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38화 (23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38화

둥!

둥!

쿠키 영상이 끝나고 쉐도우맨 OST가 흘러나왔다. 새까만 화면 위에 새하얀 글자가 떴다.

[Ryan Will]

[Evan Block]

[Seojun Lee]

[Richelle Hill]

[Swalin Annum]

감독, 배우, 스태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사라지는데도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고 몇몇은 여운을 즐기듯 눈을 감고 쉐도우맨 OST를 감상했다. 그들도 눈가가 붉었다.

미처 챙겨오지 못한 휴지를 떠올리며 이미연과 박성아는 눈물을 닦았다.

“……쿠키 영상 더 있을까?”

“음. 없을 것 같은데? 있어도 그건 쉐도우맨 시리즈랑은 상관없을 것 같아.”

“그건 그래.”

이미연과 박성아의 목소리가 축 처져 있었다.

아마 이 엔딩 스크롤이 모두 올라가고 상영관의 불이 켜지면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쉐도우맨 시리즈가 정말로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날 것이다.

결말은 참 마음에 들었다. 이 결말 이외의 결말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충분히 만족했지만 쉐도우맨 시리즈가 끝난다는 건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도통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또 볼 거지만 지금은 끝까지 앉아 있어야지.”

“나도.”

결국, 엔딩 스크롤의 마지막, 마린사의 로고가 떠서야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얼굴에 시원섭섭한 표정이 맴돌았다.

* * *

쉐도우맨3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앞 타임의 관객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우리가 쉐도우맨을 봤던 게 중2 때였지? 그때 본 영화를 지금까지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떻게 끝났으려나?”

“글쎄. 히어로 영화니까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누구한테?”

진 나트라에게? 아니면 쉐도우맨에게?

친구의 물음에 김수한이 볼을 긁적였다.

“둘 다…… 였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히어로와 빌런이니만큼 두 사람의 목적은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을까. 영화감독 지망생 김수한이 생각에 잠겼다.

“오. 나온다.”

상영관에서 관객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다음 타임 관객들은 물론이고 매진으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영화를 보게 된 사람들, 그리고 영화관 직원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이것도 울음 챌린지인 거야?”

쉐도우맨1 때처럼 펑펑 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들 훌쩍이며 상영관을 나오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1할 정도만 울었던 울음챌린지와는 달리 대부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슬퍼서 우는 건 아닌 것 같고.’

일의 특성상 사람들의 표정에 민감한 김수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슬픔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만족감도 있고 감격도 있는 것 같았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표정이 복잡했다.

“야. 들어가자.”

“어, 그래.”

친구의 부름에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김수한이 발을 옮겼다.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결말이 괜찮은 거 같지?”

“그러게. 화내는 사람은 없네.”

용두사미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 * *

[쉐도우맨3 사전예매율, 97.7%!]

[쉐도우맨3 사전예매, 210만 장 돌파, 기록 경신!]

[쉐도우맨3, 오늘 개봉! 오프닝 스코어는?]

[쉐도우맨3, 천만 관객까지 며칠이나 걸릴까?]

-워. 사전예매율 봐라. 다들 엄청 보고 싶었나 보네…… 나도 그럼ㅋㅋ

=나도 210만 장 중 하나. 엄청 기대하고 있음.

=222 엄청 기대하고 있음.

-너무 기대하면 실망함. 적당히 기대해.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걸ㅠㅠ 재개봉으로 쉐도우맨1부터 다시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기대되는걸.

-용두사미만 아니어라.

=라이언 감독님 믿고 있습니다!

-오늘 개봉이지만 표가 없어서 내일 봄ㅠ

=나도. 좋은 곳에서 보려고 고르다 매진됐다.

-이제부턴 인터넷도 들어오면 안 되겠지? 마지막 편인 만큼 스포일러 주의해야겠음.

=제발……!

-천만까지 며칠도 안 걸릴 것 같다.

=22 최단이 14일임.

=하루에 100만씩 봐도 10일ㅎㅎ.

* * *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영하!

-영하객 화이!

“오늘 리뷰는 무려 10년이나 걸려서 끝난 쉐도우맨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대한 리뷰입니다.”

-10년. 어마어마하네.

