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402화
-영하!
-영화객 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영화객입니다.”
영화객이 카메라를 보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모니터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바로 어제도 [한판]을 리뷰를 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오늘 리뷰할 영화 때문이겠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싱숭생숭한 기분을 느끼는 영화객과 비슷했다.
-님 조금 얼굴이 변한 것 같은데?
-영화객 님. 어디 아프신 곳 있으면 숨기지 마시고 이야기해 주세요ㅠㅠ
-맞아요ㅠㅠ
-아니, 살쪘다고;;;
-ㅠㅠ아파서 살찌는 병도 있지 않아요?
-다들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여ㅋㅋㅋ
시청자들의 걱정에 영화객이 웃으면서 미리 준비해 둔 건강검진표를 카메라에 들어 보였다.
“저 안 아픕니다. 아주 건강하대요. 이번에 건강검진도 받았습니다. 여기요. 전부 정상인 거 보이시죠?”
-보여달란 이야기는 아니었는데……ㅎ
-그래도 마음은 놓이네.
-요즘 너튜버 건강 걱정이 많이 하는 듯.
-그래서 몇몇 분은 아픈 곳도 발견하긴 했지만요.
-모두 빨리 나으세요ㅠㅠ
“중병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아프신 너튜버분들이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너튜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건강검진 많이 하는 것 같지?
-ㅇㅇ 나도 했음. 우리 부모님도.
-안부 묻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정부에서도 연일 홍보하고 있던데 서준이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하는 거 아님?ㅋㅋ
-건강식품 판매량도 늘었어ㅋㅋㅋ
“영화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건 제법 경험해 봤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다들 주위 가족, 지인분들, 그리고 여러분 자신의 건강까지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도요.”
-ㅠㅠ윤찬이ㅠㅠ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네ㅠㅠ
늘어나던 라이브 시청자 수가 일정 숫자에서 왔다 갔다 움직였다. 라이브 방송 알람이 안 울릴 때도 있으니 시청자들을 기다릴 겸 영화객은 평소처럼 조금 잡담을 하다가 영화 리뷰를 시작했다.
“여기 흘러가다 안 보신 분은 없으시겠죠? 꼭 영화부터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흘러가다의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흘러가다는 이서준 배우 주연의 민희경 감독님의 영화로, 이번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죠! 이서준 배우님, 민희경 감독님. 두 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영화객의 박수에 채팅창에도 박수를 치는 이모티콘이 잔뜩 올라왔다.
-축하축하!!!
-(박수)와 (함성)
-ㅊㅎㅊㅎㅊㅎ
-축하!(격렬하게 손뼉 치는 곰 이모티콘) 칸 라이브 때, 서준이가 영화객 님 영상 본다고 했으니 이것도 보겠지!
-헉! 그래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 댓글에 시청자들 전부가 축하를 외치자 채팅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올라가 버렸다. 그 어마어마한 환호에 영화객이 빙그레 웃었다.
“이서준 배우가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영화객 님은 영화 칸에서 보셨죠?
-어땠음?
“좋았죠. 세계 최초 개봉을 관람하게 되니까 되게 벅차더라고요. 주위에 배우분들과 감독님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들뜨기도 했습니다. 영화 볼 때는 신경도 쓰지 못했지만요.”
-부럽다. 서준이 근처에 앉아서 영화를 보다니.
-근데 이서준 일코 실력이면 아마 바로 옆에 앉아도 모를 듯.
-222 민희경 감독님과 이야기 웃기면서 감동적임.
“흘러가다는 처음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로 시작합니다. 또박또박 적힌 글자와 함께 정가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죠.”
-이번 가을.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다.
-단합력 짱!
빙그레 웃은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모두 흘러가다의 가제가 여행이라는 거 알고 계시죠? 1부까지만 해도 저는 수원과 천안, 대구를 지나 부산으로 향하는 정가람의 여행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지들 정말 멋있게 나오더라.
-그래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잖아.
-외국인들도 엄청 많음.
-거기서 우는 사람들 이서준 팬임.
-ㅋㅋㅋㅋㅋ
N차 관람이 끝나자마자 가까운 수원으로 가 화서문으로 향하는 길에서 눈물을 글썽였던 영화객이 크흠 헛기침을 했다.
“1부에서 권윤찬을 만나고 권윤찬의 아버지가 정가람의 노트북을 훔쳐 가기 전까지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한 걸음에서 한번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서 그런지 케미가 좋더군요.”
-진짜 그때까지는 웃으면서 봤다.
