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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299화 (29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99화

“네. 네. 공격 성향이 너무 강해서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간호사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커튼이 내려왔다.

반전을 알고 몇 번이나 봤으면서도 어느새 넋을 놓고 있던 팬들이 정신을 차리고 환호성을 보냈다.

천천히 다시 막이 올랐다.

서준을 중심으로 나란히 선 배우들이 관객들을 보며 꾸벅 인사했다. 멋진 연극을 보여준 배우들에게 팬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배우 이서준.”

마이크를 쥔 서준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꾸벅 인사했다.

“양주희, 강재한, 박시영, 전성민이었습니다.”

서준의 호명에 한 명 한 명 관객석을 보며 인사했다. 박수 소리가 들리고 서준이 팬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지금은 머리도 엉망이라서…….”

엉망이 된 머리 모양이 쑥스러운 듯 서준이 작게 웃자 관객석에서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귀엽다! 괜찮아! 외침이 들려왔다.

무대의 막이 내려오고 서준과 아이들도 무대 뒤로 내려왔다.

서준은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연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모두 상기된 얼굴이었다. 서준이 활짝 웃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뭘. 출연료도 받았는데.”

“덕분에 피규어도 살 수 있었어.”

강재한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팬미팅 잘해.”

“우린 먼저 가 볼게!”

“내일 학교에서 봐.”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으러 대기실로 향하는 친구들을 배웅한 서준은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은 서준에게 스타일리스트가 다가갔다. 재빠른 솜씨로 머리를 단정히 하고 화장을 고쳤다.

그동안 스태프들이 무대를 정리했다. 그렇게 깔끔하게 치워진 무대 위에는 의자 하나만이 남았다.

다시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온, 노란색 맨투맨을 입은 서준이 의자에 앉았다.

* * *

“영상으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

“오늘 못 왔으면 진짜 억울했을 듯.”

연극 거울에 대해서 떠들고 있으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다시 막이 올라가고 의자에 앉아 있는 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도 살벌한 눈빛으로 관객석을 보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던 검은 눈동자에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

바로 눈앞에서 보는 온오프는 다시 한번 팬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이 사람이, 이 배우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였다.

한 명 한 명 팬들의 얼굴을 보는 듯, 관객석을 둘러보던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잘 보셨어요?”

-네!

-잘 봤어!

여기저기서 연극에 대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두 귀로 직접 듣고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감상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 * *

“다음 순서는 퀴즈네요. 퀴즈는 팬미팅에 참가 못 하신 새싹 분들이 카페에 올려주셨어요.”

서준이 큐카드를 읽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댓글에 다들 절대 못 맞힐 겁니다, 라고 적으셨대요.”

관객석에서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 있는 새싹들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하긴, 부러울 만도 하지. 너무 행복해서 입꼬리가 도통 내려가질 않고 있었다.

“퀴즈는 회사 직원분들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거로만 골랐대요. 예를 들면…….”

큐카드를 읽은 서준이 쿡쿡 웃었다.

“드라마 내의원에서 성녕대군이 허의관을 부른 횟수는? 이라는 문제네요. 와. 이걸 다 세어보신 거예요?”

문제를 풀 자신이 만만했던 송유정과 임예나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미쳤네…….”

“저걸 다 셌다고?”

그때 옆자리에 앉은 강태영에게서, 그러고 보니 강태영 배우가 앉아 있었지?!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칠…… 칠십사?

“정답은 73번이라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문제는 드라마를 다 봐야 하니까, 물론 성녕대군이 중간에 죽어서 몇 화만 보면 되지만 체크하려면 시간이 걸리죠.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안 낼 거예요.”

서준의 말에 임예나와 송유정이 놀란 눈으로 강태영을 바라보았다. 하나 차이였지만 비슷한 답을 내놓을 줄은 몰랐다.

강태영이 슬픈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73번이 아니라 74번인데……!’

“문제는 오엑스로만 갑니다. 오면 오른손으로 들고, 엑스면 왼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 열 분이 남을 때까지요. 그럼 첫 번째 문제!”