-쉐도우맨1 봤을 때가 20살 때였나ㅎㅎ 벌써 30……ㅎ

-시간 참 빨리 가는 것 같음. 데이비스 가렛 사고 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 난리 났던 거 생각하면ㅋㅋ

“네. 그땐 진짜 난리였죠. 저도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쉐도우맨이랑 그린윙이라는 영화가 대신 나온다고 해서 조금 실망했었습니다.”

-특히 쉐도우맨. 그린윙은 꽤 인기 있었는데 쉐도우맨은 진짜 듣보잡이었음.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하긴 만화도 절판됐으니까.

-요새 만화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오! 그래요?

시작부터 딴 길로 새려는 시청자들을 말린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그런 쉐도우맨이 벌써 3편의 영화를 찍고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모두 보셨나요?”

-ㅇㅇ 개봉하자마자 봤음.

-나도!

-벌써 2주나 지났는데ㅎ 못 본 사람이 있을 리가.

“그럼 처음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영화객은 모니터에 쿠키 영상의 한 장면을 띄웠다. 진 나트라의 그림자가 튤 나트라를 둘러싸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쿠키 영상으로 나왔던 강제 계승 장면이었습니다. 쿠키 영상도 대단하긴 했는데 영화를 볼 때 그림자의 박력이 더 대단했죠?”

-CG팀. 그동안 칼을 간 듯.

-쿠키도 나쁘진 않았는뎈ㅋ

“그림자 CG에 관해서 인터뷰가 있죠.”

-나도 봤어ㅋㅋ

-악령 2ㅋㅋ

모니터 화면 위로 CG 팀원들과 스태프들의 인터뷰가 번역되어 나타났다.

“쉐도우맨3를 보고 난 후, 여기저기서 진짜 움직이는 그림자를 봤다는 증언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라이언 감독님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몇몇은 영화를 보고 촬영 때 봤던 그림자와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합니다.”

-악령 귀신이 미국까지 서준이를 따라갔을 줄이야.

-이서준 인기ㅋㅋ

-그냥 미국 유령이 서준이한테 붙은 거 아님?

-222 금색, 검은색. 색깔도 다르고.

-……뭐가 됐든 소름ㄷㄷ

“네. 뭐가 됐든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만, 귀신이 나오면 대박 나는 게 사실인지 쉐도우맨3도 대박이 났습니다.”

-12일 만에 천만 넘을 줄이야 ㅎㄷㄷ

“네. 개봉 12일 만에 천만을 넘었습니다. 오프닝 스코어도 대단했죠. 150만! 오프닝 스코어도 기록 경신했습니다!”

-이걸로 서준이 천만 영화가 또 하나 생겼네.

-천만 영화 아닌 걸 찾는 게 더 빠를 듯.

-악령?ㅋㅋ

“해외 성적도 만만치 않죠. 마린사에서도 아마 히어로 영화 중 가장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답니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거둘지 제가 다 기대가 되네요.”

-거기에 내가 엄청 쓴 듯.

-222 나도 8차 뛰었다!!

-전 6차요!

“저도 11차 뛰었습니다.”

때아닌 N차 배틀에 웃으며 말한 영화객이 리뷰를 계속했다.

“그다음으로 볼 건 액션 장면입니다. CG도 CG인데 스턴트 분들 연기가 실감 났죠? 이서준 배우야 말할 것도 없이 대단했습니다. 운동을 잘한다던데 기본기가 있어서 그런지 10월에 출국해서 크랭크인인 11월까지 거의 한 달 동안 배웠는데도 참 잘했죠?”

-뭐만 배우면 국가대표감이라……ㅋ

-아는 사람이 이서준 운동 실력 엄청 좋다던데ㅎ

-연기도 너무 잘해서 빼오기도 힘듦ㅠㅠ

-진 나트라가 너무 무시무시해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쫄렸닼ㅋㅋ

-22 숨도 못 쉼. 숨소리 거슬리실까 봐.

-웬 존대ㅋㅋㅋ

-기사분들을 괜찮으시대요?

-ㅋㅋ나도 기사들 날아갈 때 그거 걱정함.

“알아본 바로는 그 어느 영화보다 부상이 없었던 대단한 촬영이었답니다. 미국 인터뷰를 찾아보면 스턴트맨들 사이에선 ‘고사’라는 새로운 징크스가 생길 것 같기도 하다네요. 쉐도우맨3 고사장 사진도 올라왔습니다.”

