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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18화 (41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18화

“잘 먹을게요!”

스태프들이 간이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들고 가면서 블루문에게 말했다.

조명은 수리를 마치고 마무리 작업 중이라 아이스크림만 먹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워…… 이름 말할 뻔했다.”

박이든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서준과 다른 멤버들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이름 말했어도 모르지 않았을까?”

서준이라는 이름이 꽤 흔하기도 하니 말이다.

서준의 말에 최재원이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모르는 눈치던데…… 말해도 몰랐을 거야.”

아직 만 1년도 안 된 신인 아이돌이라, 인지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블루문 멤버들도 최재원의 말에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각오한 얼굴로 말했다.

“열심히 해요. 우리.”

“그래. 열심히 하자!”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 * *

다시 시작된 촬영은 백이현의 파트부터 진행되었다.

“이런 택시가 길에 돌아다니면 엄청 눈에 띄겠다.”

김시훈의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길거리에 다니는 택시들과는 달리, 뮤직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파스텔톤의 장난감 같은 택시가 도로처럼 만들어진 세트장에 놓여 있었다.

세트장의 벽은 나중에 CG 작업을 할 예정이라 초록색 크로마키로 만들어져 있었다.

“앉아봐요. 이현 씨. 보통 택시보다 널널하게 만들어서 좁지는 않을 거예요.”

스태프의 말에 택시 뒷자리에 앉은 백이현이 조금 들뜬 얼굴로 택시 안을 살폈다.

확실히 보통의 택시보다 앞뒤 간격도 널찍했고 의자의 색도 달랐다.

“서준아. 너도 여기 앉아봐.”

백이현의 말에 반대쪽 문을 열고 택시에 오른 서준은 지금까지의 촬영처럼 중간에 투명한 벽이 있는 양, 백이현과 조금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는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없는지 적당히 몸을 움직이며 살펴보았다.

“괜찮은데요?”

“그렇지?”

서준과 백이현의 말에 스태프가 활짝 웃었다. 넓은 건 괜찮았지만 좁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세트장에 있던 서준과 블루문이 아래로 내려오고, 장 감독의 신호에 촬영이 시작되었다.

블루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길가에 서 있던 백이현이 택시의 문을 열고 뒷자리에 올라탔다.

아버지가 택시기사인 백이현은 부모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때때로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갔었는데 그때마다 뒷자리에 장난감 마이크를 들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곤 했었다.

오랜만에 부모님이랑 드라이브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백이현은 콘티대로 지루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계기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네요.”

서준의 말에 최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재원 말고도 학교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 박이든 말고도 텔레비전에서 아이돌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터였다.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지 않는 사람도 별로 없을걸.”

그중 일부가 가수가 되길 원하고 꿈꿨을 거고, 그중 일부는 그저 생각에 그쳤을 거다.

하지만 블루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렇게 데뷔 후 컴백까지 하게 되었다.

“넌 왜 배우가 된 거야?”

김시훈의 물음에 서준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말도 못 했을 아기 때 삶의 도서관에서 첫 생의 책을 봤기 때문이었지만,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특별한 계기라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서준인 어렸을 때부터 하던 게 배우라 그대로 하던 게 아닐까요?”

“그래도 뭔가 계기가 있으니까 계속하는 거겠지. 흥미가 없었으면 서준이처럼 열심히 하지는 못했을걸.”

박이든의 말에 최재원이 대답했다.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입을 열려고 하자 블루문과 근처에 있던 안다호, 1팀장까지 귀를 기울였다.

서준이 연기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계기에 대한 건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옛날에 텔레비전으로 정말 연기를 좋아하는 배우를 본 적이 있거든요. 그걸 보고 저렇게 무언가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 연기라는 게 뭐길래 저렇게 좋아할 수 있지? 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연기에 흥미가 생겼어요. 그리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 저도 연기를 좋아하게 됐죠.”

슈퍼스타가 되자.

