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39화
“자, 그럼 나투라, 아니,”
영화객의 말실수에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실수에 어이가 없어 실소를 내뱉은 영화객이 크흠, 헛기침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나트라의 가장 중요한 핵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나트라 지하 신전에 있는 이 ‘타임스톤’은 나트라에서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행성의 핵이고 행성과 나트라인들의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죠.”
-근데 보안이 허접함.
-진 나트라가 센 거 아님?
-ㄴㄴ 경비병밖에 없는 게. 보안 장치 하나쯤은 설치해야 하는 거 아님?
“공식설정상으로 나트라인들은 타임스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술 수도 없고 흡수할 수도 없죠. 오히려 탈락한 후계자 후보들이 그림자를 흡수당하죠. 그래서 중요하긴 한데 보안이 부실한 겁니다.”
-하긴 외계인들이 타임스톤을 얻으려면 (나트라 행성>왕궁>지하 신전>타임스톤!) 이 루트로 가야 하는데 왕궁 들어가기 전에 박살 날 듯.
-그러게. 조상님들도 후손이 외계인을 양아들로 삼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네. 그래서 왕의 서재에도 진 나트라 같은 상황, 그러니까 ‘타임스톤으로 인한 외계인의 신체 붕괴’에 대한 대처법이 없었던 거죠.”
-한 번도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대처법이 생겼으니 다행.
“그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한국에 두 번째 웜홀이 설치되었다면 첫 번째 웜홀의 위치는 프랑스 파리입니다.”
-여기선 그거지.
-학자ㅋㅋㅋ
정보를 술술 뱉어내던 학자를 떠올린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에서 벨 나트라가 학자를 데려오죠.”
-솔직히 쉐도우맨이 싸우는데 벨 나트라는 안 보여서 같은 나트라인이라 못 싸우나 했음.
-나도ㅋㅋ 그런데 그게아니었어ㅋㅋ
-데려왔다고요? 데려?
-영화객 님. 우리 솔직해집시다ㅋㅋ
-??? : 끌려왔는데요?!! 억지로!!
시청자들의 반발에 영화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끌려왔습니다. 벨 나트라에게 납치당한 이 학자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입이 너무 가벼워.
-물으면 묻는 대로 다 대답함ㅋㅋ
-……근데 내 생각엔 이 학자도 진 나트라의 계획 같음.
-22 묘하게 정보를 많이 알고 있더라.
-333 술술 부는 것도 그럼.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였다면 입 무거운 충신을 데려왔을 겁니다. 쉐도우맨에게 전해지지 않게요. 하지만 진 나트라의 계획은 그게 아니었죠. 아마 벨 나트라에게 협조적인 학자를 골라 골라 데려온 걸 겁니다.”
-되게 철저하네.
-진 나트라…… 무서운 아이……!
“웜홀 생성기를 튼튼하게 만든 것도 웜홀을 멈출 방법을 오직 ‘진 나트라를 쓰러뜨리는’ 한 가지 방법으로 만들기 위해서였겠죠.”
-진 나트라 : (쾅!) 부서지잖아? 다시 만들어!
-학자1 : 시간과 예산을 더 주신다면……!
-학자2 : 또 부셨어ㅓㅓㅓ
-ㅋㅋㅋㅋ
“그리고 지구에 온 나트라 기사들과 병사들의 전력도 거의 대등하게 구성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벨 나트라를 보면 동요할 하급 기사, 병사들과 진 나트라의 말에 제법 따르는 상급 기사들로 나눠서요.”
-서로 공격하기 딱 좋네.
-와씨. 힘도 센데 머리도 좋은 애를 어떻게 막아.
“마침내 센트럴 파크에서 모든 계획이 밝혀졌다…… 고 해야 할까요.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고 할까요.”
-쉐도우맨이랑 튤 나트라, 벨 나트라 멘붕.
-난 쿠키 영상 봤을 때부터 튤 나트라의 ‘소중한 것’에 진 나트라는 생각도 못 했다. 소중한 것을 없앤다는데 지 목숨까지 넣는 놈이 어디있냐.
-22 기껏해야 나트라 행성, 벨 나트라, 쉐도우맨 정도라고 생각했음.
-벨 나트라가 튤 나트라를 데리고 지구로 도망갔으니 나트라 전함으로 지구 쳐들어가서 쉐도우맨까지 셋 전부 처리하는 게 내 상상력의 한계였음.
“동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진 나트라가 튤 나트라의 소중한 것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정도면, 튤 나트라한테 되게 사랑받고 있었다는 거거든요.”
-뭐. 그 정도로 배신감을 느꼈겠지.
-N차 뛰니까 나트라인들도 계속 거슬리던데.
-22 진 나트라 죽였어야 했다는 대신도 있고
-솔찍. 튤이랑 벨 아니면 진 나트라는 그냥 이방인이었을 듯.
-쉐도우맨2 보면 그런 것치고는 잘 자랐다만.
