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40화
쉐도우맨3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었다. 시리즈의 재개봉으로 10년 전에는 어렸던 새로운 관객층을 만든 덕분이었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엄청 재밌네! XD
-나도. 8살 때라 보지도 못했어!
-영화관에서 보니까 정말 좋았어.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쉐도우맨3의 수익에 마린사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한숨만 내뱉어야 했다.
그와는 반대로 환호성을 지르는 곳도 있었다.
“사람 많다……!”
“외국인도 엄청 많아.”
이미연과 박성아는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광화문 광장도 광화문도 경복궁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근처 음식점과 편의점들도 손님들로 가득했고 잠시 개방한 푸드트럭들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쉐도우맨3의 홍보 효과에 인터넷에서도 떠들썩했지만 직접 보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늘 안에 다 구경할 수 있을까?”
이미연은 질린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어! 우주선!”
박성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이미연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와아……!”
박성아의 말대로 그곳엔 우주선이 있었다.
광화문 광장 바로 옆의 큰 빌딩.
쉐도우맨3에서 우주선이 박혀 있던 모습 그대로, 나트라의 우주선이 그대로 프린트돼 창문에 붙여져 있었다. 부서진 유리창의 모습까지 영화와 똑같아 여기저기서 감탄하며 카메라로 찍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도 있어!”
영화처럼 여기저기 우주선의 그림이 붙여져 있었다.
“성아야. 이것 봐!”
무언가를 발견한 이미연이 박성아에게 손짓했다.
이미연이 찾아낸 것은 ‘ㄱ’ 모양의 구조물이었다. 기다란 광화문 광장을 따라 오른쪽 왼쪽에 설치된 구조물이었다. 그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이렇게 밑에서 찍으면 영화랑 똑같아!”
박성아도 이미연처럼 고개를 들었다.
와!
천장이 투명한 플라스틱 지붕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작고 검은 우주선들이 듬성듬성 스티커처럼 붙여져 있었다. 마치 천장에 붙은 야광별 같았다.
게다가 투명한 플라스틱 천장이 그대로 푸른 하늘을 비추고 있으니 검은 우주선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며 새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까지 잘 보였다.
정말로 하늘에 나트라의 우주선이 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이건 공격하고 있어. 연기도 나는데?”
천장에 붙여진 우주선도 전부 똑같지 않았다.
진 나트라의 우주선, 벨 나트라의 우주선, 병사들의 우주선과 공격당하는 우주선, 나트라의 전함들까지 종류도 상태도 다양했다.
천천히 하늘을 보며 걸어가면 진짜 하늘 위에서 우주선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박성아와 이미연은 진 나트라와 벨 나트라의 우주선을 발견하고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들었다.
‘ㄱ’ 구조물의 끝은 세종대왕 동상이었다. 세종대왕 동상 옆에는 영화 속 우주선보다는 작은 우주선 모형이 영화처럼 반쯤 처박혀 있었다. 부서진 주변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듯했다.
크기만 다르지 영화와 비슷한 풍경에 그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찍자!”
한바탕 사진을 찍고 두 사람은 경복궁으로 향했다. 여기도 사람이 많았다. 두 사람은 입장권을 사기 위해 매표소에 줄을 섰다.
“오. 윌리엄이다.”
“응?”
이미연의 말에 박성아가 고개를 휙 돌렸다. 윌리엄, 이서준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곰 인형이잖아.”
“맞잖아. 윌리엄.”
이미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멀어지는 곰 인형을 보며 박성아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근데 산 사람이 있구나. 난 품절이라 못 샀는데…….”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걸. 윌리엄 스웨터랑 운동화까지 엄청 팔리고 있다더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길게 늘어져 있던 줄이 줄어들었다. 입장권을 사고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 우리도 찍어볼까?”
이미연과 박성아는 가방에서 준비해 온 사진을 꺼냈다.
경회루 연못에 처박힌 우주선의 사진, 소주방에 떨어진 우주선 사진, 근정전 하늘 위에 생긴 웜홀과 그 아래 진 나트라와 웜홀 생성기가 있는 사진, 진 나트라가 부딪혀 무너져버린 담장의 사진 등.
공개된 한국 촬영분을 캡처해서 뽑아온 사진들이었다.
이상한 것은 전부 세로나 가로로 반쯤 잘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근정전부터 찍자.”
“그래.”
카메라를 든 이미연이 세로로 잘린 웜홀과 근정전 사진을 들고 진짜 근정전 쪽으로 들었다. 카메라 화면에 근정전과 사진이 같이 보였다.
“뒤로 좀 가야겠다. 크기가 안 맞아.”
박성아가 뒤를 주의하며 이미연을 뒤로 이끌었다. 몇 걸음 걸어가니 사진보다 컸던 근정전이 작아지다가 사진과 같은 크기로 변했다. 딱 들어맞는 사진과 풍경에 이미연과 박성아가 웃었다.
“여기서 찍었구나!”
“으. 빨리 찍어봐.”
