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67화
[연극-소설-연극! 연극 ‘거울’에 숨겨진 떡밥 정리!]
[영화객, 아니, 연극객의 연극 ‘거울’ 해석]
[소설 거울! 품절 행렬!]
[연극만 봤다고? 소설을 읽어야지 진짜 본 거다!]
[김찐우, 김가짜! 이중인격을 연기한 배우 이서준!]
[알고 보니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진짜 조현병 증상? 거울 속 증상들에 대해 파헤쳐보자!]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였다.
=222 연극도, 소설도 충격이었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망하기 직전이었다니……!
-미치겠음. 신경도 안 쓴 청진기의 정체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소품 하나하나 핥듯이 보고 있음;;;
=22 배경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
=333 음악도. 제목부터 작곡가까지 분석 중ㅋㅋ
=444 소설도 문장 하나하나 진지하게 읽고 있음ㅋㅋ
-이건 진짜 직접 보고 싶다.
=나도. 두 인격이 싸우는 장면하고 정체 밝히는 장면 보고 싶어!
=난 김가짜가 공포에 질린 것처럼 연기하는 장면.
=처음 봤을 땐 진짜 불쌍했는데 김가짜인거 알고 보니 무섭더라;;;
=으아아아!! 다 보고 싶어!!!
-이서준 연극만 보려고 했는데, 책을 안 살 수가 없었다.
=222 안 사려고 했는데 안 읽을 수가 없었다.
=333 이서준 영업력 대단.
-거울 : 자신이 환자인 걸 모르는 환자의 이야기.
=근데 망상이 저 정도로 구현되어 있으면 자신이 환자라는 걸 알기도 힘들 듯.
=22 환각도 보이고 환청도 보이니까.
=333 정채원한테는 저게 ‘진실’이니까.
-음…… 알고 보면 나도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나도 갑자기 불안해짐ㅎ
* * *
KBC 방송국, 예능국.
코코아엔터 소속 걸그룹, 레드크라운의 매니저가 레드크라운의 예능 출연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예능국 피디를 만나러 왔다.
이런저런 회의 끝에 행사 무대에서 넘어져 다친 메인보컬만 빼고 스케줄을 진행하기로 했다. 뜻밖의 사고에 스케줄 조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매니저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 매니저님!”
코코아엔터에 보고하고 다른 방송국으로 향하려던 매니저가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레드크라운이 나갔던 교양 프로그램의 피디였다.
“아, 박 피디님. 오랜만입니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굉장한 우. 연. 이. 네. 요!”
교양국 박 피디를 뒤따라와 여기저기 숨어 있던 교양국 피디들과 작가들이 끄응 앓았다. 저 발연기를 어쩔 것이냐.
“아하하하. 요새 좋으시겠어요! 레드크라운도 인기 많고 행사도 많이 돌아다니시……?”
‘이서준 배우 연극도 잘됐고!’라고 말을 이으려던 박 피디가 저기 멀리서 기겁한 얼굴로 두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모습에 말의 멈추었다.
“아, 맴버 중 하나가 다쳐서…….”
매니저의 말에 박 피디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전 조사. 사전 조사를 해야 했다.
“아…… 그러시구나.”
잠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교양국 피디는 그냥 지르기로 했다.
“저희 교양국 프로그램 중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이서준 배우의 연극이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아.”
어째서 교양국 피디가 자신을 불렀는지 이해한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젠 자동응답기처럼 저절로 답이 나왔다.
“이서준 배우의 일은 2팀 담당이라서요. 저희 회사에 연락을 해보시면.”
“하하. 그쪽도 엄청 바쁜 모양이더라고요.”
전화통화는커녕 메일이나 제대로 읽는지 모르겠다.
이서준 배우의 일에 권한이 없는 레드크라운의 매니저가 거절하려고 할 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양 프로그램은 시간대가 별로 안 좋을 겁니다.”
움찔한 교양국 피디가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주차장 쪽에서 예능국 피디가 입꼬리를 올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정 매니저님. 저희 예능 프로 중에 2주마다 주제가 바뀌는 프로가 있거든요. 이번 주제가 연극인데 이서준 배우의 연극이랑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까? 이서준 배우랑 관련이 있는 바람 극단도 출연 예정이고요.”
“특별 편성 가능합니다!”