-근데 2차로 볼 때는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림.
-222 몰랐던 이상할 정도로 애가 야위었음.
-영화객 님. 우리가 왜 몰랐을까요?
“분위기가 너무 좋았죠.”
-분위기요?
“어떤 영화라도 연출이나 배경음악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법이죠. 발랄한 음악을 깔면 하이틴 영화가 되고 심각한 음악을 깔면 스릴러 영화가 되는 것처럼요.”
-너튜브에도 그런 영상 꽤 있지. 스릴러 영화 편집본에 일부러 웃긴 배경음 넣는 거.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방법이죠. 1부와 2부로 나눠도 될 만큼 분위기가 달랐던 앞부분은, 말하자면 잔잔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힐링물처럼 감독이 연출해서, 관객들은 그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봐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1부 여행 영상에서 음식이 안 나오는 걸 전혀 몰랐고 여행이 중간에 멈추고 점점 짧아지는 것도 몰랐죠.”
-헐;;;그렇네? 음식이 없었네?
-한국인의 여행에 음식을 빼놓다니!
-활동 범위도 점점 좁아졌음. 중간에 배경이 바로 숙소로 바뀌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그렇게 편집에 눈이 가려져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위기가 닥칩니다.”
-난 노트북 도난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위기인 줄 알았음.
-아니었지만ㅠㅠ
“네. 그렇다기에는 영화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죠. 그렇다고 뒤에서 사건이 그렇게 빵빵 터질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폭풍전야가 따로 없음.
“그 사건 이후,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정가람과 권윤찬의 사이는 더 좋아졌죠. 고등어를 먹고 체했을 때 손가락을 따주기도 했고요.”
-그거 외국인들 반응 웃김ㅋㅋㅋ
-왜 손가락에 바늘을 찌르지?????
-근데 손 따는 거 효과 짱 좋음.
-영어 자막 깔린 손 따는 강의도 있더라ㅋㅋ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칸에서도 그때 술렁였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한국적인지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웃으면서 지나갈 일이 아니었지만, 관객들은 전혀 몰랐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일출을 보다 정가람이 쓰러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이서준은 진짜 아픈 연기 잘해ㅠㅠ
-난 계속 ????? 만 함.
-22 애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 놀람.
“그때부터 상황은 급하게 바뀌었습니다. 구급차부터 응급실, 달려온 정가람의 어머니, 중환자실. 정말 숨도 쉬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닥쳤죠. 그리고 권윤찬이 정가람의 휴대폰을 봤습니다.”
-그게 판도라의 상자였을 줄이야.
-다들 숨죽이고 봄.
“거기에는 정가람이 1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이 들어있었죠. 편집되지 않은 원본 영상은 권윤찬과 관객들에게 경악과 절망, 그리고 슬픔을 가져다줬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서준 아픈 연기 너무 잘해ㅠㅠㅠ
-진짜 계속 눈물이 나더라ㅠㅠㅠ
-다시 생각해도 슬픔ㅠㅠ
“권윤찬이 진실을 알고 관객들에게도 정가람의 과거가 드러났습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이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나 있었죠. 여기서 병원에 있던 소년과 정가람의 대비적인 연기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소년 역을 맡으신 분은 김하운 배우로 이서준 배우와 같은 학교 친구라고 합니다.”
-그때는 진짜 정가람은 너무 불쌍하고ㅠㅠ 걔는 너무 얄밉고ㅠㅠ
-1부랑 2부 앞부분에서 정가람이 얼마나 좋은 애고 아팠는지 아니까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음.
-대사 한 마디도 없는데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서, 이게 연기구나 싶더라.
-챙겨간 휴지가 모자랄 정도로 울었음ㅠㅠ
“아마 관객들 대부분 거기서 영화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죠.”
-조작이라니! 우리 가람이가 조작이라니!!
-기레기들……!
-아니, 왜 그렇게 되냐고?!
채팅창이 분노로 타올랐다. 영화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설마 너튜브 조작 사건이 터질 줄이야.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사건은 다시금 빠르게 돌아갑니다. 권윤찬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지만 아무도 믿지 않죠.”
-진짜 답답해 죽겠더라.
-내가 다 억울함.
“그렇게 조작으로 흘러가던 사람들의 반응이 한 게시글로 반전됩니다.”
-여기서 노트북이 나올 줄이야!
“조작 사건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 있던 그때, 시한부라는 것까지 알려지니 뉴스에 나올 정도가 되었죠.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고요.”
