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93화 (29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93화

‘봄이 돌아왔다’의 1화가 방송되기 한 시간 전.

다 같이 첫 방송을 보기 위해 회식 장소에 도착한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호 형. 여기에요?”

“그래.”

“옛날에 와봤던 곳 같은데…….”

어쩐지 낯익은 가게 입구에 볼을 긁적이던 서준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울리는 소리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입구를 바라봤다가 서준의 등장에 시끌벅적해졌다. 여기저기서 인사하는 소리에 서준도 웃으면서 화답했다.

“서준이 왔구나! 보람이도 벌써 와 있어!”

“안녕하세요. 작가님.”

1시간 후면 자신의 첫 작품이 전국으로 방송된다고 하니 한껏 들뜬 유청아 작가의 모습에 서준이 웃었다.

“작가님. 여기 소은진 작가님한테 물어보셨어요?”

“어떻게 알았어? 텔레비전도 크고 음식도 맛있다고 해서 왔어.”

“내의원 첫 방송 할 때 왔거든요.”

서준의 말에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도 한쪽 귀를 기울이고 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가 그 전설의 시작……!”

“시청률 40%의……!

왠지 낡아 보이던 인테리어가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조연출 김단비와 최현우가 벽에 손을 대고 빌었다.

“우리도 시청률 대박!”

“시청률 대박 부탁드립니다!”

두 조연출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문이 열리고 박도훈과 매니저가 들어왔다. 서준이 웃으며 박도훈을 반겼다.

“도훈이 형 왔어요?”

“먼저 와 있었네?”

“저도 방금 왔어요.”

그리고 뒤를 이어 강태영과 윤혜인이 도착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두 배우는 서준과 정보람, 박도훈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본 조명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공 피디는 방송국에 있고.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으니 오늘 입봉하는 우리 작가님. 한 말씀 해야지?”

“음. 그럴까요?”

보통 때라면 사양했을 유청아 작가였지만 오늘은 확실히 기분이 좋은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기된 얼굴의 유청아 작가가 맥주잔을 들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마운 배우들, 스태프들이 유청아 작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봉 작가, 입봉 피디라서 많이 힘드셨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순조롭게 촬영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공 피디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2월부터 지금까지 촬영하신다고 모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촬영 끝날 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봄돌, 화이팅!”

“봄돌 화이팅!!”

시끌벅적.

시청률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봄돌! 시작합니다!”

최현우의 말에 서준과 사람들의 시선이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막 길고 길었던 광고가 끝나고 공희찬 피디가 공들인 오프닝 화면과 OST가 흘러나왔다.

* * *

시간이 흐르고 강태영과 윤혜인이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으로 ‘봄이 돌아왔다’ 1화가 끝났다. 드라마를 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시청률!”

“10퍼센트는 넘겠지?!”

“내일이 10퍼센튼데 넘겠죠!”

공희찬 피디와 통화하고 있던 유청아 작가가 스피커 모드로 바꾸었다.

-!!!

휴대폰 건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희찬 피디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환호와 고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연출 김단비와 최현우는 그 사이에서 드라마국 국장과 CP들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MBS 드라마국은 이미 축제 분위기인 것 같았다.

입을 다문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그 사이에서 공희찬 피디의 목소리를 찾았다.

-……가님! 21! 21%요!

“……와아아악!”

“첫방부터 21퍼센트라고!”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청률만 듣고 집으로 향하려던 서준과 정보람도 환하게 웃었다.

* * *

[봄이 돌아왔다 1화 시청률 대박!]

[동시간대 압도적 1위 21%!]

[미친 시청률! 이게 이서준 효과다!]

[1화부터 예고편 풀버전 공개! 상상을 뛰어넘는 미소!]

[노란 우산 풀버전, 너튜브 업로드! 폭발하는 조회 수!]

-다들 연기를 넘 잘해서 빡쳤다.

=이현성 팀장 나올 때까지 고구마ㅎ 전 팀장. 연기를 너무 잘해.

=윤혜인도. 그냥 일에 찌든 직장인 같았음.

-근데 현실에는 저렇게 잘생긴 팀장 없어요ㅎ

=222 주말까지 일하는 광고기획 현실 반영 쩔고요ㅎ

=왠지 윗댓 둘 다 웃는 게 아닌 것 같음.

-우산 장면 마지막회에 나올 줄 알고 몰아서 보려고 했더니 첫방부터 나왔다고?

=그러게. 일주일에 한 편이라 몰아서 보려고 했더니…… 그냥 본방 따라가야겠다.

-진짜 서준이 나올 때 현실 비명 질렀다ㅋ

=22 방에서 보고 있었는데 엄빠 달려옴ㅋㅋ

=333 나도.

-난 오히려 비명도 못 지름ㅎ

=22 멍하니 보기만 했다.