예능국 피디의 반대편에서 드라마국 피디가 출몰했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드라마국 피디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예능이고 교양이고 원래 있던 프로그램에 집어넣을 생각뿐이지만, 저희 드라마국은 아예 따로 시간을 내드리겠습니다!”
“아니, 우리도 따로 편성 가능합니다!”
예능국 피디의 말에 드라마국 피디가 피식 비웃었다.
“저희 드라마국 국장님은 아예 원하는 시간이 없는지 물어보시라더라고요. 요일부터 시간대까지 코코아엔터가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런! 정 피디! 빨리 국장님한테 연락해!”
시끌벅적한 방송국 로비.
레드크라운의 매니저가 이서준 배우의 일로 옴짝달싹도 못 하고 있었다.
* * *
연극 거울이 너튜브에 업로드되고 이틀 후.
제5연습실에 거울팀이 다시 모였다.
“피자 왔어!”
“치킨! 교문 앞에 왔대. 받아올게!”
“음료수랑 과자 사러 간 애들은 아직이야?”
“지금 오고 있대요!”
다들 신이 나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뒤풀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앞장서서 준비하던 주희가 시간을 확인했다. 선생님께 허락받은 시간은 5시였다.
“연습실 2시간만 쓸 수 있으니까 바짝 놀자!”
“2시간이면 놀고도 남지!”
“근데 서준이 선배는요?”
“나 여기 있어.”
방금 도착한 서준이 대답하며 들고 있던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박스에 2학년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박스를 둘러쌌다.
“선배님. 이게 뭐예요?”
“열어봐도 돼요?”
“그래.”
커터칼을 들고 있던 미술과 2학년이 테이프를 자르고 박스를 열었다.
“오오!”
“여기 호텔이죠?”
“응. 저번에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고. 이것저것 적당히 사 왔어.”
“역시 선배님!”
“역시 이서준!”
거울팀 아이들이 눈을 반짝였다.
과자부터 치킨, 피자에 호텔 요리까지.
먹고 싶은 것만 가득한 뒤풀이 파티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서준도 유쾌하게 웃었다.
“선배님. 영화객 리뷰 봤어요?”
“봤지. 장난 아니더라. 옷 색깔은 의미가 두 개나 있어서 알아보는 사람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죠? 저도 선배님 설명 듣기 전에는 몰랐어요.”
“근데 영화객 진짜 선배 팬인가 봐요.”
“그러게. 알고 보면 팬카페까지 가입한 거 아니야?”
음악팀 팀장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기의 주제는 연극 거울과 소설 거울,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그거 봤어?”
“뭐?”
“아침 방송. 편집한 거 너튜브에 올라왔던데. 잠시만.”
배우팀, 박시영이 휴대폰을 꺼냈다. 너튜브에 들어가 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자연스럽게 목으로 향하는 시선에 배우팀 전성민이 웃고 말았다.
“이제 의사만 보면 청진기부터 확인한다니까.”
“저도요! 왠지 저절로 목에 시선이 가지 않아요?”
“나도.”
아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함께 웃던 박시영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정신의학과 교수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속 의사가 인사를 하고 박수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러게.”
“그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내의원 플러스랑 역 플러스!”
그 말에 거울팀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구나!”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연습실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와. 진짜 신기하다.”
“그러게요. 이런 방송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나도. 서준이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틀 만에 이런 방송이 나오다니!”
신기하다는 듯 아이들이 휴대폰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일단 조현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식이장애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식이장애는 생각보다…….]
휴대폰 화면 속 교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식이장애 다음은 이중인격이려나?”
“그다음은 소시오패스고 마지막이 조현병이겠죠.”
“근데 너무 대놓고 방송하는 거 아닌가?”
의사의 설명을 배경음 삼아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재밌네요.”
“그러게. 몰랐던 사실도 꽤 나오고.”
“이 방송 보고 연극이나 책을 다시 보면 또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역시. KBC가 이런 방송을 잘 만든다니까.”
이중인격과 다중인격까지 보다가 영상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다시 음식으로 손을 뻗었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씩 입에 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소설. 베스트셀러 됐다면서요?”
“응. 그것도 10월, 11월, 12월 3달 연속 1위래.”
“와!”
원작 소설의 흥행에 박수와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떠들며 기뻐하던 서준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참.”
