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55화 (25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55화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 귀국!]

[배우 이서준이 선택한 ‘REDDEN’! 천문학적인 광고 효과!]

[REDDEN 레든, “오직 JUN만을 위한 디자인!”]

-서준이 왔네!

-이번에도 아레시스 입을 줄 알았더니, 레든이네.

=레든 공식 SNS에도 이서준 사진 많이 올라옴ㅋ

-레든이라…… 뭐 하나 살까?

=ㅋㅋ벌써 광고 효과ㅋㅋ

* * *

미국에서 돌아온 서준은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 쉬고 다음 날 등교했다.

아침부터 만나는 아이들마다 축하의 말을 전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연습실로 가니 거울팀 팀원들이 서준을 반겼다.

“서준아, 수상 축하해.”

“선배, 수상 축하해요!”

“고마워.”

이서준 선배가 멀게만 느껴졌던 1, 2학년도 눈을 반짝이며 서준을 축하했다. 서준이 웃으며 미국에서 가져온 과자들을 나누어주었다.

서준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3학년들은 입시 때문에 바빴을 텐데, 1, 2학년들은 뭐 했어?”

“음악과는 배경음으로 쓸 곡을 연습했습니다!”

“어…… 배경팀은 소품 구하고 있었어요!”

서준의 물음에 음악과 2학년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미술과 2학년도 바로 그 뒤를 이었다. 음악과, 미술과 3학년들이 웃으며 말했다.

“실기 연습하는데 왜 이렇게 딴짓이 재미있는지 모르겠어.”

“나도. 계속 여기 와서 애들 봐주게 되더라.”

“그래도 실기가 더 중요하지. 너희도 이번 달에 실기시험 있잖아.”

“우리보다 연기과가 큰일이지.”

과자의 맛이나 느끼고 있는 건지, 눈 아래 다크서클이 가득한 배우팀, 연기과 3학년 강재한, 양주희, 전성민, 박시영이 멍한 표정으로 입안에 과자를 한 조각 집어넣었다.

“미리내 예고 연기과 경쟁률이 이렇게 치열할지 누가 알았겠어.”

음악과 3학년의 말에 미국에서 읽은 기사를 떠올린 서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예고 입시 기간, 배우 이서준이 진학할 학교는?]

[여울 예중과 같은 ATR재단 소속, 미리내 예고 연기과 경쟁률 13.55:1!]

[미리내 예고, 연기과 40명 정원에 542명 지원!]

[전국 예술 고등학교, 미리내 예고 지원 현황에 중복지원 가능 고민!]

<예고 중 가장 먼저 일정이 진행되는 미리내 예고의 지원자 수가 밝혀지자 예술 고등학교들이 고민에 빠졌다……(중략)……전국의 재능 있는 배우 지망생들이 미리내 예고에 쏠리고 후에 탈락한 학생들은 중복 지원이 가능한 예고들로 가게 될 터였다. 여기서 중복지원이 불가능한 예고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손 놓고 있다가 학생들을 놓칠 것이냐, 중복지원을 가능하게 바꿀 것이냐……(하략)>

-오. 벌써 예고 입시 시즌이야?

-이서준 진짜 미리내 예고 갈 것 같음?

=가능성은 큼. 여울 예중 애들은 미리내 예고 지원 많이 하더라.

-미리내 예고 좋아?

=엄청 좋음. 여울 예중이랑 같은 해에 ATR재단에서 설립한 학교임. 여울 예중보다 자율성도 높고 지원도 좋음. 학비도 싸고ㅎ

=22인기 많음. 작품만 좋으면 유료로 무대에 올린다더라. 그것도 은하수센터에! 그림이랑 조각도 전시회 열어주고 음악회도 함.

=근데 그게 쉽진 않음.

-미리내 예고 출신 배우, 아이돌, 예술가들도 많잖아. 이다진이랑 최소영도 미리내 예고 출신임.

=이제 거기에 이서준도 들어가겠지.

-와…… 경쟁률 빡세네.

=저긴 2년 전부터 빡셌어. 3학년 됐을 때, 1학년에 이서준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ㄴㄴㄴ예대 연기과 경쟁률은 거의 150:1 정도니 13:1 정도는 약과임.

