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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305화 (30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305화

대학에 들어오고 첫 방학을 맞이한 송유정이 휴대폰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임예나가 보내준 [마이드만 비치, 고래 구출 중!]의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촤아악, 물소리 조금 흔들리는 화면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생방송이라서 더 감동적이다ㅠㅠ

>임예나 :ㅠㅠ 구조대 빨리 왔으면ㅠㅠ

임예나의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화면이 바다 쪽으로 돌아갔다. 푸르른 바다 위, SEA SAVER라고 적힌 배가 해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임예나 : ???

<왜?

>임예나 : 씨 세이브네? 저기 새싹에서 기부하는 곳임.

>임예나 : 서준이 생일에.

<오. 좋은 곳인가 보네.

구조대의 등장에 임예나와 송유정은 안도한 얼굴로 마음 편하게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송유정은 잔뜩 긴장한 몸을 풀고 소파 위에 늘어졌다.

>임예나 : ㅇㅇ 다들 조사 열심히 해서 고른 곳이니까.

>임예나 : 서준이 이야기를 하니 서준이가 보고 싶은걸.

>임예나 : 이것만 보고 가야지.

임예나의 말대로 씨 세이브는 영화 속 히어로처럼 멋지게 등장해 순식간에 고래를 바다 쪽으로 이끌 준비를 했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씨 세이브의 움직임보다 송유정의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었다.

<근데 저기 검은 모자 쓴 사람 있잖아.

송유정이 영상을 봤을 때부터 고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던 검은 모자.

>임예나 : ㅇㅇ

<왠지 낯이 익어.

>임예나 : ㅋㅋ모자 쓰고 있는데 얼굴이 보여?

<그냥……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국인인가?

>임예나 : 그런 것 같은데.

그리고 마침내, 고래가 바다로 돌아갔다.

감사 인사처럼 남긴 물보라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너튜브 채팅창도 감동의 눈물로 가득 찼다.

씨 세이브 팀장의 설명이 이어지고 곧바로 채팅창에 번역이 달렸다. 그렇게 ‘고래 구출 작전’이 훈훈하게 마무리될 찰나, 으아아악! 남자의 묵직한 비명이 들렸다.

-뭐야?! 뭔데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너튜버도 놀란 듯 소리가 난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귀신이라도 본 듯 놀란 표정의 흑인 남자가 옆 사람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옆 사람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임예나 : 헐. 싸우는 건가?

[히어로 하니까 생각났어! 아까 그 애! 검은 모자 쓰고 있던 애!]

남자의 목소리가 확실히 들려왔다. 누군가 바로 번역을 올려주었다.

검은 모자? 송유정과 임예나가 눈을 깜빡였다.

[서준 리였다고! 진 나트라! 그레이 바이니! 고주원!]

이건 번역할 필요도 없었다.

침묵이 깔려 조용해진 영상 속 해변처럼 너튜브 채팅도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다들 너무 놀라 한 글자도 칠 수 없었다.

……!

귀에 쏙쏙 박히는 이름들에 송유정은 입을 틀어막았다. 어쩐지 눈길이 간다고 생각했다.

‘그게 서준일 줄은 몰랐지만!’

* * *

사람들에게서 상황을 들은 씨 세이브와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입을 쩌억 벌렸다.

“……서준 리요? 그, 쉐도우맨에 진 나트라로 나오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그렇다니까요! 와. 이제 생각해 보니 왜 몰랐나 싶어요!”

피디에게 설명해 주던 수잔이 문뜩 떠오른 생각에 잔뜩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 아까 준이랑 악수했어!”

“진짜? 부럽다!”

피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슈퍼스타의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마이드만 해변이 들썩이고 있었다. 영상을 찍고 있던 사람들은 찍었던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서준 리를 찾고 있었고 서준 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은 상기된 얼굴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디는 이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을 깨달았다.

‘그 소년이 서준 리라니…….’

케이트가 자신에게 상처가 있다고 말해준 소년을 떠올렸다. 어쩐지 인상 깊은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배에서 무전이 왔다.

