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19화
[블루문 멤버 한 명 추가됨?]
내가 알바하는 곳 근처에 촬영장이 있는데 아이돌들 뮤비 찍으러 자주 오거든.
오늘은 블루문 옴.
얼굴은 한 명밖에 못 봤는데(최재원인 듯) 검은 머리 5명이랑 염색한 사람 1명 있더라.
블루문 새 멤버 생김?
-??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염색은 무슨 색?
=ㄱㅆ) 컴백 전 컨셉은 지켜주자.
-파란색 아님? (링크)
=여기서도 이야기가 나왔네?
-블루문 멤버는 아닌 듯. 팬들 목격담으로는 멤버들은 전부 검은 머리라던데.
=그럼 진짜 한 명 추가된 건가;;;
-뮤직비디오 촬영이면 배우 아님?
=아이돌 놔두고 배우가 파란 머리를???
-근데 왜 하필 멤버 추가야? 다른 경우도 있잖아.
=ㄱㅆ) 전에 좋아했던 걸그룹이 멤버 추가한 뒤로 떴거든. 그게 생각나서.
=ㄱㅆ) 그리고 애들 되게 친해 보이더라.
-근데 멤버 변동은 망한 그룹에서 자주 하지 않나? 멤버들한테 문제가 있거나.
=222 블루문은 꽤 잘나가잖아. 작년에 신인상도 받았고.
=333 아이돌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노래는 듣던데.
=그래서 들어갔는지도. 투자자나 관계자 아들ㅋ
=그러게. 나중에 유명해져서 들어가는 것보다 그나마 신인 때 들어가야 별말 없지.
=별말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222 여기도 떠들썩하잖아.
-코코아 투자자는 이서준 아님?
=222 코코아도 잘나가서 외압은 없을 것 같은뎅
=333 이서준이 있으니까.
=글쎄. 그건 모르지. 우리가 그쪽 사정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배우랑 아이돌이랑 다를 수도 있고.
그저 하나의 목격담에 지나지 않았던 게시글이 천천히 다른 사이트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화제에 목말라 있는 기자들의 눈에도 들어가 버렸다.
“새 멤버라…….”
코코아엔터에서 공식적으로 알린 사실도 아니고 그저 인터넷에 두 개밖에 올라오지 않은 목격담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이게 꽤 조회 수를 만들어낼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대한 나쁘게 적는다면, 삼촌을 사장으로 둔 배우 이서준과 그저 일개 신인 아이돌에 불과한 블루문을 최대한 비교하며 적을 수도 있었다.
이서준은 혈연으로 이어진 갑으로, 블루문은 멤버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을로.
“근데 그러면 큰일이지.”
아마 그런 기사를 올리면, 이서준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까지 들고일어날 테고, 다른 기자들도 온갖 기사를 적어나갈 거다.
조금만 조사해도 배우 이서준은 코코아엔터와 상관없이 혼자서 잘 큰 걸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소속사가 밀어준다고 해도 오스카상이나 황금종려상은 힘들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자가 기사를 써 내려갔다.
“적당한 선에서…….”
블루문과 코코아엔터를 중심으로 후추를 뿌리는 정도로 이서준의 이름을 넣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건을 기사로 올리는 방법도 간단했다. 기사 제목에 물음표를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코코아엔터, 블루문 새 멤버 영입?]
[작년 신인상을 탄 블루문, 멤버 추가?]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매일같이 ‘블루문’을 검색하는 팬들의 눈에도 당연히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에 블루문의 팬카페에도 하나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짜 새 멤버를 영입한 걸까요?
-예전 글 봤을 때부터 조금 쎄했는데…….
=아닐 거예요!
=222 블루문도 잘하고 있는데 새 멤버를 추가할 리가 없잖아요.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럴 리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에도 기자들이 소설 쓴 거겠죠.
-뮤비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닐까요?
=22 파란색으로 염색했다고 해서 배우가 아닐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333 무슨 역할인지 예상은 전혀 안 가지만요.
-댄서일 수도 있죠. 단독으로 추는 댄서들도 종종 있잖아요.
=현대무용 같은?
=이번 싱글앨범도 기대됩니다!
