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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07화 (40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07화

블루문의 경악에 연습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하하.”

그 반응에 서준이 해맑게 웃자 정신을 차린 최재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2팀장님한텐 말했어?”

서준이 2팀장, 안다호의 말을 전했다.

“하고 싶으면 하래요.”

“춤인데? 댄슨데? 배우가 춤을 추겠다는데?!”

“그것도 황금종려상 받은 배우가!”

김시훈과 박이든이 마치 [절규] 속 인물처럼 두 볼을 양손으로 누르며 소리쳤다. 백이현과 정은성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이돌이 연기를 하는 건 봤어도 배우가 춤이라니…….”

“가수는 있잖아요?”

배우와 가수를 오가는 연예인들은 드물지만 있었다.

“우린 아이돌이잖아.”

“근데 쟤는 아이돌도 잘할 것 같아요.”

정은성의 말에 다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준이 배우가 아니었으면 아이돌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글들이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곤 했다.

열띤 토론 끝에 결국 아이돌과 배우를 오가며 활동했을 것이다, 하고 항상 결론이 났지만 말이다.

“몸 쓰는 거야 액션 연기도 잘하니까 꽤 하겠고.”

“운동도 잘해요.”

김시훈의 말에 박이든이 이어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니 박자, 리듬 감각도 있고.”

“노래도 잘하죠.”

백이현의 말에 정은성이 이어 말했다.

“머리도 좋아서 안무도 잘 외우겠지.”

“하하.”

최재원의 말에 서준이 웃었다.

“……잘하겠는데?”

“……그러게?”

백이현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블루문의 메인 댄서 김시훈이 활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그럼 한번 해보자!”

“그럴까요?”

서준도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루문이 와아아, 박수를 쳤다.

* * *

“서준이가 춤을…… 서준이가 댄스를…….”

하고 중얼중얼거리며 1팀장이 넋이 나간 듯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안다호에게서 1팀장에게로, 1팀장에게서 가수 1팀에게로.

1팀 사무실이 뒤집힐 게 뻔히 보여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안다호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안 팀장님!”

자신의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브라운블랙의 황예준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서준이 아직 어릴 당시, 브라운블랙이 바쁘지 않을 때는 코코아엔터나 연습실에서 제법 만났던 터라 안다호와 황예준은 제법 친분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준 씨.”

“서준이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서준이 뮤비 찍는다면서요? 우리 뮤비엔 안 나왔으면서!”

투덜투덜 대는 모습이 서준에게도 엄청 투덜거렸을 게 분명했다. 그 모습이 밉지 않은 게 황예준의 매력이었다.

“네. 콘티가 재미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하네요! 서준인 어디 있어요?”

“블루문하고 연습실에 있습니다.”

“잘됐네요! 저도 블루문한테 볼일이 있었는데!”

“저도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시죠.”

안다호가 웃으며 걸음을 옮기자 황예준이 그 옆에 따라붙었다.

“그런데 편곡 때문에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회사엔 어쩐 일로?”

“편곡 중에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블루문 애들 노래 좀 들어보려고요. 녹음본만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아서 말이죠.”

“그렇군요.”

황예준의 말에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 하고 감탄을 내뱉고는 황예준에게 물었다.

“예준 씨. 뮤비 촬영할 때 출연자로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서준이도 저도 처음이라서 말이죠.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출연자랑은 상황이 다르잖습니까.”

“으음. 그렇네요.”

뮤직비디오라면 아주 질릴 정도로 출연해 본 아이돌계의 대선배님, 황예준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체력이 많이 들죠. 춤이 격할 때도 NG가 나면 계속 춰야 하니까요. 아, 근데 서준이는 춤을 안 추니까 상관없겠구나!”

“아, 출 겁니다.”

안다호의 말에 ‘배우, 배우의 입장이라……’ 하고 생각하고 있던 황예준이 눈을 크게 떴다.

“……네?”