박성아의 성화에 이미연은 퍼즐을 맞추듯 사진 속 근정전과 뒤쪽의 근정전을 맞추었다. 지붕의 끝과 바닥의 계단이 어긋나지 않게, 찰칵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왼쪽은 현실의 근정전, 오른쪽은 웜홀 생성기와 그 옆에 서 있는 진 나트라, 그리고 하늘에 웜홀이 떠 있는 근정전이었다.
일부러 진 나트라가 왼쪽에 서 있는 장면을 캡처하길 잘한 것 같았다. 멋들어지게 나온 촬영장 인증사진에 이미연과 박성아가 사진을 보고 눈을 빛냈다.
“다른 곳도 찍으러 가자!”
“그래!”
* * *
[제목 : 경복궁 다녀왔음! (쉐도우맨3 촬영지!)]
요새 이런 인증샷 유행한다길래 했다!
(현실 : 세종대왕 동상 / 영화 : 그 옆에 박힌 우주선.jpg)
(현실 : 건물 / 영화 : 건물에 박힌 우주선.jpg)
(아래 근정전/위 웜홀.jpg)
(현실 : 경회루 / 영화 : 연못에 박힌 우주선.jpg)
(현실 : 담장 / 영화 : 무너진 담장 아래 진 나트라.jpg)
이것 말고도 많음!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찍는 사람들 많더라.
-나도 찍으러 간다!
-근데 저작권 때문에 캡처할 수 있는 장면이 적어ㅠ
-프랑스랑 센트럴 파크에서 찍는 사람들도 생겼다.(링크)
-이런 인증샷도 찍을 수 있고. 한국에서 촬영하니 너무 좋음ㅎ
=근데 프랑스랑 센트럴 파크도 가고 싶어ㅋㅋ
* * *
[광화문 광장, 경복궁 관광객 부쩍 늘어!]
[쉐도우맨3의 효과? 3주 동안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윌리엄의 곰 인형! 스웨터! 운동화! 모두 품절!]
-광화문 광장이랑 경복궁 관광객 엄청 늘었음.
=22 서울시에서 푸드트럭도 허가해 줬더라.
=파란색 바비큐 푸드트럭 맛있음.
=ㄱㅅㄱㅅ
-영화 보자마자 날아온 건 아니겠지?
=한국 온 김에 온 게 아닐까?
=뭐든 광화문 광장이랑 경복궁은 대박임ㅋㅋ
-곰 인형!! 나도 윌리엄 사고 싶어!
=난 스웨터. 근데 품절이라 비슷한 거로 샀다.
=여름인데?
=겨울에 입으면 되지!
-쉐도우맨3 장난 아니네 ㅎ
[마린사, 오늘 오후 8시 쉐도우맨3 메이킹 필름 업로드 예정!]
[쉐도우맨3 메이킹 필름, 고사부터 쿠키 영상까지!]
-으아아아! 메이킹 필름! 존잼이겠다.
-고사 영상은 봤는데, 쿠키 영상까지 있구나!
-쿠키 영상 어떻게 찍은 건지 궁금했는데!
=22 CG만으로는 그렇게 못 만들 듯.
* * *
“오! 떴어.”
오후 8시.
서준과 부부가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미리 너튜브와 연결해 둔 텔레비전 화면에 [쉐도우맨3의 메이킹 필름]이라는 제목이 떴다.
-시작한다!
서준과 부부뿐만이 아니라 쉐도우맨 시리즈를 좋아한 사람들은 모두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메이킹 필름을 감상했다. 집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메이킹 필름을 봤다.
이미 공개된 고사 장면이 지나가고 쉐도우맨을 촬영했던 세트장을 보여주었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지하 신전과 나트라 왕궁, 우주선과 근정전 세트장에 모두 감탄했다.
-복사+붙여넣기네. 근정전이랑 완전 똑같아.
-진짜 이걸 다 만들었어.
-할리우드 스케일이란…….
고대 신전의 중앙 제단에 올려진 초록색 크로마키 볼을 본 사람들은 저게 뭔가 싶었다. 그 후 CG 없이 서준이 연기하는 모습과 CG 작업 후의 영상을 짧게 보여주었다.
-설마 저게 타임스톤이었어? 저 초록색 공이?!
-저걸로 그런 연기를 해냈다고?
-……잘도 몰입하는구나.
대본을 읽던 서준과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과 촬영에 집중하는 스태프들의 모습도 비쳤다. 진 나트라의 공격에 날아가던 스턴트맨들의 리허설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까맣게 변한 화면 위로 [9년 전]이라는 자막이었다.
-오오오!
-드디어 나오나?!
참외를 먹던 서은혜가 눈을 반짝였다.
“9년 전이면 서준이가 쉐도우맨2 촬영할 때지?”
“응. 그때 추가 촬영을 했거든.”
쉐도우맨2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라이언 윌 감독과 에반 블록, 리첼 힐, 멜리사 월튼까지 모여 찍었던 그 날. 아주 소수의 스태프만이 참여했을 정도로 비밀스러운 촬영이었다.
