…… 너튜브는 계속 수익이 나올 것 같지?”

“코코아엔터랑 수익을 배분해야 하겠지만요.”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어 재방송도 몇 번 없는 방송보다야, 언제고 어디에서고 볼 수 있는 너튜브가 수익적인 면에서 더 좋을 것 같았다.

“채널에 사람들도 모일 것 같고……. 좋아. 직캠으로 가자.”

그 말에 다들 큰 고민을 떨쳐낸 듯 환하게 웃다가 이어지는 피디의 말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직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 * *

[MBS, 뮤직중심 이서준×블루문 직캠 티저 공개!]

[너튜브 채널 ‘뮤직중심’에서 블루문 직캠 티저를 만나보세요!]

[오늘 뮤직중심 방송 후 블루문 직캠 공개 예정!]

[팬이 아닌 방송국에서 찍는 직캠! 어떤 느낌일까?]

[이서준? 최재원? 김시훈? 백이현? 박이든? 정은성? 보고 싶은 스타를 골라서 보자!]

-직캠이라니, 신박한데?

=확실히 방송국 카메라라서 그런지 화질도 좋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ㅋㅋ

=AS 침대.

=ㅋㅋㅋㅋ

-와…… 당장 보러 가야지!

-3초 너무 짧은 거 아니냐??

=222 눈 깜빡하면 끝나겠다

=333 블루문 뮤비 티저도 10초는 나왔는데!

=그러고 보니 무대 의상. 뮤비 티저에서 나온 정장이랑 비슷한 듯!

뮤직중심 제작진의 생각대로 직캠의 티저가 공개되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2시간 후.

뮤직중심이 본방송을 시작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나온 이서준과 블루문의 멋진 퍼포먼스에, 간의 기별도 안 가는 직캠 티저를 본 팬들은 직캠 영상을 궁금해했다.

[뮤중/직캠-이서준×블루문//이서준(풀샷)]

[뮤중/직캠-이서준×블루문//이서준(클로즈업샷)]

-와. 처음부터 끝까지 서준이만 따라다녀ㅎㅎ

=여기가 내가 누울 자리인가요.

-풀샷에 클로즈업 샷이라니! 뮤중이 우리 맘을 잘 아는 듯.

=222 풀샷만 나오는가 싶었는데ㅋ

-이제 하루에 한 번씩은 이걸 보겠구나ㅋㅋ

=한 번만요??

=……시간 날 때마다 보겠음ㅋ

=22 두고두고 보려고 저장해 둠ㅎ

=333 중간에 광고가 나와서 너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다ㅋㅋ

-이것 봐ㅋㅋ 엄청 신기함ㅋㅋ

=(링크)

[이서준과 블루문 멤버를 겹쳐봄]

뮤비나 무대만 봐도 이서준이 블루문 멤버들을 연기하고 있다는 건 다들 잘 알 거임.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음.

이서준은 과연 어디까지 멤버들을 따라 한 걸까?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래서 뮤비 영상이랑 무대 영상으로 이서준과 블루문 멤버의 모습을 겹쳐보기로 했음. 근데 뮤비도 무대도 편집이 들어간 거라 뭘 해보기에는 너무 짧았음.

그때! MBS 직캠이 등장!

풀샷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보여줘서, 아주 편하게 두 영상을 겹쳐봄.

(진한 파란색 이서준과 반투명해진 흰색의 최재원의 모습이 겹쳐서 움직이는 영상)

결과는?

키나 실루엣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려해서 보면, 그냥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완전 똑같음ㅎㄷㄷ 손 올라가는 타이밍이며, 손가락 움직이는 것하고 하체의 움직임까지 다른 게 전혀 없음;;;

최재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똑같음;;;(밑에 영상 추가하겠음)

이거 만들면서 생각했는데, 새삼 대단해 보임.

그냥 세계적으로 스타가 된 게 아닌 듯.

-그냥 봐도 신기했는데 이렇게 분석 영상까지 보니까 더 신기함.

