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52화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서점 앞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서점에 줄을 서다니? 신기한 광경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씩 바라보았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한 사람이 줄을 서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줄이에요? 오늘 누구 사인회 있어요?”
“사인회는 아니고 오늘부터 판매하는 소설 사러 왔어요.”
“유명한 소설이에요?”
“작가는 신인 작가고 책도 베스트셀러는 아닌데…….”
이미연이 빙긋 웃었다.
“추천한 사람이 유명한 배우거든요.”
“오. 누구요?”
“이서준이요.”
“헐?”
그렇게 줄이 늘어났다.
* * *
서점 안.
오늘 특별히 일찍 출근한 서점 직원들은 책이 든 상자를 계산대 옆으로 옮기다 말고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와! 또 늘었어요!”
“다른 서점도 이래?”
“다른 서점들도 사람이 줄을 서긴 하지만 이 정도로 많진 않대요.”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확인한 직원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서점도 줄을 서 있긴 하지만 이곳처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뭐, 저라도 우리 서점에 올 것 같긴 해요.”
“저도 나중에 책 살 생각입니다.”
서점 직원들은 사람들이 일부러 이 서점까지 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우리 서점에 이서준이 왔다니!”
다른 서점보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이 서점은 소설 ‘거울’의 북콘서트를 진행한 서점이었다. 그 때문에 이서준의 팬들이 이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이었다.
밖에 줄을 선 사람들과 영웅출판사에서 보내온 책의 양을 가늠하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책이 모자랄 것 같진 않네.”
“북콘서트가 7월이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비축해 놓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동안 재고를 안 풀었나 봐요.”
‘거울’을 구매할 사람들과 서점에 온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해 입구를 두 개로 나누던 직원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나 딱 그 시간에 서점에 있었는데 못 봤어.”
“저두요.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CCTV엔 찍혔을 텐데…….”
다들 아쉬운 얼굴로 천장에 달린 CCTV를 바라보았다.
“저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30일이라는 거 처음 알았어요.”
“나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손과 발은 쉬지를 않았다. 바쁘게 움직인 덕분인지 서점 오픈 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자자. 이제 서점 문 엽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 흩어져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곧 서점 문이 활짝 열렸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거울을 사시려는 분들은 바로 계산대로 가 주십시오.”
“여기 일렬로 줄 서주세요.”
직원들의 말에 바로 계산대로 향한 사람들은 새하얀 색의 띠지가 둘린 책을 하나둘 손에 들었다.
책을 들고 계산하고, 책을 들고 계산하고.
쭉쭉 줄어드는 줄에 곧 이미연의 차례가 되었다. 오늘 오지 못한 박성아의 책까지 챙긴 이미연은 다른 사람들이 계산하는 동안 잠시 책을 살폈다.
새하얀 바탕에 새까만 글씨와 네모난 문양, 그리고 단 한 문장이 쓰인 띠지는 저절로 이미연의 시선을 끌었다.
[이서준의 거울을 들여다보다[■]]
이만큼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도 없을 터였다.
QR코드를 본 이미연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었다. 이미연 말고도 책을 든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찍었다.
[준비 중입니다.]
“아, 그랬지.”
이미연이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9월 말.
여울 예중의 졸업 공연이 너튜브에 올라오는 12월까지 한참이나 남았다.
* * *
[제목 거울(소설) 사 왔는데…….고민 중]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시간째 고민 중.
아직 표지도 안 열어봤다ㅋ
책 띠지부터 ‘이서준 연극 보세요!’라는 듯 큐알코드가 있으니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음.
알고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단 말이야.
-나도 고민 중;;;
=22 아침 일찍부터 서점 가서 사 왔는데 읽지를 못하고 있다니ㅋㅋ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다.
=333 진심. 책 앞에 두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ㅋㅋ
=444 이서준이 뭐 보고 이 책을 골랐는지 궁금해 죽겠다!
-난 안 읽을 거야!
=왜? 이유가 있음?
=내의원이랑 역을 생각해 봐. 우리 역사 모르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즐겁게 봤겠어. 모르면 감동이 두 배다!
=……설득됨.