영화객이 모니터에 고사상에 절하고 있는 서준과 감독, 배우들, 그리고 스턴트맨들의 사진을 차례로 띄웠다.

-고샄ㅋㅋ

-서준이 저번엔 조선왕조실록 홍보하더니ㅋㅋ 이번엔 고사ㅋㅋ

-어, 저 한국인분이 진 나트라 스턴트맨이세요?

“네. 진 나트라의 스턴트맨, 김재연 씨입니다. 진 나트라가 공격을 당하는 장면은 전부 김재연 씨가 대신 찍었다고 합니다.”

-헐. 그랬음?

-난 이서준 대역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음.

-22 이서준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네.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특유의 분위기도 알 것 같습니다. ‘이서준’의 분위기가 아니라 그 ‘배역’의 분위기 말씀하시는 거죠?”

-ㅇㅇ 악의랄까. 진 나트라만의 분위기. 그런 게 있음.

-그래서 스턴트맨 소식에 걱정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대역을 썼는지 구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내내, 한순간도 ‘진 나트라’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김재연 씨에게는 꼭 연기에 도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게. 연기도 잘할 것 같음.

-그런 분위기 연기할 수 있으면 진짜 성공할 듯.

잠시 김재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영화객이 다시 리뷰로 돌아갔다.

-왜 강제 계승하고 바로 지하신전으로 안 감?

“강제 계승한 튤 나트라의 그림자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할 만한 시간이 필요했겠죠.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계획이 완성되기 전에 자멸해 버렸을 테니까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린 덕분에 진 나트라가 어마무시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었죠.”

-계단 내려올 때부터 장난 아니었음.

-찐 빌런ㅋㅋ

-신발만 봐도 무시무시하더라ㅎㄷㄷ

-근데 눈도 못 뗌. 계속 쳐다보게 됨.

“나쁜데 매력 있는 빌런인가요. 저도 계속 쳐다보긴 했습니다. 그럼 다들 한국이 나왔을 땐 어떠셨나요?”

한국이 주제로 떠오르자 채팅창이 폭발했다. 다들 한국이 나올 때의 벅참을 채팅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영화객은 빠르게 댓글을 읽어갔다.

-난 스크린에 자막 뜰 때부터 환호성 지름! 물론 속으로ㅋㅋ

-지도에 표시될 때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름!!

-엄청 좋았죠ㅋㅋ 우리 회사 부서짐ㅋㅋ

-엌. 나도ㅋㅋ 맨날 망해라 망해라 하면서 출근하는데 진짜 부서짐ㅌㅋㅋ

-근데 우주선 떨어질 땐 아슬아슬 했음.

“아. 알 것 같습니다. 저도 세종대왕님 동상이나 이순신 장군님 동상에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세종대왕님 옆에 떨어졌을 땐 주먹 쥐었닼ㅋㅋ

-22 심장 떨어지는 줄.

-영화 보면 중요한 건물들은 안 무너뜨리는 듯.

-ㅇㅇ제일 앞에 있는 광화문도 멀쩡했고.

-품계석이 쓸려나가고 담장도 무너졌지만, 근정전 건물도 제법 멀쩡했음.

“내용이 아무리 외계인 침공이라고 해도 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마린사에서 적당히 조절한 느낌입니다. 레드본2 편에서 뉴욕 파괴된 거보면…….”

처참한 뉴욕을 떠올린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광화문이랑 근정전까지 무너졌으면 가슴 아플 뻔했습니다.”

-근데 우주선이 세종대왕님 옆에 떨어진 건 좀 웃겼음.

-왜??

영화객도 눈을 끔벅이며 다음 댓글을 기다렸다.

-세종대왕님이 과학이랑 천문 연구 장려했잖아. 우주선 보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지 않음?ㅋㅋ

-외계 기술을 뽑아냈을지도.

-책도 엄청 냈겠지.

-??? :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 : 오호라. 이게 그 나투라의 배인가.

-나투라ㅋㅋㅋㅋㅋ

-모음 하나만 바꿨는데도 달라지는 이 느낌ㅋㅋㅋㅋ

‘나투라’에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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