“저건 배우들이랑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찍은 거야.”
“그래?”
그때 함께 갔었던 이민준의 말에 서은혜의 시선이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화면 가득 7살 서준과 에반 블록의 모습이 보이고 카메라 쪽에서 리첼 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 이번 촬영 비밀인 거 알지?”
“알아요!”
화면 속 꼬마 서준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귀여운 아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 서은혜가 말했다.
“저 표정은 그거지? 촬영 끝났는데 새로운 촬영이 있어서 좋아하는 표정.”
내 얼굴이 그렇게 파악하기 쉽나.
볼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문지른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좋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서준인 변한 게 없네.”
서준과 부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사이, 서준의 팬들은 젖살이 통통한 7살 서준의 모습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고 있었다. 7살 서준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귀여웠다.
-7살 서준이! 귀여워!!
-여기가 내 무덤이구나……!
-마린사, 이런 영상을 남겨주다니! 감사. 압도적 감사!
카메라를 어디에 고정해 둔 듯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는 서준과 두 배우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뭐가 그리 맛있는지 냠냠 먹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팬들은 또다시 끙끙 앓았다.
“튤 나트라 배우는 누굴까요?”
“글쎄. 준은 누가 했으면 좋겠어?”
“스왈린 애넘이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서준에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이 웃음을 터뜨렸다.
-헉. 이래서 스왈린 애넘이 된 거야?
-꼭 서준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서준이가 원하는 대로 돼서 다행임!
-서준이 너무 귀여워……!
윌리엄의 엄마 역을 맡은 멜리사 월튼도 나타나 서준과 두 배우와 인사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던 서준과 에반 블록, 멜리사 월튼은 옷을 갈아입으러 향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굽이 없는 운동화를 신어 ‘쉐도우맨2’의 진 나트라보다 키가 작아진 서준이었다. 쉐도우맨3에서 봤던 스웨터와 바지를 입고 운동화까지 신고 나온 서준의 모습에 다들 입을 틀어막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때부터 결말이 정해진 거였구나!
-9년이나 조용히 있다니…… 스태프들 대단하다.
-이런 계획을 세운 라이언 감독도 대단함.
곧 맥으로 분장한 에반 블록이 나타났다.
“작아졌네. 진 나트라는 요만했었는데.”
“지금은 윌리엄이니까요!”
맥으로 분장한 에반 블록과 윌리엄으로 분장한 서준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첼 힐도 거기에 끼어 웃음을 터뜨렸다.
-으. 겉만 보면 쉐도우맨이랑 벨 나트라, 윌리엄이야ㅠ
-이런 쓰리샷이라니……!
-셋 다 행복해야 해ㅠ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세 배우의 다정한 모습으로 쉐도우맨3의 메이킹 필름이 끝났다. 새까맣게 변한 화면에 순식간에 댓글들이 늘어났다.
-아니……! 더 보여줘요……!
-귀여운 서준이 더 보여줘!
시청자들의 바람을 들은 듯,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카메라 앵글에 촬영이 끝난 듯 옷을 갈아입은 서준이 보였다. 자신에게 향하는 카메라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곧 리첼 힐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 미래의 관객분들께 할 말 없어?”
리첼 힐의 질문에 눈을 끔뻑거리던 서준이 배시시 웃었다. 반짝거리는 아우라에 서준의 팬들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모두 쉐도우맨3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리첼 힐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서준이 쑥스러운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뺨을 발그레 붉히고 웃으며 작게 말했다.
“어…… 제가 활동 많이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화면 속 7살 서준을 보던 16살 서준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 때는 쉐도우맨1과 악령, 쉐도우맨2밖에 촬영하지 않아서 미래에도 배우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까, 궁금하던 때였다.
‘하고 싶어도 알맞은 배역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게 배우니까.’
게다가 서준이 생애 첫 상을 받은 것도, 슈퍼스타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도, 팬미팅을 한 것도 쉐도우맨2를 개봉한 후였다.
메이킹 필름 속 어린 서준은 아직 겪지 못한 일이었다.
‘걱정 마.’
16살 서준의 시선이 거실 한편에 장식된 트로피 장으로 향했다. 반짝이는 트로피들을 보니 왠지 스스로도 대견해져 서준이 작게 웃었다.
‘난 잘하고 있으니까.’
서은혜와 이민준도 화면 속 어린 서준과 훌쩍 자란 서준을 번갈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작품도 찍으면 그 작품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손을 꽉 쥐고 말하는 꼬마 서준의 반짝반짝한 눈빛에 서준의 팬들이 울컥, 눈물을 흘렸다.
-ㅠㅠ촬영 많이 하고 있지!
-우린 더 해줬으면 좋겠지만ㅠㅠ
-상도 받고 잘하고 있음.
-이때만 해도 오스카상은 생각도 못 했겠지.
=22 이렇게 슈스가 될진 몰랐겠지.
-우리 서준이 너무 장하다ㅠ 진짜 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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