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83화
[MBS 특별 기획 드라마에 대해 알아보자!]
<점점 낮아지는 드라마 시청률에 MBS 드라마국에서 최종병기를 꺼내 들었다.
첫 시작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캐스팅 정보가 뜬 후, 천지가 개벽한 것처럼 그 위상이 달라졌다.
(중략)
입봉 피디와 입봉 작가의 드라마지만 섭외된 배우들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 가득하다.
특히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만나는 배우 이서준의 모습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중략)
담당 피디가 교체된 스릴러 ‘내일’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MBS 4부작, 스릴러 ‘내일’]
[MBS 6부작, 로맨스 ‘봄이 돌아왔다’]
[6부작 로맨스, ‘봄이 돌아왔다’ 배우 이서준 출연!]
[남자주인공 아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이서준!?]
-???
-이렇게 갑자기 이서준이요?
-아니, 남자주인공 이름이 아역이라는 거지?
=22 그런 거 아님?
=아닌 것 같음;;; 진짜 남주 아역인가 봐;;;
=세상에……!
-근데 로맨스요? 로맨스?!
=이것도 실기 영상 때문인가!
=222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진짜 나오다니!
-근데 피디도 작가도 처음 보는 이름인데?
=작가는 소은진 작가 보조작가였대. 피디는 모르겠음 ㅎ
=헐. 그럼 볼 만하겠는데?
=그러게. 입봉 작가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것 같음.
-서준이가 이렇게 커서 로맨스도 찍는구나.
=상상만 해도 행복함 ㅎ
=근데 아역이야…….
[MBS 6부작 로맨스 ‘봄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배우들!]
[MBS ‘봄이 돌아왔다’ 박도훈X윤혜인X강태영 캐스팅 확정!]
[아역 배우는 과연? 이서준X정보람!]
-헐. 박도훈, 강태영이요?!
-윤혜인도 여기 나올 급은 아닌 것 같은데? 입봉 피디, 입봉 작가라고 하지 않았어?
-다른 것보다 이서준이 제일 충격적임,
=그러게. 뜬금없이 이서준;;
-……와. 기사 뜬 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실검 떴어.
=다른 곳도 이서준 아역 이야기밖에 없다 ㅋㅋ
=기사로 떠도 믿음이 안 가.
-6부작이든, 24부작이든 서준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만…… 서준이가 아역이라니.
=22 보고 싶으면서도 안 보고 싶음.
-정보람도 연기 꽤 하지 않나?
=그러게. 아역 연기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 * *
MBS 드라마국이 시끄러워졌다.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드라마국을 가득 채웠다. 직원들의 휴대폰도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
“예. 아직. 네. 교복이긴 한데…….”
조연출 김단비가 휴대폰에 매달려 있었다. 동기인 최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끊지 않는 상대방에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졌다.
“아,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봄이 돌아왔다는 다른 팀입니다.”
“일단 말씀은 전하겠지만…… 일단 자료를 보내주시면 전달하겠습니다.”
공희찬 피디의 부름에 MBS 드라마국에 온 유청아 작가가 멍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유청아 작가의 뒤에 서 있던 공희찬 피디가 아침과 전혀 변함없는 드라마국의 분위기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무슨…… 사고라도 터졌어요?”
“저희 드라마, 협찬이랑 광고 문의입니다. 특히, PPL 쪽이 대부분이죠.”
“어…… 잘 모르는데 원래 이런가요?”
협찬 이야기에 드라마 제작은 처음인 유청아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에 공희찬 피디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오는 배우가 배우인지라…….”
공희찬 피디의 뒷말을 이해한 유청아 작가가 감탄하며 드라마국을 둘러보았다.
드라마국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전화를 받고 있는데도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누가 봤다면 대형 사건이 터져 제보 전화를 받고 있는 보도국인 줄 알았으리라.
“소 작가님한테서는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대단하네요. 서준이.”
“소 작가님 때랑은 조금 다를 겁니다. 음. 일단 회의실로 가시죠.”
그 말에 의아해하던 유청아 작가는 앞서 걸어가는 공희찬 피디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공희찬 피디가 안내한 회의실은 텅 비어 있었는데, 유난히 테이블 위에 종이 탑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뭔가 힐긋 바라보던 유청아 작가에게 공희찬 피디가 말을 걸었다.
