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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333화 (33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33화

제프리 감독의 컷에도 촬영장을 내리누르던 침묵은 여전한 상태였다.

다들 데이비스 가렛과 서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특히, 서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두 배우의 즉흥 연기가 폭풍처럼 빠르게 지나가 미처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저 상태가 연기가 아니라 진짜 겁을 먹은 상태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들었다.

그때, 웅크려 있던 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눈만 깜빡이며 서준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너무 열심히 했나.’

조금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서준이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느 때보다 짜릿한 연기였다.

서준이 들뜬 얼굴로 걸음을 옮기려다 어쩐지 촬영이 끝나도 조용한 촬영장에 고개를 갸웃했다.

“? 모니터링 안 해요?”

멀쩡하다 못해 주변이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즐거워 보이는 서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 앤드류 워커가 얼른 달려가서 서준을 꽈악 껴안았다.

“세상에서 준이 제일 대단해! 멋져! 최고야!”

즉흥 연기를 보면서 느꼈던 마음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단어로밖에 전해지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해 준의 대단함을 표현하는 앤드류 워커였다.

“앤디. 나도 좀 대단하지 않아?”

즉흥 연기를 시작했던 데이비스 가렛이 웃으며 물었다.

“데이비스도 대단해요!”

“……왠지 수식어가 준의 반으로 줄어든 것 같은데…….”

밀란 첼런과 바네사 올슨이 하하 웃었다.

조금 전 폭풍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를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스태프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일단.”

이 영화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제프리 감독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 좀 나눠봅시다.”

누군가 침을 꼴깍 삼켰다.

* * *

배우들과 기획팀장, 제프리 감독이 모니터를 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직 NG인지 OK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촬영본을 돌려보았다.

풀샷으로 찍어서 그런지 몰입이 깨진 세 배우의 모습도 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서준과 데이비스 가렛에게 시선을 빼앗겨 신경을 쓸 틈도 없었다.

앞으로의 촬영 일정이 뒤집힐지도 모른다고 한쪽 다리를 달달달 떨며 걱정이 가득하던 기획팀장마저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제프리 감독의 시선이 자꾸만 화면 속 서준과 데이비스 가렛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당장에라도 이 두 배우의 얼굴을 찍고 싶었다. 눈동자에 비치는 빛 하나,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나, 들썩이는 숨소리, 변해가는 혈색, 흐르는 땀까지.

그러니까 이 장면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트라우마라…….”

데이비스 가렛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제프리 감독이 되물었다.

“그럼 앞선 촬영에서도……?”

제프리 감독은 간간이 수정되었던 행동과 대사를 떠올렸다.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유를 듣고 떠올리니 이해가 됐다.

“네. 준이 받아주지 않았으면 그저 트라우마가 ‘조금’ 남아 있는 퇴역군인이라는 설정으로 혼자 연기하려고 했습니다만…….”

서준을 웃으며 바라보던 데이비스 가렛이 말을 이었다.

“오늘 촬영해 보니 좀 더 ‘아슬아슬한’ 상태의 퇴역군인이 되어도 괜찮아 보입니다.”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제프리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대충 알겠네요.”

“그러게.”

서준과 두 배우도 ‘레이먼드 위시’의 행동을 이해했다.

‘뭐, 연기할 때는 그런 점을 모르는 척 연기해야겠지만.’

일단 방향은 잡혔다.

앤드류 워커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배우들과 감독을 바라보았다. 또래 친구들과 연극만 하다가 처음으로 도전해 본 영화 촬영은 신기한 게 많았다.

커다랗고 멋진 세트장. 신기한 촬영 장비들. 프로 같은 스태프들. 놀랄 만한 것들이 잔뜩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이었다.

“데이비스. 더 생각해 놓은 부분이 있습니까?”

제프리 감독의 말에 데이비스 가렛이 턱을 긁적거렸다.

“뭐, 일단 생각해 놓은 설정이 있긴 한데…….”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트라우마만 있으면 눈이 돌아버리니까 제어장치를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어장치요?”

서준의 물음에 데이비스 가렛이 웃으며 대답했다.

“레이먼드 위시가 트라우마를 견뎌내고 탈출해야 하는 이유. 솔직히 레이먼드 위시가 눈 돌아서 난리를 치면 다 죽으니까 말이야.”

오호.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제어장치로 뭘 쓸지 생각해 봤습니까?”

제프리 감독의 물음에 데이비스 가렛이 서준을 보며 웃었다.

아니, 서준이 아니라 그 건너에 있을 이현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가족. 어떤가요?”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한 번, 다시 데이비스 가렛에게로 한 번 향했다.