장난처럼 했던 다짐이, 반짝거리는 브라운블랙의 모습을 보면서 단단해졌고, 미국에서 여러 작품들과 연기와 배우에 관한 다큐멘터리들을 보면서 더욱 커졌다.

‘지금도 커지고 있는 중이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여전히 연기를 사랑할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서준의 말에 블루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배우분이 누군지 궁금하다.”

“그러게요. 자신을 보고 서준이가 배우가 됐다고 들으면 엄청 좋아하실 것 같은데!”

박이든의 말에 서준이 묘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으음. 그다지 좋아하시진 않을 것 같은데…….”

“왜?”

“무명이시거든.”

……아.

숨을 쉬는 것까지 멈춰버린 것 같은 블루문과 다호 형, 1팀장님이 보였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자,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

그것까지 말하면 아주 초상집이 될 것 같았다.

그사이 백이현의 촬영이 끝나고 장 감독이 서준을 불렀다.

서준은 얼른 세트장으로 향했다.

블루문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이도 참 싱숭생숭하겠다.”

“그러게요. 계기가 된 배우는 무명인데 자신은 엄청 유명해지고.”

“이야기를 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좌절하고 실망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쏟아지는 안쓰러운 시선에 택시 뒷자리에 앉은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그 무명 배우가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히 먼 전생의 자신이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백이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 분위기 왜 저래?”

“촬영 끝나고 이야기해 줄게요. 이현이 형.”

백이현도 저런 분위기가 될지 모르니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서준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백이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촬영에 집중했다.

“레디, 액션!”

백이현이 지루한 듯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블루문의 노래가 울렸다.

저도 모르게 까딱까딱 박자를 타던 백이현이 따라 부르듯 노래를 불렀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빙글.

카메라가 돌았다.

택시 뒷자리의 정중앙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접어 찍어낸 듯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똑같은 자세, 똑같은 움직임으로 서준이 백이현을 연기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한 화면에 서준과 백이현을 함께 비추었다.

두 사람은 서로 반대쪽 창밖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서준은 그저 입만 벙긋 벙긋하고 있을 뿐이고 백이현의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었지만, 동시에 열리고 닫히는 입술에 마치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서준과 백이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 * *

“헐! 이서준!”

김시훈의 파트에 출연하기 위해 섭외한 비보잉 댄서들이 서준을 보고 놀라는 모습에, 이야기를 들은 백이현까지 숙연해졌던 복잡미묘한 분위기가 풀렸다.

서준이 김시훈과 함께 간단한 리허설을 가지자 댄서들이 더욱 흥분했다.

“와! 춤까지 잘 춰!”

“김시훈 빼고 이서준 배우 넣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건 진심입니다!”

“아! 형들!”

김시훈의 지인들이라 그런지 김시훈을 놀리는 게 익숙해 보였다.

투닥투닥거리는 소리에 서준과 블루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으니 금세 촬영할 때가 되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김시훈과 서준이 마주 보고 웃으며 세트장으로 향했다.

* * *

“컷! 오케이!”

장 감독의 외침에 김시훈의 파트 촬영이 끝났다.

곧바로 다음 촬영을 진행하기 위해 스태프가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 댄스 파트 촬영하겠습니다!”

댄스 파트 촬영을 위해 블루문이 옷을 갈아입었다.

일상복이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무대의상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화려한 복장이었다.

서준도 색만 다를 뿐 블루문과 비슷한 의상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서준과 블루문이 세트장 위로 올라갔다.

댄스 파트의 배경은 댄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댄스 파트 촬영을 위해 온 트레이너가 대형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디, 액션!”

음악과 함께 최재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A-B-A‘-B’로 이어지는 이번 곡에서 다섯 파트를 합쳐서 만들어진 B파트였다.

앞에 세 명, 뒤에 두 명.

M 모양으로 선 블루문 멤버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서 있던 서준이 존재감을 조금 죽이고 함께 춤을 췄다.

