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324화 (32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24화

[배우 이서준, 배우 김종호 출국!]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딛는 배우 김종호!]

[‘생존자들’ 촬영 시작?]

-출국 기사만 봐도 내가 다 떨리네ㅎㅎ

=22 촬영 잘하고 와요!

=333 이렇게 한국인 배우들 늘어갔으면!

-이제 ‘귀국’할 할리우드 배우가 또 한 명 늘었네!

=글쎄. 다른 할리우드 영화도 찍을 건지는 두고 봐야 알지.

=꼭 이런 삐딱한 놈이 있어.

기나긴 비행을 끝내고 서준과 김종호, 두 배우의 매니저가 마중 나온 킹즈 에이전시 직원의 차에 올랐다.

안다호와 김종호의 매니저 임장우는 한국 포털 사이트에 뜬 기사와 소속사에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종호 삼촌. 지석이 형한테 연락 왔어요.”

휴대폰을 확인하던 서준의 말에 김종호도 휴대폰을 켰다.

>이지석 : 도착했어?

>박도훈 : 여긴 아직도 난리예요ㅎㅎ

<도착했어요! 기사는 지금 확인 중이에요!

>이다진 : 숙소는 어디야? 호텔?

이다진의 메시지에 아차, 싶었던 김종호가 서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숙소를 안 물어봤네. 서준아. 어디 호텔이야? 촬영장이랑 가까워?”

같은 숙소에서 묵자던 서준의 말에 오디션 때 묵었던 (킹즈 에이전시 추천의) 호텔이 마음에 들었던 김종호는 ‘킹즈 에이전시가 잘 알겠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호텔이 아니라 집을 하나 빌렸어요.”

“……집을 하나 빌렸다고?”

그리고 LA에 도착하고 나서야 듣게 된 숙소의 정체에 김종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호텔에 오래 묵는 것보다 집을 빌리는 게 더 싸고 편하거든요.”

서준의 말에 잠시 놀랐던 김종호가 턱을 매만졌다.

“집이 편하긴 하겠지만 좁지 않겠어?”

“이층집이라서 괜찮을 거예요. 사진 보실래요?”

서준은 김종호에게 킹즈 에이전시로부터 받은 숙소 사진을 보여주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정원이 있는 2층 저택에 김종호도, 김종호의 매니저 임상우도 감탄했다.

“보안도 철저하고 차도 있어요. 상우 삼촌 국제 면허증 있으시죠?”

“저번 오디션 때 사용하려고 하나 발급받았지.”

임상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분이 운전해 주셔서 쓸모는 없었지만 말이야.”

“그러면 운전할 수 있으니까 촬영 없는 날에는 구경 다녀도 될 거예요.”

“안 그래도 킹즈 에이전시에서 보내준 스케줄표 보니까 꽤 시간이 여유로울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책도 준비해 왔어.”

임상우가 실실 웃으며 챙겨온 여행책(캘리포니아 편)을 꺼내 들었다.

여기저기 형광펜이 칠해져 있고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걸 보니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할리우드는 보통 스케줄표대로 촬영한다면서요?”

임상우의 말에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날씨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은 대체로 철저하게 스케줄을 지키죠. 그런 쪽으로는 워낙 철저하게 되어 있는 곳이라서요.”

“그건 좋네요. 한국은…… 요즘에는 덜하긴 한데 옛날에는 진짜 감독 마음대로 촬영했거든요.”

임상우가 진저리치듯 말하자 안다호가 관심을 가졌다. 아무래도 임상우가 안다호보다 오래 매니저 생활을 해서 그런지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종호 삼촌. 한식 먹고 싶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LA 맛집은 다 알고 있거든요.”

서준의 말에 김종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오디션 때도 갔던 순두붓집 맛있더라.”

“그죠? 거기 맛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숙소에 도착했다. 사진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커다란 저택이었다.

김종호와 임상우가 감탄하는 사이 서준과 안다호, 에이전시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에서 짐을 내렸다. 크긴 했지만 나라 이모의 저택보다는 작았다.

차에서 짐을 모두 내린 킹즈 에이전시 직원이 저택의 문을 열면서 말했다.

“이곳에 상주하는 관리인이 있으니까 보안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1층에 관리인 방을 빼면 비어 있으니까 아무 방이나 쓰셔도 되고요. 차고에 차도 있으니까 편하게 쓰세요.”

네 사람과 함께 저택 안으로 짐을 옮긴 직원이 물었다.

“아,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까이에 한식 음식점이 있으니까 지금 포장해 오면 따뜻하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김종호가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면 오래 잘 것 같으니까 배 좀 채우고 잘까?”

“그것도 좋죠.”

서준과 두 매니저도 김종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각자 방을 정하고 짐을 정리하는 사이, 킹즈 에이전시 직원이 음식을 한 보따리 가득 사서 돌아왔다.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있어 네 사람 모두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 * *

시차 적응을 마치고 크랭크인 날을 기다리며 김종호는 매니저 임상우와 함께 LA를 여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지낸 사이다 보니 서로의 취향도 비슷해서 가고 싶은 곳도 비슷한 것 같았다.

김종호가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LA는 워낙 자주 들렀던 곳이라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방에서 학교 숙제를 하는 서준에게 안다호가 다가왔다.

“주연 배우 미팅이요?”

“그래. 배우들하고 감독님하고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데? 촬영 전에 만나서 친해지자는 거겠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도 데이비스밖에 모르니까요.”

밀란 첼런은 시상식 때 아주 잠시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등장하는 베네사 올슨과 앤드류 워커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럼 승낙할게.”

“네.”

안다호가 나가고 잠시 수학 문제를 보던 서준은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쉐도우맨2를 찍기 전에도 라이언 감독님과 에반, 리첼과 만났었다.