“원래 레이먼드 위시의 가족은 레이먼드 덕분에 초반부터 탈출하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레이먼드 위시가 고립되고.”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발 먼저 데이비스 가렛의 말을 이해한 제프리 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족을 고립시키죠. 완전히 구한 게 아니라 ‘이현우’의 가족처럼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처럼 만들어서 레이먼드 위시에게 한시라도 빨리 탈출해야 하는 이유를 주는 건 어떻습니까?”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제프리 감독의 머리가 팽글팽글 돌았다.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가족이 위험하다는 불안과 트라우마 때문에 생기는 혼란.

그리고 그 모든 걸 억눌러 가족을 구하러 가야 하는 조급한 마음이 부딪힐 터였다.

‘그럼 트라우마를 일깨우는 이현우가 계속 거슬릴 수밖에 없을 거고.’

그렇게 계속 부딪칠 것인가.

‘아니면…….’

간질간질.

조금만 더 생각하면 떠오를 것 같은 전개에 제프리 감독이 벅벅 머리를 긁었다.

“……그럼 다시 촬영해야 되겠군요.”

기획팀장이 앓듯 말하자 제프리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위시 가족이 고립되는 부분만 다시 촬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요…….”

지금 기획팀장에게 그만큼 무시무시한 단어도 없을 터였다.

* * *

“레디, 액션!”

얼마나 지하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생존자들은 이동 중 잠시 쉬기 위해 제법 넓은 곳에서 각자 자리를 잡았다.

레이먼드 위시의 손에 들린 이안 위버의 낡은 시계 속 나침반이 뱅글뱅글 돌며 북쪽을 가리켰다.

레이먼드 위시가 손전등의 불빛으로 가야 할 방향의 통로를 살펴보고 있을 때, 신시아 린드버그의 눈이 바쁘게 벽에 파묻힌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상품 중 빈도 높게 보이는 브랜드가 있었다.

갤러리아 몰의 안내직원이었던 신시아 린드버그가 기억을 더듬어 해당 브랜드의 가게 위치를 떠올렸다.

“이 브랜드는 중앙 3층에 있는 브랜드예요.”

“……아직 중앙이라는 거군.”

레이먼드 위시가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잭슨 밀러는 그보다 3층의 물건이 이곳에 있다는 것에 할 말을 잃었다. 저도 모르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무너졌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신시아 린드버그의 옆에 있던 이안 위버는 조심스럽게 이현우의 옆으로 향했다.

잭슨 밀러의 말에 일행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는 했지만 잠시 걸음을 멈출 때마다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는 이현우였다.

“형. 이거 먹을래요?”

아까 모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안 위버의 가방에 있던 과자를 나눠 먹었는데 홀로 먹지 않았던 이현우가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

“이거 맛있는데…….”

냉담한 이현우의 반응에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안 위버는 이현우에게로 왔다.

어둠 속.

이현우는 최대한 숨을 정상적으로 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다들 착한 사람들이니 방해가 되긴 싫었지만 맛이 간 몸뚱이는 제 말을 듣질 않았다.

이안 위버가 웅크려 있는 이현우를 바라보았다.

엄마를 닮은 형의 모습에 이안 위버가 슬그머니 이현우에게 몸을 기대앉았다.

이현우의 옆에 따뜻한 온기가 찰싹 달라붙었다.

조그마한 몸과 따스한 온기에 이현우는 왠지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 * *

레이먼드 위시는 답답한 듯 몇 번이고 숨을 들이마셨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생긴 이현우의 트라우마가 깊을지, 몇 년이나 된 레이먼드 위시의 트라우마가 깊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레이먼드 위시는 몇 번이고 이겨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다.

덜덜 떨리는 자신의 두 손을 무시하고 레이먼드 위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트라우마의 방아쇠가 될 이현우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레이먼드 위시와 이현우의 모습에 잭슨 밀러와 신시아 린드버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 * *

제프리 감독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터질 것 같았는데…….”

“하하.”

데이비스 가렛이 웃으며 제프리 감독의 눈을 피하듯 시선을 돌렸다.

“발작할 것 같았는데…….”

“……하하.”

서준도 민망한 듯 웃으며 제프리 감독의 시선을 피해 눈을 돌렸다. 몇 번이고 이런 일이 있었던 데이비스 가렛보다는 어설픈 회피였다.

“이안이 붙으면 이현우가 발작하고 그 발작에 레이먼드가 다시 난리를 피울 예정이었는데…….”

제프리 감독이 이마를 짚었다.

“계획대로 안 가네요.”

“계획대로 가면 그게 즉흥 연기겠습니까.”

“하여간 말은 잘해요.”

뻔뻔한 데이비스 가렛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제프리 감독의 모습에 서준과 배우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이비스 가렛의 수정을 자신의 의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 유약하고 소심한 감독님인 줄 알았더니 이젠 제법 제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프리 감독의 약한 모습을 지켜봐 왔던 기획팀장은 믿기지 않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고 제프리 감독 또한 자신이 말하고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밀란 첼런과 데이비스 가렛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감독님. 성격 있으시네!”

