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357화 (35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57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의 연습 첫날.

수빈이네 집 거실.

바이올린에 턱을 괸 서준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수빈이를 보며 웃었다.

“그럼 연습 시작할까?”

“응!”

서준이 먼저 악보의 첫 부분을 연주했다. 짧은 파트라 어렵지 않아서 수빈이도 곧잘 따라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빈이의 연주를 듣고 있던 서준은 수빈이의 연주가 끝나자 다음 파트를 연주했다. 그리고 서준의 연주가 끝나면 수빈이가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마치 도돌이표처럼 서준이 연주를 하면 수빈이가 따라 했다.

같은 연주라고 해도 서준의 선율은 능숙하면서도 강했고, 수빈이의 선율은 여리고 아기자기했다.

빠르게, 강하게, 더 강하게 연주하는 서준과 느리게, 약하게, 더 약하게 연주하는 수빈이. 강약을 다르게 해서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형! 이거 재밌어!”

수빈이가 웃으며 서준을 따라 바이올린의 활을 내리그었다.

“그래? 그럼 이것도 따라 해볼래?”

“응!”

어느새 서준과 수빈이는 연습에 대한 건 뒤로한 채 즐겁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서준이 새로운 곡을 연주하면 수빈이 그대로 기억했다가 따라 하고, 서준이 익숙한 곡을 연주하면 수빈이가 그 뒷부분을 이어 연주하기도 했다.

그런 두 아이를 촬영하고 있던 김희상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서준이 연주하는 선율을 그대로 기억해 연주하고, 익숙한 곡이라고 해도 그 뒷부분을 암기해 연주하는 수빈이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서준은 기다란 활을 움직여 더 복잡하고 어렵게 연주했다.

기존에 있던 곡의 한 부분을 연주한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서준이 생각해낸 선율이었다. 물론 너무 짧아서 밖으로 내보이긴 힘들었다.

확실히 이번엔 어려웠던 모양인지 수빈이의 활이 주춤거렸다. 조금 전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지만 두 손이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수빈이의 모습에 서준은 다시 같은 선율을 연주했다. 어려운 연주 앞에서 의욕을 활활 불태운 수빈이가 다시 서준을 따라 연주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수빈이의 마음에 들 정도의 연주가 나왔다. 김희상이 기뻐하는 수빈이를 보며 웃고 말았다.

“안 어려워?”

“괜찮아! 재밌어!”

쉬운 연주에 성공하는 것보다 어려운 연주에 성공하는 게 더 좋은 수빈이가 활짝 웃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서준은 다시 옆으로 새기 전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를 연습하기로 했다.

“이번엔 끝까지 연주하자. 수빈아.”

“노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알았어!”

서준과 수빈은 악보를 보며 연주를 시작했다.

“좋아. 여기선 좀 더 길게.”

서준의 말과 함께 서준의 바이올린이 기다란 음을 흘려보냈다. 수빈이도 따라 활을 움직였다.

느리면서도 강하게.

아직 수빈이에게는 어려운 테크닉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음에 수빈이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형! 한 번 더!”

“그래.”

의욕만땅인 수빈이의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 연주를 하고 수빈이가 뒤를 따라 연주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의 목표는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곡을 반복하면서 수빈이의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다.

실수를 해도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연주하는 수빈이를 보던 김희상이 피식 웃었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바로 옆에 수빈이만을 위해서 연습곡을 만들어주는 아주 대단한 선생님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앞부분을 연습하고 적당히 익숙해졌을 때쯤 서준과 수빈이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앞서 도돌이표처럼 반복했던 연주와는 달리 이제부턴 서준과 수빈이 연주하는 선율이 달라진다.

“여기서부턴 다르게 연주해야 해. 열심히 해보자. 수빈아.”

“응!”

서로를 보고 마주 빙그레 웃은 서준과 수빈이가 잡고 있던 활이 동시에 움직였다.

