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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307화 (30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07화

센터 밖이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쬈다. 조금 전 케이트의 설명을 들었던 탓인지 그저 따뜻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햇살이었다.

눈 부신 햇살에 손바닥으로 햇빛을 막고 있던 서준은 눈 앞에 펼쳐진 푸르른 바다에 감탄했다. 케이트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씨 세이브의 자랑, 바다관입니다. 바다관은 작은 수조에 익숙한 해양동물들이 더 넓은 공간과 더 차가운 물에 익숙해지기 위해 만든 장소죠. 이곳에서 바다에 적응하는 훈련을 한 다음 바다로 내보냅니다. 크기가 큰 아이들이 이곳에 머무르기도 하고요.”

서준은 케이트의 설명을 들으며 바다관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이어진 바다관은 넓은 바다 위에 고정된 중앙의 새하얀 길과 움직일 수 있는 수많은 길로 경계가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씨 세이브 팀원 몇몇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꼭 나뭇가지 같네요.”

새하얀 길은 마치 곧은 나무 기둥 같았고 새하얀 길과 이어진 갈색의 길들은 기둥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 같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들이 맞닿아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렇게 막힌 공간마다 이제 곧 바다로 나갈 해양동물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마침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 수조 한곳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위로 튀어 올랐다. 허공으로 떠오른 물방울들이 빛과 만나 반짝였다. 서준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서도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높이 떠오른 모습이 그 돌고래가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저 갈색 길은 이동이 가능해요. 아이들마다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죠. 하지만 보호하는 동물들의 수가 많아지면 잘 지키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럼 가까이 가 볼까요?”

케이트가 서준에게 구명조끼 하나를 건네주었다. 제작진들도 하나둘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서준은 구명조끼의 벨트를 단단히 잡아당기며 물었다.

“구명조끼는 왜 입는 거예요?”

“길 옆이 바다라서 실수로 빠질 위험이 있고 가끔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옷을 입으로 물고 잡아당기기도 하거든요.”

아하.

케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준과 제작진이 구명조끼의 벨트를 단단히 매고 옷자락이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은 케이트는 서준을 바다관 입구와 제일 가까운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씨 세이브 팀원 하나가 팔팔하게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허공으로 던지고 있었다. 매끈한 돌고래가 삐이- 소리를 내며 수면 위로 뛰어올라 먹이를 받아먹었다.

서준과 인사한 팀원이 웃으며 돌고래를 소개했다.

“얘 이름은 로키예요. 지느러미에 크게 상처 입어서 해안가까지 밀려온 아이죠. 이제 치료도 다 끝나서 튼튼해요.”

새로운 사람들에 돌고래, 로키가 신기한 듯 서준과 제작진 가까이 다가왔다.

잠시 사람들의 앞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던 로키가 삐이- 울며 꼬리로 수면을 내리쳤다. 그 여파로 생긴 물보라가 서준과 제작진에게까지 튀어버렸다. 가볍게 젖은 서준과 사람들을 보며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로키는 마치 배를 잡고 웃고 있는 꼬마 아이 같았다.

로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어 바닷물에 젖어버린 담당자는 익숙한 듯 로키의 관심을 옮기기 위해 팔딱팔딱거리는 물고기를 저쪽으로 던졌다.

“우리 센터에서 제일 가는 장난꾸러기죠.”

로키의 담당자는 해탈한 것 같았다.

확실히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로키는 언제 바다로 돌아가요?”

“아마 준이 구한 새끼 혹등고래랑 비슷한 시기가 될 것 같아요.”

바다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돌고래, 로키가 삐이이- 울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 팔팔한 모습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새끼 혹등고래는 로키 바로 옆에 머물고 있어요.”

케이트가 로키가 있던 구역의 바로 옆을 가리켰다.

갈색의 길로 둘러싸인 그 구역은 돌고래 로키의 구역보다 컸다.

“준의 말대로 배 쪽에 상처가 있어서 치료한 상태입니다. 적당히 아물고 체력이 회복되면 바다로 돌려보낼 거예요. 저흰 나흘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케이트의 말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다시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고래의 상처에 대해서 말해줬지만 이렇게 다시 만날지는 몰랐다.