“좋네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놀리는 느낌이 다분해 서준과 앤드류, 바네사 올슨도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면서도 민망해져 제프리 감독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글쎄요?”

제프리 감독의 말에 데이비스 가렛과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밀란 첼런과 바네사 올슨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고 기획팀장이 이마를 짚었다.

“일단…….”

제프리 감독이 대본을 펼쳐 오늘 촬영 장면을 체크했다. 제프리 감독의 눈과 펜을 든 손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그저 데이비스 가렛의 의견을 수용하던 수동적인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다른 캐릭터들의 대사나 행동은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삭제합시다. 그리고 여기 대사를 이쪽으로 끌고 오고…….”

데이비스 가렛과 서준도 머리를 맞댔다.

“준과 제 대사는 비워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예 비워놓는다기보다 방향은 정하는 건 어때요? 강강강이냐, 강약약이냐 정도로요.”

서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래도 엎어질 것 같지만 말입니다.”

걱정 근심이 가득한 기획팀장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안다호가 볼을 긁적였다.

“미국에서 쪽대본을 볼 줄은 몰랐는데…….”

* * *

꽉 막힌 어둠 속.

손전등의 빛만 의지하고 있는 터라 이현우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큰 흔들림은 물론이고 이제는 생존자들이 통로를 만들기 위해 치우는 돌 부스러기에도 발작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악!”

무거운 침묵 속 유일하게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이 레이먼드 위시의 신경을 갉작갉작 갉아먹었다. 날벌레가 귀 근처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것 같았다.

째깍 째깍.

마치 시한폭탄 같은 레이먼드 위시를 바라보던 세 사람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현우에게 찰싹 붙어 있던 이안 위버마저 숨을 죽이고 있는 그때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소년이 있었다.

“아아아악!”

펑!

레이먼드 위시가 터졌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위협적인 기세에 잭슨 밀러와 신시아 린드버그가 레이먼드 위시의 앞을 막아섰다. 이안 위버가 얼른 발작하는 이현우의 위를 감싸안듯 덮었다.

앞에선 세 사람은 보이지도 않은 듯 레이먼드 위시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발…… 제발 입 좀 닥치라고!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서 미쳐 버릴 것 같으니까!”

레이먼드 위시는 온몸으로 분노와 짜증을 뿜어댔다.

하지만 아직 참고 있었다.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왔던 첫날.

트라우마 때문에 집안을 다 뒤집어놓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속에서 올라오는 핏덩이를 삼키듯 꾸욱 참았다. 가뜩이나 좁고 위험한 곳인데 정신을 잃고 난리를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레이먼드 위시가 발작하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 괴로움이 가득한 모습에서는 처음 봤을 때의 믿음직한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처절한 레이먼드의 목소리가 이현우의 귀에 닿을 듯 말 듯했다.

“식당가에 가족이 있어…… 내가 구하러 가야 된다고……!”

가족.

이현우의 숨이 멎었다.

자신의 위를 덮은 따끈한 아이의 체온과 함께 귀가 뻥 뜨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생존자들 중 가장 위협적인 레이먼드 위시가 가장 약한 이현우에게 빌듯 몸을 웅크렸다.

바닥에 있는 돌조각에 살갗이 베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웅크린 레이먼드 위시의 몸이 덜덜 떨렸다.

“……조용히 좀 해줘……!”

적막이 흘렀다.

레이먼드 위시와 이현우의 흐느낌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안 위버는 자신이 안고 있는 형의 떨림이 잦아드는 것을 깨달았다.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미안…… 미안합니다…….”

검은 눈동자에 조금 빛이 돌아온 이현우가 울먹이며 연신 사과했다.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나서야 제 할 말을 힘겹게 뱉어냈다.

“죄송합니다…… 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정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흐…… 흐으…….

누구 것인지 모를 흐느낌에 잭슨 밀러와 신시아 린드버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 * *

“컷, 오케이!”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던 제프리 감독이 외쳤다. 열연하던 배우들이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바로 바스트샷 촬영을 준비했다.

제프 감독과 함께 모니터로 보고 있던 기획팀장이 침음성을 흘렸다. 무엇 하나 버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지만 처음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이젠 결말이 어떻게 될 건지 예상도 못 하겠습니다. 감독님은 예상이 가십니까? 전 머리가 복잡해 죽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기획팀장의 말에 제프리 감독이 빙그레 웃었다.

“네. 왠지 머릿속이 깨끗해진 느낌이 들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 같습니다.”

밝은 목소리에 기획팀장이 제프리 감독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 제프리 감독의 눈이 번들거렸다.

너무 밝아 무서울 정도였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맛이 간 것 같은데?’

기획팀장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 굉장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촬영장 밖으로 나서는 제프리 감독을 바라보았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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