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389화 (38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89화

[배우 이서준 차기작, ‘흘러가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이지석×김종호 ‘한판’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올해 칸 영화제 한국 초청작 총 4개!]

-헐. 경쟁 부문에 우리나라 영화가 두 개나 있어!

=처음 아니야?

=ㄴㄴ 처음은 아님. 2번 정도 있었음.

=근데 몇 년 됐음.

-10개 중에 2개 후보 된 거면 많이 된 거 아니야?

=ㅇㅇ 많은 거지. 아예 없는 날도 있는걸.

=22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하나도 없잖아.

=비경쟁에 2개 있음.

-상 타려나?

=22 이서준, 김종호, 이지석이라…… 조금 기대되네ㅎㅎ

=333 너무 든든함ㅋㅋ

* * *

-이게 이렇게 되네.

서준과 달리 이지석은 칸 영화제에 출품을 몇 번 해봐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이지석보다 오래 활동한 김종호는 더욱 그랬다.

‘근데 후보는 다르지.’

출품이야 자격만 되면 누구나 낼 수 있는 것.

하지만 전 세계에서 출품되는 영화들 중 20여 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쟁 부문 초청은 특별한 일이었다. 더구나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초청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이제 우리 라이벌인가?

“그러게요.”

웃음기가 가득한 이지석의 목소리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부산 촬영 때까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새 같은 상을 노리는 라이벌이 되어버렸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즐거워 보이는 서준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지은 안다호가 시동을 걸었다. 슬쩍 휴대폰을 보니 2팀에서 연락이 잔뜩 오고 있었다.

코코아엔터와 서준의 휴대폰 번호만 담긴 휴대폰이라 이 정도지, 지금은 꺼놓은 상태인, 기자들과 방송국 관계자들의 휴대폰 번호가 담긴 업무용 휴대폰은 폭발하고 있을 터였다.

>팀장님…… 살려주세요……!

2팀에서 온 메시지에 안다호가 웃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장난칠 여유는 있나 보다.

하긴 [한판]까지 총 2개의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르면서 화제가 배가 되긴 했지만,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상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칸에 가기 전에 인터뷰는 몇 개나 해야 하려나?’

안다호가 운전대를 두드리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는 사이 서준과 이지석의 통화는 끝나가고 있었다.

-아, 특별 강의 다다음주라네. 영화제 일정이랑은 안 겹쳐서 다행이다. 그럼 그때 보자, 서준아.

“네. 지석이 형.”

통화가 끝나고 서준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읽었다. 확실히 20개의 경쟁 부문 후보작들 중에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흘러가다-민희경 감독]

[한판-김주형 감독]

‘감독님 엄청 놀라셨겠다.’

이걸 발견한 민희경 감독이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돼,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다른 초청작들은 뭐가 있나 둘러보던 서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한석 : 으아아아아!

>김한석 : 서준이 형!

>김한석 : 우리 진짜 칸 가는 거예요?!

>김한석 : 해외 영화제는 처음인데!!

>김한석 : 으아아아아아!

쏟아지는 김한석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칸 영화제 초청작이 발표되고 가장 바빠진 곳은 영화 제작사 단홍이었다.

“네. 제작보고회는 예정대로 일주일 후에 열릴 예정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이고요. 네. 출입 인원도 예정대로…….”

“인터뷰는 아직…….”

기자들의 연락에 무슨 팀이든 상관없이 단홍 전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기자들만 상대하는 게 아니었다. 칸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배우들 스케줄 알아보고 영화제 언제부터 참석할 예정인지 물어봐. 감독님이랑 스태프들 같이 가려면 일정 조절해야지.”

“넵!”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약 14일.

언제 출국해서 언제 귀국할지, 칸에서는 얼마나 머무를지. 비행기 표부터 숙소, 칸 영화제에서 일정까지 조절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흘러가다]의 상영 날짜나 포토콜, 공식 기자회견 같은 칸에서의 일정을 파악해야 해서 칸 영화제 사무국과도 연락해야 했다.

“그래도 배우가 적어서 다행인가.”