-전국에 있는 중3 중에 연기에 재능 있는 애들은 전부 미리내 예고에 모이는 거 아님?

=2년 전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ㅋㅋ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배우들이 다 익숙한 얼굴들이라 좀 그랬는데 얘네가 성인이 되면 난리 나겠다.

-ㅋㅋ황금세대임?

=그렇게 불러도 될 듯(진지)

=여울 예중 3학년들 연기 잘하잖아. 한 걸음 김주경, 다음 주부터 드라마 나오고.

=방송계 쪽에서 일하는데, 오디션 합격한 아역배우들 보면 여울 예중 3학년 많음.

=222 아예 여울 예중 3학년만 원하는 감독도 있다더라.

=아역 배우 소속사랑 부모들도 여울 예중 3학년들 실력 대단한 거 다 알고 있음. 오히려 경쟁률이 13:1밖에 안 된다는 게 이상함.

=와…….

-다른 예고 규칙까지 바꿀 영향력이라니;;;

=222 서준이 영향력 장난 아니다;;

-이번에도 실기 시험 너튜브에 공개함?

=미리내 예고도 여울 예중처럼 공개함. 물론 학생이 허락하면.

=서준이야 허락하겠지!

=보고 싶다!

-근데 이번에도 역처럼 되는 거 아님?

=ㅋㅋㅋ그럼 나야 좋지!

=22 우린 좋음ㅋㅋ

* * *

실기 시험을 앞두고 미리내 예고 연기과 선생님들이 모였다. 실기 시험을 심사할 사람을 정하기 위한 회의였는데 그것보다 다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진짜 우리 학교에 오네요. 이서준.”

“그러게요. 실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 선생님은 1학년 때 서준이 가르쳤었죠? 어땠어요?”

여울 예중 실기 시험을 심사하고 서준이 1학년 때 연기를 가르쳤던 정시운이 어깨를 으쓱였다.

여울 예중과 미리내 예고는 같은 ATR재단의 소속이라 선생님들이 예중에서 예고로, 예고에서 예중으로 전근을 가기도 했다. 정시운도 그렇게 1년 전 예고로 오게 되었다.

“가르쳤다고 하긴 좀 그렇죠. 그전부터 잘하던 배우였으니까요.”

“학생이 아니라 배우요?”

“학생이라기엔 서준이가 연기를 너무 잘하죠. 1학년 때 가르칠 때도 고칠 부분을 찾기는커녕 푹 빠져서 보기만 했지 2년이나 지난 지금은 더 잘할걸요?”

정시운의 말에 다른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한국인 배우는 아무도 받지 못했던 골든글로브 상과 아카데미 상을 받은 배우에게 가르쳐 줄 만한 게 있을까.

“휴. 수업하기 어렵겠네요.”

선생님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정 선생님. 뭔가 노하우가 있습니까?”

“계속 서준이 연기를 넋 놓고 볼 수만은 없잖아요.”

“가르친다기보다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편하실 겁니다. 고1 학생이 아니라 한 명의 배우로요.”

“……아카데미 상을 받은 할리우드 배우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꼭 3년 전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정시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로 대하시면 괜찮습니다. 연기할 때 말고는 평범하거든요.”

‘연기할 땐 무시무시하지만.’

그건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이었다.

저마다 어떻게 서준을 대할지 걱정을 안고(아무도 서준이 불합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역대 경쟁률은 간단하게 넘어버린 연기과 입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서준이는 맨 마지막에 시험을 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겁니다.”

500여 명의 학생들의 연기를 어떻게 보나, 벌써 뻐근한 것 같아 한숨을 내쉬던 예고 선생님들이 정시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왜요?”

“서준이 연기를 보면 뒤에 보는 애들 연기가 마음에 안 들거든요. 그 나이대치고는 잘하는데 아무래도 서준이 임팩트가 남다르다 보니 아쉬운 점만 눈에 들어오죠.”

“아…….”

“예중 실기 때도 최대한 냉정하게 점수를 매기긴 했지만, 서준이의 연기가 아예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못 하겠네요.”

