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227화 (22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27화

[(단독)쉐도우맨3, 한국 서울에서 촬영 확정!]

<마린사가 쉐도우맨3에 대한 프랑스와 한국 로케이션 촬영 계획을 공식화했다.

오늘 마린사는 “쉐도우맨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쉐도우맨3의 프랑스와 한국 로케이션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쉐도우맨3에는 쉐도우맨 역을 맡은 에반 블록을 비롯해 리첼 힐, 이서준, 스왈린 애넘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

-헐? 이게 뭔 소리야?

-쉐도우맨3를 한국에서 찍는다고?

-그냥 잠깐 나오는 거 아님?

=그러게. 쉐도우맨1 때 이상 웜홀로 전 세계 피해 상황 보여준 것처럼 잠깐 나오는 거 아님?

=……쉐도우맨1 때는 한국 없었음. 진짜 1초도 안 나옴ㅎ

=222 쉐도우맨1를 미친듯이 봤는데 KOREA 의 K도 안 나옴.

-한국이 이렇게 신경 쓸 정도로 큰 시장이 된 거라는 거지ㅠㅠ 감격

=동의. 해외 촬영은 홍보의 의미도 있으니까.

-이렇게 하지 않아도 N차 뛰겠지만, 촬영 온다면 3N차를 뛰어주마!!

=왜 3N차임?

=쉐도우맨 N차, 서준이 2N차, 한국 촬영 3N차.

=오오오. 그럼 나도 3N차.

-기사 뜬다.

단독기사가 뜨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수십 개의 기사가 떴다. 단독 기사 못지않게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쉐도우맨3 한국 촬영!]

[마린사, 쉐도우맨3 프랑스/한국 촬영 발표!]

[쉐도우맨3 프랑스 파리, 한국 서울 촬영!]

-진짜 한국 촬영하네!

-프랑스도 가고.

-오. 그럼 꽤 나오는 거 아닌가?

-어디서 촬영함?

-도로에서 찍으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건물 창문으로 보면 안 됨?

=도로 통제할 것 같은데……. 차 막힐 것 같음ㅠㅠ

-장소 떴음!

[쉐도우맨3 광화문 광장, 경복궁 일대 촬영]

<……(중략)전 세계 120개국에서 동시 상영되는 슈퍼히어로 영화, 쉐도우맨3는 서울,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일대에서 촬영될 예정이다.>

-오오오. 광화문 광장! 경복궁!

-헐. 쉐도우맨3에 경복궁 나옴?

-할리우드 영화에서 우리나라 궁궐을 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순신 장군님하고 세종대왕님도 나옴?

=ㅋㅋㅋ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

-근데 경복궁에서 촬영하면 통제하기 쉬워서 보기는 힘들겠다.

=222 관광객만 막으면 되니까.

-광화문 광장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건물에서 보려고?

-촬영하면 이서준 옴?

=오겠지……?

=쉐도우맨만 나오는 거 아냐?

=왜 한국 배우인데 우리가 못 보냐ㅋㅋ

쉐도우맨3의 한국 촬영으로 한국이 뒤집혔다. 기사들이 주르륵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간 검색어의 대부분을 쉐도우맨3가 차지했다.

1. 쉐도우맨3 한국 촬영

2. 쉐도우맨3

3. 쉐도우맨3 촬영지

4. 이서준 쉐도우맨3

5. 리첼 힐

6. 에반 블록

7. 스왈린 애넘

…….

기사가 뜨자 촬영 허가를 내준 서울특별시청과 관계자들에게도 연락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시청을 가득 채운 전화벨 소리와 순식간에 페이지가 갱신되는 시청 게시판에 공무원들이 질린 얼굴로 이서준의 소속사를 떠올렸다.

“……거긴 매번 이러는 거야?”

“미쳤네.”

* * *

난리 난 한국과 달리, 태풍의 눈이 그렇듯 서준은 촬영을 끝내고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와. 기사 났나 봐요.”

서준은 과자를 먹으며 소파에 앉아 친구들에게서 쏟아지는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주희 : 진짜 한국에서 촬영해?

<ㅇㅇ 입국 날짜도 정해졌어.

<근데 비밀이야.

>주경 : ㅋㅋㅋㅋ

>재한 : 너 그럼 그때 학교 와?

재한의 메시지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호 형. 학교는 못 가겠죠?”

서준의 앞에 앉은 안다호는 쏟아지는 2팀 직원들의 울음 가득한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안 팀장님! 살려주세요!

