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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294화 (29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94화

‘봄이 돌아왔다’의 4화가 방송되고 같은 주 토요일 오후.

컴퓨터 앞에 달라붙은 강태영이 다리를 달달 떨며 초조하게 컴퓨터와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마우스를 쥐고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어쩐지 사이트가 느려지는 게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플러스 순위에 봄이 돌아왔다가 거의 1위를 하고 있어서 다음 주부터 해외 일정이 많을 거…… 강태영. 듣고 있어?”

“응응.”

“……전혀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배우 이서준 팬미팅 티켓팅날.

어제는 세상에 있는 모든 신에게 기도하지 않나, 오늘 새벽에는 정화수를 떠 놓고 빌지를 않나. 온갖 난리를 치던 강태영의 모습을 떠올린 주용진이 아주 작게 읊조렸다.

“확 팬미팅 날 스케줄 잡아버릴까.”

“안 돼!”

“……이런 건 잘도 듣네.”

“형형. 좀 도와줘.”

간절한 강태영의 눈빛에 주용진은 어휴, 한숨을 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며칠 전, 봄이 돌아왔다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평일에는 현대 부분 촬영을 지켜보고 주말에는 과거 부분을 촬영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서준은 촬영이 끝나고 나니 허전해졌다.

“더 촬영하고 싶다-”

“그럼 다음 주부터 들어온 작품들 들고 올까?”

안다호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으음. 아뇨. 팬미팅 끝나고요. 5월엔 중간고사도 있잖아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서준의 손에는 대본이 들려 있었다. 새로운 작품은 아니었고 연극 거울의 대본이었다.

“근데 거울 대사는 다 외우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하지만…… 연극은 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요. 한번 해봤다고 대본도 안 보고 무대에 올랐다가 실수하면 어떻게 해요.”

서준이 배시시 웃었다.

“팬분들한테는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거든요.”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가장 멋진 연극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 중간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연습하기로 했어요. 팬미팅 전까지요.”

서준의 말에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장소는? 어디서 하기로 했어?”

“회사 연습실 써도 돼요?”

“당연히 되지. 직원들한테도 말해놓을게.”

서준이 얼른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코코아엔터에서 연습한다니 브라운블랙, 화이트, 레드크라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들이 들뜬 듯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에 누가 있지?’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브블 형들은 휴식기라 회사에 안 오고 화이트 형들은 개별활동 중이라 회사에 오는 날이 거의 없다. 레드크라운 누나들은 해외투어 중이라 아예 한국에 없고.

<그래서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양주희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ㅋ

>박시영 : 난 레드크라운 팬이라 알고 있었어ㅎㅎ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서준을 보다가 시계를 본 안다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좀 있으면 티켓팅 시작하네.”

“그래요?”

“응. 5시 정각. 사이트가 안 터졌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5시.

배우 이서준 팬미팅 티켓 판매 사이트가 열렸다.

다행히 판매사 측에서 단단히 준비한 덕분인지 사이트는 터지지 않았다. 그저 오픈과 동시에 끝나버리고 말았을 뿐이었다.

“벌써 매진이라고요?”

“그렇대.”

시계를 보고 5시구나, 했던 게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코코아엔터에서 전해진 소식에 서준이 깜짝 놀랐다.

>양주희 : 헐. 매진이다. 기사도 떴어.

>강재한 : 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연극을 본다고?

>박시영 : 연습 열심히 해야겠네ㅎㅎ

그때 휴대폰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떴다.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서준이 눈물이 가득한 메시지를 열었다.

>강태영 : 티켓팅 성공했어ㅠㅠ

>강태영 : 내가 아니라 용진이 형이ㅠㅠ

>강태영 : 이래서 덕계못ㅠㅠ

막 답장을 보내려던 서준이 손을 멈추었다.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강태영에게 빠르게 메시지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태영이 형. 속도 진짜 빠르네.’

>강태영 : 용진이 형이 티켓 나 준대!

>강태영 : 팬미팅 때 보자!! 서준아!!

>강태영 : (응원봉 흔드는 강아지 이모티콘)

메시지임에도 느껴지는, 정말로 기뻐 보이는 강태영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배우 이서준 5월 팬미팅, 오픈과 동시에 매진!]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오늘도 이선좌!]

[이서준, 팬미팅 전석 매진!]

