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326화
김상우가 다시 킬킬 웃음을 터뜨리고 김종호는 제 옷을 툭툭 쳤다. 짙은 주황색에 간간이 포인트로 박힌 형광주황색에 눈이 부셨다.
“이렇게 쨍한 색은 오랜만에 입는 것 같은데?”
“형은 맨날 무채색 옷만 입잖아요. 촬영할 때도 거의 그런 이미지라서 어두운 색 옷만 입고.”
“그런 이미지가 뭔데?”
“악당?”
어느새 한국인 관광객1이 되어버린 김종호에 서준과 안다호는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이쪽으로 보나 저쪽으로 보나 완벽했다. 지하철을 타면 만날 수 있는 그 옷차림.
“와…… 한국 영화라면 몰라도 미국 영화에서 이런 등산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의상팀 중에 한국인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안다호의 합리적인 의심에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현우 아버지랑 되게 어울리는 옷이긴 해요.”
“그러게.”
서준이 연기할 ‘이현우’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미국 LA로 여행을 왔다. 단체 패키지여행이라 한국인들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거기다 함께 여행할 사람들의 연령층이 높기도 했다.
“서준아. 이쪽으로 와봐.”
김종호의 부름에 서준이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촬영을 위해 의상팀이 준비한 옷과 신발을 신고 있는 단역 배우들이 있었다.
‘무슨 역인지 한눈에 알겠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고 있어 눈에 확 띄는, 이현우의 가족과 동행할 단체 패키지 부부들을 연기할 중년의 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알맞은 크기의 옷을 찾는 동안 인사를 나눈 듯 김종호가 배우들을 소개했다.
“모두 서준이 부모역에 지원했던 분들이야.”
김종호라는 압도적인 라이벌의 등장으로 일찌감치 탈락을 예감한 배우들은 오디션이 끝나고 다른 역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베어라운드의 물음에 단박에 승낙했다. 오디션 중 잘했던 배우들은 한 줄이지만 대사까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서준입니다.”
김종호만으로도 놀라운데 서준 리까지 오니 다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발에 알맞은 신발을 찾는 것도 멈추고 환하게 웃으며 서준을 반겼다.
“아이고. 여기서 만나네!”
“드라마 잘 봤습니다!”
“팬이에요!”
현란한 색상들의 등산복을 입고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에 서준은 왠지 정말로 아빠의 등산모임에 얼떨결에 참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리./”
영어 쪽이 더 편한 한국계 배우부터,
“우리 딸이 진짜 팬인데…… 사인해 줄 수 있어요?”
한국에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배우들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서준을 반겼다.
진짜 등산 모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서준이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역을 맡게 된 재은 주입니다.”
이현우의 아버지가 한국어가 편한 한국 배우 김종호라면 이현우의 어머니는 영어가 더 편한 한국계 배우인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서준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아이고. 아들이 아빠는 하나도 안 닮고 엄마를 쏙 닮았네.”
누군가의 유쾌한 농담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험하게 생긴 김종호보다는 단아하게 생긴 재은 주가 서준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닮아 있었다.
그 모습을 메이킹 필름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었다. 배우 중 한 명이 카메라를 발견했다.
“저건 무슨 카메라예요?”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게 촬영 중인 것 같긴 한데 [생존자들]의 촬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한국 홍보용 메이킹 필름 카메라에요.”
“한국 홍보용?”
“네. 다들 종호 삼촌이 어떻게 촬영할지 궁금해하거든요.”
이서준이야 다른 작품에서 메이킹 필름을 내보낸 적이 있어서 익숙하지만, 김종호는 달랐다.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딛는 김종호에 대해 한국 대중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걸 안 베어라운드는 ‘한국 홍보’만을 위해 김종호를 중심으로 메이킹 필름을 만들기로 했다.
베어라운드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 * *
한국계 배우들과 인사를 한 서준이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자 스튜디오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조금 둘러보던 서준은 먼저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는 김종호에게로 향했다.