주연 이서준. 주조연 김한석. 조연 김호영과 최현희.

비중이 있는 배우는 겨우 4명뿐이니 일정 조절하긴 쉬울 터였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기획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민 감독님은?”

“아직 회의실에 계세요.”

5월 말 개봉을 앞두고 간단한 회의를 하러 단홍에 온 민희경 감독은 회의실에서 ‘경쟁! 경쟁 부문 후보 확정이랍니다!!’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오는 직원들에 칸 영화제 초청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환호성에 얼마나 놀랐는지 민희경 감독은 웃는 얼굴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 모습을 떠올리고 볼을 긁적이던 기획팀장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민희경 감독은 휴대폰으로 기사란 기사는 다 둘러보는 중이었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영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기획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경쟁 부문 초청 맞습니다. 저희는 주목할 만한 시선 정도로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들 취향에 딱 맞아떨어졌나 봅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단홍으로서도 기쁘면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기획팀장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민 감독님.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상 그 이상을 노려보죠.”

“그 이상이요?”

기획팀장의 진지한 목소리에 민희경 감독이 움찔 몸을 떨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과 2등 작품상인 그랑프리. 그리고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상, 각본상이 있습니다.”

민희경 감독은 기획팀장이 늘어놓는 상들의 이름에 마른 침을 삼켰다. 이렇게 들으니 점점 실감이 되었다. 어깨 위로 커다란 짐이 올라온 것 같았다.

“일단 20편의 작품 중 황금종려상이 하나, 그랑프리가 하나, 감독상이 하나. 이렇게 세 개는 공동수상이 불가능합니다. 심사위원상과 각본상은 남우,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할 수 있죠. 그러니까 경쟁 부문 후보작들 중 최소 5개, 최대 7개의 작품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몇천 개중 20개보다 20개 중 7개가 확률이 높죠.”

기획팀장의 말에 민희경 감독이 숨을 훅 들이마셨다.

“더이상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인터뷰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습니다. 심사위원들 중 한 명이라도 더 좋은 평가를 하면 더욱 확률은 높아지겠죠.”

기획팀장이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만큼 인터뷰에서 민 감독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담되시는 건 압니다만 이만큼 좋은 기회는 드뭅니다. 민 감독님의 소중한 작품이지 않습니까.”

소중한 작품.

부담감을 한가득 느끼고 있던 민희경 감독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런 민희경 감독의 모습에 진지한 표정을 짓던 기획팀장이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딱 이서준 배우에게 오디션을 요청했을 때의 배짱만큼만 보여주십시오.”

그 농담 섞인 진담에 작게 웃은 민희경 감독은 이내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 * *

집에 도착한 서준에게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본인들이 더 기뻐하는 것 같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서준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리첼 : 여름에 만날 줄 알았는데!

>리첼 : 칸에서 보겠네!

>에반 : 그러게. 개막식부터 참석해?

<아직 일정은 안 정해져서…… 정해지는 대로 알려드릴게요!

친 할리우드적 성향이라서 할리우드 배우들도 많이 참석하기 때문인지 리첼 힐과 에반 블록도 칸 영화제에 참석한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답장을 보낸 서준이 프랑스에 있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프랑스 감:)

>찰리 : 칸?

단번에 맞히는 찰리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ㅇㅇ 이번에 찍은 영화가 초청받아서.

<보러 올래?

>찰리 : 나도 가고 싶긴 한데…….

>찰리 : 칸 영화제는 일반인들이 들어가기 힘들어서:(

찰리의 메시지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그렇긴 하지.’

배우나 감독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 보고 싶어 하는 칸 영화제는 일반인의 참가가 조금 많이 어려웠다.

<초대장 보내줄게!

신청하는 배우들과 감독들, 관계자들에게 나눠주는 초대장으로, 그 초대장만 있으면 참가자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찰리 : 그럼 고맙지!

>찰리 : 근데 그거 ‘흘러가다’밖에 못 보지?

<ㅇㅇ 그렇지.

>찰리 : 그럼 일단 3일권 신청해야겠다.