코코아엔터를 믿는 팬들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브라운블랙과 화이트를 거쳐 레드크라운까지.
다들 인기가 대단한 만큼 화제성을 노리는 기자들에게 당해 몇몇 루머에 휩싸이긴 했지만 코코아엔터가 빠르게 대응해, 결국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내고 대중에게 알리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코코아엔터는 소속사들 중 가장 가수들과 팬들을 생각하는 소속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코아엔터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팬들도 있었다. 다른 소속사들의 행동이 트라우마처럼 남은 팬들이었다.
-조금 걱정되기는 해요ㅠㅠ
-코코아엔터가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222 옛날에 파던 그룹 소속사도 3년 차까진 잘해줬어요ㅎ
=333 그쪽은 수익창출이 목적이니까 팬들 마음하고 항상 같을 수는 없잖아요.
-새 멤버로 넣고 싶을 정도로 재능이 있다고 해도……ㅠ
=누가 들어오면 나가기도 쉬울 테고요ㅠㅠㅠ
-글로벌이니 뭐니 해서 새 멤버 추가하는 걸까요?ㅠㅠ
=아…… 이거일지도……ㅠㅠ
그렇게 블루문의 팬카페는 일단 코코아엔터를 믿고 기다려 보자는 팬들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팬들로 나뉘었다.
불안에 휩싸인 후자의 팬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기다려 보자는 팬들도 마음속에서 피어나오는 작은 불안을 숨기지 못하고 관련된 기사나 글만 보이면 클릭했다.
그런 블루문 팬들의 반응에 한 번쯤 블루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에 이런 루머같은 소재를 방송의 주제로 잡는 너튜브들도 하나둘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들썩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이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방송 제작진도 있었다. 다음 방송을 위한 회의를 마무리한 제작진들이 바로 몇 시간 전부터 떠들썩한 화제를 입에 올렸다.
“인기도 많은데 새 멤버 투입이라니…… 물론 코코아엔터도 계획이 있겠지만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브라운블랙과 화이트, 레드크라운을 성공시키더니 너무 자만한 게 아닌가 싶었다.
피디의 말에 조연출이 입을 열었다.
“누가 사고 친 게 아닐까요?”
보통 새 멤버를 투입하거나 기존 멤버를 빼는 등 그룹 멤버에 변동이 생길 때는 해당 그룹이 인기가 없어 새로 정비하거나 멤버 중 누가 사고를 칠 때 등 큰 문제가 있을 때였다.
그 말에 피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사고 친 애를 빼고 넣었겠지.”
“블루문 애들 성격은 괜찮던데요? 인기도 많아서 이렇게만 가도 성공할 텐데 말입니다.”
가수들과 가장 부대끼는 스태프가 꾸벅 인사하던 블루문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코코아엔터 소속이라면 조금 뻣뻣해도 될 텐데, 애들도 순하고 그룹의 인기도 같은 해 데뷔했던 그룹들 중 가장 높았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작가 하나가 아하, 하고 탄성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콜라보라도 하는 게 아닐까요?”
오!
회의실에 있던 제작진이 동시에 감탄했다.
“그거 말 되네!”
“한 명이라면 솔로 가수? 아니면 코코아엔터에서 새롭게 데뷔할 연습생일까요?”
“컴백할 때 화제가 될 정도로 유명한 가수면 좋겠네요.”
조연출의 말에 동의한 제작진은 휴식기인 솔로 가수들을 떠올렸다.
“친해 보였다는 목격담도 있었으니 아이돌 멤버들 중에 한 명일 수도 있죠.”
“아니면 코코아엔터 소속 그룹 멤버들 중에 하나려나?”
“그러면 좋겠네요. 컴백날 시청률은 잘 나오게요.”
몇몇 후보들을 떠올렸지만 이거다, 하는 후보는 없었다. 그때 휴대폰을 보고 있던 메인 작가가 입을 열었다.
“기사에도 콜라보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새 멤버 추가보다는 콜라보가 가능성이 있으니까.”
피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뭐, 콜라보든 새 멤버 영입이든 조금 기다리면 알려주겠지. 블루문 컴백까지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테고.”