“종호 삼촌. 동선 확인 중이에요?”
“그래. 아까는 사람 하나 없어서 텅 빈 쇼핑몰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좀 진짜 쇼핑몰 같아.”
김종호의 말대로 세트장 위에는 엑스트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부나 연인으로 보이는 조합도 있었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으로 보이는 엑스트라들도 있었다. 엑스트라들을 관리하는 스태프를 중심으로 다들 동선을 파악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런 때에도 분장을 끝내고 온 서준 리를 알아챈 사람들이 있었다. 간간이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의 시선에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었다.
슈퍼스타 서준 리의 반응에 기뻐 보이는 외국인들의 모습에 김종호가 뿌듯하게 웃었다.
“우리 서준이 인기 많네.”
“하하하.”
안다호와 김상우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리 가족! 한국인 관광객들! 동선 확인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서준과 김종호, 재은 주, 그리고 현란한 등산복을 입은 한국계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제프리 감독과 기획팀장이 세트장 위에서 동선을 확인하는 서준 리와 한국계 배우들을 바라보았다.
“한국어 연기인데 촬영 잘하실 수 있겠습니까?”
영화 속에 다른 나라의 언어는 넣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한국계 배우를 섭외한다고 해도 그 배우의 ‘한국어 발음’이 ‘한국인’에게 어떻게 들릴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억양이나 느낌을 지적할 수 있는 ‘모국어’와는 달랐다.
‘그래서 감독도 지시를 내리기 어렵지.’
대본이야 어찌어찌 적는다고 해도 촬영은 달라서 기획팀장은 걱정했다. 그에 제프리 감독이 작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준이랑 킴이 있으니까요.”
제프리 감독은 자신보다 ‘한국어 연기’에 대해서는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미리 부탁해 놓은 두 배우를 바라보았다.
* * *
“별로인가요?”
재은 주가 긴장한 얼굴로 두 배우를 보고 물었다. 눈앞에 연기파 배우가 둘이나 있으니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한국인들도 꼭 볼 영화에 어설픈 발음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뇨. 좋아요.”
“좋습니다.”
두 배우의 말에 재은 주가 활짝 웃었다.
재은 주뿐만이 아니라 대사가 있는 한국계 배우가 의견을 묻자 서준과 김종호가 대답해 주었다. 대사뿐만이 아니라 몸짓까지도 다들 머리를 모아 궁리했다.
그 모습이 그대로 메이킹 필름 카메라에 담겼다.
* * *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조감독의 외침에 각양각색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던 촬영장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엑스트라도 많고 스태프들도 많은 상태였지만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세트장 위에 선 서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쇼핑몰에 많은 사람들이 제 위치에 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서준은 이 많은 사람들이 촬영에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정말 좋았다.
“/레디,/”
커다란 세트장에 제프리 감독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서준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액션!/”
‘한국인 관광객’ 이현우가 되었다.
* * *
[갤러리아 몰]
[남쪽 상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연인의 대화 소리, 경쾌한 음악 소리가 가득한 곳에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나타났다.
“으하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아들이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해서!”
“대상. 대상이야. 여보.”
“그으래. 대상!”
기쁨이 가득한 남자의 목소리가 남쪽 상점가를 울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그쪽으로 향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중년 남녀들이 우르르 움직이고 있었다.
갤러리아 몰은 캘리포니아에 온 관광객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꼭 한 번씩 들르는 곳이라 익숙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떠들고 있는 게 그들만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이 하나가 떼쓰는 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의 가족과 연인에게 신경을 썼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을 위해 약간의 시끄러움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갤러리아 몰은 그런 곳이었다.
그 알록달록한 무리의 뒤로 홀로 멀찌감치 떨어져 걷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 첫 해외여행에 들떠 인터넷으로 산 선글라스를 쓴 고등학생, 이현우가 한숨을 포옥 내쉬며 무리에서 주춤주춤 멀어졌다.
