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96화 (29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96화

텔레비전 화면 속 최유원 감독의 고개가 김서연과 이현성 팀장을 번갈아 보았다.

송유정과 엄마는 숨을 죽이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김서연과 이현성 팀장은 서로를 바라보는 서로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간질간질한 분위기에 송유정과 엄마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최유원 감독의 씁쓸한 미소가 화면에 나타났다.

-으아아아…….

휴대폰 건너에서 임예나의 비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송유정은 그제야 임예나가 ‘어남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거의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의 통곡에 송유정은 히죽 웃었다.

‘어남성’의 승리였다.

‘어차피 남주는 이현성’으로 굳혀지고 만족스럽게 웃던 송유정이 시계를 보았다.

“헐. 벌써 반이나 지나갔어?!”

“벌써?”

엄마까지 놀라 시계를 보았다. 5분도 안 본 것 같은데 벌써 30분이나 지났고, 봄이 돌아왔다도 이제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보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좋겠다. 애가 타는 송유정과 엄마의 마음은 모른 체 드라마는 계속 진행되었다.

버스 창밖에서 소년이 무어라 말했다.

뺨이 붉게 변한 소녀가 유리창에 이마를 대었다.

두 아이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흐뭇한 눈을 지켜보던 송유정과 엄마, 휴대폰 건너의 임예나는

[왜냐하면, 유성진은 그대로 떠나버렸으니까.]

김서연의 나래이션에 경악했다.

* * *

[오랜만이네. 서연아.]

이현성 팀장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송유정이 입을 틀어막았다.

최유원 감독에게서 자주 나타났던 부드러운 유성진의 분위기가 이현성 팀장에게서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아……!

휴대폰 건너에서 아까와 다른 반응이 흘러나왔다. 퍽퍽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치솟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소파나 쿠션을 두드리고 있으리라.

그 후, 이현성에게서 유성진의 과거 이야기가 풀어져 나왔다.

캐리어 하나와 가방 하나를 메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유성진이 나타났다.

“아니, 공항까지 데려다주지도 않아?!”

-우리 성진이 어떡해…….

자리에 앉은 유성진은 멍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다가,

[서연이와 기말고사를 치고 점수를 매기고 고3을 보내고 공부하고 수능을 치고 대학을 가고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오래…….]

숨죽여 울고 말았다.

송유정과 엄마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었다. 임예나가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울고 있는 유성진을 비추던 화면이 천천히 전환되며 담담히 웃고 있는 이현성이 보였다.

-난 어남유인데……!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과 엄마가 웃고 말았다.

* * *

[서연아. 좋아해.]

유성진의 고백에 송유정이 이를 꽉 깨물었다.

-어떡해. 너무 좋아……!

순간 속마음이 흘러나온 줄 알았다.

임예나였다. 휴대폰 건너에서 다시 한번 퍽퍽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파트를 부술 것 같은 기세였다. 송유정도 엄마만 없었다면 거실을 뒹굴었을 거다. 그 대신 송유정은 어느새 품에 안고 있는 쿠션을 조르듯 꽉 껴안았다.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의 비추던 화면이 점점 멀어져 카페 밖에서 유리창 안에 있는 김서연과 이현성을 비추었다. 노란색 차양과 그때는 막혀 있던 두 사람이 웃으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봄이 돌아왔다의 OST가 흘러나오며 자막이 나타났다.

[그동안 ‘봄이 돌아왔다’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드라마였어! 빨리 다시 보기 봐야지!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부터 봐야지.”

이번에 볼 때는 이현성을 중심으로 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송유정의 귀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 VOD 사 놔.”

“헷. 5화까지 벌써 사 놨어.”

* * *

“봄돌, 최고 시청률 34%! 평균 시청률 31%!!”

MBS 드라마국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진짜 30퍼센트까지 가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 30퍼센트라니! 그것도 겨우 6부작으로!”

“봄돌 종방연 했대요? 거기 완전 난리겠다!”

“첫방 때 회식해서 너무 이르다고, 차라리 포상휴가 가기로 했대.”

“하긴 6부작이라 방송한 것도 한 달 반밖에 안 됐죠?”

시끌벅적한 드라마국.

국장이 공희찬 피디를 따로 불러냈다.

“편집본이요?”

“그래. 유성진 등장 장면이 들쭉날쭉하잖아.”

“네. 그렇긴 하죠.”

아무래도 김서연의 기억에 따라 유성진이 등장하다 보니 12345처럼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13245처럼 뒤죽박죽으로 방송되긴 했다.

공희찬 피디가 볼을 긁적였다.

