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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342화 (34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42화

“이렇게 만난 김에 식사라도 하실까요?”

밀란 첼런의 말에 마침 저녁 식사 시간도 가까워져 배우들과 제프리 감독은 베어라운드 근처의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 가득 음식들이 차려지고 다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했다.

배우들과는 처음 만나서 조금 긴장하고 있던 김종호도 편안한 분위기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개봉판이 올라가겠죠.”

“그렇겠지.”

바네사 올슨의 말에 밀란 첼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쯤 개봉할 것 같습니까?”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제프리 감독에게로 쏠렸다.

이런 일정은 기획팀장이 더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다들 만족스럽게 봤던 [개봉판]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감독판] 때문에 베어라운드도 플러스+도 각자 회의를 하기 바빠 기획팀장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람들의 아우성에 해탈한 듯한 기획팀장의 얼굴이 떠올라 서준이 작게 웃고 말았다.

“여름쯤으로 계획 중이랍니다.”

기획팀장에게서 미리 전해 들은 제프리 감독이 대답했다.

그 말에 서준은 물론이고 배우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르네요. 빨라도 가을일 줄 알았는데…….”

“아까 편집본을 보셨지만 몇몇 군데 손볼 곳을 빼놓고는 완성 직전이라서 생각보다 빨리 잡혔습니다.”

세트장에 공을 들인 덕분에 CG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베어라운드의 자금력 덕분에 CG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많이 고용할 수 있었다.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올지 궁금하네요.”

“개봉판이야 흥행하겠지만…….”

‘역시 감독판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배우들과 감독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서준은 바로 다음 날 동사무소로 향했다.

다시 한번 서준을 만난 공무원이 들뜬 얼굴로 만들어진 주민등록증들 중 서준의 것을 꺼냈다. 사진부터 멋들어지니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사이 공무원에게 옆구리를 찔린(정해진 신호였다) 옆자리의 동료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흘깃흘깃 검은 모자를 쓴 서준을 바라보았다.

“여, 여기 있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서준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올라탔다.

동사무소 앞에 커다란 차가 서 있으면 눈에 띌까 싶어 자가용으로 타고 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다호가 조수석에 앉은 서준을 보며 웃었다.

“받았어?”

“네. 여기요.”

조금 들뜬 듯 두 뺨이 상기된 서준이 노을 스튜디오에서 찍은 증명사진이 붙은 주민등록증을 안다호 쪽으로 내밀었다. 조수석에 앉은 서준이 안절벨트를 매는 사이 안다호는 서준의 주민등록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사진 잘 나왔네.’

스튜디오에서 찍길 잘했다.

속으로 뿌듯해하던 안다호가 주민등록증을 다시 서준에게 넘겨주고 시동을 걸었다.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점점 실감이 되네.”

“하하. 그래요?”

언제 이렇게 훌쩍 컸는지…….

안다호를 연예계로 이끈 그 꼬마 배우가 아주 잘 자라서 좋기도 하고 너무 빨리 커서 슬프기도 했다.

‘자신의 주민등록증’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살펴보는 서준의 모습을 흘긋 본 안다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안다호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 같았다.

* * *

6월 초.

베어라운드가 [생존자들]의 홍보를 시작했다.

미국,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나라에서 [생존자들]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베어라운드, ‘생존자들’ 7월 개봉 예정!]

[데이비스 가렛×이서준! ‘생존자들’ 7월 대개봉!]

[이서준×김종호! ‘생존자들’ 전 세계 동시 개봉 예정!]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김종호의 첫 할리우드 영화, 생존자들!]

-헐. 빨라도 겨울일 줄 알았는데…….

=22 7월이라니! 7월이라니!

=N차를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

-전 세계 동시 개봉ㅎㄷㄷ

=역시 할리우드 스케일이란…….

=이스케이프도 동시 개봉했잖아.

=스무 개밖에 안됐을걸.

=밖에? 한국 영화가 외국에서 동시 개봉한 것도 대단한 거지!

-이제 한국 배우들도 할리우드 영화에 꽤 나오려나?

=이서준, 김종호 갔으니 이지석, 이다진, 박도훈도 가지 않겠냐?

=역시 이서준 사단……!

-근데 촬영하고도 편집돼서 못 나오는 배우 많음.

=22 아니면 진짜 짧게 나오거나.

=333 일단 영화 봐야 알 듯.

따르릉.

사방에서 전화가 울렸다.

배우 김종호의 소속사 직원들은 여기저기서 울리는 벨소리와 들어오는 섭외 제안에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이라니. 역시 할리우드네요.”