“여기 앉으세요.”
“아, 네.”
지레 놀란 유청아 작가가 자리에 앉는 사이 공희찬 피디가 회의실 문을 닫았다.
문이 닫혔는데도 벨소리가 들려와 공희찬 피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까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이서준 배우가 그때도 유명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카데미상을 받고 처음 나오는 드라마이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유청아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자 공희찬 피디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가 현대물이라서 더 난리인 겁니다.”
“현대물이요?”
“내의원은 아무래도 사극이라 협찬을 하고 싶어도 한복이나 전통 장식품 같은 물건 밖에 못하지만, 현대물은 다릅니다. 이스케이프가 개봉하고 나서 영화에서 고주원이 썼던 휴대폰, 블루투스 스피커, 하다못해 양궁 활까지 어마어마하게 팔린 거, 기억하십니까?”
유청아 작가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 뉴스를 본 것 같네요. 아, 그러고 보니 저도 블루투스 스피커 샀어요.”
영화에 나온 것만큼 튼튼해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유청아 작가의 말에 공희찬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이서준 배우가 찍은 게 사극, 히어로물, 그리고 음악 영화라 홍보 효과를 제대로 못 누렸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공희찬 피디의 진지한 목소리 유청아 작가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작가님. 생각해 보세요. 드라마 속에서 이서준 배우가 현대의 물건을 얼마나 씁니까. 신발, 옷, 가방, 필기구, 먹는 음식…… 아무래도 시간이 과거라 휴대폰은 못 쓰겠죠. 그것도 방법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예전 휴대폰을 쓰면 됩니다.”
공희찬 피디가 말을 이었다.
“이서준 배우의 출연으로 시청률은 올라갈 겁니다. 언제 과거 영상이 나올지 모르니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현대 부분이 나오겠죠. 현대 부분은 더욱 자유롭습니다. 성인 역할이기 때문에 자동차부터 휴대폰, 옷, 액세서리, 화장품…… 지나가는 모든 장면마다 넣을 수 있습니다!”
공희찬 피디의 말이 길어질수록 유청아 작가의 얼굴이 굳어졌다.
PPL로 망가진 드라마가 얼마나 많던가.
드라마 전개상 불필요한 PPL 광고로 내용이 늘어지기도 하고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했다.
긴 드라마라면 한두 군데 튀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6부작이었다.
짧으니까 더욱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제작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해.’
배우들이 배우들인 만큼, 출연료가 예산 이상일 수도 있었다.
유청아 작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런 유청아 작가를 눈치채지 못한 공희찬 피디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작가님 마음대로 하시죠!”
“하아. 어쩔 수…… 네?”
“아무거나 골라…… 예?”
어깨를 축 늘어뜨린 유청아 작가와 잔뜩 신이 난 공희찬 피디가 눈을 마주쳤다.
“……그게 무슨?”
멍한 유청아 작가의 모습에 눈을 몇 번 끔벅인 공희찬 피디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종이 더미 중 일부를 유청아 작가 앞에 내려놓았다.
유청아 작가의 눈동자가 공희찬 피디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지금까지 들어온 PPL, 협찬 문의 상품입니다. 여기서 유 작가님이 생각하신 소품과 비슷한 제품들을 골라주세요.”
공희찬 피디가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쳤다.
여러 제품들의 앞, 뒤, 옆 사진과 설명이 적혀 있었다. 종이를 내려다보는 유청아 작가의 눈이 흔들렸다.
공희찬 피디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브랜드 광고를 위해서 옛날 제품부터 지금 제품까지 제공해 준다는 곳도 있고, 필요한 차량을 제공해 준다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 없는 제품이라도 알려주면 의논해 보겠다고 하네요.”
“…….”
어마어마한 말에 유청아 작가가 입을 쩌억 벌렸다.
공희찬 피디가 실실 웃었다.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얻고 필요한 물건도 이렇게 고를 수 있다니. 이런 일은 처음일 겁니다. 아, 이건 화장품이네요. 이것도 체크해 주시고요. 가방이나 옷, 신발도 생각해두신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여기 없으면 업체에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하겠습니다.”
……세상에.
처음 겪어보는 이서준 효과에 유청아 작가가 입을 쩌억 벌렸다.