>여기 다 죽어가는 중!

>ㅠㅠㅠㅠ

>사장님까지 오셨어요!

그렇게 바쁜데도 메시지를 보낼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많이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익숙해지고 싶진 않겠지만…….’

<힘내세요!

<(치킨 기프티콘)

<(피자 기프티콘)

먹을 것을 잔뜩 보낸 안다호가 서준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무래도 다 같이 움직이는 데다가 촬영 날짜가 그렇게 길지는 않으니까 힘들 거야. 아마 홍보 겸 인터뷰하고 촬영하면 시간 다 갈걸.”

시차 적응 시간과 휴식 시간이 있긴 하겠지만, 학교에 갈 정도의 시간은 나지 않을 터였다.

안다호의 이야기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ㅜㅜ못 갈 것 같아.

>재한 : 그렇구나. 아쉽네.

>주희 : 우리 연말 연극 하는 거 너튜브에 올라간대!

>지호 : 꼭 봐! 열심히 했어!

>주경 : 우리 반도 했음!

<엄청 궁금하다! 꼭 볼게!

“그럼 먼저 가는 곳은 프랑스네요.”

“그렇지.”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친구.

때마침 서준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찰리 : 프랑스 온다며!?

찰리의 메시지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 * *

그리고 며칠 후.

파리 샤를 드골국제공항에 비행기 하나가 도착했다. 쉐도우맨3의 스태프들과 감독, 배우들이 탄 비행기였다.

“에반 블록!”

“리첼 힐!”

“서준 리!”

공항에 몰린 환영 인파에 세 배우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서준아! 여기!”

들려온 한국어에 서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학생들이 팻말까지 만들어 서준을 환영하고 있었다.

설마 한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슈퍼스타를 먼 타국인 프랑스에서 보게 될 줄은 그들도 몰랐을 터였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그 모습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꺄아아악! 서준아!”

서준의 인사에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이 그대로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겼다. 프랑스 언론에 뜨는 쉐도우맨팀의 사진이 한국까지 전해졌다.

[쉐도우맨3, 프랑스 도착!]

[파리 샤를 드골국제공항에 환영 인파 몰려!]

[훌쩍 자란 배우 이서준!]

-진짜 훌쩍 자랐네.

-이스케이프 촬영이 거의 1년 전이었으니까.

=22 개봉은 6개월밖에 안 지났지만.

=중2지? 요새 애들은 너무 빨리 큼.

-한국에서도 못 본 서준이를 프랑스에서 봤어!ㅠㅠ

=22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도 해줬다!

=333 눈도 마주쳤음!!

=진짜 부럽다ㅠㅠ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를 쉰 서준과 쉐도우맨팀은 홍보 겸 인터뷰를 하고 촬영을 준비했다.

물론 그 인터뷰도 금세 번역이 되어 한국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파리 촬영 날.

에펠탑이 보이는 마르스 광장이 잠시 통제되었다.

“빨리 움직여!”

“소품 상자 어디 있어?!”

“엑스트라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 익숙한 스태프들이 빠른 촬영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비밀리에 섭외된 엑스트라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세 배우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촬영 준비를 모두 끝내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배우들은 제 나름대로 시간을 보냈다. 서준은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만날 수 있으려나 :(

>찰리 : 그러게. 광장 근처까진 왔는데.

>찰리 : 여기도 사람이 많아ㅋ

>찰리 : 다 쉐도우맨 보러 온 듯.

<ㅋㅋㅋ

“준. 곧 촬영 들어간대.”

“네.”

리첼 힐의 말에 서준은 얼른 찰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촬영하러 간다!

>찰리 : 잘해!

엑스트라들이 관광객과 현지인처럼 띄엄띄엄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다시 한번 동선을 확인한 조나단이 OK 사인을 보내자 라이언 감독이 입을 열었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오래 촬영할 수는 없으니까 집중합시다.”

라이언 감독의 말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디, 액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푸르른 마르스 광장.

평소처럼 산책을 나온 현지인들과 관광하러 온 관광객들로 가득한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어, 저게 뭐지?”

그것들이 등장하기 전까진 그랬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검은 물체들.

느긋하게 잔디밭에 누워 있던 사람들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왠지 익숙한 물체를 기억에서 떠올리는 중 누군가 소리쳤다. 비명이었다.

“나트라야!”

으아아악!

그리고 그 비명이 물에 번지듯 사람들에게 번져갔다.

불과 2년 6개월 전.