“그러게. 이스케이프도 몇몇 나라에서 동시개봉을 하긴 했지만, 생존자들은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라잖아.”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배우 김종호의 소속사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아직 한 달 이상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홍보해도 될까요? 돈 엄청 들 텐데…….”

“거긴 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써도 다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겠지.”

다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킹즈에이전시에서 전화 왔어요!”

직원의 외침에 배우 1팀 팀장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킹즈 에이전시.

배우 이서준의 미국 에이전시이며 이번에 김종호가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기도 했다.

매니저 김상우의 말을 들어보아도 전부 좋은 말뿐이었다.

옷이며 생활용품이며 숙소며 음식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 촬영이 아니라 여행을 간 것 같다고, 반질반질해진 얼굴로 돌아온 김상우의 모습이 1팀장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만 봐도 킹즈 에이전시가 얼마나 배우 케어를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

‘생존자들이 개봉하고 난 후에 할리우드에서 대본이 들어올지도 몰라.’

그중 김종호가 끌리는 작품이 있을지도 몰랐다.

김종호가 또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한다고 한다면 소속사에서 미국 지사를 만드는 건 어려울 테니 미국에 있는 에이전시 중 새로운 파트너를 구해야 했다.

‘그중 가장 좋은 건 킹즈 에이전시지.’

이미 한 번 함께 일해서 일하는 스타일도 알고 있는 데다가 아무래도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을 케어하는 동안 쌓인 정보와 노하우가 있을 테니 킹즈에이전시와 일하면 성공할 확률은 더 높아질 터였다.

‘문제는 킹즈 에이전시가 맡은 연예인들이 코코아엔터 소속뿐이라는 거지.’

일도 잘하고 정보력도 좋은데 소속된 연예인이 한국 가수 3팀과 배우 1명뿐이었다.

알 사람만 아는 소문으로는 브라운블랙의 멤버 중 하나가 미국 활동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1팀장으로서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으음. 일단 최대한 잘 보이는 수밖에…….’

그다음에 김종호와 함께 다른 배우들도 하나씩 보내면 어쩌면 우리 소속사에서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알릴 배우가 나올지도 몰랐다.

“서준이가 복덩이라니까요!”

직원들의 밝은 목소리가 1팀장 귀에 들어왔다.

‘……이서준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1팀장이 전화기 건너 킹즈 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 *

[김종호×이서준! ‘생존자들’ 메이킹 필름 공개!]

[생존자들, 메이킹 필름 공개! 아니, 여기서 왜 이게 나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의 등산복 패션?]

[생존자들]의 홍보용 메이킹 필름이 너튜브에 공개됐다.

기록용으로 두었던 김종호의 오디션 장면도 아주 짧게 편집되어 있었고 제프리 로덕스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김종호의 모습도 보였다.

-김종호 편집 당한다는 댓글 다 어디 갔냐!!

=22 김종호 중심으로 메이킹 필름도 만들어주는데?!

=333 아예 <김종호 배우 꼭 나옵니다!>하고 홍보하네ㅋㅋ

-김종호 배우가 오디션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다;;;

=22 그러게.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디션 기사 처음 떴을 때 생각나네. 나 같음 김종호 보고 그냥 나온다는 댓글이 많았는데ㅋㅋ

-전부 외국인이니까 진짜 할리우드 같네.

-김종호 배우가 있으니 신기한 느낌ㅎ

=근데 서준이가 있으니 익숙한 느낌ㅎ

=ㅋㅋㅋㅋㅋㅋ

그다음에는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유쾌하게 웃는 김종호의 모습이 나왔다. 놀란 표정을 짓는 서준과 함께 시청자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헐. 등산복??? ㅋㅋ저게 왜 나와ㅋㅋ?

=알고 보니까 그냥 한국 아님?

=진짜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옷ㅋㅋ오늘도 봤어ㅋㅋ

-주황색ㅋㅋ앜ㅋㅋ진짜 동네 아저씨 같네ㅋㅋ

-우리 아빠가 입는 옷이랑 똑같아ㅋㅋ

=222 우리 아빠도ㅋㅋ

-아빠 하나 사 줄까ㅋㅋㅋ

=22지금 사 놔야 할 듯. 영화 나오면 품절되는 거 아님?

등산복을 입은 중년 남녀의 무리에 서준이 끼자 다시 한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꼭 엄마 아빠 친구들 사이에 낀 나 같네.

=222 저때 진짜 뻘쭘하지…….

=근데 용돈 주시면 없던 친화력도 꺼냄ㅋㅋ

마지막으로 [생존자들]의 세트장이 보이고 서준과 김종호, 한국계 배우들이 세트장 위에 오르는 모습을 끝으로 메이킹 필름이 끝났다.

-……워. 세트장 장난 아니네.

