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66화
“조현병. 한 번쯤 들어보셨죠? 조현병의 증상으로는 망상, 환각, 환청 등이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거나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히죠. 문제는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병에 대해 병이 있다고 인식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게 거울의 시작일 줄이야.
-읽던 나까지 멘붕ㅎㅎ
“일단 소설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소설 거울은 세 가지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이 이어진 마지막 이야기,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정채원입니다. 연극을 보고 이서준 배우가 맡았던 김진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그래서 놀람ㅎ
“정채원의 시선에서 세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 이야기는 작가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정채원……!
-네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저도 이런 전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정채원이 주인공이라서 너무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게. 왜 주인공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ㅎ
-22 배경이 정신병원이라서 더 그런 듯.
“정채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세 개의 이야기는 평범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정채원이 세 명의 환자를 만나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죠. 첫 번째 환자는 식이장애, 이서준 배우가 연기했던 두 번째 환자는 이중인격, 세 번째 환자는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였습니다.”
-ㅎㅎ 책보다가 정신과 의사는 참 힘들겠구나 생각했음.
-나도. 근데 아니었지ㅋㅋ
-설마 진짜 환자가 주인공 정채원이었을 줄이야!
-뒤통수가 어마어마하게 아팠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하는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지막 에피소드.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 개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알고 보니, 환자는 의사였고 의사는 환자였던;;
“네. 그랬죠. 세 개의 이야기는 사실, 정채원이 첫 번째 정신병원에 간 이야기, 두 번째 정신병원에 간 이야기, 세 번째 정신병원에 간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폭력성 때문에 입원하게 되면서 정채원의 정체가 밝혀졌죠.”
-망상 무섭더라.
-환각이랑 환청도;;;
-소설 끝까지 읽고 다시 앞부분 읽으면 ‘정채원의 세계’가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음.
-그게 정채원의 ‘일상’이니까.
“첫 번째 식이장애 환자, 그러니까 정채원을 처음 진료한 의사는 정채원이 건네준 차를 마셨다가 쓰러집니다.”
-진심 놀람.
-그게 또 정채원 세계에선 구토하는 식이장애로 변했어;;;
“두 번째 의사, 그러니까 이서준 배우가 맡은 김진우 의사에 대해서는 좀 있다가 설명하도록 하고. 세 번째 의사, 소시오패스 환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정채원, 자기 말 안 들어주니까 인격장애 환자로 만들어버렸어.;;;
-하긴, 첫 의사는 정채원이 준 거 먹고 큰일 났고, 두 번째 의사는 얼굴에 뜨거운 물이 부어졌잖아. 나 같아도 차갑게 군다.
-극한직업!
언제나처럼 알아서 분석하는 시청자들에 영화객이 허탈하게 웃었다.
“네. 그렇게 냉정한 의사의 판단으로 세 번째 병원에서야 겨우 정채원이 입원하게 됩니다. 병동으로 향하는 정채원의 뒷모습을 세 번째 의사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소설이 끝나죠. 반전이 소름 돋았던 책이었습니다.”
-진심.
-진짜 읽다가 소름 돋았다!
-그럼 이제 연극!! 연극 떡밥!!
“네. 이제 연극 ‘거울’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앞에서도 설명했듯 연극 ‘거울’은 이서준 배우가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입니다. 소설 거울의 두 번째 이야기죠. 거울의 두 번째 이야기도 함께 리뷰하겠습니다.”
-제일 처음 간호사는 뭐였을까?
-그러게. 목소리가 안 들렸음.
-이건 책에 없던데 서준이가 넣은 거예요?
“네. 아마 두 번째 이야기만 넣으면 소설 ‘거울’의 반전은 연관도 없이 끝날 테니, 관객들에게 ‘괴리감’을 주려고 이서준 배우가 넣은 것 같습니다.”
-하긴. 두 번째 이야기만 보면 그냥 평범한 이중인격 환자 이야기니까.
-반전이 있어서 소설이랑 연극이 더 재미있었음.
-영화객 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설과 연극을 반복해서 보니 알 것 같더라고요. 이건 아마도 첫 번째 정신병원이나 정채원의 가족이 정채원의 방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 정채원에 관해 설명해 주는 거구나.
-그러니까 자신이 ‘정신과 의사’라고 생각하는 정채원에게 맞춰준 거구나!
“네. 그런 겁니다. 처음엔 몰랐지만, 책을 보고 나니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죠. 일단, 의사도 없는데 먼저 진료실에 들어가 있는 환자.”