이번에도 좋은 만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서준은 다시 수학 문제에 집중했다.

* * *

오늘은 [생존자들]의 주연 배우들과 감독의 첫 미팅이 있는 날.

다섯 명의 배우들과 제프리 감독이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집에서 여유롭게 출발한 데이비스 가렛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베어라운드’라는 이름을 대니 직원이 안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프라이빗룸 안에는 벌써 사람들이 있었다.

제프리 감독과 밀란 첼런, 그리고 아이 하나, 그리고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다들 일찍 왔네요.”

“어서 오세요. 데이비스.”

“데이비스. 오랜만이야.”

제프리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비스 가렛을 반겼다. 밀란 첼런도 데이비스 가렛과 악수를 나누었다.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은 예전에 같이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앤드류 워커입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앤드류 워커의 모습에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이 웃고 말았다.

조금 전 문이 열리고 데이비스 가렛이 들어올 때 앤드류 워커의 얼굴에 스치던 실망을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아직 아이는 아이인 모양인지 표정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마음을 다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그 실망이 금세 사라진 걸 보면 데이비스 가렛도 제법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음. 조금 자존심 상하는데?”

히어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레드본, 데이비스 가렛의 속삭임에 옆자리에 앉은 밀란 첼런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들어올 때도 이랬어.”

“그래? 대충 누굴 기다리는 건지는 대충 알겠는데 말이야.”

피식 웃은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이 앤드류를 바라보았다.

앤드류 워커의 신경은 줄곧 문 쪽으로 쏠려 있었다.

마치 ‘기다려’라는 말을 들은 강아지처럼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런 앤드류의 모습이 익숙한 모양인지 앤드류 워커의 옆자리에 앉은 아빠는 제프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상은 저희 쪽에서 따로 준비하니 옷을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앤디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앤드류 워커는 문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은 잡담을 나누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앤드류 워커의 어깨가 빠짝 굳었다. 빨갛게 상기되는 통통한 뺨과 움직이지 않는 눈꺼풀. 숨까지 멈춘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어른들이 숨죽여 웃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이번에도 기다리는 배우가 아니라 실망감에 축 늘어지려는 어깨를 바로 한 앤드류가 의젓하게 인사했다. 데이비스 가렛과 밀란 첼런이 킬킬 웃었다.

“바네사 올슨이에요. 다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바네사 올슨은 이번 영화 촬영으로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영화 잘 봤어요. 촬영 동안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라도 알고 있는 슈퍼스타와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배우와 함께 촬영하게 되다니 너무 떨렸다. 조금 뺨이 상기된 바네사 올슨까지 자리에 앉자, 테이블을 둘러본 데이비스 가렛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준만 오면 되겠네요.”

‘준’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아들의 모습에 앤드류의 아빠가 허허 웃고 말았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배우의 등장에 앤드류 워커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 모습에 바네사 올슨이 눈을 깜빡이자 밀란 첼런이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바네사 올슨이 작게 웃었다.

“정말 귀엽네요.”

어른들이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곧 문이 열리고 앤드류 워커가 그렇게 기다렸던 배우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환하게 웃는 서준 리의 모습에 앤드류 워커가 숨을 흡 들이쉬었다. 씩씩하게 인사하던 앤드류 워커가 굳어버리자 제프리 감독마저 작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어서 와요. 준.”

“안녕하세요. 감독님! 데이비스도요. 오랜만이에요. 첼런!”

제프리 감독과 데이비스 가렛에게 인사한 서준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밀란 첼런과 악수를 나누었다. 밀란 첼런도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서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올슨.”

“바네사라고 불러요. 준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물론이죠.”

처음 만나는 바네사 올슨과 인사를 나눈 서준이 삐걱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뻣뻣한 움직임으로 의자 옆에 서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설렘과 긴장이 아이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워커.”

앤드류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약간 굽힌 서준이 오른손을 내밀자 앤드류 워커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준의 손을 마주 잡았다. 화면으로만 보던 배우가 눈앞에 있으니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안, 녕하세요! 리! 저는 앤드류 워커입니다! 앤디라고 불러주세요! 제 애칭이에요! 엄마랑 아빠도 그렇게 불러요! 그리고, 그리고…….”

오늘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첫인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본 준의 작품은 무엇인지, 준이 출연했던 영화 중 뭐가 가장 좋았는지, 준은 연기도 잘하고 바이올린 연주도 멋지다고, 그래서 자신도 지금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고.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씩씩한 성격인 데다가 대본이나 좋아하는 책의 구절도 잘 외우는 터라 이런 일이 거의 없는 앤드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천천히 입술을 우물우물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인 앤드류의 표정에 앤드류의 아빠는 웃어야 할지 달래야 할지 고민했다.

좋아하는 배우를 만났다고 우는 모습이 귀여워서 배우들은 벌써 어깨를 떨며 웃고 있었다.

눈가가 붉게 번지는 앤드류 워커의 모습에 서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앤드류 워커와 눈을 맞추고 따뜻한 선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서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앤디.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서준의 말에 앤드류가 입술을 꾸욱 다물고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봐. 기다려 줄게.”

따뜻한 선기가 앤드류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천천히 숨을 고르는 앤드류에 어른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애도 잘 보네. 데이비스의 말에 밀란 첼런과 바네사 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앤드류는 준비했던 말 중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준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훌쩍이던 앤드류가 서준의 말에 눈물이 고인 눈으로 활짝 웃었다. 성공한 덕후가 된 아들을 보며 아빠는 웃고 말았다.

인사를 나눈 후 모두 자리에 앉았다.

어른들의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앤드류의 옆자리에는 서준이 앉게 되었다. 앤드류의 활짝 웃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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