새싹들이 서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재수사에서 꼬마가 증언했던 차량 번호는 4812다. 맞으면 오른손! 틀리면 왼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카메오로 출연했던 드라마가 나올 줄은 몰랐다. 확실히 인원수를 줄이기 위한 문제였다.

송유정과 임예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찍어야겠네.”

“그러게.”

이럴 때 틀린 숫자를 낼까, 맞는 숫자를 낼까 잠시 고민하던 두 사람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강태영도 오른손을 들었다.

관객석을 둘러본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정답은 오입니다. 오른손 들고 계신 새싹 분들. 맞히셨어요. 계속 들고 계세요.”

안타까움과 환호가 섞여 들려왔다.

“그럼 두 번째 문제입니다. 내의원에서 역병이 나타난 마을의 이름은 오계리다. 맞으면 오른손. 틀리면 왼손!”

서준의 말에 송유정과 임예나는 고민도 없이 바로 왼손을 들었다. 강태영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쉬웠나 봐요. 오계리가 아니라 무울리죠. 왼손 정답입니다!”

문제가 이어지고 결국 10명이 남았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갈라진 임예나와 송유정.

“으. 부럽다. 잘 다녀와!”

부러운 눈빛을 한 송유정의 배웅을 받은 임예나가 활짝 웃으며 무대 쪽으로 향했다.

서준은 활짝 웃으며 무대 위로 올라온 열 명의 팬을 꼬옥 안아주었다.

* * *

팬미팅 1부가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코코아엔터 측에서 간식을 나누어주었다. 옆에서 전해지는 도시락을 받은 송유정과 임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간식이야?”

“그냥 식사 같은데?”

유명 호텔의 샐러드와 큐브 스테이크, 한입 크기로 잘린 여러 과일과 음료수는 팬들의 배를 충분히 채워주었다.

“맛있어!”

연신 감탄하던 송유정과 임예나가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팬미팅에 빠져서 잠시 잊고 있던 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큐브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먹고 있던 강태영이 두 사람의 시선에 헤헤 웃기만 했다. 주용진이 들키면 바로 서준에게 가라고 했지만, 강태영은 이 자리에서 팬미팅을 더 즐기고 싶었다.

“……비밀로 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근데 서준이 보러 안 가세요?”

쉬는 시간이라 화장실 가는 척 빠져나가도 아무도 모를 터였다.

나 같으면 그랬을 텐데!

“전 오늘 새싹으로 온 거라서요. 팬으로서 서준이를 만나려고요.”

묘하게 이해가 가 송유정과 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서준이 팬으로서만 대해주자!

“처음에 서준이가 노래 부르면서 나올 때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쵸? 우리 서준이는 노래도 잘해!”

“예시로 나왔던 퀴즈는 어떻게 아셨어요?”

“하도 보다 보니까 궁금해져서 세어봤어요. 근데 73번이 아니라 74번입니다. 두 번이나 세봤어요.”

“그렇구나.”

그저 평범한 세 새싹의 수다가 이어졌다.

* * *

배우 이서준의 팬미팅 2부가 진행되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가 팬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팬들도 본 적 있는 상자였다.

마이크를 든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 상자 아시죠? 네. 이 상자에는 팬 여러분들이 입장하면서 적어주신 질문지가 들어있어요. 어떤 질문일지 궁금하네요. 얼른 뽑아보겠습니다.”

서준이 상자에 손을 넣어 질문지 하나를 뽑았다. 자신이 적은 질문이 뽑힐까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첫 질문부터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읽었다.

“‘서준아, 응원봉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적어주셨네요.”

오오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관객석이 들썩였다.

“응원봉!”

“헐. 저게 유정이 네 거야?”

“응! 뽑힐 줄은 몰랐는데!”

들썩이는 팬들과는 달리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코코아엔터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도 몇 번 구경하러 간 적이 있는 터라 응원봉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고 있었다. 중앙제어장치로 다 같은 색으로 반짝이는 응원봉이 멋지긴 했다.

“근데 배우도 응원봉이 있나요? 브블 형들이나 화이트 형들. 레크 누나들 응원봉은 봤는데…… 형, 누나들은 가수잖아요.”

서준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우 응원봉은 언제 써요?”