-반응은 달라도 지금 클립 영상 반복 시청 중일 듯.

=어떻게 알았어?ㅋㅋ

-시청률ㅋㅋ 진짜 대단하다.

=MBS는 완전 축제겠네ㅎ

‘봄이 돌아왔다’는 일주일 내내 화제가 되었다.

클립 영상으로 노란 우산 뒤의 장면이 업로드되면서 [새싹부터]의 대문이 바뀌었고 클립 영상의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근데 첫사랑 찾기라고 하지 않았나? 너무 대놓고 이현성인데?

=22 유성진 보고 있으면 이현성 느낌 나던데? 되게 신기하더라.

=급식실 장면도. 그냥 유성진이 자라서 이현성이 된 듯한 느낌.

=첫 만남이 비슷해서 더 좋음ㅎ

-그럼 강태영은 서브남주인가.

=그렇지 않을까? -_-랑 ^-^랑 붙으면 -_-압승이니까.

=그게 뭐예요?

=아…… 세대 차이ㅋㅋㅋ

=보통 남주는 싸가지가 없거든요. 차가운 도시의 남자, 내 여자한테만 따듯하겠지 같은?

=그리고 꼭 서브는 계속 웃다가 아련하게 웃으며 사라짐ㅋㅋ

-ㅠㅠ내가 그래서 서브병이 걸리지.

=222 이해가 안 감ㅎㅎ 왜 싸가지 없는 남주를 좋아하는 거야?

=……남주라서?

=그러니까 봄돌도 이현성이 남주인 듯.

=그럼 첫사랑 찾기는 아니네요?

=다음 편 봐야 알 듯.

=왜 일주일에 한 편이야……!

그리고 화요일.

‘봄이 돌아왔다’ 2화가 방송되었다.

김서연의 일은 무사히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제 모델만 와서 촬영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김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델 기획사의 연락이 왔다. 통화하고 있던 김서연이 이마를 짚었다. 교통사고라니……!

“아…….”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전부 수포가 되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귀가 먹먹하고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어째서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

전 팀장에서 이현성 팀장으로 바뀌면서 회사 가는 게 한결 편안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회사 생활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금 전의 일로 힘들게 잡고 있던 어떤 줄이 단번에 끊어지는 것 같았다.

촬영장을 둘러보고 있던 최유원 감독이 창백한 얼굴의 김서연을 발견했다.

“김 대리님! 대리님! 서연 씨!”

최유원 감독의 목소리에 김서연이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모델이 교통사고가 났다고…… 어떻게 하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김서연도 자신이 왜 그러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모든 일이 벅찼다. 힘들었다.

다시 패닉에 빠지려는 김서연을 알아챈 최유원 감독이 입을 열었다.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서연 씨. 후보로 뽑아놓은 모델들 있죠?”

“네…… 회사에…….”

“그 모델들 중에서 시간이 나는 모델을 부르죠.”

최유원 감독의 말에 김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와 연락이 닿았다. 초조하게 서류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사람이 나타났다.

복도 끝에서 보이는 이현성 팀장의 모습에 김서연은 자연스럽게 학교 복도 끝에 서 있던 유성진의 모습이 떠올렸다.

지금의 김서연과는 전혀 다른,

열여덟 살의 김서연이 환하게 웃었다.

“성진아! 미술실 이쪽이야.”

“……그래.”

김서연을 바라보는 유성진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여기 있습니다.”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서연이 정신을 차렸다. 이현성 팀장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팀장님이 여기엔 어쩐 일로……?”

“시간이 나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오면서 연락은 돌렸습니다. 연락이 오는 대로 촬영 시작하죠.”

마침 이현성 팀장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이현성 팀장이 김서연에게 눈짓했다. 김서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이현성 팀장이 돌아가고 촬영이 진행되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촬영에 긴장이 풀리니 몸에 힘이 빠졌다. 의자에 앉은 김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동안 한계에 몰려 있었던 것 같다.

“조금만 생각해도 떠올릴 수 있었는데…….”

모델이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중에 착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서연을 발견한 최유원 감독이 김서연에게로 걸어갔다.

“서연 씨. 괜찮아요?”

김서연이 들리는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조명 불빛 아래로 최유원의 모습이 보였다. 김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

“괜찮아?”

걱정 어린 유성진의 시선에 열여덟 김서연이 웃었다.

“괜찮아. 어제 공부하느라 잠을 못 잔 거뿐이야.”

“시험 얼마 안 남았긴 하지만 벌써 무리하면 쓰러질걸.”

“그러게.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지금 자. 선생님 오면 깨워줄게.”

잠시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김서연이 히죽 웃었다.

“그럼 그럴까?”

김서연이 책상 위에 엎드렸다.

