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397화
“우리 가람이……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거예요?”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권윤찬이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권윤찬의 얼굴은 정가람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응급조치를 취한 의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 이원은 연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면 정하도록 하죠. 다시 충격 안 받게 조심해 주시고요. 그나마 체력이 회복돼서 이 정도지, 지금 상태에서 한 번 더 충격받으면 위험합니다.”
의사의 말에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물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진들이 병실을 나가자 의료진들의 새하얀 가운에 가려져 있던 정가람의 모습이 보였다.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변한 얼굴에 인상을 쓰고 있는 표정이 자고 있는 중에도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권윤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때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득해졌다.
“……가람이가 숨을 안 쉬더라…….”
권윤찬이 흡, 숨을 들이마셨다.
덜덜 떨리는 손을 꾹 쥐니 들고 있던 정가람의 휴대폰이 만져졌다.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그래.”
어머니는 힘없이 침대 옆에 앉았다.
병실 밖으로 나온 권윤찬은 휴대폰을 꺼내 무슨 일인지 알아보았다. 정가람이 본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있었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쓰인 제목에 관객들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정가람 말고도 다른 너튜버들도 나와 있었지만 권윤찬의 눈에는 ‘가람’의 이름 두 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가람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권윤찬은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목덜미가 뻣뻣해졌다. 목이 콱 막혀왔다.
권윤찬은 낮게 욕을 읊조렸다.
복사하고 붙여넣는 기자들의 기사들은 온통 비난뿐이라 정확한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권윤찬은 이를 악물고 너튜브로 들어가 누군가 정리해 놓은 영상을 찾아보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정가람의 사건도 거기에 있었다.
권윤찬은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웅크리듯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너튜버 가람의 조작 의혹이 생긴 것은 라이브 방송부터입니다.]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 하나가 자살하려던 사람을 구한 너튜버 가람의 미담을 전하기 위해 글을 썼었죠. 그때까지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게시글이 퍼지고 퍼지다가 한 댓글에서 조작 의혹이 나온 겁니다.]
-나 저 때 있었는데 자살하려던 건 아닌 듯. 바다에 빠진 사람, 수건 미리 준비해 놨던데? 게다가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같이 가더라.
-헐. 그럼 둘이 아는 사이였다는 거야?
-ㅇㅇ 그런 듯.
-이게 조작이라고?
권윤찬이 떨리는 눈으로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댓글을 시작으로 조작 의혹이 생겨났습니다. 자살은 그 어떤 것보다 민감한 키워드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번져나갔습니다.]
바닷가에서의 사진이 들어간 게시글들이 스크린을 뒤덮고 그에 붙은 댓글들이 자막으로 번역되어 흘러나왔다. 날 선 댓글들에 진실을 아는 관객들은 억울해졌다.
[논란이 일자 기존 영상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습니다. 너튜버 가람이 야간 개장을 둘러봤던 첫날을 빼면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간 천체 관람 간다며? 안가네?
-화서문도 안 나옴.
-대구는 왜 계산성당밖에 안 감?
[허술하게 진행되는 영상을 보던 시청자들에게서 잘 나오지 않는 조회 수에 할 마음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모든 여행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막 너튜브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도 물어뜯고 있었다.
-저 사람 우리 학교 다니는데 얼마 전부터 안 나옴. 일진이라서 잘렸대.
-헐;;; 자퇴라며?
-거짓말도 했네?
화제가 되니 또 다른 댓글이 나타났고 사실 여부조차 가려지지 않은 댓글들이 이곳저곳에 알려지고 또다시 논란이 되었다.
“하…….”
권윤찬은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았다. 휴대폰을 쥔 손이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자신도 이렇게 답답한데 정가람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혔다. 이번 일의 시작이 권윤찬 자신의 일이라는 게 가장 괴롭고 힘들었다.
“윤찬아. 가람이 깼어.”
“아, 네.”
권윤찬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들어갔다.
그늘이 진 정가람의 얼굴에 권윤찬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가람은 금세 알아차렸다.
“……봤어?”
“……응.”
두 소년은 말이 없었다.
“……이대로 놔둘 거야?”
“음.”
