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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403화 (40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403화

출렁이며 빠져나가는 시청자 수에 영화객이 당황하자, 남아 있던 시청자들이 웃으며 댓글을 써 내려갔다.

-이제 여기 남은 사람들은 생존자들 감독판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인가?

-222 영화관 N차 뛴 사람들뿐일 듯.

-새드엔딩 냠냠ㅋㅋ

영화객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편집 영상 따로 올릴 거니까, 계속해도 괜찮을 듯.

-그리고 새드엔딩 해석은 따로 편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ㅇㅇ 경고 문구 잔뜩 적어서.

-경고 : 생존자들 감독판 재미있게 본 사람만 볼 것!

-경고 : 새드엔딩 주의!

-……그러면 다 예상하지 않나?

-ㅋㅋㅋㅋㅋ

“예. 그럼 방송 계속하도록 하겠……?”

영화객이 막 방송을 이어나가려던 그때, 시청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세 원상 복구되는 시청자 수에 영화객과 남아 있던 ‘새드엔딩도 환영!’이라고 외치던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슬쩍)……궁금해서 다시 왔습니다.

-빼꼼)……습관성 궁금함……ㅋ

-벌컥) 영화 보고 영화객 리뷰는 꼭 봐야 하니깐요!!

-어차피 다 들어버렸으니……ㅠ

뒤도 안 돌아보고 탈출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리뷰가 궁금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환영!

-나라도 궁금하긴 할 듯ㅋㅋ

영화객과 남아 있던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온 시청자들을 환영했다.

-그사이에 지나간 이야기는 없죠?

-있으면 3줄 요약 부탁!

“네. 없습니다. 잡담 중이었거든요. 편집본에서는 새드엔딩 해석만 따로 구분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꼭 그래야 할 듯.

-근데 궁금해서 볼 것 같은데.

-나도……ㅋ

-그래도 우리처럼 아예 예상도 못 하는 것보다야…….

-이게 라이브의 맛인가!

-핵매운맛ㅎㅎ

핵매운맛을 외치는 시청자들에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방송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그런 해석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수술 성공률 때문이죠. 유명한 의사가 수술한다고 했지만 정가람의 수술 성공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겨우 10% 넘었지.

-실패할 확률이 약 90%

-으허허헝ㅠㅠㅠㅠ

“확률만 보면 그렇게 낙관할 수만은 없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흘러가다의 엔딩이 사실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하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마지막 부분은 전체적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함께 한 가지 더 있죠.”

-하나 더?

“권윤찬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옷이라면…… 설마…… 상복 입고 있으려나?ㅠㅠ

-(울음바다)

“네. 상복을 입고 있을 수도 있죠.”

고개를 끄덕이는 영화객의 눈에 두 개의 댓글이 들어왔다. 다른 시청자들도 그 댓글을 읽었는지 채팅창이 순간 멈추어버렸다.

-권윤찬 : 야! 정가람!

-권윤찬 : 거기선 안 아프고 행복하게 지내! 멋진 영화도 만들고!

멋진 단합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담담하게 리뷰하던 영화객은 물론이고 ‘새드엔딩 환영!’이라고 외치던 일부 시청자들도, 탈출했다가 돌아왔던 시청자들도 눈물을 글썽였다.

-(대성통곡)

-ㅠㅠㅠㅠ

-남의 의견에 흘러가지 말라고 했으니 난 해피엔딩이라고 믿어야지ㅠㅠ

-22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냐(폭풍눈물)

“권윤찬의 울컥한 목소리가 저절로 생각나네요.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서준 배우는 물론이고 권윤찬을 연기한 김한석 배우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죠. 얼마 전, 흘러가다와 한판에서 공개한 사진들이 있습니다.”

영화객이 모니터에 사진들을 띄웠다.

사진 속, [한판]에서처럼 낡은 야구 점퍼를 입은 이지석과 검은 정장을 입은 김종호, 그리고 [흘러가다]에서처럼 평상복을 입은 이서준과 김한석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옷차림만 봐도 어떤 영화인지 알겠네요.”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느낌이 사진까지 이어져 마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세계관이 합쳐진 것처럼 신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판도 많이 봐서 옷차림이 익숙함.

-22 흘러가다도.

-진짜 영화에서 잠시 떨어져나온 것 같네.