-갑자기 쇼핑몰 나와서 쇼핑몰 홍보인 줄 알았다.

=22 쇼핑몰이 너무 멋져서 뭐 보고 있었는지 까먹음.

-CG로 만들 줄 알았는데 그냥 쇼핑몰 하나 만든 듯.

=그래도 무너지는 장면은 CG로 만들었겠지.

=……할리우드라면 진짜 무너뜨릴지도 몰라.

-근데 세트장 바로 옆에 있는 기계들은 뭐야?

=세트장 지지대 아님?

=그렇다고 하기엔 생김새가 이상한데?

=그것이 할리우드니까.

=아하.

=이해하지 말라고ㅋㅋㅋㅋ

베어라운드의 홍보용 메이킹필름은 너튜브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도 방송되었다.

익숙한 한국 배우가 있는 할리우드 촬영장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시청률도 올라가니 방송국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김종호가 있으면 한국어 연기는 걱정 안 해도 되겠다(안심)

=222 한국어가 나오는 게 좋긴 한데 발음이 한국인도 못 알아들을 정도니까 싫음.

=333 이제야 한국어다운 한국어를 듣겠네!

-촬영하는 장면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영화로 봐야지.

-생존자들 기다린다!!

=딱 여름방학이라 N차 뛰기도 좋음!

* * *

그리고 7월 중순.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며칠 전 베어라운드의 [생존자들]이 개봉했다.

일찌감치 기말고사를 치고,

“유정아. 리포트는?”

“……괜찮아. 모레까지야.”

……방학을 즐기는 대학생 송유정과 임예나가 들뜬 얼굴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개봉 첫날이라서 그런지, 이서준과 김종호의 영화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미리 예매해서 다행이었다.

임예나가 휴대폰으로 [생존자들]의 기사를 읽었다. 내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 기사 하나 댓글 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없었다.

[생존자들, 사전예매율, 80.7%!]

[생존자들, 오늘 개봉! 오프닝 스코어는?]

[‘생존자들’의 개봉으로 미뤄진 영화들!]

“개봉 미뤄진 영화들도 있대.”

“나 같아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겠다.”

임예나가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생존자들은 메이킹 필름도 벌써 공개해서 아마 별다른 화제가 없다면 다른 영화들은 2주 뒤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는데?”

“그래?”

[김종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평가는?!]

[아버지와 아들, 김종호×이서준의 케미는?!]

“케미랄 게 뭐 있어. 이미 내의원만 봐도 알잖아. 이미 태종이랑 성녕대군으로 확인된 케미 아니야.”

“그러게.”

눈에 띈 기사에 임예나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송유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생존자들]의 포스터 하나를 조심히 들었다.

무너진 쇼핑몰 배경으로 다섯 배우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송유정의 말에 임예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용을 알고 싶지 않아도 영화나 드라마를 꽤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저런 조그마한 정보로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쇼핑몰.

단역인 아버지와 주연인 아들.

“눈물 없이는 못 보겠네.”

“휴지 챙겨옴.”

송유정의 말에 씨익 웃은 임예나가 가방에서 티슈를 하나 꺼내 송유정에게 건넸다.

“오. 준비성 철저하네.”

“하도 울었더니 서준이 영화엔 꼭 들고 다녀. 게다가 이번 영화는 재난 영화니까 더 울 것 같아서.”

임예나의 말에 수긍한 송유정이 가방에 티슈를 집어넣었다.

“앞 타임 보고 있겠지? 언제 끝나려나?”

“아직 시간 좀 남았어. 근데 아쉽네. 여긴 상영관 출구가 다른 쪽에 있어서 반응 못 볼 것 같아.”

“난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게 좋아. 아, 슬슬 인터넷도 하면 안 되겠다.”

그다음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송유정과 임예나는 다운로드 받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둔 서준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서준이 가장 멋지냐고 싸울 때도 있었지만 프로필 사진이 공개된 지 벌써 2달이나 지났다. 치열한 싸움 끝에 송유정과 임예나는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내 취향은 서준이니까.”

“서준이는 어떤 모습이든 멋지니까.”

배우 이서준의 팬, 새싹 송유정과 임예나가 마주 웃었다.

잠시 후.

“제6관! 생존자들을 관람하실 분들은 입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관 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6관의 위치를 확인하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유정과 임예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상영관으로 향했다.

“여기다.”

“잘 보이네!”

한껏 들뜬 얼굴의 송유정과 임예나가 자리에 앉아 상영관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곧 상영관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광고가 흘러나왔다. 송유정과 임예나는 물론이고 관객들도 익숙하게 스크린에 나오는 비상구의 위치와 탈출로를 확인했다.

그리고 스크린 정중앙.

제작사 베어라운드의 로고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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