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23화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들썩이고 있었다.
“와아아! 우리 차트 1위예요!”
“헐! 다른 곳도 1위야!”
“기사도 엄청 났어!”
몇 번이고 한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슈퍼스타 서준에겐 익숙한 일이었지만, 작년에 데뷔한 블루문에겐 신기한 일었다. 다들 부스스한 머리와 구깃구깃한 잠옷 차림 그대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준도 휴대폰을 들고 있긴 했지만 다른 이유였다. 서준의 뮤비 출연에 놀란 지인들이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느라 바빴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배우, 감독, 작가, 친구 할 것 없이 도착한 메시지는 놀람을 가득 담고 있었다.
사진을 보내 달라는 사람들도 있어서 서준은 예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냈다.
‘아직 안 보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는가 보네.’
왠지 일어나는 대로 깜짝 놀라 연락할 것 같은 지석이 형과 다진이 누나, 소꿉친구들을 떠올린 서준이 흐흐 웃었다.
>김재경 : 세상에…….
>강재한 : 이래서 이든이랑 은성이랑 같이 갔구나!
>한지호 : 파란색이라니! 나도 해보고 싶다!!
>양주희 : 넌 안 어울릴 듯.
>전성민 : ㅋㅋㅋㅋㅋ
>박시영 : ㅋㅋㅋㅋ
메시지가 도착한 시간을 보니 서준이 뮤비를 보고 잠이 든 후인 것 같았다.
미리내 예고 친구들은 음악 합동 수업으로 친해진 박이든과 정은성이 걱정돼서 오늘 새벽에 뮤비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듯했다.
친구들에게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서준이 거실을 둘러보았다. 블루문 멤버들은 아직도 들뜬 얼굴로 휴대폰을 보는 중이었다. 그 모습에 어깨를 으쓱인 서준은 먼저 씻기로 했다.
“저 먼저 씻을게요.”
“그래-”
박이든과 김시훈이 손을 휘휘 저었다. 서준은 웃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와…… 기사 진짜 많다. 신인상 받을 때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뒤집힌 머리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말하는 김시훈에 마찬가지로 부스스한 머리의 박이든도 놀란 눈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형. 여기 우리 이름이 있으니까 되게 신기해요.”
“댓글도 엄청 많아.”
머리 모양은 엉망이었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했다. 연예부를 가득 채운 기사들과 평소보다 많은 댓글 때문에 눈꺼풀을 무겁게 하던 잠도 다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형형. 이거 봐요.”
박이든이 김시훈에게 댓글 하나를 보여주었다. 휴대폰 화면을 본 김시훈이 킬킬 웃었다.
-새벽부터 친구들한테 바톡 메시지가 쏟아졌는데, 처음 본 메시지가 [이서준 아이돌 한대!]였음. 기사까지 비슷한 제목으로 가져와서 진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남ㅋ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데ㅋㅋㅋ 잠이 다 깨버림ㅋㅋ
=222 너무 놀라서 침대에서 떨어질 뻔;;;
=333 일어나보니 내 배우가 뮤비에 나오고 있었어ㄷㄷㄷ
=444 만우절인 줄 알았음;;;
그 댓글 말고도 새벽부터 놀랐다는 사람들과 아침에 일어나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경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뮤비에 관한 기사와 음방 출연에 관한 기사가 뒤섞여 있었고 몇몇 기사들에서는 블루문의 이름이 빠져 있어 영문을 몰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서준이 이제 아이돌 함??
=배우가 가수가 되는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이서준이 그런다니 놀랍네;;;
=ㄴㄴ 같은 소속사 아이돌 뮤비에 참가함. 하는 김에 음방도 출연하는 듯.
-아니, 이서준이 왜 음방에 나와???
=222 보고도 안 믿기네. 이서준 음방 처음 아님?
=5살인가 6살 때 브블이랑 음방 한 번 나오지 않았나?
=ㅇㅇ 천사님 사진이 거기서 나왔잖아.
놀라는 사람들의 댓글은 재미있었다. 박이든과 김시훈이 키득키득 웃으며 다른 댓글들도 읽어 내려갔다.
“너튜브 조회 수가 몇 시간 만에 이렇게 올라갈 수 있는 거야?”
“반, 크흠,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을걸요.”
너튜브에 업로드된 뮤직비디오 화면만 보고 있던 백이현의 말에 자고 일어나 목소리가 갈라졌던 정은성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대답했다.
정은성의 말대로 댓글 창에도 여러 번 보고 있다는 댓글이 많았다. 최재원도 말을 덧붙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블루문 뮤비 공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서준의 팬들이나 일반인들은 아침부터 인터넷을 가득 채운 소식에 놀라 뮤비를 한 번씩 봤을 터였다.
“그래도 밤에 공개했는데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우리는 밤이지만 미국은 낮이라서 그럴 거예요. 다른 나라도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일 테고요.”