정가람은 핼쑥한 얼굴로 고민했다. 권윤찬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아픈 거 밝히고 싶지 않은 건 잘 알겠는데…… 이건 아니야. 사람들한테 조작이 아니라고 밝혀야지.”
감정이 격해지지 않게, 나름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래야 안 억울하지.”
“넌 괜찮아?”
“나? 내가 왜?”
“밝히면 너도 알려지잖아.”
‘네가 죽으려고 했던 게 알려지잖아.’
그 눈빛에 울컥한 권윤찬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건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죽어도 넌 살아가잖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권윤찬이 떨리는 눈으로 정가람을 바라보았다.
정가람의 표정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해탈한 듯 보이기도 했고, 무언가 각오를 다잡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가 죽는다고…….”
“윤찬아. 엄마 아빠는 기사 못 보게 해줘.”
“누가 죽는다고 그래!?”
“음. 아니다. 그건 힘드려나?”
“야! 정가람!!”
차분한 정가람과 씩씩대는 권윤찬의 눈이 마주쳤다.
이대로 묻겠다는 정가람의 눈빛에 권윤찬이 입을 악다물고 병실을 뛰쳐나왔다.
침대에 등을 기댄 정가람이 슬픈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권윤찬은 병원 로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을 두드렸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벌벌 떨렸다.
-저는 너튜버 ‘가람’의 라이브 영상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권윤찬이라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부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부산의 바닷가 근처 달동네였고_
누구에게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가 너무나도 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들 그런 생각 해보시지 않나요? 죽을 용기는 없지만 죽고 싶다고. 저도 그랬습니다. 죽을 용기가 없어 물살이 센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걸 드러내기가 싫어서 실패했을 때의 대비도 항상 했습니다. 그게 바로 수건이었습니다.
눈물이 방울방울 아래로 떨어졌다.
-너튜버 가람은, 가람이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저를 구하러 달려왔습니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저를 구하러 왔습니다.
나중에 정가람이 화를 낸다고 해도 억울함은 풀고 싶었다.
-너튜버 가람은 시한_
권윤찬은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정가람은 죽지 않는다.
-너튜버 가람은 현재 많이 아픈 상황입니다. 영화감독이 꿈이라, 수술하기 전에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만 수원, 천안, 대구를 여행할 때 천천히 몸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영상이 미흡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권윤찬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빼고 적어 내려갔다. 하지만 글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튜버 가람은 영상을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가람의 너튜브 채널에 글을 올렸다.
확실히 화제긴 화제인 모양인지 금세 기사가 올라오고 댓글들이 달렸다. 권윤찬의 글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들로 옮겨졌다.
[너튜버 가람의 채널에 올라온 해명문?]
-응. 안 믿어.
-아픈데 무슨 여행이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일단 난 중립.
-그건가? 재벌들 조사받을 때 휠체어 앉아서 가는 거?
-ㅋㅋ그러네ㅋㅋ
-글만으로 믿긴 어렵지. 다른 증거는 없음?
심각한 얼굴로 댓글들을 읽던 권윤찬이 이마를 짚었다.
“증거…… 증거…… 아!”
편집하지 않은 여행 동영상들이 있었다.
이걸 올리면 정가람은 분명 화를 낼 테지만 권윤찬은 ‘살아갈’ 정가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 영화감독이 될 정가람에게 이런 논란은 좋지 않았다.
동영상을 찾기 위해 정가람의 휴대폰을 뒤지던 권윤찬이 이마를 짚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 삭제했지…….”
저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 * *
조작 논란은 권윤찬의 글로 다시 한번 장작을 넣은 것처럼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냥 묻기로 한 정가람은 휴대폰을 보지 않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더이상 할 방법이 없는 권윤찬도 포기한 채로 그 옆에서 최대한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정가람의 너튜브 채널에 인터뷰를 원하는 기자들의 댓글이 열댓 개를 넘었을 때 정가람의 이원 날짜가 잡혔다.
