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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06화 (40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06화

다음 페이지에는 싱글앨범에 넣을 곡의 악보가 있었는데 편곡 전이라는 표시가 눈에 띄었다. 서준이 악보를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넣은 것 같았다.

“곡 파일도 받았는데 틀어줄까?”

“네.”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보를 보면 곧바로 그동안 배웠던 피아노와 바이올린 음으로 읽혀 어떤 곡인지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원곡을 듣는 편이 나았다.

안다호가 휴대폰 화면을 누르자 차 안은 블루문의 다음 앨범 곡의 선율로 가득 찼다. 서준의 고개와 손가락이 박자에 맞춰 까딱까딱 움직였다.

“좋네요. 그죠, 다호 형?”

“응. 2팀도 다들 좋다고 하더라.”

블루문 멤버들과 점심을 먹은 게 며칠 전인데, 그때 이런 이야기가 없었던 걸 보면 그사이 준비한 것 같았다.

‘블루문이 1팀이었지.’

서준은 꼬꼬마 시절, 코코아엔터에 들려 브라운블랙과 놀 때마다 과자 하나, 초콜릿 하나를 쥐여주던 매니저, 가수 1팀 팀장을 떠올렸다.

서준과의 친분이면 그냥 직접 제안해도 될 텐데, 거절하기 편하도록 일부러 2팀으로 제안서를 보낸 1팀장에 서준이 작게 웃고는 뒷장으로 넘겼다. 뒷장 제일 앞부분에 적혀 있는 작곡가의 이름을 본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호 형. 이거 예준이 형 곡이었어요?”

“그렇다더라고. 예전에 만들어 둔 게 회사 컴퓨터에 있었나 봐. 어쩌다가 블루문이랑 1팀이 듣고 좋아서 만장일치로 그걸로 하기로 했대. 만든 지 꽤 되는 곡이라 지금은 예준 씨가 편곡 중이고.”

“오. 그렇구나.”

예준이 형의 곡이라니 더 흥미가 생겼다.

서준이 눈을 빛내며 제안서를 읽었다. 그 아래로는 편곡의 방향과 가사의 대략적인 내용, 그리고 곡의 분위기와 컨셉도 적혀 있었다.

“괜찮네요.”

“딱 신인한테 좋은 곡이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아이돌 세계와는 조금 떨어진 배우와 배우의 매니저였지만, 세 개의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킨 회사에 10년쯤 있으면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차 안 스피커에서는 계속 ‘37번’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서준은 다음 장으로 넘겼다.

이 페이지부터가 본론인 듯, 정성스럽게 쓰인 글이 가득했다.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콘티였다.

네모난 칸들 속에 등장인물들이 가득했다. 그중 홀로 색칠되어 있는 등장인물이 바로 서준이 맡을 역할이었다.

“콘티도 확실히 정해진 게 아니지만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래.”

“안 정해진 게 많네요.”

서준의 장난스러운 말에 안다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곡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뮤직비디오에 대한 설명을 넘기면 싱글앨범 제작 일정과 뮤비 촬영 일정이 나왔다.

“진짜 짧네요.”

영화나 드라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촬영 시간.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준의 놀람에 안다호가 웃으며 말했다.

“거의 세트장이라서 이동할 필요도 없고, 분량도 4분 이내라서 그래. 보통 하루 이틀이면 찍는다더라고.”

“오. 그렇구나.”

“그러니까 스케줄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생각해 봐.”

“네.”

[흘러가다]는 별문제 없이 무사히 개봉하고, 아직도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출연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서준은 간단한 인터뷰 이외에는 다른 스케줄은 없었다.

거기다 뮤직비디오의 촬영은 8월 중순이었다. 6월 말인 지금부터면 아직 한 달 반이나 남았고, 여름방학 중이라 시간도 많을 터였다.

‘틈틈이 대본 찾을 시간은 있겠는데…….’