물에 촉촉하게 젖은 파란 머리칼을 수건으로 말리며 나오는 서준의 말에 블루문 멤버들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그러네! 서준이는 외국 팬들도 많지?”
“서준이 팬분들이 보셨구나.”
그러면 이 끊임없는 숫자의 향연이 이해가 간다. 다들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빙그레 웃은 서준이 입을 열었다.
“다들 이제 씻어야 하지 않아요?”
“아, 그러네.”
서준의 말에 최재원이 휴대폰을 두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아하니 씻는데도 순서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단체 생활이니까.’
혼자 활동하는 서준에게는 조금 신기한 모습이었다.
“서준아. 이것 봐. 네 팬분들도 엄청 놀랐나 봐.”
“그래?”
박이든의 손짓에 서준이 웃으며 박이든 쪽으로 향했다.
거실 풍경만 보면 서준도 멤버 중 한 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 *
“형. 근데 왜 사전녹화로 진행해요?”
최재원의 물음에 서준과 블루문 멤버들도 귀를 기울였다. 운전석에 앉은 블루문의 매니저가 대답했다.
“갑자기 들어가는 거니까 생방 시간에 넣기도 그렇고, 안전도 중요하니까 관리하기 쉽게 사전녹화로 하기로 했어. 게다가 음악방송 방청 신청을 보통 방송 며칠 전에 하는데 우리 일정이 바뀌기 전이라 음방 신청한 블루문 팬분들은 없을 거거든.”
“서준이 팬들도 아쉬워할 테고.”
뒤를 이은 안다호가 말에 서준과 블루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녹이면 따로 녹화하면 되는 거라 방청 신청도 따로 할 수 있고 우리도 그때만 관리하면 되니 안전하고. 녹화방송이니까 방송국 측에서도 아무 시간대에 넣기 편하니까 말이야.”
“그렇구나.”
“너희는 걱정 말고 오늘 연습 잘 마무리해.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고, 내일부터 3일 동안 무대에 서야 하니까.”
“네!”
“알았어요!”
매니저의 말에 서준과 블루문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 * *
-400명…… 400명……(사녹 인원수대로 우는 새(싹)
=400명도 아니죠. 그중 200명은 블루문 팬들이니까요ㅠ
=200명…… 200명……(사녹 인원수대로 우는 새(싹)
=블루문 노래이니 자리를 반이나 줘서 고맙기는 한데…… 새싹들 숫자가ㅋㅋ 너무 많아서ㅋㅋ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ㅋㅋ
-인원수로 따지면 팬미팅보다 치열한 거 아니에요?;;;
=서준이 팬미팅 또 언제 하나요?ㅠㅠ
=언젠가 하겠죠ㅠ
-기회는 단 3번뿐! 제발 덕계못 좀 벗어났으면!!
=22 제발 하나라도 당첨……! 파란 머리 서준이 보고 싶다고ㅠㅠ
-근데 사전녹화는 어떻게 진행되죠?
=22 저도 음방은 처음이라서ㅠㅠ
=333 전 덕질이 처음이에요ㅜㅜ
아이돌을 덕질해 봤던 새싹들과 배우만 덕질했던 새싹들, 그리고 서준의 덕질이 인생 첫 덕질인 새싹들로 [새싹부터]가 북적북적거렸다.
-서준이 음악뱅크 출근길에 나올까요?
=222 당첨 안 되면 출근길이라도 가고 싶은데…….
=파란 머리 실물로 보고 싶어요ㅠㅠ
=공지 올라왔는데 출근길은 사람이 몰릴 수가 있어서 안 한대요.
=아…… 하긴 다른 돌 팬들도 있을 테니까…… 장난 아니겠네요.
-응원봉을 여기에서도 쓸 줄이야!
=칸 영화제 때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뮤비에 나온 장면 캡처해서 새싹봉에 넣어야겠어요.
=청서준도 좋고요ㅠㅠ
=또 프로필 사진 내줬으면! 화보집도!
-근데 음방까지 하는 걸 보면 블루문 앨범에 서준이 포카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블루문 앨범을 살 텐데!
=22 노래가 좋아서 음원도 샀지만, 앨범도 살 텐데!
“포토카드?”
“네.”
1팀장이 턱을 긁적였다. 직원이 눈을 빛냈다.
“블루문 애들처럼 이서준 배우의 포토카드를 앨범에 랜덤으로 넣는 거죠. 이서준 배우의 팬 숫자면 앨범도 엄청 팔릴 겁니다.”
“그만큼 욕 듣기도 좋고.”
같은 소속사고 친구라고 해도 엄연히 남이었다.
‘거기다 아이돌 쪽에서는 만연한 일이라고 해도 배우 쪽에서는 드문 일이라…….’
팔짱을 끼는 1팀장에게 직원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배우가 모델로 있는 광고 상품을 사면 랜덤으로 포토카드를 주는 곳도 종종 있고요.”