-뮤비 하나에도 엄청 연구하고 고민하고 연습한다는 게 느껴진다.

=22 다른 영화들도 이만큼 연습했을 듯.

=333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니까 성공하지.

-영상 다 보고 왔는데 팔에 소름 돋았다ㅋㅋㅋ

-이서준은 사람이 아닌 듯.

=몰랐음? 이서준 CG임. CG.

=22 우리나라의 문화발전을 위해서 나라에서 비밀리에 만든 최종병기!

=앜ㅋㅋ 그래서 현실에서는 볼 수가 없었구나ㅋㅋ

=ㅋㅋ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가ㅋㅋ

=언제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대ㅋㅋㅋ

* * *

[이서준×블루문의 마지막 콜라보 무대!]

[오늘 오후 SBC 인기음악에서 방송 예정!]

“아직 녹화도 안 했는데 기사가 떴네.”

드레스 리허설을 마치고 가볍게 흐른 땀을 닦아내고 화장을 수정한 서준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아주 열심히 리허설을 진행한 블루문 멤버들은 체력을 모으기 위해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아. 어제 올라온 직캠 분석 영상 봤어? 엄청 신기하던데.”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언제 지쳤냐는 듯, 눈을 번쩍 뜬 김시훈과 박이든이 재잘댔다.

“저희도 봤어요! 연습할 때도 똑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분석 영상을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서준아. 너 진짜 나라에서 만든 비밀병기 아니야?”

“알고 보면 오렌지 주스가 연료고?”

정은성의 말에 서준은 물론이고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당황하긴 했는데 말이야. 다들 직캠을 좋아해 주니까 좋더라.”

“저는 잠시 고민했어요. 어느 카메라를 봐야 하느냐 싶어서요.”

최재원과 백이현의 말을 시작으로 다들 어제 녹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직캠을 위한 카메라만 빼면 무난한 촬영이었다.

“녹화 준비해 주세요!”

인기뮤직 스태프의 말에 서준과 블루문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의상과 화장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후, 무대로 향했다.

무대 뒤는 녹화 준비로 분주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로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사람들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살펴보니 다른 프로그램의 피디들처럼 보였다.

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는 피디들의 모습에 서준도 빙그레 웃어주었다. 번뜩이는 눈빛들을 보아하니 그제, 어제처럼 또 출연 제안이 쏟아질 듯했다.

서준은 고개를 돌려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관객석에는 리허설 때 봤던 새싹들과 블루문 팬들이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었다.

리허설도 충분히 대단했지만, 본 녹화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얼굴들이었다.

그런 팬들의 얼굴을 보니, 서준은 문득 자신과 블루문의 무대가 팬들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최재원이 입을 열었다.

“무대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오늘은 서준이랑 같이 서는 마지막 무대니까 더 열심히 하자.”

“네!”

서준과 멤버들이 리더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서준과 블루문이 무대에 올랐다.

제복 스타일이었던 음악뱅크와 검은색 정장이었던 뮤직중심과 달리, 이번 인기뮤직의 의상은 여름과 바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볍고 하늘하늘한 옷이었다.

의상에 맞추어 무대 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풍경도 마치 둥근 달이 떠 있는 밤바다 같았다.

서준과 블루문이 팬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에 섰다.

곧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최재원의 노래를 시작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하급이 발동됩니다.]

서준과 블루문의 머리 위의 숫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조금씩 조금씩 상승하기도 했지만, 무대에 집중하고 있던 서준은 눈치채지 못했다.

[난]

[너의 빛을 받아!]

블루문 멤버들이 오른팔을 쭈욱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가, 몸을 돌리며 뒤쪽을 가리켰다. 거기에 블루문이 서 있었다.

블루문이 뒤를 돌아 첫발을 내디디려는 찰나,

[모든 유대감이 최대치에 다다랐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알림이 들렸다.

잘못하면 발을 헛디딜뻔했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은 아니라서 서준은 금세 침착하게 무대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관객석에서는 서준의 뒷모습만 보이는 터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의 등급이 하급에서 중하급으로 상승합니다.]