* * *

너튜브 채널 알림이 떴다.

연습에 방해받지 않게 무음으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 제이슨 무어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연습이 끝난 후였다.

바이올린 연습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제이슨 무어가 휴대폰을 켰다.

숙소 근처 초등학교에서 특별 강의를 하고 있는 벤자민 모튼 교수에게서 점심 잘 챙겨 먹었느냐는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제이슨 무어가 답장을 보냈다.

<잘 챙겨 먹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양이 적긴 하지만.’

눈도 깜빡하지 않고 답장을 보낸 제이슨 무어의 시선이 다른 알림으로 향했다. 몇 개 안 되는 구독 중인 채널 중 하나에서 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됐다는 알림이 떠 있었다.

[채널 ‘JUN’ 업로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준이 바이올린 연주를 너튜브에 올렸다는 것도 흥미로운데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라니 제이슨 무어의 눈이 반짝였다.

“바흐의 곡인가?”

바흐의 곡 중에도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곡이 있었다.

제이슨 무어가 턱을 매만지며 영상을 살폈다. 연습하는 사이 업로드된 모양인지 벌써 댓글들이 많았다.

“그렇게 길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재생 시간을 살펴보던 제이슨 무어가 이내 스피커와 휴대폰을 연결했다. 음악을 듣는 것이 많다 보니 음향시설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들어보자.”

제이슨 무어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영상이 시작되었다.

새까만 화면 위로 제목과 연주자의 이름이 나타났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1 바이올린 연주자: 준 JUN>

<제2 바이올린 연주자: 빈 BIN>

“빈.”

낯선 이름이지만 왠지 기대가 되는 이름이었다.

빈. 빈. 몇 번 입으로 말해보던 제이슨 무어가 바뀌는 화면에 입을 다물었다.

화면에서 두 연주자의 이름이 사라지고 사진 하나가 나타났다.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커다랗고 늠름한 새와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할 것 같은 작은 새의 뒷모습이었다.

서준과 빈이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이미지로 대체한 걸 보니 온전히 음악을 감상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작게 웃은 제이슨 무어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첫 부분은 서준의 연주였다.

낯선 선율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익숙한 바흐의 곡은 아니었다.

‘준의 자작곡인가.’

제이슨 무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낯선 선율 속 익숙한 분위기의 연주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할 법한 느리고 단순한 연주이긴 했지만 제이슨 무어는 그 연주 속에서도 서준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잘하네.’

서준이 이렇게 잘하는 만큼 함께 연주할 빈이라는 연주자가 얼마나 잘할지, 제이슨 무어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준이 아무나 데려오진 않았겠지.’

연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바이올린을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때, 제이슨 무어의 귀에 새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음.”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감탄이 나와버렸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던 제이슨 무어는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상체를 스피커 쪽으로 기울였다.

앞서 제1 바이올린이 연주했던 느리고 단순한 선율을 제2 바이올린이 따라 연주하고 있었다. 서준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실력이 느껴졌다.

제이슨 무어의 눈이 반짝였다.

빈의 연주가 끝나고 다시 서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조금 전 연주보다 조금 어려워진 연주였다. 서준의 연주가 끝나면 다시 빈의 연주가, 빈의 연주가 끝나면 서준의 연주가 이어졌다.

그렇게 이어지는 연주가 점점 어려워졌다.

문뜩, 제이슨 무어의 시선이 영상으로 향했다.

하늘을 바라보는 두 마리의 새가 보였다.

아.

알 것 같다.

제이슨 무어가 피식 웃었다.

큰 새(제1 바이올린)가 작은 새(제2 바이올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양쪽 날개를 활짝 펴는 아주 쉬운 것부터 도약하고 하늘을 나는 어려운 것까지.

경험이 많은 커다란 새가 세상에 갓 태어나 쫑쫑거리며 걸어오는 어린 새에게 이렇게 움직이라며 단계적으로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린 새는 커다란 새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반복된 선율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어린 새가 첫 도약을 시작했다.