“최대한 순서대로 맞추긴 했습니다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걸 순서대로 편집하자고. 김서연이랑 유성진이 만났을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순서대로. 그게 더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줄 거 아니야. 다른 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한번 편집해 봐.”

공희찬 피디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서준이를 중심으로 편집해 보고 싶긴 했지.’

공희찬 피디가 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공희찬 피디의 승낙에 국장이 활짝 웃었다.

* * *

[MBS 특별기획 드라마 ‘봄이 돌아왔다’, 평균 시청률 31%!]

[겨우 6부작? 차고 넘치는 6부작!]

[6부작의 반란!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

[품절, 품절, 품절! 봄이 돌아왔다의 광고 효과!]

[해외 브랜드 홍보 효과 최고! 플러스 해외 순위 1위 달성!]

-세상 혼자 사는 듯. 시청률 31퍼센트라니ㅎㅎ

=요새 30퍼센트 넘는 드라마 없지 않나?

=그것도 6부작이 30%야ㅋㅋ

-봄돌. 광고 효과도 엄청나던데. 노란색 우산도 엄청 팔리더라.

=나도 노란 우산 샀다ㅎ 근데 이서준 운동화랑 가방은 없어서 못 사겠음.

=다른 물건들도 싹다 품절ㅎㄷㄷ 봄돌에 나온 거 엄청 팔린다고 들었음.

-아…… 피규어 사야 하는데……! 돈 모아야 하는데……!

=나도. 이번 달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 통장이 텅장이 돼버렸어ㅠㅠ

-마지막에 나온 카페는 체인점이래?

=ㄴㄴ 개인카페.

=거기도 손님 엄청 오겠구만.

=22 커플들이 봄돌처럼 사진 많이 찍을 듯.

-다른 나라도 봄돌 엄청 보나 봄.

=22 실시간으로 달릴 때도 해외 반응 많더니.

=ㅇㅇ 나 외국에 사는데 여기 반응도 장난 아님ㅎ

=짧아서 가볍게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1화부터 비주얼 쇼크ㅋㅋ

=예고편 안 보고 보면 그렇겠다ㅋㅋ

[어차피 남주는 000! 드디어 결정 났다!]

[어남성? 어남유? 과연 남주는?!]

[마지막회에서 결정된 첫사랑은 과연!?]

[국민 첫사랑, 배우 이서준!]

-풍악을 울려라! 어남성!

=오랜만이네 할 때 고함질렀다ㅋㅋ

=유성진인 거 말하고부터 표정 풀어지고 말 편하게 하는 모습에 치였다ㅋㅋ

-이현성 웃는 거 유성진 같았음.

=솔직히 서준이가 이런 이현성을 보고 유성진을 연기한 거겠지만.

=22 이렇게 보니까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옴.

-내가 이럴 줄 알았다ㅠㅠ

=22 같은 최 씨일 때 알아봤음. ㅠㅠ

=같은 최 씨?

=이서준 실기 영상 최은율ㅠ 봄돌 최유원ㅠ

=봄돌 작가가 소은진 작가 보조작가라서 더 불안했는데ㅠㅠ 진짜 이번에도 서브냐ㅠ

=이놈의 서브병을 고쳐야지.

=고백도 못 하는 모습이 최은율이랑 너무 비슷해ㅠ

-……근데 솔직히 끝에선 이현성도 끌리긴 했어.

=이 배신자를 당장 끌어내라!!

-서준이의 ‘좋아해’를 따로 땄음.

=!!보내주십쇼!!

=22 제발 보내주십쇼!

-내 이름을 서연이로 개명해야겠다.

=22 나유정으로 개명했지만 역시 김서연이 낫겠음.

-국민 첫사랑 이서준ㅋㅋㅋ

=근데 서준이 임팩트가 너무 셌어.

=222 몇 번을 봐도 넋 놓게 되더라.

=첫사랑하면 무조건 유성진 생각날 듯.

[MBS 특별기획 드라마 편집본, 다음 주 월요일 방송 예정!]

[MBS 파일럿 예능, ‘첫사랑을 찾습니다!’ 방송 예정!]

-특별 편집본은 뭐야?

=카더라로는 유성진 편집본이래.

=유성진 편집본?

=드라마 속에서는 김서연의 기억하고 같이 나오는 터라 짧게 짧게 나오고 시간 순서도 엉망으로 나오잖아. 그거 순서대로 이어붙여서 재편집한 거임.

=……너 관계자?

=ㅎㅎㅎㅎ

-파일럿 예능은 뭐냐ㅋㅋ

=파일럿은 보통 설날특집 추석특집으로 하지 않나?

=MBS 진짜 우릴 대로 우려 먹는구낰ㅋㅋ

[제목 : 봄돌) 왜 이현성일 수밖에 없는지 분석했다.]