갑자기 가방을 여는 서준의 모습에 거울팀 아이들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가방에서 나온 서준의 손에는 빳빳한 편지봉투가 들려 있었다.
“나중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지금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게 뭔데? 편지야?”
“응. 최다예 작가님 편지야. 거울팀한테 보내는 거래.”
“오오!”
“뭐라고 적혀 있어?”
“멋진 연극 만들어줘서 고맙대. 진짜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대. 진짜 정채원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았고 자신의 소설보다 더 멋진 연극이었대.”
“우와아아!”
“연기는 물론이고 배경이랑 소품도, 음악도 너무 멋져서 우셨대.”
최다예 작가의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에 아이들이 감동한 듯 입을 우물거렸다.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주소랑 이름 알려주면 사인한 책 보내주신대. 바나나톡으로 보내줘. 그리고 편지는 복사해서 나눠줄게.”
“그래!”
“당장 보낼게요!”
아이들이 신이 나서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서준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준의 목소리에 주소를 적고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시간을 끌다가 말했다.
“에반이랑 리첼이 연극 잘 봤대. 다들 연기 잘한다더라.”
“……악!”
서준의 말을 느지막이 이해한 배우팀 아이들이 비명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등장에 음악팀과 배경팀 아이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준이 웃었다.
“라이언 감독님하고 사라 감독님도 잘 봤대.”
“세상에! 사라 감독님도?”
“분명 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진짜 보실 줄이야! 으으. 어떡해! 너무 좋아!”
배우팀 아이들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떠들었다. 침착한 성격의 전성민마저 눈을 반짝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배우팀의 반응에 음악팀과 배경팀도 함께 기뻐했다.
“와. 할리우드 배우하고 감독님들이 선배들 연극을 보다니!”
“대단해요!”
서준의 시선이 이번엔 음악팀으로 향했다. 음악팀 아이들이 서준의 시선에 눈을 끔벅거렸다.
“제이슨이랑 벤자민 교수님도 연극 보셨대. 연주가 참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우어어!”
바이올린 전공자 아이들이 굉음을 내질렀다. 악기는 다르지만, 유명한 음악가의 감상에 다른 아이들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벤자민 교수님이 교수님 친구분들한테도 추천하셨대. 친구분들도 재미있게 보셨다더라.”
서준은 벤자민 교수의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이 서준의 입에서 나오자 음악팀 팀장, 김채연이 비명을 질렀고 다른 아이들도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미쳤다……!”
“진짜 그분들이 내 연주를 들었다고!?”
“좀 더 열심히 할걸!”
흥분한 음악팀을 보던 배경팀 아이들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눈빛에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안타깝게도 서준은 미술계와는 관련이 없었다. 있어도 특수분장팀 정도였다.
‘하지만 벤자민 교수님과 제이슨의 지인들 중에 음악가만 있는 건 아니지.’
오랜 시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한 만큼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등.
서준의 입에서 나오는 롤모델의 이름들에 배경팀 아이들까지 환호성을 질렀다. 배우팀이나 음악팀처럼 자신의 솜씨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정말 기뻤다.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서준도 활짝 웃었다.
즐거운 뒤풀이 파티였다.
* * *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모두 건강하세요!]
[연말 시상식 시청률! 최저치 기록!]
[‘거울증후군’ 이건 내 망상인가, 현실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써 새해라니!
-이서준 연극 본다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ㅋㅋ
=진짜 연극만 보다가 후다닥 지나간 듯.
-시상식은 관심도 없었다.
=22 시상식보다 연극이랑 책이랑 분석 글이 너무 재미있었어.
-시상식 시청률 처참하네.
=이래서 방송국 관계자들이 그렇게 이서준을 잡으려고 했는데.
=222 K방송국 로비에서 레드크라운 매니저가 포위당했다는 소문이ㅋㅋ
=레드크라운? 같은 소속사긴 한데 왜 다른 매니저한테 그럼?
=코코아엔터는 이미 난리라…… 말 한번 전하기가 너무 힘듦.
=……관계자?
=……ㅎ
-거울증후군ㅎㅎ 나도 의사 가운만 보면 청진기를 살피게 되더라ㅎ
=ㅋㅋ 내과 가서 청진기 째려보고 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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