예고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우가 꽤 있죠. 다른 학교도 그럴걸요.”

“맞아요. 순서가 실력별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잘하는 애 보고 못 하라고 할 수도 없고.”

“연기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도 그렇지 않아요? 기준 이상의 연주나 작품을 보면 심사위원들의 눈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잘하는 애들 순서를 뒤로 뺄 수도 없고요.”

“뭐, 심사위원으로서 최대한 공정하게 심사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이서준은 규격 외이니까요.”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잘하면 기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상상 이상으로 잘해버리면 눈이 높아져 버려 기준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준이 순서는 맨 뒤로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야겠어요.”

정시운의 말에 예고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서준 학생의 연기가 기대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금요일 심사석이 세 자리밖에 없어서…….”

올해 미리내 예고의 실기 심사는 어머어마한 지원자 수에 평소 이틀로 진행했던 것과는 달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된다. 단 세 사람이 5일 동안 모든 실기 시험을 심사할 수는 없으니 요일마다 심사를 맡을 사람을 정하기로 했다.

‘서준이가 마지막 순서라면…… 금요일!’

5일 동안 진행되는 실기 시험에서 서준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은 금요일. 바로 눈앞에서 서준의 연기를 볼 기회에 연기과 선생님들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지금 결정하도록 하죠.”

여울 예중의 근무 경력 때문에 이번 실기 시험에 참가하지 않는 정시운이 상자를 꺼냈다. 곱게 접힌 종이쪽지가 보였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한 장씩 뽑아 간절하게 기도했다.

“아자!”

“아……!”

“크흡…….”

승자는 3명.

아주 공정한 제비뽑기였다.

* * *

시간이 흘러 10월 마지막 주, 월요일.

학교에 간 서준이 텅 빈 친구들의 자리를 살폈다.

오늘부터 5일 동안 미리내 예고의 실기 시험이 진행된다. 오전부터 진행되는 실기 시험에 아예 결석하고 미리내 예고에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김주경의 자리도 텅 비어 있었다.

“주경이 잘하겠지?”

재한의 말에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번에 공중파 드라마도 나오잖아. 그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데 합격 못 할 리가 없어.”

“잘할 거야.”

서준도 주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경 : 실기 끝!

>주희 : 수고했어!

<고생했어!

화요일.

어제 시험을 쳤던 주경이 등교하고 지호가 결석했다.

“지호도 잘할 거야.”

“지호는 긴장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던데.”

“그러게.”

서준과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지호 : 끝났음!

<수고했어!

>지호 : ㄱㅅ

>지호 : 근데 애들이 나 알아보더라ㅋ

>주경 : 못 알아볼 수가 없지ㅋㅋ

>주희 : 이스케이프 관람객 수가 얼마나 많은데ㅋㅋ

>재한 : ㅋㅋㅋ

<ㅋㅋㅋ

수요일.

지호가 등교하고 주희와 재한의 자리가 텅 비었다. 거울팀의 배우인 전성민, 박시영까지 오늘 미리내 예고 시험을 치자 1, 2학년 아이들이 선배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선배님들 모두 합격하게 해주세요!”

“……왜 나한테 이래?”

“연기의 신이잖아요!”

1, 2학년들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서준을 향해 기도했다. 이런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해진 후배들에 서준은 웃고 말았다.

“이거 찍어서 보낼까?”

음악과, 미술과 3학년들이 킬킬 웃었다.

>(후배들이 기도하는 사진)

>주희 : 끝!

>재한 : 끝났어!

>주희 : 이게 뭐야ㅋㅋㅋ

>재한 : 다들 정말 고맙다고 전해줘!

<둘 다 수고했어!

<(응원봉을 들고 있는 곰 이모티콘)

목요일이 지나고 금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서준이 실기 시험을 치는 날이었다.

오후에 실기를 보는 서준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가기로 했다. 조퇴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는 서준에게 아이들이 말했다.

“서준아, 잘하고 와!”

“네가 불합격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서준이가 연기를 제대로 안 할 것 같아?”

“……아. 그러네.”

주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서준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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