그때, 어느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너튜버 가람 님의 노트북을 중고로 산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마도 너튜버 ‘가람’ 님의 노트북을 중고로 산 것 같습니다.>
그 댓글에 이렇게 억울하게 끝나냐며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던 관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는 내년이면 대학에 들어가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입학 선물로(조금 이르긴 하지만요) 중고 노트북을 사 주셨습니다.>
스크린에 댓글과 함께 소리 없이 영상이 흘러나왔다.
허름해 보이지만 깨끗한 집.
상자도 충전기도 없이 달랑 노트북만 들고 온 남자가 딸에게 흐뭇한 얼굴로 건네주는 모습이 보였다. 기뻐하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충전기를 사고 노트북을 켜봤습니다. 알아보니 이 노트북은 아버지가 사신 금액으로는 절대 못사는 최신형이었습니다. 아버지께 물어보니 일하던 곳에서 잠깐 만난 분이 파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노트북을 건네는 후줄근한 남자의 뒷모습과 돈을 건네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노트북 안이 깨끗해서 포맷을 한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아니었습니다. 동영상들과 편집 프로그램이 있더라구요.>
마우스가 파일을 클릭하고 또 다른 파일을 클릭했다.
여러 개의 동영상 아이콘이 보였다.
<어째서 중고로 파신 노트북에 이런 영상이 남아 있는지 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황에 꼭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영상을 올립니다.
(올려도 되는지 여쭈어보려고 너튜브 채널에 댓글을 썼는데 묻혀 버렸어요ㅠㅠ)
가람 님이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그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이 보였다.
편집이 하나도 되지 않아 영상이 길었지만, 글쓴이가 중요한 듯한 부분을 시간대별로 적어놓았기 때문에 보기엔 편했다.
여행 내내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정가람의 모습에 조작 쪽으로 흐르던 반응이 천천히 두 개로 나뉘기 시작했다.
-헐. 진짜 많이 아픈가 봐ㅠㅠ
-저것도 조작 아님?
-근데 조회 수 받으려고 처음부터 조작함? 수원 영상부터 아파 보이던데?
-나 저 날 홍대용 과학관에 있었는데, 안색 안 좋아 보이던 애가 있긴 했음.
-어쩐지…… 여행 영상인데 먹을 건 하나도 없더라.
-222 여행=음식 아님.
-아파서 못 먹었나 봐ㅠㅠㅠ
-이건 찐이다.
하나둘 정가람을 아는 댓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비난에 묻혀 있던 댓글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솔직히 누가 처음부터 각 잡고 너튜브함? 그냥저냥하던 게 본업이 되면 잘하는 거지.
-여행도 그렇지. 계획대로 되는 여행이 어디 있냐.
-일진?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ㅋㅋ 쟤 하루종일 공부밖에 안 함. 그래서 전교 1등임. 성격도 엄청 착해서 친구도 많음. 내가 쟤 덕분에 점수가 올랐다고.
-너 1학년이지? 쟤 아픈 거 우리 학년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데? 걸리면 죽는다?
-다들 알면서도 입 다물고 있었는데……ㅠㅠ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새로운 흐름은 기존의 흐름을 만나 서로 부딪히면서 커다란 물살을 만들어냈다. 커다란 물살은 더욱더 많은 관심을 끌어냈고 결국 뉴스까지 나오게 되었다.
[너튜버 가람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정가람이 서울 병원으로 이원 하던 날, 함께 서울로 올라온 권윤찬은 로비에서 그 뉴스를 보게 되었다. 너튜버 가람 이야기에 이젠 TV까지 안 봐야 하나 싶었는데, 이야기가 영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게 뭐야?”
놀랄 틈도 없이 상황을 알아본 권윤찬이 정가람에게로 달려갔다. 정가람과 권윤찬은 오랜만에 너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응원 댓글이 산더미였고 인터뷰를 원하는 기자들의 댓글들도 가득했다.
“너희 아버지한테 고마워해야겠다.”
정가람의 말에 권윤찬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건 아니지. 노트북 있었으면 우리가 더 빨리 올렸어.”
“우리가 올렸으면 조작 이야기가 계속 나왔을 것 같은데.”
반전된 상황에 정가람의 컨디션도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권윤찬이 인상을 쓰며 휴대폰을 보았다. 어디서 샜는지 모르겠지만 정가람이 시한부라는 이야기도 퍼져 있었다.