“그건 그렇지.”
1팀장도 피자를 사시면 랜덤 포토카드 중 하나를 드립니다, 같은 광고를 본 적이 있고, 브라운블랙이나 화이트, 레드크라운도 종종 그런 광고를 했다.
“근데 그건 상품이잖아.”
피자는 먹을 수 있고 화장품은 쓸 수 있지만, 앨범은?
아이돌 팬들 쪽에서도 처치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꽤 있는데 배우 팬들은 어떨지 뻔했다.
“블루문 앨범 판매량을 늘리려고 한다는 말이 나오겠지.”
랜덤 포토카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1팀장의 모습에 직원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1팀장이 작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2팀장에게 말해볼게. 서준이는 그쪽 소속이니까.”
“……네!”
1팀장은 곧바로 2팀 사무실에 있을 안다호에게로 향했다.
“포토카드요?”
“그래. 서준이 팬들도 좋아할 것 같고.”
“랜덤으로 넣는 건 좀…….”
안다호의 미묘한 표정에 1팀장이 손을 저었다.
“블루문 애들은 랜덤으로 넣더라도 서준이 사진은 전부 넣을 생각이야. 그러면 앨범을 하나만 사도 되고 블루문 팬들이 서준이 팬들에게 포토카드를 나눠줘도 되고.”
으음.
잠시 생각하던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그건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서 조금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계획? 무슨 계획?”
“내년이면 서준이가 성인이잖아요.”
안다호의 말에 1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팬분들이 서준이 생일에 맞춰서 좋은 일을 해주시니까 저희도 서준이 생일에 맞춰서 포토북을 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비용은 최저로 해서요.”
“포토북?”
1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안다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2팀에서도 그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 다들 놀랐었다.
“네. 서준이가 처음 나왔던 분유 CF 때의 사진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아역 시절의 사진만 모은 포토북이요. 공개 안 한 사진을 중심으로 공개했던 사진들도 조금 넣을 예정이라 분량이 많다면 여러 권으로 나눌 계획도 있습니다.”
“허…….”
“이번 ‘블루문’의 사진도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찍어서 넣을 생각이라…… 포토카드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아직 저희 2팀만 알고 있는 거라서요.”
안다호의 말에 1팀장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역 시절을 모아놓은 포토북이라.’
겨우 한두 작품, 자잘한 아역으로는 한 권 분량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다. 아마 그런 포토북은 아역 시절부터 화려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배우 이서준밖에 만들지 못할 것이었다.
‘내년부터는 아역이 아니니까 기념도 될 거고.’
2팀의 아이디어에 연신 감탄하며 2팀 사무실을 나오는 1팀장의 머릿속에 문득, 이제 곧 20주년을 맞이하는 브라운블랙이 떠올랐다.
“……우리도 만들까?”
* * *
오후 4시 55분.
송유정과 임예나가 긴장한 얼굴로 휴대폰을 보았다.
“아직 5시 안 됐지?”
“응. 5분 남았어.”
바로 내일이 사전녹화 날이라, 코코아엔터는 KBC 음악뱅크의 사전녹화 신청의 결과를 최대한 빨리 알려준다고 했다. 그게 바로 오후 5시였다. 그래서 임예나의 자취방에서 4시 30분부터 문자를 기다리고 있는 참이었다.
음악뱅크 사전녹화 신청과 함께 신청받았던 MBS의 뮤직중심과 SBC의 인기음악의 결과도 오늘 내로 나올 예정이었다.
두 사람의 옆, 텔레비전에서는 블루문의 뮤비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5분이 지났다.
송유정과 임예나는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숨도 쉬지 않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띠링-
띠링-
!!
두 사람은 동시에 휴대폰을 들어 올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KBC 뮤직뱅크 사전녹화 방청 안내]
“와악!!”
송유정과 임예나가 번쩍 두 팔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 * *
[새싹부터]에서도, 블루문의 팬카페에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겨우 200명씩이라 슬퍼하는 쪽이 더 많았다. 블루문은 그래도 다음 음방이 있었지만, 서준은 이번 주가 시작이고 끝이었다.
-당첨ㅠㅠㅠ!! 사전녹화 시간이 업무시간이긴 하지만…… 갑니다! 갈 겁니다!
=와!! 축하합니다.
=부러워요ㅠㅠ
-아…… 떨어졌어요ㅠㅠ 출근길 안 한다고 했죠?
=네ㅠㅠㅠ
=퇴근길은요?ㅠㅠ
=그것도 안 한대요ㅠㅠ
-아이돌은 얼굴 볼 일이 많아서 좋겠어요ㅜㅜ
=서준이 인기 정도 되면 힘들걸요ㅠ
=그건 그렇겠네요. 그냥 본방사수나 해야겠어요.
-헐. 블루문 음원 사재기 의혹 나왔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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