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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08화 (40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08화

“안녕하세요!”

어제 코코아엔터에서 한 명 더 가르칠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고 수락한 댄서 트레이너가 멍한 표정으로 연습실 안을 바라보았다.

한 명 더 는다는 말에 트레이너는 블루문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거나 다른 가수와 콜라보 정도를 생각해서 누구일까, 하고 몇몇 후보를 생각했다.

후보는 코코아엔터의 연습생이나 휴식기의 솔로 가수들, 아니면 코코아엔터의 선배 그룹 정도.

그런데 너무, 아주, 잘 알고 있어서 후보의 후보에도 넣지 않았던 코코아엔터 소속의 배우가 연습실에 있을 줄은 몰랐다.

“……진짜 6명이 됐네?”

인사를 나눈 후에도 멍하게 서 있던 트레이너가 처음으로 꺼낸 말에 서준과 블루문이 웃음을 터뜨렸다. 박이든과 김시훈은 아예 바닥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쌤이 이렇게 놀라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뭐, 근데 우리도 엄청 놀라긴 했지.”

“이거 공개되면 사람들도 엄청 놀랄 거고요.”

정은성의 말에 한 명도 빠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문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뮤비가 공개될 때까지는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이건…… 말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트레이너의 진심 어린 말에 연습실은 다시 한번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이들을 따라 작게 웃던 트레이너는 블루문 멤버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고 있는 이서준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블루문이 쉬는 시간마다 놀러 오는 서준을 보긴 했지만 그다지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아직도 조금 실감이 되지 않는 듯했다.

“쌤. 레슨 시간 다 됐어요.”

김시훈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부름에 눈을 몇 번 깜빡이던 트레이너가 시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슬슬 레슨 시작해 볼까.”

트레이너가 두 손을 들어 가볍게 자신의 두 볼을 쳤다. 언제까지 넋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콜라보의 반응이 좋을지, 안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서준 배우가 나오는 이상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그저 가르치는 것뿐인데도 손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긴장감이 들어 조금 어이가 없긴 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서준이 실력부터 알아보자.”

현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레슨 방향도 정해질 터였다.

트레이너가 만들어온 안무를 많이 수정해야 할 수도 있었고 전혀 손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말에 서준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블루문 멤버들이 짝짝 박수를 쳤다.

“스트레칭부터 하자.”

“네.”

스트레칭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했던 트레이너는 알아서 몸을 숙여 스트레칭을 하는 서준의 모습에 침음성을 삼켰다.

스트레칭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쭉쭉 늘어나는 유연성은 물론이고 묘하게 태가 나오는 것 같았다.

서준의 스트레칭이 끝나자 트레이너가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랑 똑같이 따라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테스트는 트레이너가 간단히 시범을 보여주고 서준이 따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간단한 스텝부터 시작해 상체, 하체 동작까지 이어진 서준의 실력 테스트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김시훈과 박이든이 합류하면서 어느새 댄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강할 때는 강하게 약할 때는 약하게.

박자에 맞춰 두 멤버와 함께 탕탕,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디서 연습생 생활하다 왔어?”

그 말에 거울을 보며 집중하고 있던 서준과 아이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 * *

첫 댄스 레슨을 받고 며칠 후.

아직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시간. 고1 교실부터 고3 교실까지 미리내 예고가 시끌벅적해졌다.

“다들 벌써 알아서 챙기고 있네.”

벌써 가방을 챙기고 눈을 반짝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연기과 3학년 1반 담임, 정시운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이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입시를 앞둔 마지막 방학이니까 다들 공부도 많이 하고 연기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교외 활동하다가 시간 나면 학교에 와도 되니까 언제든 오고.”

미리내 예고에서도 여울 예중과 같이 방학 동안 레슨을 진행했는데, 정시운의 말에 뮤지컬이나 연극, 촬영 등 교외 활동이 잡혀 있는 아이들이 히히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대충 보니 얼마나 올지 대충 예상이 갔다.

“학교에 오기 싫으면 작품이라도 많이 보러 다녀. 장르 가리지 말고.”

“넵!”

“이럴 때만 대답 잘하지.”

피식 웃은 정시운이 말을 이었다.

“그럼 여름방학 잘 보내고…… 다음 주에 보자.”