=22 와. 고민했는데 단번에 설득됐다.
=333 방금 책 봉인하고 옴. 12월까지 떨어져 있자!
-근데 읽어도 나쁘진 않을 듯.
=22 내의원이랑 역 생각해 보면 알고 있어도 그 감정은 그대로 느꼈잖아. 서준이 연기면 알고 있어도 감동은 그대로일 듯.
-이건 진짜 개인 취향인 듯.
[제목 : 거울(소설) 큐알코드에 속았다.]
띠지에 큐알코드 신기했음ㅎ
아직 연극 안 나왔다는 거 알면서도 찍게 되더라. 그래서 신나게 찍었더니 [준비 중]ㅋ
연극 연습 영상이라도 올려주지…….
그래도 큐알코드는 편해서 좋은 듯.
휴대폰 화면이 작아서 문제지.
-?? 휴대폰으로 보고 컴퓨터 보면 되잖아?
=이런 건 처음에 큰 화면으로 봐야 함.
-직관이 최곤데…….ㅠ
=관계자. 여울 예중 관계자가 되고 싶다!
* * *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여울 예중 게시판에 거울팀의 합격자 명단이 붙었다.
기뻐하는 아이들과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뒤섞여 게시판을 바라보았다.
“수업 끝나고 제5 연습실!”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미술과 1학년, 박민형이 눈을 빛냈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졸업 공연 때까지 빌린 제5연습실에 거울팀이 모였다. 배경&소품팀, 음악팀, 배우팀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며 서준이 웃었다.
“공연 때까지 열심히 하자!”
“그래!”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아이들의 힘찬 대답에 활짝 웃은 서준은 코코아엔터에서 팀원들 숫자대로 제본해 온 대본을 나누어주었다.
“이게 대본인데 내일까지 읽고 와주면 좋겠어. 소품팀이랑 음악팀도. 대본 안에 필요한 배경하고 소품, 각 장면에 들어갈 음악을 미리 정해뒀거든. 물론 더 좋은 게 있다면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그래.”
“알았어.”
배경소품팀 팀장과 음악팀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배우들도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꼭 말해줘.”
그렇게 졸업 공연의 준비가 시작되었다.
* * *
[WTV영화제 투표 시작!]
[WTV영화제 투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날부터 사이트 폭파?]
[다행히 무사한(?) WTV홈페이지!]
[WTV, “최대한 노력 중!”]
[새싹부터, “나라별로 나눠서 투표 중.”]
-오. 시작했네.
-아이디 찾았음! 바로 가서 하겠음!
=ㅋㅋ나 네 글 본 듯.
-사이트 터지나? (흥미진진!)
=22 구경하러 옴ㅋ
-WTV : 최대한 방어 중!! 제발 살살!!
=새싹부터 : 일주일 내내 각오해라.
=ㅋㅋ전쟁이냐ㅋㅋ
-그래서 오늘 투표는 어느 나라임?
=첫날은 우리나라. 마지막 날은 미국이래.
=그럼 나도 오늘 해야지!
=22 나도!!
=333 내일 하려고 했는데 왠지 오늘 해야 할 것 같아!
=WTV : NOoooo!
WTV영화제 투표가 시작되었다.
각국의 팬들이 일제히 몰려서 WTV 사이트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싹부터는 날짜별로 국가들을 나눠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게 이렇게 될지는 몰랐는데…….”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어느새 서준의 팬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그 방식을 따라 하고 있었다.
“왜 다들 오늘 투표하는 거지?”
서준의 의문에 서은혜와 이민준이 웃었다.
“재미있으니까 그러지.”
“아빠도 오늘 할까 봐.”
키득키득 웃던 서은혜와 이민준도 투표를 했다. 어제까지 8년 전에 썼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는다고 이리저리 뒤지더니 두 분 다 찾은 모양이었다.
“아, 나도 투표해야지.”
자기 자신에게 투표한다는 게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투표를 안 했다가 한 표 차이로 상을 못 받게 된다면 그게 더 억울할 것 같았다.
‘뭐, 질 것 같진 않지만 말이야.’