따단!

수정을 거친 안무가 시작되자 트레이너가 눈을 빛냈다.

파란 머리의 서준이 홀로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서준은 M자 대형, 가장 오른쪽 앞에 서 있던 최재원과 비스듬히 서서 세 동작을 겹치듯 춤을 췄다.

그러자 최재원이 움직임을 그대로 멈추었다.

서준은 조금 더 활기차게 움직였다.

“……진짜 잘한다니까.”

최재원의 춤을 그대로 담아내는 서준의 춤에 트레이너가 감탄했다.

다음은 뒤쪽에 서 있던 박이든.

블루문과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던 박이든의 앞에 서준이 자리를 잡았다.

[혼자론 부족하다는 걸 알아]

세 동작. 서준과 겹쳐지자 박이든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서준의 발걸음이 더욱 경쾌해졌다.

[너와 함께]

그다음은 왼쪽 뒤에 서 있던 정은성이, 그다음은 왼쪽 앞에 서 있던 백이현이.

서준은 M자 대형의 겉을 돌듯 이동했고 두 사람은 차례차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제 움직이는 건 중앙에 있는 김시훈과 서준뿐이라 넓은 세트장이 텅 비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전보다 커진 동작의 서준과 김시훈의 강렬한 춤은 사람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았다.

김시훈은 서준과 함께 세 동작보다 오래 춤추다가 B파트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블루문’을 연기하는 파란 머리의 서준이 센터에 서서 기쁜 듯, 설레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빛나기 시작했어]

따단!

센터에 있던 김시훈이 뒤로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도 M 대형에서 서준을 중심으로 한 ㅅ대형으로 변했다.

딴!

얼음에서 깨어난 듯 멈춰져 있던 블루문 전원이 움직였다.

중심에 선 서준과 블루문이 함께 춤을 추며 댄스 파트가 끝났다.

“컷!”

장 감독이 외쳤다.

단번에 오케이는 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좀 더 좋은 장면을 넣기 위해 여러 번 찍기로 미리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댄스 파트는 다른 사람들의 눈도 필요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 집중해서 움직인 탓인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서준과 블루문은 흘린 땀을 닦으며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장 감독이 보고 있던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트레이너도 함께였다.

여러 방향에서 찍은 화면이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트레이너와 메인 댄서 김시훈의 눈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연습실에서 충분히 연습했지만, 본격적으로 촬영하니 부족한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성이는 여기서 손을 좀 더 뻗자.”

“네.”

“재원이는 앞으로 더 나오고.”

“알겠습니다.”

트레이너의 말에 정은성과 최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시훈도 입을 열었다.

“이현이 너도 더 크게 움직여도 될 것 같아.”

“알았어.”

그 이외에도 피드백이 오고 갔다. 서준도 조금씩 수정될 블루문 멤버들의 춤을 생각하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장 감독의 말에 모두 촬영을 위해 이동했다.

그렇게 몇 번의 촬영이 이어지고, 계속되는 체력 소모에 서준과 블루문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러는 사이에도 서준과 블루문의 눈을 모니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근데…….”

조용한 가운데, 정은성이 입을 열자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우리 꼭 서준이한테 영혼을 빼앗기는 것 같지 않아요?”

때마침 모니터에서 백이현의 움직임이 멈추고 서준이 더욱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풉!

박이든과 김시훈이 마시던 물을 뱉어내고는 으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샌드위치를 먹던 서준과 백이현도 빵 터졌다.

비슷한 의도긴 했다.

각자 흩어져 있던 A파트와 달리, B파트에는 서준이 연기하는 ‘블루문’이 다섯 멤버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멤버들의 춤을 조금씩 모아 완성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블루문’은 다섯이서 하나니까 말이다.

근데 영혼을 빼앗긴다니…….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블루문의 맏형이자 리더인 최재원이 이마를 짚었다.

“……은성아. 적어도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표현해 주지 않을래?”

으하하하.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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