-진짜 이상하다고는 생각도 못했닼ㅋㅋ
-그저 연극이라 미리 들어가 있겠거니 했음ㅋㅋ
-222 그것까지 연출이었을 줄이야.
“알고 보니 이 김진우 환자가 진짜 ‘의사’였죠. 환자가 온다는 소식에 의사가 진료실에 홀로 기다리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니까요.”
-새하얀 스웨터도ㅋㅋ 원래는 의사 가운이었을 듯.
-난 처음에 순수한 찐우인 줄 알았다. 천사 같은 모습이라 하얀색 입고 온 줄ㅎ
-그것도 ‘정채원의 세계’에선 맞는 해석임ㅋㅋ
-그게 전부 환각이라 문제지ㅋㅋ
“환자인 정채원은 익숙하게 간호사와 인사하고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 가운을 입습니다. 여기서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 꼭 환자복 같지 않나요?”
영화객이 모니터 화면에 정채원의 사진과 환자복 이미지를 띄웠다.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했다.
-이게 알고 보면 그런 것 같은데, 모르고 보면 그냥 예쁜 옷 같음.
-앞으로 하늘색 줄무늬 셔츠는 못 입을 듯ㅋㅋ
“그리고 정채원과 김진우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마 ‘진실’은 정채원이 하는 헛소리를 김진우 의사가 관찰하고 있는 거겠죠. 여기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소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청진기를 씁니까?]
-222 이 댓글 봤을 때 소름. 다시 보니까 진짜 내내 청진기 걸고 있더라;;;
-진짜 무서웠어. 공포영화도 아닌데……!
“네. 그럼 청진기 괴담, 아니, 청진기 떡밥을 풀어봅시다.”
작게 웃은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왜 정신과 의사가 청진기를 걸고 있을까요? 새하얀 의사 가운에 청진기가 있다고 이상한 건 아니지만, 의사가 정신과 의사라면 이상한 일이 돼버리죠.”
-진짜 이상한 거 1도 못 느꼈다;;;
-근데 소설 읽고 댓글 읽고 나면 연극 보면서 계속 시선이 감;;;
“앞서 간호사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청진기’ 또한 이서준 배우가 집어넣은 요소입니다. 소설에는 없는,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연극에서만 쓸 수 있는 복선이죠. 청진기. 이건 가장 확실히 연극의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청진기를 깨닫고 나면 의사, 환자, 그리고 연극 자체에 의심을 품게 되는 겁니다.”
-근데 왜 다들 눈치를 못 챘을까?
“익숙하니까요. 새하얀 의사 가운에 청진기.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의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지 않습니까? 아마 연극의 배경이 정신과가 아니었다면 가장 평범한 차림새일 겁니다.”
-이젠 청진기만 보게 됨ㅎㅎ
-대놓고 목에 걸고 있는데도 몰랐던 내가 너무 신기함.
“그럼 청진기 이야기는 이쯤하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여기서 알아야 할 건 사실 김진우가 진짜 의사고, 정채원이 환자라는 겁니다.”
[김진우=정신과 의사]
[정채원=환자]
모니터에 두 사람의 설명이 떴다.
“김진우 의사가 떠나고 간호사가 불을 끕니다. 정채원은 계속 병원에 남아 있습니다. 이건 아마 입원을 뜻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하루 이틀쯤 상태를 보기 위해 입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헐……!
-이건 몰랐다;;;
“이서준 배우가 무대 연출을 정말 잘했어요. 몇 번을 말해도 모자랄 정도로요. 학교 행사니만큼 거울은 그렇게 세트장을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을 겁니다. 최대한 고정된 세트장을 사용하면서 이런저런 떡밥을 뿌렸겠죠.”
-서준이……!
-우리 서준이가!!
“다음은 김진우 의사의 옷 색깔을 보죠. 정채원의 세계에서는 김가짜의 침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른 걸 뜻하는 걸 겁니다. 흰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김진우 의사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고 정채원 환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헐. 점점 심각해져 가는구나!
-최악의 상황!
-정채원의 증상이 심해져서 김진우 의사로는 감당이 안 되나 봐!
“네. 그래서 김진우 의사, 간호사, 그리고 두 사람이 더 등장했던 겁니다. 정채원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정신과 의사와 형사였지만. 소설 속 진짜 신분은 달랐죠. 정채원 환자를 세 번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망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충격;;;
“정채원으로서는 두려운 상황입니다. 김진우 의사는 정채원에게 이송에 대해 알려주고 두 남자를 소개합니다. 두 남자가 정채원을 데리고 가기 위해 움직입니다. 당황한 정채원이 발버둥 칩니다. 그러다 김진우 의사가 정채원의 손에 맞고 정채원이 다시 자신이 의사인 양, 두 남자를 적으로 만듭니다.”