피디가 눈을 반짝였다.

보트에서 내릴 때부터 케이트와 씨 세이브 팀원들을 찍었던 터라 서준의 모습이 제대로 찍힌 장면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서준에 대한 정보, 그러니까 너튜브에는 업로드되지 않은 특별한 정보가 필요했는데 아주 적당한 게 나타난 것이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찍고 있던 피디가 입을 열었다.

“준이 배 쪽에 상처가 있다고 했나요?”

“그냥…….”

서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 고래를 발견했을 때하고 물을 뿌려줄 때, 조금 어색한 움직임이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일반인이 발견하긴 힘들었을 텐데. 준. 평소에 고래에 관심이 많았어요?”

케이트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꿈속에서 거대한 고래를 본 적이 있거든요.”

‘꿈이 아니라 전생의 삶이었지만.’

한 고래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상급 도서관의 책이었다.

오래오래 살아서 책도 그만큼 두꺼웠다. 계속 고래의 삶을 읽다 보니 현실의 고래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무슨 고래일까, 궁금해서 책이나 너튜브로 찾아본 적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고래에 대해서도 좀 알게 됐고요. 근데 실제로 보니까 구분은 잘 못 하겠더라고요.”

“새끼라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꿈속에서 본 고래는 무슨 고래였어요?”

“흰긴수염고래랑 비슷하게 생겼던 것 같아요.”

잠시 꿈에서 본 고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서준과 케이트의 대화가 멈추었다.

수면 위로 서준이 구했던 새끼 혹등고래의 등이 보였다. 곧 새끼 혹등고래의 등 위, 숨구멍에서 V 모양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숨쉬기 위해 올라온 것 같네요. 혹등고래는 숨구멍이 두 개라서 이렇게 물줄기가 두 개로 나와요.”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낸 새끼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생생한 고래의 모습에 서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 고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래사장 위에서 축 늘어져 있던 모습과는 달리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았던 새끼 혹등고래가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어째선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새끼 혹등고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같다고 생각했다.

놀란 것 같은 새끼 혹등고래는 사람들이 서 있는 곳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사람들 사이에 서준이 있었다. 고래의 왼쪽 눈이 서준을 주시했다.

“신기하다. 자신을 구한 게 준이라는 걸 아는 것 같네.”

“그러게.”

자그마한 제작진들의 대화 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선기의 영향이겠지.’

서준은 무릎을 굽혀 새끼 혹등고래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서준이 고개를 들어 케이트를 보았다.

“만져도 되나요?”

“그럼요.”

서준의 손이 새끼 혹등고래에게 닿았다.

피디가 손을 휘휘 젓자 스태프들이 물러섰다. 케이트도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났다.

다시 만난 새끼 혹등고래와 슈퍼스타.

새끼 혹등고래에게서도, 슈퍼스타에게서도 반짝이는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선)마을 의원의 백사의 눈을 발동합니다.]

새끼 혹등고래의 상태를 체크한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건강해 보여.”

그 말을 이해한 듯, 서준이 흘려보낸 선기를 알아챈 듯, 새끼 혹등고래가 우우우웅! 울기 시작했다.

찌그러드는 폐를 막아주고 멈출 뻔한 심장을 움직이게 해주었던, 힘들었던 그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던 단 하나의 따듯함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준이 좋은가 봐요. 혹등고래는 노래하길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기분이 좋을 때도 이렇게 소리를 내거든요.”

새끼 혹등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듯한 슈퍼스타의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우우웅! 웅!

새끼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는 길게 이어졌다. 고래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서준과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노래까지 부를 정도니, 많이 회복된 모양이에요.”

“이 아이가 특별하긴 해요. 바닷가에서 구한 동물들보다 빨리 회복했거든요.”

서준이 흘려보내 준 선기 덕분일 터였다.

우우웅! 웅!

새끼 혹등고래가 울었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에 스태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쩐지 일어난 서준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울음소리였다.

케이트도 서준도 그걸 알아차리고 웃고 말았다. 혹등고래의 울음소리에 옆 구역에 있던 돌고래, 로키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준. 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래요?”