* * *
서준의 눈이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는 강태영이 조연으로 나오는 작품으로 벌써 3번째 보고 있는 것이었다.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서준의 눈은 강태영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관찰했다.
화면 속 강태영의 입술이 대사를 내뱉었다.
그걸 보고 있던 서준의 입술이 대사를 내뱉었다.
강태영의 눈썹이 움찔 떨리자, 서준의 눈썹도 움찔 떨렸다.
강태영의 표정을 따라 서준의 표정도 천천히 바뀌었다.
화면 속 강태영을 보고 따라 하던 서준의 움직임이 천천히 강태영을 쫓기 시작했다.
한 박자 늦어지던 서준의 움직임이 화면 속 강태영과 동시에 움직이려고 할 때.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막 강태영과 같은 호흡을 내뱉으려던 서준이 몇 번 눈을 깜빡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좀 있다 하지, 뭐.”
리모컨으로 드라마를 멈춘 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인터폰 너머 안다호가 보였다.
서준이 활짝 웃었다.
“어서 오세요. 다호 형.”
“뭐 하고 있었어?”
“드라마 보고 있었어요. 강태영 배우 작품이요.”
“……어제도 그거 본다고 하지 않았어?”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요.”
“대단하네.”
“근데 무슨 일이에요?”
서준이 따뜻한 레몬차 두 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따뜻한 레몬차를 한 모금 마신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조연출님한테 메시지 왔는데 교복 수선할 거니까 옷 치수 좀 재서 보내 달래. 보통 기성품을 입을 테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니까 몸에 맞는 옷이 보기도 좋으니까.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서서 재면 되죠?”
“그래.”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안다호가 줄자를 들고 치수를 쟀다.
의상팀에서 원하는 치수를 하나하나 메모했다.
“강태영 배우 작품 다 봤어?”
“다는 못 봤고 최근 작품만요. 아무래도 옛날 작품은 연기하는 방법이 다를 것 같아서요.”
“그렇구나.”
“도훈이 형은 같이 연기한 적이 있어서 대충 어떤 느낌인지도 알 것 같고 작품도 챙겨봐서 몇 번만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안 본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다들 서준을 천재적 재능을 지닌 연기자라고 생각하지만 코코아엔터는 2팀은 안다호와 가족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준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흐뭇하게 웃은 안다호가 물었다.
“정보람 배우 드라마는 봤어?”
“네.”
안다호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함께 연기를 하게 된 정보람.
서준과 동갑으로 여울예중 출신은 아닌, 미리내 예고 합격자였다.
서준의 머릿속에 너튜브에 업로드된 실기 시험 영상이 떠올랐다.
‘제법 잘했지.’
40명 중 19명밖에 없는 다른 중학교 출신 아이들.
다른 일이 없으면 3년 동안 같이 지낼 친구들이니 아이들이 출연했던 작품들을 찾아본 서준이었다.
‘이렇게 빨리 같이 연기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말이야.’
정보람은 드라마 3편과 연극 몇 개에 출연했는데, 드라마는 봤지만, 연극은 영상으로 남은 게 없어서 보지 못 했다.
“연극은 못 찾았어요?”
“2팀에서도 찾아보고 있는 데 없는 것 같더라고.”
“아쉽네요.”
안다호의 말에 어깨부터 팔까지의 길이를 재기 위해 반듯하게 서 있던 서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줄자로 재고 있던 안다호도 같은 마음이었다.
“윤혜인 배우 작품은 볼 거야?”
남주 아역인 서준과 여주인 윤혜인이 만나는 장면이 몇 개 있었지만, 거의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
안다호의 물음에 서준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짧은 장면이라도 같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서준은 몇 번이고 같은 작품을 볼 생각이 있었다.
마지막 치수까지 휴대폰에 메모한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대본 리딩 일정 잡혔어.”
“정말요? 언제에요?”
반짝거리는 서준의 얼굴에 안다호가 말했다.
“이틀 후에 MBS 방송국에서 할 예정이래. 근데 드라마 홍보 기사로 낼 계획이라 방송국 앞에 기자들이 있을 거라더라.”
“그렇구나…… 근데 대본 리딩은 어디까지 한대요?”
이미 대본 리딩에 신경이 쏠린 서준의 모습에 안다호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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