대학 실기는 3분 이내의 자유연기니 연습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고, 졸업 공연은 미리내 예고 재학생들 중 팀원을 모집해야 하니 2학기가 개학하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각색을 한다고 해도…….’

연극 [거울]의 경험이 있으니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다.

‘……하핫.’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새 자신의 마음이 한쪽으로 쏠려 버린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연습실에서는 나름 바쁜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넉넉할 줄이야.’

뮤직비디오의 촬영을 위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내려 하는 자신의 무의식에 웃음만 나왔다.

‘하지 뭐.’

그래서 서준은 그 무의식을 따르기로 했다. 하기로 마음먹으니 속이 시원해졌다. 밝은 표정의 서준이 다시 앞장으로 넘어가 악보를 읽었다.

그사이에도 계속 37번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준은 손을 까딱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추었다.

악보에 표시된 멤버들의 파트를 보니 어떻게 부를지 궁금해졌다. 노래와 촬영본이 어우러지면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하긴. 오버 더 레인보우를 빼고는 배경음악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지.’

음악은 촬영이 모두 끝난 후 편집 때 삽입하는 것이라 배우가 신경 쓰거나 의견을 내놓을 이유가 없었고, 음악이 주가 되었던 [오버 더 레인보우]도 뮤직비디오 촬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흐흐흠.”

안다호가 들려오는 허밍에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눈으로 제안서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스케줄 하나 추가네. 근데 뮤비 촬영은 어떻게 연습하려나?’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 형식이라면 평범하게 촬영하는 것처럼 연기 연습을 했겠지만, 이번 블루문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조금 달라, 안다호도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잘해낼 서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이 흥미로운 눈으로 제안서를 읽고 안다호가 앞으로의 할 일을 생각하는 사이, 차가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다호 형. 저 이거 하고 싶어요!”

역시.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말하는 배우에 매니저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다음 날.

학교가 끝나고 코코아엔터로 온 서준이 안다호와 함께 가수 1팀 사무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사무실에 있던 1팀장과 직원들이 서준의 등장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과 마주 본 서준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다들 괜찮으세요?”

모두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와, 엄청 피곤해 보였다. 책상 위에도 잠을 깨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였다. 2팀 직원들의 책상과는 많이 달랐다.

‘가수팀은 많이 바쁜가?’

하긴.

2팀은 서준 혼자만 케어하지만 가수 1팀은 브라운블랙 4명에 블루문 5명까지, 총 9명을 케어해야 하니 더 바쁠지도 몰랐다.

‘그럼 사람을 더 구해야지.’

삼촌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서준의 귀에 1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괜찮아. 괜찮아. 서준아, 여긴 어쩐 일로 왔어?”

그렇게 묻는 1팀장의 목소리에 묘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서준과 안다호의 표정도 밝았고 말이다.

1팀장과 직원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여유로운 서준이 입을 열었다.

“뮤직비디오요. 제가 꼭 하고 싶어서요.”

서준이 활짝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촬영하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가수 1팀 사무실이 기쁨에 들썩였다. 기뻐하는 직원들에 괜스레 자신까지 즐거워진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블루문한텐 제가 말하고 올게요.”

“그래. 연습실에 있을 거야.”

서준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습실로 향했다. 블루문도 이렇게 좋아하면 기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서준을 보던 안다호가 이내 들고온 파일에서 계약서를 주섬주섬 꺼내 1팀장에게 건넸다.

“팀장님. 계약은 지금 할까요?”

“다호야.”

“네?”

“같은 소속사 할인은 안 되냐?”

막상 계약할 상황이 되니, 슈퍼스타의 출연료가 걱정된 1팀장의 말에 안다호가 빙그레 웃었다.

* * *

“와! 진짜 한다고?”

박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조금 전까지 격하게 움직였는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뮤비 촬영은 처음이니까, 잘 부탁해. 잘 부탁해요, 형들.”

“으. 서준이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기분 완전 이상해!”

김시훈이 과장되게 몸을 부르르 떨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파티할까? 과자 먹을래?”