열심히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팬들을 보니 상대가 누가 됐든 전혀 질 것 같지 않았다. 든든한 팬들 덕분에 서준은 불안한 감정 하나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할 수 있었다.
바톡!
막 투표를 마친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지석 : 투표 완료.
>김종호 : 투표했다.
>박도훈 : 했어!
>최소영 : 오늘 하는 거 맞지? (투표 인증샷)
>이다진 : 나도! (투표 인증샷)
>미나 : 투표했어!
>지후 : 오늘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도 오늘 했어.
>지오 : 222
>지윤 : 나도 방금 했어!
>찰리 : 아쉽게도 오늘은 프랑스 투표 날이 아니라서.
>찰리 : 모레 바로 투표할게!
>그레이스 : 미국이라서 마지막 날이야ㅠ
>그레이스 : 꼭 할게!
>에반 : 마지막 날 하면 되는 거지?
>리첼 : 그렇다니까!
에반 블록과 리첼 힐 말고도 미국에 있는 지인들이 전부 마지막 날 투표할 거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는 거기서 끊기지 않았다.
>제이슨 : 준. WTV영화제? 투표하는 거.
>제이슨 : 선생님이랑 지금 파리에 있는데 모레 투표해야 하는 거지?
>벤자민: 난 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이슨 의견은 다르더구나.
“제이슨이랑 벤자민 교수님까지…….”
파리에서 한참 공연 중일 제이슨 무어와 동행한 벤자민 교수님까지 ‘요일제’를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상상 이상인 [새싹부터]의 영향력에 서준은 허허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모레도 마지막 날도 괜찮아요!
<모두 투표 정말 고마워요!
* * *
[제목 : 미국에 있는데 첫날입니까? 마지막 날입니까?]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WTV 투표하고 싶은데 미국에 있어서요. 한국인이니까 첫날에 해야 하나요? 아니면 미국에 있으니 마지막 날에 해야 하나요?
-나라별로 요일을 나눈 이유가 트래픽 때문이니 마지막 날에 하시면 돼요.
-있는 곳이요. 미국이시니까 마지막 날이네요.
-앗, 방금 물뿌리개 님 공지 올라왔어요!
=물뿌리개 님 또 우셔ㅋㅋ
* * *
10월 초.
WTV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준과 부부는 짐을 챙겼다. 능숙하게 각자의 캐리어를 꺼내고 10월 LA 날씨에 어울리는 옷을 잘 접어 캐리어 안에 넣었다.
“옷은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더 챙겨야 해?”
“아냐. 옷은 이제 충분할 것 같아.”
“아빠. 이것도 필요해?”
“아, 그것도 캐리어에 넣어줘.”
자신의 짐을 다 싼 서준과 서은혜는 아직도 짐을 챙기고 있는 이민준을 도왔다.
WTV영화제가 끝나면 바로 돌아올 서준과 서은혜의 짐은 적었지만 WTV영화제 이후 2주 동안 미국 출장까지 가야 하는 이민준은 짐이 많았다.
마지막 짐까지 챙긴 이민준을 바라보던 서준이 웃었다.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나 트라이드랑 미러팀까지 참여하니까 엄청 멋질걸. 물론 가격이 좀 세겠지만.”
할리우드 특수분장팀, 제나 트라이드와 미러팀의 이야기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고주원 모형을 만든 걸 보면 실력은 정말 좋았다.
‘거기에 희상이 삼촌 실력까지 더해지면 되게 멋지겠다.’
이민준이 보여준 콘셉아트를 떠올린 서준이 히히 웃었다.
* * *
[배우 이서준, WTV영화제 참석!]
[배우 이서준 오늘 출국!]
[쉐도우맨팀이 다시 모인다! WTV영화제!]
[WTV영화제, WNET에서 생방송 예정!]
-오늘 출국했네!
-이젠 진짜 마지막이겠지. 쉐도우맨팀ㅠ
-ㅠㅠ그래도 다들 상 받으니까 좋다ㅠㅠ
=결과 떴어?
=ㄴㄴㄴ 아직. 근데 뭐, 화제성만 봐도 쉐도우맨3의 싹쓸이 아냐?
-헐. 쉐도우맨팀 피규어 나온대!
=(기사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