“서준이가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안다호의 모습에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린 황예준이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것도 잠시 금방 차분해지는 황예준의 모습에 안다호가 조금 아쉬운 듯 말했다.

“별로 안 놀라시네요.”

1팀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리액션을 바랐는데 말이다.

“하핫. 서준이랑 우리랑 연습실에서 놀면 뭐 하고 놀았겠어요? 우리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서준이랑 어울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하고 있는 서준이 연기에 참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서준이 브라운블랙의 발 연기를 지적하면 모를까.

대차게 연기에 도전했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으음. 예준이 형은 안 되겠어.’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꼬꼬마 서준을 떠올린 황예준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반박하기엔 서준이가 너무 잘했지.’

그렇다 보니 놀 방법은 별로 없었다.

“남는 건 노래랑 춤뿐이죠. 만세, 아니, 케빈은 랩도 가르쳤다니까요.”

아하.

서준이 연습실에서 브라운블랙과 놀 때는 영어공부를 하거나 매니저의 일을 했던 안다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브라운블랙들에게 춤을 배우고 노래를 배웠을 꼬꼬마 서준의 귀여운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옛날부터 아이돌 수업을 받았네요.”

황예준도 어린 서준과 연습실에서 놀았던 때를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서준이가 웬만한 아이돌보다 잘하죠!”

반걸음 앞서 걷던 안다호가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음악에 맞춰, 김시훈의 춤을 고스란히 카피하고 있는 서준이 보였다.

* * *

“예준이 형!”

집중하고 있던 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입구를 바라보며 외치는 서준의 목소리에 블루문 멤버들이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2팀 안다호 팀장도 어려운데, 대선배님께서 나타나셨다.

대선배님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서준아!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기합이 바짝 들어가 인사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코코아엔터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은 회사다 보니 다들 편하게 지내지만 역시 까마득한 신인에게 까마득한 선배는 대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황예준도 긴장한 블루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다. 황예준도 어렸을 때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신인 때는 5년 차 선배도 대단해 보이는데 그 이상은…… 뭐.’

편하게 대하라고 해도 삐걱삐걱거리며 못 할 게 뻔하니, 황예준은 그저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본론부터 말했다.

“편곡하다가 너희들이 직접 노래하는 게 보고 싶어서 왔어!”

곡 이야기에 각 잡고 서 있던 블루문이 눈을 반짝였다. 좋은 눈빛에 황예준과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예준 씨. 녹음실 비어 있답니다.”

안다호의 말에 황예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블루문을 바라보았다.

“일단 여기서 한 사람당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한 곡씩, 그리고 너희 데뷔곡까지 총 여섯 곡을 부를 거야. 마이크도 음향기기도 없는 완전 라이브지!”

블루문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녹음실에 가서 여기서랑 똑같은 노래를 부를 거야. 녹음실에서는 여기서 불렀던 거랑 똑같이 불러도 되고 더 낫겠다 싶은 방법으로 불러도 되니까 편하게 불러도 돼!”

“네!”

“서준인 어떻게 할래?”

“보고 가도 돼요?”

서준의 물음에 황예준의 시선이 블루문에게로 향했다.

블루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하기 어려운 황예준만 있는 것보다는 서준까지 있는 편이 긴장이 덜 됐다.

그 격한 반응에 서준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겠구나, 생각한 안다호는 서준에게 손짓하고는 자리를 떴고, 황예준은 으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누가 먼저 할래?”

대선배님의 물음에 손들기도 뭣하고 안 들기도 뭣하고.

어정쩡한 멤버들의 모습에 리더이자 맏형인 최재원이 눈물을 머금고 손을 들었다. 그 장한 모습에 서준이 짝짝 소리 없이 박수를 쳤다.

“그래. 재원이부터 하자!”

이름이 불린 최재원이 몸을 흠칫 떨었다가 앞으로 나섰다.

황예준이 익숙하게 연습실 바닥에 앉자 서준과 멤버들도 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름 알고 계실 줄 몰랐는데……!”