-속이 곯았겠지. 겉으론 말짱해 보여도 사람 속은 모르는 일임.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진 나트라와 세 사람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역시 마린사의 CG는 멋있더라고요. 1편, 2편보다 그림자도 훨씬 생동감 있었고 묵직함이랄까요. 진짜 실체가 있는 그림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동감.
-그사이 기술력 많이 좋아진 듯.
-하긴 몇 년이나 지났는데.
“잘 방어하던 진 나트라가 처음 타격을 받은 것은 튤 나트라의 공격이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쉐도우맨 일행은 소극적인 공격만 펼쳤거든요. 물론 진 나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진 나트라는 셋을 죽일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그게 더 잔인…….
-??? : 접니까, 지구와 나트라입니까.
-난 그때 마음속으로 “그거 스케일이 너무 크지 않아??!!” 했음.
-메모) 고래들의 싸움은 너무 스케일이 크다.
-야이, 사춘기 청소년아!!!
-메모) 진 나트라 : 사춘기. 답정너.
-난 김치찌개 VS 된장찌개만으로도 힘듦.
-된장.
-김치.
“된장찌개요. 바지락 된장찌개 좋아합니다.”
-님ㅋㅋㅋ
-메모) 영화객, 바지락 된장찌개 좋아함.
딴길로 빠져 웃고 떠들던 영화객이 리뷰를 이어나갔다.
“그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공방이 펼쳐집니다. 제가 11회차를 뛰면서 느낀 건데 진 나트라와 쉐도우맨의 전투 방식이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전투 방식?
“두 사람이 싸울 때 잘 보시면 진 나트라는 왠지 격식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자세도 곧고 움직임도 부드럽달까, 우아하죠. 근데 쉐도우맨은 본능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땅을 구르기도 하고 그림자뿐만 아니라 주먹도 쓰는데, 진 나트라는 거의 그림자만 다루고요.”
-엉. 그러네?
-왜 다름?
“아마 자란 환경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 나트라는 왕자고 쉐도우맨은 일반인이었으니까요. 왕자인 진 나트라는 기사들에게 검법 등 무술을 배웠고 일반인인 쉐도우맨은 배울 곳이 없으니 막싸움이죠.”
-아, 왕자였지?ㅋㅋ
-왕의 양아들이니깤ㅋㅋ
-진 왕자님ㅋㅋㅋ(바닥을 치며 박장대소하는 토끼 이모티콘)
-이서준은 왕족 역할 되게 많이 하네.
-우리 대군마마가 외계까지 진출할 줄이야!
“그런 전투 방식을 구별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한창 전투 도중 여기서 또 쉐도우맨의 사고뭉치가 일을 치죠.”
-처음엔 엄청 놀랐는데 이번에는 안 놀람.
-나도. 왠지 이럴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잠시 정신을 잃은 진 나트라의 몸속에서 타임스톤의 에너지가 폭주합니다. 생존 본능일까요. 진 나트라의 그림자가 붕괴하는 몸을 감쌉니다.”
-‘쉐도우맨 VS 진 나트라’인 줄 알았는데 ‘타임스톤 VS 진 나트라’였음
-자멸이지.
-진 나트라 소리 지를 때 내가 다 아프더라.
-222 소름 돋음.
“결국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 튤 나트라의 공격으로 진 나트라가 쓰러지게 됩니다. 여기서 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진 나트라를 공격했는지 자세히 보여줘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ㅠㅠㅠㅠ
-튤 나트라 엄청 울던데ㅠㅠ
-근데 치료사 이야기는 뭐임? 지구인과 나트라인의 차이?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구인은 통제되지 않는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이 가득 차다 못해 사고가 날 지경이 되더라도 일단 차들을 욱여넣고 보는 거죠.”
영화객이 미리 준비해 온 그림을 보여주었다. 동생에게 부탁해서 그려온 그림은 아기자기했다. 네모난 주차장에 찌그러진 자동차들이 가득했다.
“반면에 나트라인은 통제할 수 있는 주차장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그림자가-물론 계승 전엔 쓸 수 없습니다. 주차요원처럼 주차장을 통제합니다. 그래서 차들의 출입을 막을 수 있죠.”
자동차가 질서 있게 주차된 네모난 주차장에 모자를 쓴 그림자들이 빨간색 안내봉을 들고 밖에서 들어오려는 차들을 막고 있었다.
-그림ㅋㅋ 이해는 쉬운데ㅋㅋ 귀여웤ㅋㅋ
-주차장ㅋㅋ
-그림자ㅋㅋ 주차요원ㅋㅋ
“여기서 치료사의 말은 진 나트라의 주차장을 튤 나트라의 그림자가 통제한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튤 나트라의 그림자 양으로는 주차요원이 부족해서 차들을 뺄 수 없었지만, 그림자를 더 주입한다면 충분한 주차요원들이 진 나트라의 주차장에서 차들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쫓겨난 차들이 타임스톤의 에너지죠.”
-오오. 그렇군.
-나 그거 궁금했는데! 왠지 진 나트라의 그림자도 자아 가진 거 같지 않아요?
-헐? 진짜?
-진 나트라 정신 잃었을 때 움직였잖아요.