-이번에도 피켓팅이었습니다…….

=성공했음?

=ㄴㄴㅠㅠ

-접속하자마자 매진 뜨던데…… 이거 성공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는 거야?

-가고 싶다ㅠㅠㅠ

-성공했다아아아!!!

=부럽다ㅠㅠ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팬미팅도 못 가니…… 드라마나 봐야겠다.

=22 TV로만 보는 수밖에ㅠㅠ

=그래도 봄돌이 있어서 다행임ㅠ

=근데 봄돌도 다다음 주면 끝남.

=ㅠㅠㅠ

이서준의 팬미팅 티켓팅으로 주말이 들썩거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이미 4부작인 ‘내일’은 끝났기 때문에 내일의 특별 영상을 담은 ‘내일 스페셜’이 방송되었다.

그동안 인터넷에 떠돌던 해석과 맞는 것도 있었고 시청자들이 모르던 복선도 해석해 주었다.

‘내일 스페셜’이 끝나고 오영철 작가의 로코 드라마 광고가 방송되었다.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MBS도 이제 일하는 듯.

=22 오영철 작품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일이랑 봄돌 시청률만 그대로 이어받아도 중박이지ㅎ

-얼른 내일 왔으면 좋겠네! 봄돌 보고 싶다!

그리고 화요일.

봄이 돌아왔다 5화가 방송되었다.

대기업 광고 촬영은 여러 날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광고 촬영이 중반쯤 됐을 때, 이현성 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직원들과 최유원 감독을 불러 모았다.

“음주운전이라고요?”

무슨 마라도 꼈는지.

저번 모델은 교통사고 피해자, 이번 모델은 음주 운전 가해자.

김서연이 이마를 짚었다. 다른 직원들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이쪽에서 모델을 바꿀 수 있었던 저번과는 달랐다. 그때는 ‘상품’이 주로 잡히는 광고였기에 배경으로 쓰이는 모델의 교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광고 모델은 제법 유명한 아이돌이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최유원 감독과 이현성 팀장의 시선이 김서연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은 바로 얼마 전 비슷한 사고로 창백하게 질려가던 김서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두 사람의 시선과는 달리 김서연은 얼마 전처럼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바로 광고주한테 연락할까요, 팀장님?”

“최 감독님. 모델을 새로 찾는다면 다시 촬영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패닉에 빠지기는커녕 재빨리 일을 수습하려는 김서연의 모습에 최유원 감독과 이현성 팀장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다가 서로를 바라보고는 눈초리를 바짝 세웠다.

그런 두 남자의 신경전은 전혀 모르는 김서연은, 밝았던 열여덟 살의 김서연처럼 일을 해치워 나갔다.

광고주와 연락하고 다른 직원들과 회의하고 촬영 스케줄을 다시 잡고 새로운 광고 모델을 섭외하고.

바쁜데도 왠지 반짝거리는 김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현성 팀장과 최유원 감독의 모습으로 5화가 끝났다.

-근데 1화보다 김서연 많이 밝아진 것 같지 않음?

=22 솔직히 1화 버스에선 진짜 생기가 1도 없었음.

=2화 패닉 장면도. 어떤 느낌인지 알아서 더 안쓰러움. 참고 참았던 게 팍 터지는 느낌이랄까.

=시험 칠 때 그러지 않음? 너무 긴장해서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 거. 시험 끝나면 다 기억나서 더 억울함.

=ㅇㅇ 진짜 시험 치다가 울고 싶을 때가 있지ㅎ

-김서연이 왜 밝아졌는지 알 것 같다. 현실은 너무 팍팍하고 힘든데 가끔 떠오르는 유성진의 추억으로 힐링이 되는 거야.

=22 알 것 같다. 나도 여행했던 때 떠올리면서 회사 다니고 있음.

=난 드라마ㅎ

-김서연 원래 성격 찾아가는 것 같지 않음?

=22 과거 부분 보면 원래 김서연은 되게 밝은 애였는데 사회에 찌들어서 성격이 바뀐 것 같음.

=나도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ㅎ

=나도. 학교 다닐 땐 한 성격 했는데ㅋㅋ

“봄돌 5화 시청률 28%!”

실시간으로 시청률 추이를 보고 있던 MBS 드라마국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24부작으로 늘렸어야 했어!”