편하게 자세를 잡고 숨을 천천히 내쉬고 있는데 유성진의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뒷목이 뜨거워졌다. 어쩐지 부끄러운 듯한 기분이 들어 김서연은 두 발을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천천히 멈추었다. 그렇게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

그때의 유성진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남자, 최유원이 있었다.

* * *

‘봄이 돌아왔다’ 2화가 끝나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고 인터넷은 ???가 가득한 댓글들로 도배됐다. 방송할 때마다 화제가 되는 상황에 MBS가 축배를 들었다.

-?? 이게 뭐야? 갑자기 왜 유성진이 최유원 주니어 같냐?

=22 유성진 웃는 모습이 딱 최유원인데?

=333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지?

-와…… 잠깐만. 이렇게 되면 남주가 누구야?

=저번 주까지만 해도 당연히 이현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럼 말이 다르지.

=222 이럼 말이 다르지. 왜 첫사랑 찾기라고 했는지 알겠다.

-되게 신기한 게 1화는 이현성 느낌, 2화는 최유원 느낌인데. 과거 부분만 잘라서 보면 유성진 모습에는 위화감이 전혀 없음. 유성진+a 같은 느낌?

=그 a가 너무 대단함. 어떻게 이현성, 최유원 둘 다 보이냐?

=역시 이서준…….

=이젠 무서울 지경임ㅎㄷㄷ

* * *

[MBS 특별기획 드라마, 스릴러 ‘내일’ 막방 시청률, 16%!]

[‘내일’, 4부작 드라마 최고 시청률 갱신!]

[다음 주 월요일, ‘내일 스페셜’ 특별 방송!]

[‘봄이 돌아왔다’ 4화 시청률 28%!]

<지난 2주, MBS 특별 기획 드라마 ‘봄이 돌아왔다’의 3화, 4화가 방송되었다. 6부작인 ‘봄돌’도 벌써 막바지다. 하지만 ‘봄이 돌아왔다’가 방송하면 방송할수록 시청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3화, 4화에서는 기획3팀이 대기업의 TV 광고를 맡게 되고 광고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이 방송되었다. 촬영감독은 최유원이었다.

까다로운 대기업의 요구에 기획3팀과 최유원 감독은 함께 몇 번이고 회의하고 기획안을 수정한다. 그 과정에서 이현성 팀장과 최유원 감독 모두 김서연에게 호감을 드러낸다.

여주인공 김서연은 그런 두 남자의 모습에서 첫사랑, 유성진의 모습을 보았다.

제육볶음을 좋아하는 이현성 팀장.

복숭아 음료를 건네주는 최유원 감독.

진지한 모습으로 서류를 읽는 이현성 팀장.

김서연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는 최유원 감독.

딱딱한 표정 속에서 미소가 보이는 이현성 팀장.

김서연을 보면 따스하게 웃는 최유원 감독.

“왜 두 사람한테서 성진이가 떠오르는 걸까.”

작중 김서연의 대사에 ‘봄이 돌아왔다’의 시청자들도 동감하는 중이며 인터넷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략)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봄이 돌아왔다’의 메이킹필름이 담긴 특별방송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현성 열 숟가락, 최유원 열 숟가락. 넣어서 잘 섞어서 어린 느낌을 와르르 쏟으면 짜잔, 유성진!

=진짜 이런 느낌ㅎㅎ

=아니면 진지할 땐 이현성, 웃으면 최유원.

=이렇게 느낌이 나뉘는 것도 되게 신기하다ㅋㅋ

=아역 하나에 성인역이 둘이라고? 이해 못 했던 내가 이해가 안 감. 이렇게 잘하는데ㅎ

-그래서 남주는 누구야? 이현성? 최유원?

=어차피 남주는 이현성. 어남성!

=어차피 남주는 최유원 어남유!

=왜 하필 성이랑 유야. 맞추려면 현-유/성-원 라임으로 맞춰야 하는 거 아니야?

=아역 이름이 유성진이잖아ㅋㅋ 유/성!

=헐. 그러네.

-난 둘 다 루트를 다르게 탄 유성진이라고 생각함. 유성진이 진화하면 이현성 아니면 최유원임.

=ㅋㅋ진화ㅋㅋ 유성진이 2브이냐ㅋㅋ

=유성진 2브이 썰ㅋㅋㅋ

=ㅇㅇ이현성은 문과의 돌로 진화ㅎ 최유원은 예술의 돌로 진화ㅎ

-문과의 돌은 어디 파냐? 이현성으로 진화시키고 싶다!

=난 예술의 돌ㅎㅎ

-근데 예술의 돌로 잘 진화시키면 서준이가 나올 것 같지 않아?

=……와…… 그건 어떻게 진화시켜야 함?

=222 진짜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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