-와…….
-??? : 진우 씨! 괜찮아요?! 진우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헐.
“그리고 김진우 의사는 부상에도 정채원을 이해시키려고 합니다만 이미 정채원의 세계에선 김진우 의사는 배신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배신감이 밖으로 나타난 게, 2인격 김가짜입니다.”
-그래서 물을 뿌렸구나!
“네. 공포에 사로잡힌 정채원이 찻잔 물을 김진우 의사에게 부어버립니다. 김진우 의사는 뜨거운 찻물에 비명을 지르고요.”
-비명 소름.
-서준이 연기 너무 잘하더라;;
“여기서 또 하나의 ‘이상함’이 나타납니다. 간호사 대사 중에 한 군데 튀는 곳이 있었죠?”
-ㅇㅇ 선생님!
-정채원 선생님!을 부른다기엔 미묘한 틈이 있었지.
-꼭 동그랗던 말풍선이 네모나게 변한 것 같더라.
-222 혼자서 튀었음.
“그건 아마 간호사가 ‘김진우 의사’를 부르는 소리였을 겁니다. 눈으로 읽는 소설이 아니라 귀로 들을 수 있는 연극이라서 알 수 있는 ‘괴리감’이었죠. 간호사 역의 박시영 학생의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간호사 목소리가 튀었구나!
-정채원을 부른 게 아니라 찐 의사쌤을 부른 거였어!
-세상에!
영화객이 연극을 캡처한 사진을 모니터에 띄웠다. 찻잔 물을 얼굴에 맞고 쓰러진 김진우에게 간호사와 두 남자가 향한 모습이었다.
“여기서도 잘 보면 ‘정채원’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김진우 의사’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빙 두르고 있거든요. 형사로 바뀐 남자는 정채원을 계속 경계하고 있고요. 이것도 소설로는 표현하기 힘든 연극만의 표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묘하다. 처음 연극을 봤을 때는 정채원을 보호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면 경계하는 것 같음.
-22 이런 것까지 생각해서 만들다니…… 대단해!
“그리고 마지막에는 김진우 의사를 데리고 한시라도 빨리 응급실로 향하려는 두 남자의 모습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넋이 나간 환자, 그리고 환자의 공격성을 세 번째 병원에 알리는 간호사가 나오면서 연극이 끝났습니다.”
-??? : 네. 네. 공격 성향이 너무 강해서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간호사가 말한 공격 성향이 김가짜가 아니라 정채원이었구나.
-난 빼박 김가짜 말하는 줄;;;
-바로 앞에서 찻잔 물을 부어버렸는데…… 정채원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렇게 연극 속에는 소설로 이어지는 떡밥들이 있었습니다. 연극을 보고 소설을 안 읽으면 이렇게 멋진 떡밥들을 지나치게 되죠.”
-다시 봐야겠다.
-리뷰도 봤으니 다시 연극 봐야지!
-영화객 님! 김진우가 계속 차를 안 마신 것도 떡밥일까요?
-222 정채원이 계속 차 주는데 김가짜가 안 마심.
-난 그거 보니까 페르세포네 신화 생각남.
-오! 저승 세계의 음식 먹고 1년에 3달 동안 저승 세계에 머무르게 된 여신?
-오오. 마시면 뭔가 정채원의 세계에 고정되는 건가?
-진짜 죽는 거 아님?
-그거 책에 있음!
“네.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첫 번째 정신병원 의사가 정채원이 준 차를 마시고 쓰러졌거든요.”
-죽었어요?
“죽진 않았습니다. 그걸 알고 있던 김진우 의사가 안 마신 거죠.”
-그거 읽고 나니까 계속 차를 주는 정채원이 너무 무섭더라.
-김진우 의사도 그래서 떠는 거 아님?
-! 그런 듯!
“마지막까지 반전이 있는 재미있고 오싹한 연극이었습니다. 책과 어우러져서 더 좋았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도저히 중3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연기력이었습니다.”
영화객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정채원 역의 양주희 배우, 김진우 역의 이서준 배우, 간호사 역의 박시영 배우, 오정환 의사 역의 강재한 배우, 형사 역의 전성민 배우. 그리고 음악과 배경, 소품을 준비한 거울팀 학생 여러분. 멋진 연극을 보여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