그사이에도 알림은 제 할 일만 하는 듯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서준의 오른손에 새겨져 있던 지휘봉 문양은 제 존재감을 뽐내는 듯 반짝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중하급-]

지휘자와 연결된 존재들의 유대감에 따라 음악 실력이 최대 3배까지 증감합니다.

지휘자와의 유대감과 연결자들의 유대감이 숫자로 표현됩니다.

최대 연결 : 10 (5/10)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중하급이 발동됩니다.]

서준이 한숨을 삼켰다.

‘……이럴 것 같더라.’

무대가 끝날 때마다 부쩍부쩍 상승하는 머리 위의 유대감을 보면서 마음속 한구석으로는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지휘자인 서준이 블루문과 같이 무대에 서고, 무대가 끝나면 함께 연습하고, 숙소까지 같이 쓰는 바람에 더욱 가속화한 것 같았다.

‘같은 나이대라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다 음악의 ‘ㅇ’ 자도 모르던 아기 서준과 달리 지금의 서준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악기도 배웠고 많은 경험을 했다.

아마도 이런저런 요소들이 모두 작용한 것 같았다.

‘뭐, 나쁜 건 아니니까.’

눈 깜빡하는 사이 생각을 정리한 서준은 무대에 집중했다.

‘블루문’이 왕좌에 앉는 그 순간, 무대 앞에 서 있던 블루문 멤버들의 분위기가 조금 변했다.

생소한 기분이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온몸의 감각들이 폭죽처럼 펑펑 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높이 올라-!]

최재원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들리고, 멤버들의 춤이 한층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졌다. 왕좌에 시선이 집중되는 터라 그렇게 격렬한 안무는 아니었지만, 그 차분한 멤버들의 움직임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름이 돋은 듯, 깜짝 놀라는 관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장 밝게 빛날 거야-!]

무대에서 뻗어 나가 관객석과 무대 뒤까지 가득 채우는 강렬한 아우라와 자신과 멤버들의 향상된 실력을 느끼며 왕좌에 앉은 ‘블루문’이 다정하게 웃었다.

[네가 볼 수 있도록]

어쩐지 어떤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서준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능력을, 서준이 볼 수 있도록 높이 들고 자랑하듯 약을 올리듯 킬킬킬 웃는 정령의 나무의 모습이 말이다.

* * *

-……마지막 파트 뭐야? 거기서 숨도 못 쉼;;

=22 엔딩 요정은 서준이였지만…… 그전 부분까지 다른 방송과 다르게 무대 전체를 보여준 이유를 알겠다.

=333 다들 장난 아니더라ㄷㄷㄷ

-이게 말로만 듣던 성장하는 아이돌인가.

=묘하게 브블이랑 비슷하다고 싶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닮다니!

=얘네도 엄청 크겠네. 일단 지금 콘서트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신인이라서 콘서트를 안 해!

-이걸 라이브로 봤어야 했는데! 현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다음 주엔 서준이 안 나와서 안 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끝나면 어떡햌ㅋㅋ

=진짜 음방에서 절단신공을 볼 줄이얔ㅋ

-다음 주 무대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까? 아니면 그냥 얻어걸린 걸까?

=브블이랑 비슷하다면, 더 발전할 듯.

=헐;; 여기서 더???

-뮤비 보면 이서준(슈퍼스타)이 왕좌에 앉잖아? 그래서 난 이서준 정도의 스타가 되고 싶다는 건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왠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졌다.

=22 이서준(세계급)을 목표로 하기엔 너무 높지 않나 싶었는데…… 오늘 무대 보면 가능할 것 같음.

=333 솔직히 이서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이만큼 슈퍼스타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도 못 했잖아. 블루문도 그럴 것 같음.

-……다들 해석력이 좋구나. 난 뮤비 보고 자기소개서 생각했는데.

=?? 자기소개서??

=지원 동기-입사 후 포부-근무 중 문제 해결 방법-10년 후 미래.

=앜ㅋㅋ또 물 뱉어버렸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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