-팬미팅!!

하긴 영화관이나 집에서 작품을 보면서 응원봉을 흔들기는 좀 그렇지.

“응원봉 있으면 좋을까요?”

서준이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응원봉이 있으면 좋은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응원봉을 사는 것도, 사용할 것도 팬들이니 서준은 팬들에게 물어보았다.

서준의 물음에 관객석에서 일제히 같은 대답이 쏟아졌다.

-네!

-만들자!

‘팬분들이 원하는 거니 만들어야지.’

압도적인 찬성에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응원봉! 만들어 보죠! 형 누나들 응원봉이 있으니까 회사에서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있을 거예요. 거기다 사장님이 제 외삼촌이니까 만들어 달라고 하면 해주지 않을까요? 정 안 되면 투자자의 힘을 써볼게요.”

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팬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안다호가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 가수팀에 응원봉에 대해서 문의했다. 주말 평일이 없는 가수팀이니 누군가 답변을 해주리라. 라고 생각하자마자 답장이 왔다.

‘디자인은…… 공모전을 열까?’

일 잘하는 매니저는 벌써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다음 질문! ‘이번 여름방학 때는 뭐 할 예정이야?’라고 물어봐 주셨네요. 여름방학에는 미국에 갈 예정입니다.”

오오.

감탄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할리우드 영화 찍어?

-새 작품이야?

팬들의 질문에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휴가예요. 친구들도 만나고 조금 놀다가 돌아올 거예요. 친구 중에 야구를 하는 애가 있거든요. 야구경기 보러 가기로 했어요. 그럼 다음 질문!”

서준은 팬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어떤 작품이 제일 좋은지, 힘들었던 배역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좋아하는 노래나 작품 등 취향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건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 서준아, 깨물하트 할 줄 알아? 라고 물어보셨어요. 깨물하트…… 레크 누나들이 하는 거 봤는데. 이렇게 하는 거죠?”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놓아둔 서준이 동그랗게 두 손을 모아 앙, 깨물어 하트를 만들었다.

스크린 화면 가득히 나오는 서준의 모습에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팬들의 반응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팬들도 서준도 행복한 시간이 흘러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그 말에 관객석에서 아쉬움 가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준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더욱 활짝 웃었다.

“이렇게 절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정말 좋네요.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새싹 여러분.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저도 정말 사랑해요!”

무대에 선 서준에게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팬들이 앉아있는 관객석을 둘러보던 서준이 입 가까이에 마이크를 댔다.

[(선)엘프의 기초호흡이 발동됩니다.]

[(선)외발 하피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서준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배우 이서준의 팬미팅이 끝났다.

* * *

[배우 이서준, 팬미팅 역조공 선물들!]

[배우 강태영, SNS에 이서준 팬미팅 사진 올려!]

[배우 강태영, 새싹 인증!]

-팬미팅 재미있었다며?

=엄청! 재미있었어!

=ㅠ나도 가고 싶었다ㅠ

=우리 후기라도 읽자ㅠㅠ (링크)

-포카 추첨이라도 됐으면 좋겠네.

=222 없는 운이라도 써서 당첨되고 싶음.

-강태영 초대석으로 간 거야?

=ㄴㄴ 후기로는 티켓 사서 왔대. 계속 관객석에서 보기만 했대.

=피켓팅을 뚫다니…… 서준이 찐팬이네ㅎㅎ

[제목 : 서준이 팬미팅 간략 후기]

MC가 없어서 그냥 서준이랑 노는 느낌이었음. 정말 좋았다ㅎㅎ

진행이 처음인 서준이도 너무 귀여워……!(아파트 쾅!)

+)질문지에 깨물하트 넣은 새싹…… 진심으로 하는 일 모두 잘 되길 기도할게!

-진행하다가 실수하면 서준이가 헤헤, 웃음으로 때우는데 새싹들 다 넘어감ㅋㅋ

=22 처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깨물하트ㅋㅋ 질문을 가장한 미션ㅋㅋ 서준이 진짜 귀여웠음ㅎㅎ

=깨물하트라니……! 누가 사진이나 영상 좀 올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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