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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13화 (41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13화

“어? 쌤 오셨어요?”

점심 메뉴를 확인하러 구내식당에 다녀온 김시훈과 백이현이 연습실 앞에 서 있는 트레이너를 발견하고 꾸벅 인사했다.

“아, 응.”

넋을 놓고 서준을 바라보고 있던 트레이너가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들어와. 연습 시작하자.”

“넵!”

트레이너의 등장에 최재원이 음악을 멈추고 정은성이 서준에게 물통을 건네주었다. 연습실 안에 최재원과 정은성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만큼 서준의 춤은 충격적이었다.

트레이너가 조금 얼빠진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사이, 서준과 블루문 멤버들은 본격적인 댄스 연습 전, 몸을 풀기 위해 연습실 바닥에 앉아 두 다리를 쭈욱 벌리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몸과 함께 입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시훈이 형. 오늘 점심 뭐 나온대요?”

“돈가스 나온대. 쫄면이랑!”

“스프랑 빵도 있더라.”

“오!”

“우리 회사 돈가스 맛있지 않아요?”

“난 쫄면도 좋더라!”

김시훈과 백이현의 말에 다들 눈을 반짝이며 재잘댔다.

‘……내가 착각한 건가?’

점심 메뉴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즐거워하는 서준과 블루문 멤버들을 보면 트레이너는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이 모두 환상인가 싶었다. 서준과 함께 연습하는 블루문 멤버들이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트레이너는 미간을 손으로 가볍게 눌렀다. 요새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었는데, 알 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 블루문 멤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떻게 하면 점심을 더 많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의논하고 있었다.

“슬슬 체중 조절 들어가야 하니까 말이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지!”

“근데 너무 마음껏 먹으면 빼기 힘들어요.”

정은성의 말에 블루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한 때였다.

쫄면이랑 돈가스 중에 뭐가 더 칼로리가 많은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스트레칭을 멈추지 않는 블루문 멤버들의 모습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미간을 주무르고 있던 트레이너도 웃고 말았다.

“얘들아. 연습 시작하자.”

“네!”

트레이너가 정중앙에 카메라를 놓고 스피커 쪽으로 향했다.

“뮤비 촬영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디테일 신경 쓰고.”

“넵!”

“일단 서준이까지 포함해서 뮤비 대형부터 가보자.”

블루문은 두 가지 대형으로 연습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서준까지 나오는 뮤직비디오에서 쓸 대형, 하나는 서준이 없는 음악방송이나 행사에서 쓸 대형이었다.

안무를 다 익히고 난 후에는, 서준은 블루문이 뮤비 대형을 연습할 때 연습에 참가했고 행사 대형을 연습할 때는 대본 작업을 하고는 했다.

연습 때 서준이 뒤에 섰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서준이 앞에 서고 블루문이 그 뒤에 섰다. 트레이너가 음악을 틀자 서준과 블루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단!

곡의 앞부분은 뮤직비디오 콘티에서 댄스 없이, 서준이 연기하는 장면으로 나오는 부분이었지만 서준은 이 부분까지 댄스 연습을 해서 트레이너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짧게 짧게 영상으로 나오는 파트만 배우는 것보다는 전부 배우는 것이 이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뮤비에도 이 느낌이 나오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건 뮤직비디오 감독이 할 일이었기에 트레이너는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트레이너의 눈이 서준과 블루문을 살폈다.

이제부터는 서준의 춤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원래는 얼굴을 가린 댄서가 출연할 예정이었다.

따단!

중앙에 선 서준이 홀로 두어 번 움직였다. 그리고 곧바로 뒤에 서 있던 최재원이 앞으로 나와 서준의 옆에 섰다.

따다단!

서준과 최재원이 함께 춤을 췄다.

트레이너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서준과 최재원의 춤을 비교한 건 트레이너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무의식중의 일이었다.

반듯하게 올라간 팔의 각도며 손끝의 움직임, 바닥을 두드리는 스텝까지.