“이름이요?”

“준이 없었다면 구하지 못했을 거니까요.”

케이트의 말에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까지도 우우웅! 웅! 섭섭함이 가득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새끼 혹등고래를 보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우리/”

“‘우리’요? 한국어예요?”

“네. 영어로는 우리(We)라는 뜻이에요.”

“우리라…….”

URI.

몇 번을 되새기던 케이트가 물었다.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어요?”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저 새끼 혹등고래는 제 힘만으로 구한 게 아니니까요.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있어서 구할 수 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 그러니까 ‘우리’가요.”

“좋네요. We. 우리.”

뜻깊은 이름에서 새끼 혹등고래에 대한 애정을 느낀 케이트와 또 다른 화젯거리를 찾은 피디가 활짝 웃었다.

* * *

새끼 혹등고래, 우리를 뒤로하고 바다관의 다른 동물들을 둘러본 케이트와 서준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지하 1층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들었는데 뭐가 있어요?”

“잠시만요. 직접 보는 게 나을 거예요.”

케이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케이트의 뒤를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간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리 벽 너머에 바다관에서 봤던 로키가 있었다.

놀란 서준의 표정에 로키가 주둥이를 벌렸다. 그 모습이 마치 박장대소를 하는 것 같았다. 돌고래의 높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긴……?”

“바다관이랑 연결되어 있는 곳이에요. 센터와 가까운 바다관에 있는 애들, 그러니까 이제 막 바다 환경에 적응하는 로키와 ‘우리’ 같은 애들은 많이 살필 필요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항상 장비를 착용해서 바다에 들어갈 수도 없고, 저녁이나 밤에도 살필 필요가 있죠. ‘우리’도 여기서 볼 수 있어요.”

케이트의 말대로 로키가 있던 곳, 바로 옆에 시무룩한 모습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새끼 혹등고래, 우리가 보였다. 그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래의 감정을 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게요. 이렇게 다 느낄 수가 있네요.”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서준이 선기를 내뿜었다.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따듯한 아우라를 느낀 우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유리 벽 너머 서준을 보고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얼른 유리 벽 앞으로 헤엄쳐와 옆으로 돌았다. 우리의 왼쪽 눈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우우웅!

기뻐 보이는 우리의 모습에 서준과 케이트, 제작진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 * *

우우우웅!

새끼 혹등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삐이이이!

돌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하 1층의 다른 구역을 돌아보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서준과 케이트가 눈을 깜빡이다 입을 열었다.

“케이트. 로키가 우리 놀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요.”

서준과 케이트가 다른 곳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얇은 그물 하나로 구역이 나뉜 새끼 혹등고래 우리와 돌고래 로키는 신경전을 하듯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로키는 여유만만인 반면 우리는 씩씩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제작진은 자신의 눈을 비벼야 했다.

지나가던 씨 세이브 팀원이 웃으며 말했다.

“로키가 길을 넘어서 ‘우리’의 구역으로 넘어갔거든요. 준을 찾으려는 ‘우리’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면서 방해하다가 다시 자기 구역으로 넘어갔는데 약이 안 오를 리가 있나요?”

“……정말요?”

서준과 제작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난꾸러기란 말은 들었지만 남의 구역까지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모두 놀라는 사이 피디는 그 모습이 바다관에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찍혔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아, 하긴. 구역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니까 로키는 모를 수도 있겠네.’

넓은 바다에서 살다 왔으니 그냥 걸리적거리는 장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허. 덩치는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녀석이 무슨 배짱으로…….”

한 스태프의 말에 다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트가 사람들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서로 부딪히지 않게 구역 배치도 잘해야 하죠. 아마 로키도 같이 놀자고 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많이 화내는 것 같지는 않고요.”

유리 벽 너머 얇은 그물을 경계로 마주 보고 우우웅! 삐이- 울고 있는 우리와 로키를 보고 있던 서준이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랑 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는데…… 로키. 넌 우리 꼬리 한 방이면 끝이야.”

진심 어린 서준의 걱정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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