-팀장님! 이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 알았어. 바로 출발할게.”

케이트의 말에 웅성거리고 있던 씨 세이브 팀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트에 오르는 씨 세이브를 보며 고민하던 피디가 케이트에게 말했다.

“팀장님. 저희는 이쪽에서 인터뷰하고 센터로 가겠습니다. 두 팀으로 나눌 예정이니 촬영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그러세요.”

마지막으로 케이트가 보트에 오르고 피디와 카메라 감독만이 해변에 남았다. 보트가 새하얀 물결을 만들어내며 씨 세이버를 향해 나아갔다.

작은 고래와 배를 바라보던 피디가 몸을 돌려 들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 * *

이런 화제를 방송국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평범한 고래 구출 영상은 드물지만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할리우드 배우까지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진짜 히어로처럼 정체도 안 밝히고 갔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방송국도 신문사도 바로 마이드만 해변에 인터뷰할 사람들을 보내고 구출 영상을 구해 편집했다. 그러고는 바로 뉴스에 내보냈다.

* * *

스미스의 집.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온 서준은 잭이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뉴스가 떴어?”

소파에 몸을 반쯤 파묻은 잭이 말했다.

“응. 딱 너 들어갔을 때부터 나왔어.”

“그래? 한국도 난리겠네.”

“그런 것 같더라.”

어렸을 때, 서준이 서은혜에게서 한국어를 배울 때 같이 배워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잭이 휴대폰을 건넸다.

“온통 네 이름뿐이야.”

킬킬 웃는 잭의 말에 서준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았다. 포털 사이트의 연예기사란이 전부 이서준으로 도배된 상태였다.

[고래 구출 작전을 도운 배우 이서준?]

[배우 이서준! 고래를 구하다!]

[배우 이서준이 마이드만 해변에 간 이유는?]

-와……너튜브 보다가 심장 떨어지는 줄.

=22 훈훈한 마무리에 눈물 닦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어ㅋㅋ

=333 영상 보면서 잘 살아라, 고래야. 하고 있는데 갑분이서준ㅋㅋ

-사람들 진심 놀란 것 같더라.

=젤 처음 안 사람은 친구 멱살 잡던데ㅋㅋ

=근데 나라도 놀랐을 듯. 해변에 놀러 갔는데 갑자기 고래가 나타나질 않나, 고래를 구하려고 정신없이 양동이 나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옆에 있던 사람이 이서준ㅋㅋㅋ

=옆에 있던 사람이 이서준ㅋㅋ

=그냥 서 있어도 놀랄 텐데ㅋㅋ 이야기까지 나눴는데 몰랐어ㅋㅋ

-갑자기 웬 이서준? 이서준 미국에 있잖아?

=이거 봐.(링크)

=……?? 미국에서 고래를 구했다고?!

“음. 회사도 난리겠다.”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숨긴다고 숨겼는데 고래에게 선기를 흘려보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완벽하게 숨기는 데 실패한 것 같았다.

“준, 인터뷰 나온다.”

잭의 말에 서준의 눈이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불과 40분 전까지 있었던 마이드만 비치가 나왔다.

영상 속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민인, 꼬마 아이와 아이의 부모가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하고 있었다. 낯익은 사람들의 얼굴들이었다.

“제일 처음에 고래를 보고 달려간 것도 준이었어요.”

“제가 형한테 수건도 줬어요!”

그다음으로 나타난 건 흑인 남자였다.

“처음엔 그냥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점점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그게 준이었다니! 내가 이스케이프를 얼마나 봤는데 왜 못 알아봤을까!”

[톰/서준 리를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이라는 자막에 서준과 잭이 웃음을 터뜨렸다.

“영상에서 보다시피 서준 리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체계적으로 움직이진 못했을 거예요. 고래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수건을 덮고 인간 고리를 만들어서 양동이로 물을 뿌리고.”

“체력도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진짜 쉬는 걸 못 봤어요.”

수잔과 친구들도 인터뷰했다.