“이 사진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촬영지가 같았기 때문이랍니다. 배우들도 엄청 놀랐다고 하네요. 영화 촬영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이서준 배우와 김한석 배우의 영화인지, 그리고 이지석 배우와 김종호 배우의 영화인지는 전혀 몰랐답니다.”

-??? : 서준이 네가 왜 여기서 나와?

-ㅋㅋㅋ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그랑프리를 받은 두 영화의 배우들이 촬영을 기다리면서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그러게. 그림체가 전혀 다른 것 같음.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비하인드 사진 보면 항상 그렇지만 묘하게 현실이랑 영화랑 섞인 느낌.

-222 거기에 다른 영화까지 섞여서 신기함.

-저 사진 찍을 때는 아무도 상 받을 거라는 걸 몰랐겠지?

-칸 영화제 초청도 몰랐을걸?

-아마 한국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진일 듯.

“같은 촬영지인 만큼 한판의 추격신에서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지붕이 있었습니다. 옥에 티는 아니고요. 그저 평범한 지붕이지만 어쩐지 익숙한 지붕이었죠.”

-어디서 봤나 했더니, 윤찬이 집 지붕ㅋㅋㅋ

-다들 눈도 좋지ㅋㅋ

-22 얼마나 많이 봤으면 남의 집 지붕을ㅋㅋ

“영화가 개봉한 후 수원부터 부산까지 여행을 가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답니다. 저도 물론 다녀왔고요.”

영화객이 모니터 화면에 사진을 하나 띄웠다. 영화객이 직접 부산 촬영지까지 가서 찍은 사진으로 군데군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팔과 손이 보였다.

“최대한 피해서 찍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촬영장 사진이 공개된 이후에 간 거라 촬영장 사진을 찍었던 곳에도 가 보았습니다. 임시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 한판 촬영팀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 엄청 많다던데.

-촬영팀이 머문 숙소랑 식당도 사람 많더라.

-이서준, 김한석 자리ㅋㅋ

-늦게 공개한 이유를 알겠다. 이렇게 보니까 이서준 살이 확실히 빠진 것 같네.

-22 권윤찬 집에 있을 때 어느 정도 빠져 있었음.

-333 첫 관람 1부 볼 때는 눈치 못 채지만ㅎ

“네. 이서준 배우의 체중 조절도 큰 화제죠. 배우들이 시한부를 연기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변화가 바로 외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도 눈에 띄게 살을 빼야 ‘아, 시한부 환자구나’, 하고 관객들이 절절히 느낄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이서준 배우의 연기에 대한 자세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상 체중에서 더 빼기는 쉽지 않거든요.”

-22 다이어트 해보면 저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앎.

-게다가 서준이는 아픈 연기를 너무 잘해서……ㅠㅠ

-진짜 아픈 게 아닐까 싶었음.

“네. 언제나 그렇듯 이서준 배우의 연기를 보면 진짜 아픈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다행히 코코아엔터가 공개한, 물론 상세한 내용들은 가려져 있습니다. 건강검진표를 보면 전부 정상이라고 합니다.”

-……근데 건강검진표 보는 게 왜 익숙하지?

-그러게. 데자뷔?

-내의원 때도 이랬음ㅋㅋㅋ

-아ㅋㅋ 내의원 때도 진짜 마지막편에 연기 잘했지ㅋㅋ

-그거 웃겼는데. 또래 중 가장 건강한 아이ㅋㅋㅋ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내의원 때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도 건강검진표를 공개할 정도로 서준의 아픈 연기가 인상 깊었다.

영화객이 웃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너튜버로서 ‘흘러가다’는 색다르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꼭 너튜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나 밝고 괜찮은 모습만, 편집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 편집된 모습 너머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지 않나 싶습니다.”

* * *

[‘흘러가다’에 숨겨진 엔딩이?]

[영화 리뷰어, 영화객이 말하는 새로운 엔딩!]

[여기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 흘러가다 두 번째 엔딩!]

[‘흘러가다’ 병원 소년 배우 김하운, 우정한 감독 작품 출연!]

[배우 이서준, 건강검진 매우 건강!]

-숨겨진 엔딩? 리뷰 보러 갈까?

=생존자들 감독판 평점 얼마 줬음?

=??? 하나.

=22 당근 하나 아님?