“편곡할 때 다 봤을걸. 누가 누군지 모르면 파트를 못 나누잖아. 게다가 같은 회사니까 얼굴은 알아야지.”

여러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브라운블랙을 빼면 겨우 세 개뿐이니까 말이다.

서준의 말에 블루문 멤버들이 동시에 아하, 감탄했다. 너무 긴장해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서준이 고개를 돌려 긴장한 듯 서 있는 최재원과 바닥에 앉아 종이와 펜을 꺼낸 황예준을 바라보았다. 종이를 읽어보니 최재원의 목소리에 대해 적혀 있었고 짤막짤막한 오선지도 그려져 있었다.

“시작해 보자.”

“네!”

황예준의 말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은 최재원이 입을 열었다.

조금 긴장됐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메인 보컬다운 노랫소리였다.

익숙한 리더의 노래에 멤버들도 하나둘 긴장을 풀고 자신의 차례에 부를 노래를 떠올렸다.

장난기 많던 황예준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최재원이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하면서 최재원의 목소리를 수집해 나갔다.

서준도 작곡을 해봤기 때문에 알 것 같았다.

지금 작업은 블루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에 있었다.

같은 음을 내더라도 소리가 다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블루문 다섯 멤버의 목소리도 전부 다르기 때문에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높은 음부터 가장 낮은 음까지. 가장 잘 쓰는 음부터 가장 안 쓰는 음까지, 가장 아름다운 음부터 가장 거친 음까지. 가장 편안한 음부터 가장 불편한 음까지.

음이 정해져 있어 일정하고 조율이 되는 악기가 아니라서 군데군데 모자란 점이 있어 더 까다롭지만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것이 사람의 목소리였다.

금세 최재원의 노래가 끝났다.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던 황예준이 시선을 들었다.

“자, 다음은 이현이!”

백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최재원과 자리를 바꾸었다.

“잘했어요! 재원이 형!”

“다른 때보다 잘한 것 같아요!”

엄지를 들어 올리는 멤버들의 모습에 최재원이 기운이 빠진 듯 힘없이 허허 웃었다.

* * *

“좋아. 여기까지!”

황예준의 말에 녹음실 안에 있던 블루문이 으하아아,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잘 부를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고 한 부분 한 부분 나눠서 부르는 녹음 때와는 달리 컷 없이 곧장 간다는 황예준의 말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한 탓이었다.

“우리 잘했겠죠?”

“몰라. 기억이 하나도 안 나.”

박이든이 중얼거리자 김시훈이 대답했다.

“나 중간에 실수한 것 같아.”

“저도요.”

들려오는 블루문의 한탄에 서준이 키득키득 웃다가 황예준에게 물었다.

“근데 예준이 형. 중간에 안 멈추고 들어도 돼요?”

“이래저래 자르고 손댄 건 다 들었으니까 괜찮아. 멈추지 않고 이어 부를 때는 어떤 느낌인지 봐야지.”

황예준이 찡긋 웃으며 말하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각자의 작곡 스타일이 다른 만큼 황예준이 어떤 곡으로 편곡할지 기대가 되었다.

‘근데 이 정도 정성이면 거의 작곡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던 서준이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작곡이든, 편곡이든 좋은 곡만 나오면 되겠지.’

같은 아이돌인 예준이 형이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아, 서준아. 서진이가 나중에 다 같이 밥 한번 먹자던데? 만세도 좀 있다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시윤이도 괜찮대!”

황예준의 말에 케빈 킴(래퍼, 본명 만세 킴)과 최시윤(댄서, 막내)를 떠올린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시간 빼고 괜찮…… 아, 이제부터 뮤비 연습해야 하는구나. 쉬는 날 정해지면 가요, 예준이 형.”

뮤비 연습?

서준의 단어 선택에 잠시 이해하지 못한 황예준이 눈을 깜빡였다.

“……춤 연습한다고?”

“아니요.”

황예준의 물음에 아이돌만큼 춤을 잘 추는 서준(본업 배우)이 활짝 웃었다.

“연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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