“다들 고마운 사람들이야.”

“그러게.”

자신이 가장 유명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히어로였다.

-서준 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있어요! 준! 고래는 씨 세이브 센터에 갈 거래요!”

화면 속 수잔이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씨 세이브 센터는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어서 견학도 가능하대요! 준이 꼭 고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 *

사무실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기에 코코아엔터 2팀 직원들이 헛웃음만 뱉었다.

“이런……이번엔 스케일이 엄청 크네요.”

“미국에서 편하게 잘 놀다 오랬더니 뉴스에, 그것도 미국 뉴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 토픽이 되어버릴 줄이야.”

역시 슈퍼스타의 스케일은 달랐다.

흐흐흐 웃으며 전화를 받고 메일을 보내는 직원들을 보던 안다호가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킹즈에이전시의 연락이었다.

* * *

폭풍 같았던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한국에 있는 안다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ABS 방송국에서 킹즈에이전시로, 킹즈에이전시에서 안다호에게로 전해진 연락이었다.

“다큐멘터리요?”

-그래. 이번에 구한 고래가 바다로 돌아갈 때까지 촬영하는 거야.

“음.”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다큐멘터리 찍는 중 아니었어요? 제가 갑자기 나와도 돼요?”

-그래서 이번 다큐멘터리를 아예 따로 내보낼 생각도 있대. 두 개를 만드는 거지. 기존 다큐와 네가 나오는 다큐로.

씨 세이브 측에서는 어찌 됐든 홍보 효과가 좋으면 되고 ABS방송국도 시청률과 화제성만 좋으면 됐다.

-게다가 씨 세이브는 네 생일에 팬분들이 기부하고 있는 곳 중 하나고.

“아. 그러고 보니 본 기억이 있어요.”

매년 서준의 생일마다 새싹들이 기부하는 곳 중 하나, 씨 세이브.

서준이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촬영이지만 괜찮을 것 같았다.

수잔의 말처럼 자신이 구한 고래가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팬분들이 기부한 씨 세이브 센터가 어떤 곳인지 둘러보고 싶었다.

‘팬분들도 영상으로 기부한 센터를 보면 뿌듯해할 것 같고.’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촬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호 형. 할게요. 다큐.”

-알았어. 바로 전할게. 근데 고래의 상태가 아주 나쁘지는 않아서 내일부터 바로 촬영에 들어갈 거래. 그래도 하루 종일 촬영하는 건 아니라 괜찮을 거야.

“네.”

어차피 요 며칠 동안은 아무 계획도 없었다.

서준의 승낙에 안다호와 킹즈에이전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ABS방송국에서도 기사를 내보냈다.

[배우 이서준,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결정!]

[고래를 구한 히어로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ABS의 특별 다큐멘터리! 배우 서준 리 출연!]

-!! 서준이 다큐멘터리 찍는 거야?

-솔직히 안 찍고는 못 배기지.

=222 이 소재로 영화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ㅎㅎ

=ㄴㄴ 그렇다기엔 너무 짧고. 다큐가 적당한 듯

-확실히 서준이의 일코는 대단하다. 아무도 못 알아봐ㅋㅋ

=워킹맨만 봐도ㅋㅋㅋ

-나 다큐는 지루해서 안 보는데.

=22 그래도 이번엔 봐야 할 듯.

-씨 세이브는 뭐 하는 곳이야?

* * *

“헐. 팀장님! SNS에 우리 센터랑 서준 리 이야기밖에 없어요!”

갑작스러운 할리우드 스타의 출연과 이어지는 사람들의 반응에 씨 세이브 팀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할리우드 스타가 나와도 이런 환경 보호 쪽 이야기에는 관심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기부금도 엄청 들어오는데요?”

그것도 한국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실시간으로 쌓여가는 기부금에 팀원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왠지 부담이 되는데요.”

“그러게.”

이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 씨 세이브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안녕하세요. 서준 리입니다.”

씨 세이브 센터에 할리우드 스타, 서준 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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