그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코코아엔터 가수 1팀도 시끌벅적한 인터넷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새 멤버 영입이 아니냐는 추측이 블루문의 팬카페에 전해지자마자, 곧바로 촬영장에 있을 1팀장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다.
서준과 블루문이 뮤비 촬영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연락을 받은 1팀장과 옆에 서 있던 안다호가 휴대폰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훑어보았다.
겨우 두 개의 목격담으로, 블루문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새 멤버 추가라는 루머로까지 번질 줄은 전혀 몰랐다.
“팬들이 아닌 사람들까지 관심이 가질 정도로 블루문이 알려졌다는 건 좋은데…….”
“블루문 팬들이 너무 불안해하는군요.”
멤버의 영입과 방출이 아예 없는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1팀장이 입을 열었다.
“일단 배우라는 사실만 알릴까?”
“괜찮겠네요.”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제의 파란 머리가 서준이라는 사실은 뮤비가 공개될 때까지 숨기는 편이 좋았다.
[코코아엔터, 블루문 새 멤버 영입이 아니라 콜라보?]
[코코아엔터, 글로벌을 노리나?]
공식기사인가 싶어 클릭한 사람들이 댓글 창에 아우성치는 게 보여 한시바삐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았다.
1팀장이 재빠르게 짐을 챙겼다. 가수 1팀 사무실도 기자들과 팬들의 연락에 한창 난리일 터였다.
“그럼 애들 좀 부탁한다.”
“네. 조심해서 가세요.”
1팀장이 가수 1팀과 통화하며 회사로 향하고, 안다호는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서준과 블루문을 바라보았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혀 상상도 못 하는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열심히 촬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첫날 촬영을 끝낸 서준과 블루문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주황빛 해의 끄트머리가 보이고 있었다.
촬영을 만족스럽게 끝낸 서준과 블루문이 즐거운 얼굴로 재잘거리며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는 블루문 매니저가, 조수석에는 안다호가 올라탔다.
“형. 1팀장님은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셨어.”
최재원의 물음에 블루문의 매니저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서준과 블루문이 안전벨트를 매고 촬영하는 동안 꺼놓은 휴대폰을 켜기 시작했다.
매니저와 안다호는 잠시 말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계속 숨기고 있을 수는 없어 그냥 내버려 뒀다.
“헐. 이게 뭐야?”
블루문이 꺼두었던 사이 도착한 메시지와 연락들로 가득 찬 휴대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고개를 갸웃하고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서준도 예고 친구들의 메시지에 검색사이트에 접속해 상황을 파악했다.
“다호 형. 이게 무슨 일이에요?”
서준의 물음에 안다호가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블루문은 빠르게 글을 읽어가면서도 안다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상황을 파악한 서준은 어쩐지 사건의 원인이 된 것 같은 파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미안.”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블루문이 휘휘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렇게 일이 커질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일단 기사는 올렸는데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진 않더라.”
안다호의 말대로였다.
[코코아엔터, 블루문 새 멤버 추가 없다!]
[코코아엔터,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라고 밝혀!]
-간 보는 거 아님? 배우라고 했다가 반응 좋으면 영입ㅋ
=배우 겸 아이돌ㅋㅋㅋㅋ
-배우 누구요? 이름 좀ㅋㅋㅋ
=그러네. 배우 이름이 없어!
-얼렁뚱땅 다음 앨범에 같이 나오는 거 아님?
=벌써 이번 싱글 앨범 녹음에도 참여했을지도 모르지.
=블루문 팬들은 노래 잘 들어봐야 할 듯ㅋㅋㅋ
“와……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
“그러게요. 아니라고 했는데…….”
코코아엔터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훨씬 많긴 했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떠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블루문 멤버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댓글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재미삼아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댓글에 불안해하는 팬들의 모습이 보여서 그랬다.
-진짜 아니겠죠?
=아니라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콬아……!
-근데 왜 배우 이름을 안 밝히는 건지 모르겠어요ㅠㅠ
=222 배우 이름이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배우, 서준이 고개를 들어 조용해진 블루문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컴백까지 불안해서 어떻게 기다려……ㅠㅠ
-재원아ㅠ시훈아ㅠ이현아ㅠ이든아ㅠ은성아ㅠ
이런 식으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할 줄은 몰랐던 블루문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먹울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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