영화객도 붕괴하고 있던 진 나트라를 붕대처럼 감싸던 진 나트라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저도 그게 의아하긴 했습니다. 진 나트라에게 의식이 조금 있었을 수도 있고 그림자에게 자아가 생겼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젠 알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는 끝났는걸요.”
-ㅠㅠㅠㅜ
“근데 그 점은 좋았던 것 같았습니다. 튤 나트라의 그림자가 진 나트라를 여러 번 구했다는 거요.”
-좋은 아버지야ㅠ
-납치범이지만.
-윗댓……! 쉿!
“그리고 긴 싸움 끝에 오랜 시간 부모의 곁을 떠나 있던 아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택가가 나올 때부터 저도 모르게 울었습니다.”
-ㅠㅠ나도 울었다.
-되게 작아. 윌리엄ㅜㅜ
-운동화, 스웨터, 곰인형이 두 개 ㅠㅠ
-새 곰인형 이름이 진이었으면 좋겠다.
-22 윌리엄(곰인형)이랑 진(곰인형)이랑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음
-왜 재개봉으로 홍보했는지 알겠다.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편, 2편을 다시 보고 3편까지 보니까 몰입되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 튤 나트라가 마지막으로 윌리엄을 바라보고 있던 곳. 쉐도우맨1에서 쉐도우맨이 윌리엄 엄마를 바라보던 곳입니다.”
-헐?
-그랬어요?!
-난 뭘 본 거야……!?
-이렇게 또 울죠ㅠㅠㅠ
“쿠키 영상도 좋았습니다. 진 나트라, 아니, 윌리엄이 그동안의 괴로웠던 기억을 모두 잃고 순수한 윌리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아닌데. 나왔을 때 심장 멎는 줄.
-윌리엄 나왔을 때 기절할 뻔.
-너무 귀여워서 아파트 부수고 싶었다!!
-오랜만에 [48시간] 봄.
-ㅋㅋㅋㅋ
“쉐도우맨 시리즈가 이렇게 끝났습니다.”
-시원섭섭함ㅠ
-몇 년 뒤에 또 할 것 같음ㅠ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인 영화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트라인이었지만 불행한 사고로 지구에서 자란 뮐 나트라. 지구인이었지만 불행한 사고로 나트라에서 자란 윌리엄. 의지할 사람이 있었던 맥. 의지할 사람이 없었던 진. 손잡아줄 사람이 있었던 쉐도우맨, 곁에 아무도 없었던 진 나트라.”
영화객의 말을 들으며 쉐도우맨 시리즈를 떠올리고 있는 듯, 시청자들의 채팅이 잦아들었다.
“끝내 자신 목숨까지 내던진 진 나트라와 결국 아이를 구해낸 쉐도우맨의 이야기. 앞으로 윌리엄과 뮐 나트라가 가족의 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행복해라ㅠㅠ
-ㅠㅠ보고 싶을 거야!
“그럼 시간이 좀 남았으니 질문 시간을 갖겠습니다. 제가 아는 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나! 나! 경복궁 궁궐 수리는요?!!
-우리 회사도 수리 좀.
-222 출근은 싫지만, 돈은 벌어야지ㅠ
나올 것 같았던 질문에 미리 알아본 영화객이 대답했다.
“우리의 물주이신 레드본께서 다 해결해 주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진작에 대피령이 내려져 사망자는 없고 겁 없이 사진 찍던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지만 최신 치료법이라는 핑계로 타임스톤을 이용해서 모두 치료할 수 있었답니다.”
-재난문자 왔을 듯.
-22벌써 수십 개 왔다.
-하긴 프랑스부터 한국까지 그렇게 대놓고 싸우면서 왔는데 모를리가ㅋㅋ
-그 길목에 있던 나라들은 다 난리 났다.
-[중앙안전대책본부 : 나트라가 침공했습니다. 모두 대피소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 : ……만우절인가? 이 문자가 진짜라고?
-설마 재난문자로 외계인 침공을 알게 될 줄이야.
-나트라인들은 괜찮음?
“이쪽은 레드 타임스톤이 있는 나라라서 아마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면 되니까요.”
-그래도 있다면…… 그건 진 나트락 괴롭힌 놈들일 듯.
-222우리 진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지.
-잘 골라서 데려왔을 듯.
-복수하려면 진 나트라처럼.
-나트라 왕은 여전히 튤 나트라?
-그러게. 이제 힘 약하잖아.
“아마 원래의 힘을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진 나트라’에 대한 일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니 물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헐. 그럼 다음 나트라 왕은?
영화객이 볼을 긁적였다.
“다른 후계자 후보들은 모두 진 나트라로 인해 타임스톤에 그림자를 흡수당해서 일반인이 됐고 강력한 후보였던 진 나트라는 지구인이 됐으니까요. 친아들인 쉐도우맨, 그러니까 뮐 나트라는 나트라의 ‘ㄴ’도 모르고. 뭐, 한 명밖에 안 남았죠.”
영화객의 말에 채팅창에 누군가 글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목소리에 영화객들도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벨 나트라: 나? 내가 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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