강하고 굵은 선율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작은 선율이 그 뒤를 따랐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두 날개를 힘껏 움직이는 것처럼 강하게 연주하다가 첫 도약은 실패로 돌아간 듯 제2 바이올린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큰 새가 어린 새를 응원했다.

그 응원에 힘입어 어린 새는 다시 한번 두 날개를 파닥거렸다.

강하게, 강하게, 강하게!

마침내.

어린 새가 하늘을 날았다.

푸른 하늘 위에 큰 새와 작은 새가 날아다니듯 여유로운 긴 음이 이어졌다. 큰 새와 작은 새가 기쁨을 나누는 듯 서로 선율을 주고받았다.

큰 새(제1 바이올린)의 굵직한 선율과 작은 새(제2 바이올린)의 아기자기한 선율이 새들의 지저귐처럼 어우러졌다.

그 어우러짐에 제이슨 무어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왜 새 사진이 나왔는지 알겠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영상에 뜬 사진 덕분에 자연스럽게 곡과 이어지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이미지가 더욱 구체화하여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터였다.

<선생님. 이거 들어보세요.

<준이 작곡했답니다.

<(링크)

벤자민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낸 제이슨 무어가 다시 영상을 처음부터 재생했다. 어쩐지 손가락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었다.

* * *

[JUN -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

-왜 뜬금없이 알림에 바이올린 협주곡이 뜨나 했는데…… 이서준 바이올린 능력자였지.

=알림 떴을 때 무슨 채널인지 못 봐서 내가 언제 클래식 채널을 구독했지? 했음ㅋㅋㅋ

=나도ㅋㅋㅋ

-2 바이올린 연주자 빈은 누구야? 연주 엄청 잘하지 않음?

=나도 궁금. 이런 데에 이름 알리면 유명해질 텐데 왜 가명으로 올렸을까?

=22 이서준 친구지 않을까?

=333 이서준 친구도 능력자ㅎㄷㄷ

-이거 이서준 작곡임?

=더보기에 작곡자 적혀 있음.

=역시 우리 서준이!!

-처음에 단순한 연주라서 바이올린 연습 영상인 줄 알았는데 뒤로 가면서 신기하더라.

=ㅇㅇ 단계별로 어려워지던데 뒤에는 두 연주가 어우러져서 좋았음.

-사진 덕분에 곡 이미지가 딱 떠오름. 큰 새를 따라 하는 작은 새.

=큰 새: 따랑.

작은 새:또롱.

큰 새: 따랑따랑.

작은 새: 또롱또롱.

하는 느낌ㅋ

=맞아! 그런 느낌!

=무슨 느낌이야ㅋㅋ그건ㅋㅋ

=ㅋㅋㅋㅋ

[배우 이서준, 두 번째 작곡!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큰 새와 작은 새.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떠오르는 협주곡!]

[언젠가 연주회 한 번! 배우 이서준에게 쏟아지는 음악계 러브콜!]

[코코아엔터, 협주곡 악보 공개!]

[제2 바이올린 연주자, 빈은 누구?]

* * *

>제이슨: 협주곡 좋더라. 악보 좀 보내줘.

>제이슨: 근데 제2 바이올린 연주자는 누구야?

>제이슨: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잘 맞던데

>제이슨: 내가 아는 사람인가?

공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언제 봤는지 쏟아지는 제이슨 무어의 메시지에 서준이 키득키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빈은 제가 아는 동생이에요.

<아직 8살이라서 분위기에 맞게 작곡해 봤어요.

<우리 빈이 잘하죠?

서준의 메시지에 쏟아지던 제이슨 무어의 메시지가 잠시 멈추었다.

>제이슨: ……8? 여덟 살?

얼떨떨해하는 것이 잘 느껴지는 제이슨 무어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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