한치에 오차도 없이 최재원의 춤을 그대로 복사한 서준의 춤에 트레이너의 숨이 멈추었다.

그대로 굳어버린 트레이너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최재원과 김시훈이 자리를 바꾸었다.

김시훈의 에너지 넘치는 춤이 서준에게서 느껴졌다. 언제 최재원의 춤을 췄냐는 듯, 시선을 사로잡는 메인 댄서의 춤을 보여주고 있었다.

트레이너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그다음은 박이든이 앞으로 나왔다.

서준과 박이든은 마치 텔레파시가 통하는 쌍둥이처럼, 아니 쌍둥이보다 더 완벽하게, 버릇마저 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세상에.’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앞으로 나온 정은성과 백이현의 춤까지 완벽하게 복사하는 서준의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던 트레이너의 온몸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다.

-

“……워……”

첫 연습이 끝나자마자 트레이너는 찍었던 영상을 블루문 멤버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봤던 것을 열심히 설명했다.

계속 같이 연습하는 바람에 너무 익숙해져서 눈치채지 못했던 블루문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을 내뱉었다.

“진짜 똑같다……”

“어떻게 저렇게 춰?”

“오, 소름! 소오름!”

최재원과 백이현이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고 김시훈과 박이든이 소름이 돋은 두 팔을 문질러댔다. 정은성은 다들 놀라는 가운데, 혼자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너 뭐 했어?”

정은성의 물음에 블루문 멤버들은 물론이고 트레이너까지 귀를 기울였다.

서준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연기.”

“……연기?”

블루문과 트레이너가 눈을 끔벅였다. 댄스랑 연기가 상관이 있나, 싶었다.

의아해하는 얼굴들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뮤비 컨셉이 그거잖아. 그래서 예전부터 형들이랑 너희 버릇이나 춤을 따라 하고 있었어. 근데 생각보다 잘 나왔네!”

……응?

태평한 서준의 말에 블루문과 트레이너가 눈을 끔벅였다.

“……우리 컨셉이 뭐였지?”

최재원의 말에 박이든이 얼른 뮤직비디오 콘티를 들고왔다.

블루문과 트레이너가 새하얀 종이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서준아. 콘티랑 우리 춤 따라 하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어?”

“그러니까 여기……”

서준이 자신이 연기할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서준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블루문 멤버과 트레이너의 표정이 점점 변했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는가 싶더니 미간이 찌푸려지며 고개가 옆으로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서준이 말을 끝냈을 때는 격한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미친.”

아니, 그게 된다고?

김시훈이 저도 모르게 내뱉으며 떨리는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런 게 적혀 있다고?”

백이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콘티를 들어 천장에 달린 불빛에 비추어 보였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암호라도 숨겨져 있는 듯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 황금종려상을 받나 봐요.”

“그러게.”

최재원과 트레이너가 서준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무서운 아이였다.

“그렇구나.”

“신기하네.”

“너흰 반응이 왜 그렇게 시원치가 않아? 이거 엄청 놀랄 일 아니야?”

의아한 듯한 김시훈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고 있던 박이든과 정은성이 어깨를 으쓱였다.

“음악과가 연기과랑 합동수업을 받잖아요. 저희는 서준이랑 같은 학년이고요.”

“3년 동안 서준이랑 연기 수업 들으면 서준이의 연기는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영역에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인간의 영역이 아닌 듯한?”

박이든과 정은성이 서로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이번 건 좀 신기하긴 하다.”

“그러게. 우리가 이해했던 거랑은 완전히 다르네.”

그런 트레이너와 블루문의 반응에 오히려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그렇게 신기할 일인가 싶었다.

“이런 내용이 아니에요?”

서준의 물음에 블루문과 트레이너가 일제히 입을 열었다 닫았다.

곧 한숨처럼 감탄이 흘러나왔다.