-그게 또 좋은 일이 되었지ㅠㅠ
-의사쌤ㅠㅠ
“네. 화제가 된 정가람의 수술을 하겠다는 의사가 나타났죠. 그렇게 정가람이 수술실로 향하는 장면이 나오고 화면이 바뀝니다.”
-이번 겨울.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다.
“네. 아마 에필로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출을 바라보는 정가람이 권윤찬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었죠.”
-권윤찬 : 야! 정가람!
-감동ㅠㅠㅠ
-여기서도 엄청 울었음.
-웃는 게 너무 해맑더라ㅠㅠ
-혈색도 좋고ㅠㅠ
“에필로그까지 나오고 영화 흘러가다가 끝났습니다. 처음엔 그저 잔잔한 일상물이라고 생각했는데 1부 마지막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영화였네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ㅠㅠ
-그래도 해피엔딩이라서 좋음.
-가람아ㅠㅠ 윤찬아ㅠㅠ 행복해ㅜ
“1부는 편집된 행복이었고 2부가 편집되지 않은 진실이었다면 3부는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사실이었습니다.”
영화객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흘러가다라는 제목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네요. 관객들도, 3부의 사람들도 그저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고 무작정 흘러가는 상황이잖습니까.”
-오. 그렇구나.
-제목 뜻 궁금하긴 했음.
“영화 흘러가다는 편집 뒤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떠도는 요즘, 남의 의견에 무작정 흘러가지 말고 진실을 잘 파악하라고요.”
-그렇다고 흘러가는 게 마냥 나쁜 일은 아님.
-22 그 덕에 의사쌤도 만났고.
-잘 판단하라는 거지.
-난 주인공 이름 때문인 줄.
한 댓글에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가람의 이름도 뺄 수 없죠. 가람은 강의 순우리말 단어입니다.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처럼 정가람이 바다로 향하는 것같이 보이죠. 어, 음…….”
영화객이 볼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자. 여기까지가 해피엔딩이었고요.”
-……네???
-……여기까지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는 저만의 해석이라는 걸 염두에 두시고 들어주세요.”
-……역시 치명적 유해물이었나.
-ㅎㅎ…… ㅎㅎ…… 탈출각?
“일단 맨 앞부분과 에필로그 부분을 떠올려 봅시다. 두 개 다 직접 쓴 글자가 나왔죠? 근데 글씨체가 다르거든요. 또박또박한 글씨체와 흐르는 듯한 글씨체.”
-……음.
“처음에는 정가람이 손에 힘이 없는 상황에서 적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첫 부분에서는 정가람의 목소리도 나왔잖습니까. 근데 에필로그에는 안 나왔고요.”
-……오.
“그리고 겨울이라는 단어와 우리라는 단어도 뺄 수 없죠. 에필로그에서 내리던 새하얀 눈도 그렇습니다.”
-……아.
“다 조합해 보면……제 해석으로는, 에필로그에 글을 쓴 건 권윤찬이고 여기서 ‘우리’는 정가람을 뺀 권윤찬과 정가람의 부모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겨울이라는 건 수술 직후를 말하는 것 같고요. 늦가을쯤에 수술을 받았는데 그 정도로 빨리 회복되지는 않을 테니까…….”
조금씩 올라오던 채팅창이 멈추어버렸다.
무거운 분위기에 영화객은 눈을 굴리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어…… 눈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를 보면 그런 장면이 꽤 나오지 않습니까. 바다에 가서…… 뿌리는 거요.”
그 말에 시청자들은 일제히 같은 장면을 떠올렸다.
새하얀 소복과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유골함을 들고 새하얀 가루를 바다를 향해 뿌리는 모습을.
-으아아아아!!
-가람아ㅠㅠㅠ
-……저주한다!! 영화개액!!
-우리 가람이가…… 우리 가람이가……!
“아니, 저주할 것까지야…….”
-아까 탈출해야 했어(후회막심)ㅠ
-22 다시 보면 생각날 것 같잖아(절망하는 사자 이모티콘)ㅠㅠㅠ
-ㅠㅠ그럼 마지막에 나온 가람이는 뭐예요?
눈을 데굴 굴리던 영화객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환상?”
-으아아아!!!
-ㅎ…… ㅎㅎ…… 환상처럼 예쁘긴 했어요.
다들 해탈한 듯 넋을 놓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영화객의 리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있잖습니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난 여기서 탈출하겠어!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아마 정가람도 즐거웠던 여행을 끝내고 바다로 흘러간 것이 아닐까, 하는…… 억. 다들 어디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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