“대상을 받아서 가족 여행권을 받아온 거 아니야!”
“아이고. 이 씨. 벌써 백번도 더 들었어. 근데 현우가 착하긴 착해.”
“아들 잘 뒀네!”
친구들의 칭찬에 엄마 아빠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현우야! 아들!”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고 걷고 있던 이현우가 다시 한숨을 내쉬고 엄마 아빠 쪽으로 걸어갔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엄마 아빠라 기뻐할 줄은 알았는데 그 기쁨이 너무 과했다.
“한국에서도 동네방네 소문을 내더니…….”
잘못하면 동네잔치까지 열 뻔했다.
그래도 부모님이 정말로 좋아서 그런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이현우는 그냥 웃고 말았다.
“왜? 통역해야 해?”
“아니. 아빠한테는 이 ‘바디 랭귀지’라는 게 있어서 괜찮아!”
우스꽝스러운 아빠의 몸짓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자 이현우가 마른세수를 했다. 여행 오기 전엔 몰랐는데 우리 아빠는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보다.
“……그냥 날 불러.”
이현우의 말에 아빠가 킬킬 웃으며 이현우의 오른손을 턱 잡아 활짝 펼쳤다. 펼쳐진 현우의 손바닥 위에 흰 봉투 하나가 놓였다. 알 수 없는 흰 봉투에 현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 용돈.”
“나도 있어. 모아둔 거.”
“그것도 써.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잖아. 친구들 선물도 사고 선생님 선물도 사고!”
아빠가 흐흐 웃으며 속닥거렸다.
“여자 친구 선물도 사야지.”
이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타올랐다.
“여자 친구 없거든?!”
“응? 엄마 말로는…….”
“엄마!!”
현우가 부끄러움에 엄마를 부르자 엄마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씩씩거리던 현우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여자 친구 아니야. 그냥 나 혼자 좋아하는 거야.”
“아이고. 우리 아들이 용기가 없구나. 이 아빠처럼 딱 용기를 내야 엄마 같은 미인을 딱 잡는 거야.”
“엄마 말하고는 다른데?”
“……들었냐?”
눈이 마주친 이현우와 아빠가 킬킬 웃었다. 장난스럽게 웃던 아빠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들. 여행하는 동안 아빠랑 엄마랑 신경 쓴다고 고생 많았어.”
“뭐어…….”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패키지여행이지만 여행사 직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미국 음식이 입에 안 맞을 때도 있었고 밤늦게 배가 고프거나 어딘가 아플 때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어린 자신이야 앞으로도 많이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만, 다리나 허리같이 아픈 곳도 많고 휴가도 잘 낼 수 없는 엄마 아빠가 이렇게 여행할 날이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아, 이현우는 여행 오기 전부터 한 몸 받쳐 모시기로 했다.
‘부모님과 여행 갈 때는 자신의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는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이현우가 민망한 듯 데굴데굴 눈을 굴려 아빠의 시선을 피했다.
흐뭇하게 웃은 아빠는 아직 펼쳐진 이현우의 손을 감쌌다. 두툼한 흰 봉투의 두께가 느껴졌다.
“아빠랑 엄마는 친구들이랑 이 안에서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현우 너도 혼자서 놀다 와. 여기 놀이동산도 있다더라.”
“……그건 또 언제 알아봤대.”
부모님 취향의 패키지여행이라 유명한 놀이동산에 가지 못했던 걸 아쉬워하던 이현우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행사 직원한테 물어봤지. 버스 출발 시간은 알지?”
“……응.”
“그럼 그때 보자. 아들.”
이현우의 어깨를 두드리는 아빠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이현우는 저 손바닥의 거칠거칠함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쩐지 이현우는 눈가가 뜨거워졌다.
“여행 정말 재미있었어. 고맙다.”
“……다음에도 보내줄게.”