>찰리 : 다른 영화도 봐야지:-D

어느새 영화를 좋아하게 된 친구의 모습에 서준이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 * *

-영화객 님. 칸 가요?

-영화객 님 인맥이면 가시지 않을까?

별 세 개 반짜리 영화 리뷰가 끝나고 가진 짧은 잡담시간.

영화 리뷰 채널인 만큼 요즘 한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시청자들의 물음에 영화객이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 영화가 2개나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는 사실이 좋기는 하지만 그게 칸 영화제라서 조금 아쉽긴 하네요.”

-왜여?

-칸이면 좋은 거 아닌가? 세계 3대 영화제인데!

“칸 영화제는 배우들이나 제작사들에게는 좋은 영화제이지만 저같이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영화제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일반인들이 티켓을 사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일반인 참가가 많이 어렵습니다.”

-일반인은 아예 못 봄?

“아예는 아니죠. 일단 시네필이라고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있습니다. 근데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영어나 불어로 된 재학증명서가 필요하고 자기소개서가 필요합니다. 여권 사본도 있어야 하고요. 신청 기간도 정해져 있죠.”

-……다시 수능 봐야 하나?

-영화제 가려고 수능을 본다고??

-ㅋㅋㅋㅋ

영화객도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입학하려면 늦었습니다. 신청 기간이 벌써 지났거든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두 번째 방법은 3일 동안 쓸 수 있는 3일권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이것도 자기소개서가 필요하죠. 자신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칸 영화제에 참가해야 하는지 정성껏 어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말한 시네필보다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아서 경쟁률이 만만치 않거든요.”

-영화 보는데 자기소개서라니;;;

-여기서도 광탈인가. 인생……ㅎ

-부국제가 최고야!

“3일권은 4월 말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도전해 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하지만 칸 영화제가 열리는 근처 호텔이나 숙박 시설이 벌써 다 찼을지도 모르니 잘 알아보고 사셔야 합니다. 항공편도요.”

-영화객 님은 안 가세요?

-영화객 님 자소서면 3일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칸 영화제 구경 좀 시켜줘!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3일권에는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만 28세까집니다.”

-아앗……!

먼 산을 바라보며 말하는 영화객에 10년 넘게 함께해온 시청자들이 손을 멈추고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 채팅창이 숙연해졌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저는 못…….”

그때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곳에 놔둔 영화객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무음으로 해놓은 상태라 문자가 도착하자 화면만 켜진 것이었다. 라이브 중이라 무시하려고 했던 영화객이 화면에 뜬 글자에 놀라 시선을 돌렸다.

-???

화면 바깥,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던 영화객이 결국 화면 밖으로 사라지자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잔뜩 띄었다.

“잠시만요!”

그러고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겨진 시청자들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른 시청자들과 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영화객이 들어왔다.

“여러분!”

활짝 웃으며 카메라로 얼굴을 들이미는 영화객에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화면에서 멀어졌다.

-깜짝이야!

-부담. 영화객 님. 얼굴. 부담.

-못 볼 꼴……!

쏟아지는 댓글들에 영화객이 아차 하고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못 볼 꼴까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닌 게 아님(정색)

-ㅋㅋㅋㅋㅋ

-근데 무슨 일이에요?

“크흠. 여러분. 영화 ‘흘러가다’ 아시죠?”

조금 전까지 이야기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를 모를 리가 없었다.

-ㅇㅇ 이서준 차기작.

-갑자기 그건 왜요?

“흘러가다의 제작사 단홍에서 절 홍보기자로 초대해 주셔서,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들뜬 영화객의 말에 잠시 멈추었던 채팅창이 순식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

-이걸 이렇게 가네ㅋㅋ

-눈 깜빡하니 영화사 관계자가 되어버렸어ㅋㅋ

-확실히 홍보 효과는 좋을 듯.

-22 칸도 어떤지 궁금하고.

-33 영화객 님이라면 다른 영화들까지 홍보하시겠지만ㅎㅎ

-그래서 더 좋죠!

-레드카펫도 봐주세요!

-이서준! 이서준!

영화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만간 프랑스 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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