=그럼 안 보는 거 추천ㅋ

=……오……? 왠지 안 봐도 알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공지도 슬펐어ㅠㅠ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는데ㅠㅠ 방송을 안 함ㅠㅠ

=난 왠지 엔딩 부분에 권윤찬이 라이브 방송하고 있을 것 같다ㅠㅠ

=그것도 슬프네ㅠㅠㅠ

-근데 스크린에 댓글들 몇몇 개를 확대해서 보여줘서 그렇지, 확대 안 한 댓글들 중에 옹호 댓글도 조금 있었음.

=와. 눈 좋네. 그걸 보냐ㅋㅋ

-권윤찬 아버지는 계속 얼굴 안 나와서 좋음.

=22 누구는 자식 위해서 쌈짓돈 꺼내 중고 노트북 사주는데 누구는 노트북 훔쳐가고.

=333 잘 풀려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권윤찬 잘 살았으면ㅠ

=가람이도ㅠㅠ

-김한석 연기 잘하더라.

=22 황금종려상이 배우 하나, 감독 하나 잘한다고 해서 받는 것도 아니니까.

=병원씬 아역 배우도 잘하던데?

=22 대비가 확실했지.

=요즘 아역 배우 연기를 너무 잘함ㅎㅎ

-건강검진표ㅋㅋ 너무 웃기다ㅋㅋㅋ

=22 저걸 또 볼 줄이얔ㅋㅋㅋ

=그래도 왠지 안심이 됨ㅎㅎ

* * *

코코아엔터 구내식당.

점심시간을 맞아 구내식당으로 찾아온 직원들의 눈에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여섯 명의 소년들이 보였다.

그중 다섯은 거의 코코아엔터에 살다시피 하는 터라 익숙한 아이돌이었지만 그중 한 사람은 집에 연습실이 따로 있어, 전담 2팀이 아니라면 코코아엔터 직원들도 드물게 보는 배우였다.

“시험 잘 쳤어?”

“아니. 망했어.”

서준의 물음에 미리내 예고 음악과 3학년인 박이든과 정은성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오늘은 미리내 예고 1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날.

일찍 시험을 치고 코코아엔터에 들른 서준은 코코아엔터의 네 번째 아이돌그룹, 블루문과 함께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머지 세 멤버는 히히 웃으며 상추쌈을 싸 입에 넣었다. 그중 블루문을 리더, 최재원이 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이 넌 잘 쳤어?”

“재원이 형. 서준이는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이번에도 엄청 잘 쳤을걸요?”

박이든의 말에 정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촬영이 많아도 서준이 성적은 안 떨어지거든요.”

“그래?”

감탄하는 세 멤버에 서준이 쑥스러운 듯 웃고 말았다.

“근데 흘러가다, 새드엔딩이야, 해피엔딩이야?”

“나도 그거 궁금했어.”

정은성의 물음에 박이든과 세 멤버도 귀를 쫑긋 세우자,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는 사람 마음이지.”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난 꽉 닫힌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도. 다른 해석도 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어.”

박이든과 최재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은성이 웃으며 말했다.

“전 너무 잘 풀려서 찜찜하던데요. 새드엔딩이 딱 좋은 결말인 것 같아요.”

“아…… 너 생존자들 감독판 엄청 좋아했지.”

정은성을 보는 블루문 멤버들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취향 존중 부탁합니다.”

정은성의 정중한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블루문 바쁘지 않아? 영화 볼 시간이 있어?”

작년 하반기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블루문이었다. 한창 바쁠 때지 않나 싶어 서준이 물었다.

“요새 싱글앨범 준비 중이라서 여유가 좀 있어.”

“앨범 준비 중일 때가 더 바쁘지 않나?”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자 박이든과 정은성이 해탈한 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

“원래 시험공부 할 때는 다른 게 더 재미있는 법이야.”

“그리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지.”

다른 멤버들도 흐흐 웃으며 잘 익은 수육을 집어 먹었다. 지금 체력을 보충해 둬야 저녁까지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다.

서준은 열심히 점심을 먹는 블루문을 바라보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담감이 크겠지.’

데뷔하자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떠서 더욱 그럴 터였다.

브라운블랙을 시작으로 화이트를 거쳐 레드크라운까지, 아이돌들을 봐왔던 서준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싱글앨범도 잘 될 거예요.”

“고마워.”

블루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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