진심 어린 아빠의 말에 괜스레 먹먹해진 이현우가 코를 킁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래. 엄마는 영국 가고 싶다더라. 아빤 러시아 가고 싶어. 대륙횡단 해보고 싶었거든.”
벌써 두 번째, 세 번째 여행 계획까지 세운 엄마 아빠에 이현우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현우를 따라 빙그레 웃은 아빠가 말했다.
“재밌게 놀다 와.”
“응. 아빠도.”
이현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아빠가 무리로 돌아갔다. 이현우는 손에 들린 용돈을 봤다. 어쩐지 흰 봉투에 들어있는 게 이상해서 봉투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액수가 많았다.
놀란 눈으로 아빠 쪽을 바라보자 환하게 웃고 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현우야! 갖고 싶은 거 사!”
“스마트 워치 사고 싶다며!”
“그동안 고생했다!”
어쩌다 보니 중년 부부들만 있는 패키지여행에 참여하게 되어 혼자 멀뚱히 지내게 된 이현우였다. 엄마 아빠는 좋은 친구들이 생겨 좋았지만, 이현우는 귀여움을 받으면서도 어른들의 잔심부름도 간간이 하게 됐다. 그것도 정말 급한 것뿐이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어른들의 말에 이현우가 꾸벅 인사를 했다. 어른들이 웃으며 휘휘 손을 저었다. 이현우가 조금 멀어지자 어른들도 한국어로 된 팸플릿을 꺼내 들를 곳을 찾아보았다.
“/컷!/”
제프리 감독의 컷소리가 촬영장을 울렸다.
제각기 떠들던 엑스트라의 목소리들과 상점가의 음악을 빼고는 조용하던 촬영장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제프리 감독이 서준과 김종호를 불렀다.
“/제 눈엔 오케이인데 두 사람이 보기엔 어떨까 싶어서요./”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마음에 든 제프리 감독이었지만 ‘한국어 연기’에 대해선 두 배우에게 맡겼다. 촬영본을 돌려본 서준이 김종호에게 시선을 줬다.
“여기. 조금 튀죠?”
“그러네. 좀 더 딱딱해도 괜찮겠어.”
설정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관광객치곤 ‘스마트 워치’가 조금 ‘미국 발음’스러웠다. 서준과 김종호의 지적에 제프리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촬영을 알렸다.
스태프들이 재촬영을 준비하는 사이, 서준과 김종호는 한국계 배우에게 ‘스마트 워치’의 한국어 발음을 알려주었다.
* * *
“/레디, 액션!/”
이현우는 놀이공원에 가기 전 한국에서부터 정해둔 엄마 아빠의 선물을 고르고 싶었다.
그동안 모아온 용돈이 든 지갑을 꼬옥 잡고 한국에서 미리 찾아본 가게로 이동했다. ‘부모님 선물’로 검색해서 열심히 찾아본 가게였다.
일단 상품이 있는지, 실제로 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고 놀다가 버스 출발 시간 10분 전쯤에 살 생각이었다. 놀 때 짐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친구들의 선물도 그때 사기로 했다.
가게는 엄마 아빠가 있는 곳과 멀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간간이 뒤를 돌아보며 엄마아빠를 확인하던 이현우가 열심히 바디랭귀지를 시도하는 아빠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서 오세요./”
직원이 웃으며 이현우를 반겨주었다
이현우는 선물을 받고 기뻐할 엄마아빠를 떠올리며 한껏 들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
그때,
콰아아앙!!
커다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귀를 웅웅 울릴 듯한 커다란 굉음에 이현우와 직원, 그리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깜짝 놀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당황으로 거칠어진 사람들의 호흡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달랬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이현우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진인가?/”
“/아니야. 이건……./”
지진 같은 땅의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진열된 상품들도 멀쩡히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자잘한 진동이 느껴졌다.
누군가 꿀꺽 침을 삼켰다.
“/……폭발이야./”
평화로운 일상. 행복한 한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콰아아앙!!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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