김서연이 이현성과 최유원을 통해 유성진을 떠올리는 비중이 화별로 다름.

1화에선 이현성밖에 없었고 2화에선 최유원이 많았음.

3화랑 4화에선 비슷비슷했고 5화에서는 이현성이 좀 더 많았음.

6화에선 알다시피 이현성만 나왔고.

비중만 봐도 이현성임ㅎ

+)혹시나 싶어서 과거 회상 시간 분량도 계산해 봤는데 이현성이 많음.

-오. 그러네?

=확실히 4화까지는 비슷비슷해서 열심히 싸웠는데 5화부턴 쎄하더라ㅎ

-정성 봐ㅋㅋ 시간까지 계산했어ㅋㅋ

* * *

“특별 편집본요?”

시험 기간이 되자 서준은 대본을 보는 것을 잠시 쉬고 시험공부에 집중했다. 그 때문에 안다호가 서준의 집에 들르는 것도 잠시 멈추게 되었다.

-응. 과거 부분만 모아서 재편집해서 방송한대.

“방송할 시간이 있어요? 봄돌이 끝나고 나면 바로 오영철 작가님의 드라마가 시작한다고 본 것 같은데…….”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드라마 방송하기 전에 잠깐 방송한다더라. 아무래도 봄돌 시청률을 후속작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모양이야.

하긴 30퍼센트면 이런 꼼수를 이용해서라도 유지하고 싶을 터였다. 30퍼센트의 반만 계속 시청한다고 해도 15%. 1, 2%를 오갔던 MBS 드라마국으로선 욕심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구나.”

-월요일 9시 30분에 방송한다니까 보고 싶으면 봐.

“네.”

-그럼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다호 형도 휴가 잘 보내세요.”

-하하. 그래.

전화를 끊은 서준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달력에 [월요일/9시 30분/봄돌-편집본]이라는 일정을 적어넣고 다시 시험공부에 집중했다.

[중간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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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

* * *

월요일 9시 30분.

[봄이 돌아왔다-학창시절]이 방송되었다.

유성진이 전학 오는 날부터 급식실에서 함께 밥 먹는 장면 등, 김서연이 유성진에게 다가가고 유성진의 바짝 세웠던 가시를 가라앉히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본래 드라마와는 달리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편집본은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순서대로 보니까 너무 좋음ㅎ

=22 이거 보고 다시 봄돌 봐야지.

-근데 버스에서 유성진이 우는 모습을 아니까, 너무 안쓰러움ㅠㅠ

=행복한데 난 왜 울면서 보고 있냐ㅠ

-근데 유성진 진짜 힘들게 살았을 듯.

=22 부모가 한국으로 보냈다가 미국으로 보냈다가 난리도 아니네.

=아버지 재혼했다니까 미국에서도 진짜 눈치 보고 살았을 것 같다.

=우리 성진이 잘 컸다ㅠㅠ

-입봉 피디라고 들었는데 이번 편집본 보니까 실력 좋네.

=22 편집본이래서 그대로 이어붙인 건지 알았는데 원작이랑은 다른데 편집본에는 잘 어울리게 연출했음.

=333 연출 좋더라. 과거에서는 버스 유리창 때문에 김서연이랑 유성진이 떨어졌는데 현대에선 같이 카페 안에 있잖아. 그것도 유리창 안쪽에 한 화면에 잡히니까 좋았음.

=이현성, 최유원 나올 때 과거 회상 씬으로 전환될 때도 자연스러웠음.

=공희찬 피디라고? 다음 작품 연출도 잘할 것 같다.

-작가도 입봉이라고 들었는데 용두사미 안 돼서 좋음.

=22 배우가 이서준이라 부담감 느껴서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잘 끝났음.

=캐릭터들도 다 매력적이었고.

=유청아 작가님! 다음 작품 기대할게요!

-이제 월화에 뭘 보나.

=그러게. 6주 내내 화요일만 기다려서 월요병이 없었는데 다시 생길 것 같음.

=오영철 작가 드라마는 어떰? 오늘 1화 볼만하던데.

=그럼 그거나 볼까.

그렇게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봄돌-학창시절]의 시청률은 어마어마해 다시 한번 MBS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국장의 계획대로 봄돌의 시청률은 그대로 후속작으로 옮겨갔다. 화요일 시청률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서준! 이서준만 잡자!”

이서준 효과를 톡톡히 본 MBS 드라마국의 각오가 담긴 외침과,

“이서준! 이서준을 잡아!”

월화 시청률을 완전히 날려 버린 KBC와 SBC 드라마국에서 절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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