신이 난 백이현이 어디선가 과자 더미를 들고 나타나자, 블루문 멤버들은 물론이고 서준까지 익숙하게 연습실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과자봉지를 길게 뜯어 나란히 놓고 음료수도 챙겨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어쩐지 쌤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잠시 멤버들을 둘러본 최재원이 웃으며 말했다.

“어떤 말이요?”

“블루문 멤버가 5명인지, 6명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최재원의 말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서로를 둘러보던 서준과 아이들이 아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자주 이렇게 놀기는 했지. 연습생 때부터니까.”

“그땐 서준이만 보면 놀랐는데 말이야.”

멀리서 서준의 뒷모습만 봐도 깜짝 놀랐다던, 쭈굴쭈굴하던 연습생 때를 시작으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크 누나들도 못한 서준이 뮤비 촬영을 우리가 하게 될 줄이야!”

“근데 서준아. 왜 하기로 한 거야?”

최재원의 물음에 서준이 과자를 집어 먹으며 대답했다.

“뮤비 촬영이 궁금하기도 했고 이번 뮤비 내용이 좀 특이한 것 같아서 연기해 보고 싶기도 했어요.”

“역시.”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블루문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에 어떤 내용으로 하나 했는데, 1팀장님이 음악에 어울리면서도 서준이 네가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면 좋겠다고 하셨거든.”

“그거 생각하느라 진짜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 1팀분들도 엄청 고민했을걸.”

“매니저 형은 밤샜대.”

“그 의견들을 모두 합쳤다가 몇 개 빼고, 다시 새로 떠오른 거 합치고 몇 개 빼고 나온 게 그거야.”

“이젠 쥐어짜도 더 좋은 건 안 나올 것 같아.”

해탈한 듯한 블루문 멤버들의 모습에 서준이 눈을 깜빡이다가 아,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서 그렇게 피곤해 보이셨구나. 전 일이 많은 줄 알았어요.”

“일은 우리 싱글앨범 빼고는 거의 없으실걸. 브블 선배님들도 휴식기고.”

최재원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한테 직원들 더 뽑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려고 했는데…… 안 해도 되겠네요.”

“……라고 사장님의 조카님이 말씀하셨다.”

정은성의 말에 다들 빵 터지고 말았다. 김시훈과 박이든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크게 웃어댔다.

“나 그거 처음 듣고 엄청 놀랐잖아. 그때가 4월 1일이라서 거짓말인 줄 알았다니까!”

“사장님이랑 서준이가 전혀 안 닮아서 진짜 놀랐어.”

험상궂게 생긴 서은찬과 빛나는 미모의 서준은 친척이라고 생각하기 많이 힘들었다.

“삼촌은 외할아버지 닮았대. 엄마는 외할머니 닮았고.”

“그래? 난 우리 아빠 판박이래.”

박이든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웃으며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누구를 닮았는지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화제는 어느새 뮤직비디오로 옮겨져 있었다.

“여기 이건 내가 생각한 부분.”

정은성이 콘티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재원과 백이현이 생각한 부분도 콘티에 있었지만, 김시훈과 박이든의 의견은 빠진 모양이었다.

서준은 어제 콘티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질문을 했다.

“이번 곡, 춤 연습은 언제 해요?”

“노래 나오면 바로 연습 들어가야지.”

“일단 37번을 기준으로 만들고 곡 나오면 디테일을 수정할 거라던데. 언제 나오려나?”

박이든의 뒤를 이어 말한 메인댄서 김시훈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어깨를 휘휘 돌렸다.

“그럼 나도 연습해도 돼요?”

“……응?”

서준의 말에 열심히 과자를 집어 먹던 백이현의 손이 멈추었다.

“……뭘 연습한다고?”

다른 블루문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이해를 못 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이 파트. 내가 하면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서준이 씨익 웃으며 뮤직비디오 콘티 한 군데를 가리키며 말하자, 서준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던 블루문 멤버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댄스 파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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