국장의 안타까움이 가득한 말에 김진명 CP와 공희찬 피디가 웃고 말았다.

“그럼 지금 시청률도 안 나왔을 겁니다.”

“드라마도 재미있지만 아무래도 화제는 이서준 배우니까요.”

박규민 피디의 일을 떠올린 국장이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 돌아왔다 스페셜. 방송 준비는 잘돼 가고 있어?”

“좋은 장면이 많아서 뭘 뺄까 고민 중입니다.”

공희찬 피디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국장이 말했다.

“그럼 늘려서 1부, 2부로 방송할까? 광고 팍팍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도 분량은 아닙니다.”

“아, 그래?”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국장의 모습에 김진명 CP도 공희찬 피디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 * *

6주 차 월요일 10시.

[봄이 돌아왔다 스페셜]이 방송되었다.

대본 리딩에서 서준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네. 도훈이 형이랑 태영이 형의 예전 작품을 봤는데 캐릭터가 달라서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대본 리딩하면서 관찰하는 중이었어요. 음. 저도 모르게 얼굴에 나타났나 봐요.>

집중하고 관찰하느라 몰랐다.

쑥스러운 듯 웃는 서준에 모두 눈을 깜빡였다.

-표정 따라 하는 거 귀여워!

-웃는 거 엄청 귀여운데…… 굉장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음.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모창이나 성대모사 같은 거예요.>

<모창이나 성대모사도 어떤 인물의 노래와 유행어를 분석하고 연습해서 따라 하잖아요. 발성, 목소리, 노래할 때의 타이밍, 강약조절 같은 거 말이에요. 그리고 엄청 잘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고 들으면 모르는 정도고요.>

<목소리 빼곤 다 같았죠. 아무래도 제가 연기해야 하는 건 도훈이 형의 이현성 그 자체가 아니라 이현성의 어릴 때니까요.>

<아뇨. 최유원도 되는데 아직 연구 중이라서…… 이현성도 이 대사 외에는 아직 연습을 더 해야 해요.>

-이래서 이서준 이서준 하는구나. 연습하니까 진짜 되네.

-이게 연기력의 비밀인가.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가 없네.

-그냥 아역인데 이 정도까지 노력하는구나.

-……이게 성대모사랑 모창이랑 같은 건가?

=ㄴㄴ 쉽게 말하자면 그런 거지.

-근데 우리가 구분하는 창법의 가수들은 유명하고 자주 들어서 익숙한 거 아니야? 이현성이랑 최유원이 그 정도로 우리 머릿속에 콕 박혀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이서준이 대단한 거. 불가능한 걸 해내잖아ㅎ

=역시 이서준……!

다음으로 촬영장의 장면이 나왔다.

과거 부분을 촬영하는 촬영장.

보기만 해도 흐뭇한 서준과 정보람의 촬영이 진행되는 주위에 커다란 카메라와 눈부신 조명, 녹음을 위한 마이크,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가 서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이런 데서 촬영하는구나. 집중되나?

-언제봐도 이런 상황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참 대단함.

<컷, 오케이!>

공희찬 피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그라지는 분홍빛에 시청자들이 눈을 비비고 감탄했다. 바로 전 꽁냥꽁냥하던 모습이 마치 신기루 같았다.

-이게 비즈니스인가……!

-ㅋㅋ 온오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ㅋ

=둘이 친구인 것 같은데 너무 사심이 없어서 웃김ㅋㅋ

=둘이 같은 반 친구래ㅋㅋ

-서준이 온오프 차이는 알고 있었는데 정보람도 잘하네.

다음은 현대 부분 촬영장.

과거 부분이 아닌데도 카메라에 비치는 서준과 정보람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시청자들의 의문을 풀어주려는 듯 박도훈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두 배우 모두 성인역과 비슷하게 연기하기 위해 촬영마다 보러 옵니다. 좀 더 맡은 배역을 잘 연기하기 위해서 연구하는 거죠.>

카메라가 의자에 앉아서 강태영과 윤혜인의 촬영을 지켜보고 있는 이서준과 정보람을 비추었다. 어린 티가 남아 있는 두 배우였지만 눈빛만은 성인 못지않았다.

<누가 분량도 적은 아역을 연기할 때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정도로 연구하겠어요.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노력이 대단하죠.>

뿌듯함이 느껴지는 박도훈의 목소리에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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