우우우.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린 듯했다.

정시운이 킬킬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가자 가방을 챙겨 놓았던 아이들이 ‘안녕!’, ‘잘 가!’ 외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운동장에도 벌써 조회를 끝낸 아이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다들 아직 오전이라서 신났나 봐.”

“그러게.”

웃으면서 말하는 강재한에 서준도 따라 웃으며 가방을 챙겼다.

“서준아. 이번 여름방학에도 미국에 가?”

“아니. 아직 졸업 공연 작품을 못 찾아서 한국에 있으려고.”

김주경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 블루문의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도 있었지만 그건 아직 대외비이니 말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했다.

“왠지 이번에도 개학식 때 대본 들고 올 것 같지 않아?”

“오자마자 게시판부터 봐야겠는데?”

전성민과 한지호의 말에 아이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교실 입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서준!”

서준과 아이들이 돌아보니, 음악과 3학년이자 작년에 블루문으로 데뷔한 박이든과 정은성이 서 있었다. 합동 수업으로 친분이 있는 아이들이 휘휘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을 반겼다.

두 사람의 등장에 서준이 웃으며 가방을 멨다.

“그럼 나 먼저 갈게.”

“그래. 잘 가.”

서준이 박이든, 정은성과 함께 사라지자 강재한이 입을 열었다.

“근데 서준이 요즘 계속 이든이랑 은성이랑 가네?”

“회사 가는 거 아니야? 같은 회사잖아.”

전성민의 말에 양주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 공연 작품. 회사로 들어오는 대본 중에서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번에도 새로운 대본 들고 올 것 같은데. 아예 모르는 작품이면 캐릭터 분석 꽤 걸릴지도 모르겠다.”

한지호의 말에 박시영이 입을 열었다.

“다들 서준이 팀에 지원할 거지?”

그 말에 아이들이 눈을 데굴데굴 굴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같은 학교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낮은 경쟁률로 서준과 같이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이게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친구들의 진지한 눈빛에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아 김주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디션 엄청 치열하겠네.”

그렇게 말하는 김주경의 눈빛도 반짝 빛나고 있었다.

* * *

데리러 온 블루문의 차를 타고 코코아엔터에 도착하니 엉덩이를 들썩이며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최재원과 김시훈, 백이현이 우르르 나와 서준과 두 사람을 데리고 우르르 들어갔다.

“왜 이래요? 형들?”

“무슨 일 있어요?”

“예준 선배님 오셨어! 곡 작업 끝나셨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형들에게 끌려가던 박이든과 정은성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자신들의 힘으로 거의 뛰어가듯 걸음을 옮겼다.

“……근데 전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블루문 사이에서 휩쓸려가던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댄스 레슨이야 뮤직비디오에 필요하니 함께 듣고 있지만 완성된 곡을 처음 듣는 자리에까지 자신이 올 필요가 있나 싶었다.

‘보컬 레슨도 안 가는데 말이야.’

서준의 말에 최재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어떤 곡인지 들어봐야지.”

“맞아. 이제부터 뮤비 찍을 때까지 들을 곡인데!”

“1팀장님하고 2팀장님한테 허락받았어. 얼른 가자!”

김시훈의 말에 볼을 긁적이던 서준이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어떤 곡인지 궁금하긴 했다. 블루문 멤버들이 웃으며 서준을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의 문이 열리자 미리 도착해있던 직원들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곡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 신이 났는지 들뜬 블루문 멤버들의 모습에 미소를 짓던 직원들이 뒤따라 들어오는 서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한 서준이 회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몇몇 익숙한 직원들도 있었지만 한두 번 본 게 전부인 직원들도 있었다. 그거야 그랬다.

‘가수팀이니까.’

이 자리가 이렇게 어색할 줄이야.

서준이 놀란 가수팀 직원들의 시선에 쑥스러운 듯 웃고 말았다. 블루문 멤버들이 웃으면서 서준에게 어서 앉으라고 말하며 마실 것을 건네주었다.

슬슬 정신을 차린 직원들도 서준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1팀장과 황예준이 들어왔다.

“서준아! 블루문도 있었네! 다들 안녕하세요!”

오늘도 활기차 보이는 황예준의 인사에 다들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서 서준이 보니까 되게 이상하다.”

“저도요.”