“……역시 천재는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모르는 것 같지?”

“연기과 3학년은 다 이러냐?”

“서준이만 이렇죠. 다들 평범해요.”

서준이 눈을 끔벅이자 최재원이 일반적인 시선에서의 콘티 해석을 들려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질문하던 서준이 이내 원래의 해석을 이해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뮤직비디오 콘티를 바라보았다.

하나의 콘티에서 두 개의 해석이 나올 줄이야.

앞뒤 내용이 이어지는 대본과 달리, 뮤직비디오는 대사 없이 그림과 간단한 지시만 나와 있으니 오해할 만도 했다. 내용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으음.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최재원이 설명해 준 내용은, 연기가 하고 싶을 정도의 재미는 없었다. 아마 처음부터 그렇게 이해했다면 서준은 출연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계약했고 촬영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간에 그만둘 정도로 서준은 책임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잠시 고민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제 해석이 별로인 건 아니죠?”

블루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만 있다면 원래 해석보다 좋은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네?

블루문 멤버들의 시선이 배우 이서준에게로 향했다.

그 반응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1팀에 물어봐요. 뮤비 내용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해석만 바뀌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서준의 말에 블루문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서준의 뮤직비디오 해석이 가수 1팀에 전해졌다.

그 놀라운 이야기에 블루문 싱글앨범 관계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상석에 앉은 1팀 팀장이 콘티가 그려진 종이를 들어 불빛에 비춰보았다. 어딘가 숨겨진 암호문이라도 있지 않을까, 선 하나하나를 훑는 눈동자가 날카로웠다.

“저희도 해봤는데 없어요. 팀장님.”

그것도 직원의 말에 금방 끝났지만 말이다.

크흠, 헛기침을 한 1팀장이 콘티 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근데 저런 해석이 나온다고?”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게 더 대단하죠. 믿기지는 않지만요.”

“영상 바로 틀까요?”

“그래. 그러자.”

1팀장의 말에 모두 회의실 한쪽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빔프로젝터의 빛이 비친 스크린 화면에서 서준과 블루문의 모습이 나타났다. 스피커에서 녹음이 끝난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시에 여섯 명이 움직였다.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서준이 진짜 잘 추네요.”

“이대로 홍보 자료로 써도 되겠습니다.”

“이 부분은 서준이가 연기하는 부분이지?”

“네. 춤 부분은 이제 곧 나옵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스크린에 집중했다.

얼마나 똑같은지, 다른 점은 없는지 샅샅이 훑어볼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여러 명의 댄서가 동시에 추는 사이에서도 틀린 손끝 발끝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트레이너까지 놀라게 만들었던 서준이었다. 그 정도로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눈은 없는 직원들과 1팀장은 그저 허어, 하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블루문 멤버들은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와 춰서 춤과 느낌이 서로 확실히 달랐는데, 같은 자리에 서서 춤을 추는 서준은 멤버들이 바뀔 때마다 그 바뀐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화면에 비친 두 사람이 똑같이 춤을 췄다.

얼굴만 가리면 블루문 멤버라고 착각할 것 같았다.

영상이 모두 끝날 때까지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직원들과 1팀장은 이내 말없이 고개를 숙여 서준의 해석이 담긴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부스럭부스럭, 뮤직비디오의 콘티를 뒤적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저는 서준이의 해석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길고 긴 침묵 끝에 감상이 흘러나왔다. 감탄이 섞인 홍보팀 직원의 말을 시작으로 하나둘 입을 열었다.

“저도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배우라서 좀 남다른 것 같지 않아요?”

“그죠? 이 의도대로만 할 수 있으면 원래 콘티보다 블루문 애들도 돋보이고요.”

이것저것 감상이 흘러나왔는데, 누구 하나 빠짐없이 서준에 대한 감탄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정말 이게 가능해?”

1팀장도 직원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준의 해석이 담긴 종이를 바라보았다.

“진짜 블루문을 연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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