“저렇게 다 알려져도 괜찮아?”
“뭐, 없는 소리 한 것도 아니고. 알려지는 게 걱정됐으면 처음부터 너튜브를 안 했지.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지만. 오. 감독님 나오셨다!”
TV를 보던 정가람이 눈을 빛냈다.
[편집은 더 배워야 하긴 하겠는데…… 구도는 좋네요. 건물이 아주 멋지게 나왔어요. 인물이 있을 때 어떻게 찍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셀카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권윤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시사 프로그램이었는데 너튜버와 조작 영상, 그리고 이번에 밝혀진 너튜버 가람에 대한 반응의 변화를 방송하고 난 후, 마지막에 영화감독이 꿈이라는 너튜버 가람의 영상을 평가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진짜 할 일 없나 보다. 방송국도.”
“왜 난 좋은데. 흐. 내가 언제 영화감독님한테 이런 조언을 받겠어?”
그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
정가람의 어머니가 울먹이는 얼굴로 들어왔다.
“가람아. 수술, 수술받자.”
정가람과 권윤찬이 의아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수술받기로 했잖아?”
“김 교수님이 해주신대.”
어머니의 설명이 이어졌다.
벅찬 듯 울먹거리는 목소리인 데다가 정신이 없어 앞뒤가 제대로 정리된 말은 아니었지만 정가람과 권윤찬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정가람의 사연을 안타깝게 본 저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을 제안했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정가람의 병에서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해외병원과 함께 연구하던 수술 방법이 꽤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했다.
“수술 성공 확률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대…….”
어머니가 감격에 차 말했다.
그래 봤자 한자리 수를 넘어 겨우 10%대로 변하는 것이지만 그게 어딘가.
정가람과 권윤찬은 글썽글썽한 눈으로 애써 미소를 지으려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 *
[안녕하세요. 너튜버 가람입니다.]
<안녕하세요. 너튜버 가람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수술을 하러 갑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녀와,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출 영상을 찍으러 가겠습니다.
물론 라이브 방송을 할 예정이니 다들 꼭 와주세요.>
공지의 댓글창이 울음으로 가득 찼다. 수술 성공을 기원하는 댓글들과 라이브 방송을 기다리겠다는 댓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벌써 다른 사이트에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정가람은 휴대폰을 권윤찬에게 건넸다.
그러곤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워 있는 침대가 딱딱하고 차가워 조금 겁이 났지만, 꼭 잡은 손이 따뜻해 안심이 됐다.
“푹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야.”
“응.”
“긴장하지 말고.”
“알았어.”
걱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던 정가람은 고개를 돌려 권윤찬을 바라보았다. 울먹울먹한 권윤찬이 입을 열었다. 먹먹한 목소리였다.
“일출 보러 가자.”
“그래.”
몇 번이나 제대로 못 봤는지 모르겠다.
정가람이 실실 웃음을 터뜨렸다.
“꼭 보러 가자.”
꽉 잡은 양쪽 손이 이동하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떨어졌다.
드르륵.
정가람의 침대가 커다란 수술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부부와 권윤찬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덜컹.
수술실의 문이 굳게 닫혔다.
[수술 중]
불이 들어온 표시에 부부와 권윤찬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 모습을 비추던 스크린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화면도 점차 어두워지다가 끝내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 * *
소리 하나 나오지 않는 스피커에 관객석도 적막에 물들었다.
‘이대로 끝인가?’
아쉬움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때, 사각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새까만 스크린 위로 새하얀 글자가 나타났다.
[이번 겨울.]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다.]
흘러가는 듯한 글씨체였다.
곧 화면이 밝아지고 한 소년의 뒷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하얀 눈이 흩날렸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날리고 추운 날씨에 입김처럼 보이는 연기가 흘러나왔다.
소년의 앞으로 해가 뜨고 있었다.
둥그런 해가 붉게 불타오르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소년이 동상이 된 것처럼 가만히 일출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정가람!”
권윤찬의 목소리였다.
그 부름에 소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관객들은 숨을 멈추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새길 듯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스크린 가득.
햇살에 반짝이는, 두 뺨이 붉게 물든 정가람이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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