서준이 볼을 긁적이다가 작게 웃자, 모두 미소를 지었다.

“그럼 곡부터 들어보자. 예준아.”

“알았어…… 습니다. 1팀장님!”

으하하 웃은 황예준이 서준의 옆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회의실에 설치된 노트북에 연결했다. 그리고 USB 안에 든 파일 중 하나를 재생시켰다.

곧 회의실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명 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준은 물론이고 블루문과 직원들까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고 말았다.

덩더러러 쿵덕!

장구 소리였다.

1팀장이 이마를 짚었다.

꽹과리에 장구에…….

“황예준. 너 도대체 요새 뭘 하고 있는 거야?”

“국악이랑 가요랑 합쳐보면 어떨까 싶어서 연구하는 중이야.”

황예준이 씨익 웃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1팀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애들 싱글에?”

“아니. 아직 연구 중이라서 쓸 만한 정도도 아니고…… 이번 건 잘못 튼 거야.”

으하하.

실수를 웃음으로 넘겨 버린 황예준은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파일을 하나씩 재생했다.

쨍쨍한 꽹과리 소리와 굵직한 대금 소리, 청명한 가야금 소리까지.

온갖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다들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같이 웃던 서준이 슬쩍 노트북 모니터를 보니 USB 안에 든 파일명이 전부 숫자로 되어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니 회사에 파일을 놓고 가지.’

잘 보관되어서 다행이지, 밖으로 유출됐으면 어쩌려나 싶었다. 아마 서진이 형이나 다른 형들이 엄청 잔소리를 했을 거다.

“아, 이거다!”

이것저것 눌러보던 황예준이 음원 파일 하나를 보며 반색했다.

“일단 가이드 없는 버전부터 재생할게요.”

황예준의 말에 키득키득 웃고 있던 블루문과 직원들, 한숨을 쉬고 있던 1팀장이 이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따다단!

흘러나오는 선율에 최재원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추었다.

황예준 선배님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단번에 이 부분이 자신의 파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멤버들과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묘하게 최재원의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것 같았고 빈자리에는 최재원의 목소리가 찰떡같이 어울릴 것 같았다.

처음 37번 곡을 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곡 진행은 비슷했다.

가장 먼저 최재원의 파트를 지나 김시훈, 박이든, 정은성, 백이현의 파트까지 총 5개의 파트가 물 흐르는 듯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섯 개의 파트가 어우러지며 여섯 번째 파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잠시 후, 흘러가던 여섯 번째 파트가 갈라지며 새로운 파트가 시작되었다. 앞에 나왔던 선율과 조금 달랐지만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김시훈의 파트였다.

김시훈이 미소 띤 얼굴로 선율에 맞추어 발을 까딱까딱거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시 조금 변형된 멤버들의 파트가 이어졌다. 그렇게 5개의 파트가 흐른 다음, 역시 조금 달라진 여섯 번째 파트를 끝으로 곡이 끝났다.

‘5-6-5A-6A’‘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곡이 끝나자 조용히 듣고 있던 직원들이 긴장이 풀린 듯 하아, 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37번 곡도 좋았는데…… 이게 더 좋네요.”

“확실히 4개만 있을 때보다 음이 풍부해졌습니다. 과할 수도 있었던 선율을 적당히 들어냈네요.”

“여기에 멤버들 목소리까지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요?”

자신들이 부를 곡을 들은 블루문 멤버들도 상기된 얼굴로 떠들었다.

“선배님! 곡이 엄청, 엄청 좋아요!”

“맞아요! 이게 막……! 막……!”

박이든과 김시훈은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면서 두 손을 휘저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소리들이 다섯 개로 나뉘었다가 하나로 모이는 게 꼭 파동……!”

“꽈배기 같지 않아?”

……네?

멋진 단어로 자신들의 감격을 표현하려고 했던 최재원이 멍하니 황예준을 바라보았다.

감탄하던 블루문 멤버들은 자신이 뭘 들었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고 서준도 갑자기 나온 꽈배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예준이 으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거 만들 때 서준이가 꽈배기 사 왔었거든. 그거 보고 생각나서 만들었지!”

그 말에 진심으로 노래에 감탄하고 있던 1팀장과 A&R팀,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저도 모르게 끄응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런 계기는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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