나트라의 침공과 이상 웜홀의 공포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금세 프랑스 텔레비전에서 긴급 방송이 흘러나왔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긴급방송은 세계 각국의 방송국에서도 흘러나왔다.

마르스 광장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광장에 착륙하는 우주선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 웜홀로 실종된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았다.

소중한 사람을 찾는 전화들로 휴대폰이 울렸다. 학교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안절부절못하며 학교로 달려갔다.

나트라는 고작 등장만으로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우주선에서 내린 진 나트라가 도망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가족과 연인을 꼭 껴안고 달아나는 지구인들을 바라보는 진 나트라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웜홀을 설치해라.”

“예!”

진 나트라가 타고 있던 우주선에서 무언가 내려왔다. 커다란 기계였다. 우주선에서 내린 기술자들과 학자들이 광장에 웜홀 생성기를 설치하던 중 하늘에서 새로운 우주선이 나타났다.

모를 수 없는 우주선의 등장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벨 나트라.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던, 선왕의 딸이었다.

동요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진 나트라는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벨 나트라를 막아라.”

진 나트라의 손에 타임스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사들은 진 나트라를 지키듯 막아섰다. 아무것도 모르는 병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기술자들과 학자들이 움직였다. 광장 한가운데에 커다란 웜홀 생성기가 설치되었다. 기계의 네 개의 다리가 땅에 처박혔다. 완전히 고정하듯 땅속으로 뻗어 나갔다.

“……끝났습니다. 좌표를 설정하시고 타임스톤만 여기 놓아두시면 됩니다.”

학자의 말에 진 나트라는 웜홀 생성기 위로 올라갔다. 익숙하게 좌표를 설정하고 타임스톤을 올려놓는 자리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진 나트라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진 나트라의 모습을 바라보던 학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진 나트라의 목 부분에서 귀 쪽까지 새까만 금이, 나뭇가지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우우웅.

진 나트라의 힘이 주입되자 기계가 작동되었다. 웅웅 진동하던 기계가 허공으로 빛을 쏘았다.

막 파리 마르스 광장에 착륙한 우주선 안에서 벨 나트라가 하늘로 쏘아지는 파란 빛을 올려다보았다.

“……저건!”

“뭔데 그래?”

“웜홀이야!”

웜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쉐도우맨이 휙 고개를 돌려 일렁이는 허공을 노려보았다.

허공을 선으로 그은 듯한 푸른 빛의 가운데가 벌어질 듯 점점 커지고 있었다.

기계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진 나트라와 아직 열리지 않은 웜홀을 번갈아 보던 쉐도우맨이 그림자에서 창을 꺼내며 외쳤다.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어?!”

“좀 크긴 한데 이상 웜홀이 아니니까 기계를 부수거나 에너지 주입을 멈추면 돼!”

벨 나트라의 말에 쉐도우맨이 우주선에서 뛰쳐나왔다. 벨 나트라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달려갈 수는 없었다. 새까만 창을 든 나트라 병사들이 진 나트라에게 달려가려는 쉐도우맨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가 빠르게 병사들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우웅!

열릴 것 같은 틈새에 쉐도우맨이 초조해졌다. 그 초조함에 쉐도우맨의 동작이 커지고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그 모습에 벨 나트라가 소리쳤다.

“괜찮아! 이상 웜홀이 아니야! 웜홀로 사라져도 반대편이 어딘지만 알면 다시 열 수 있어!”

벨 나트라가 천천히 이성을 찾는 쉐도우맨에게 외쳤다.

“구할 수 있어!”

벨 나트라의 말에 쉐도우맨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그 모습에 벨 나트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문제는 저 웜홀의 반대편이 어디냐는 거다. 화산지대나 빙하지대 같은 경우에는 구하러 가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벨 나트라는 더이상 상처가 늘지 않는 쉐도우맨의 모습에 말을 삼켰다.

우우웅!

기계의 진동음이 더 커졌다.

에너지를 주입하던 진 나트라의 검은 그림자가 더욱 크게 일렁였다. 진 나트라의 표정이 괴로운 듯 일그러졌다.

신음까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주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에너지의 파동에 바람이 불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학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진 나트라의 목에서 번진 검은색 나뭇가지가 왼쪽 볼의 반까지 번진 것이었다.

끝내 파란색 선 같았던 웜홀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파란색 에너지가 불꽃처럼 일렁였다. 그 틈새 사이로 보이는 풍경에 공격하길 머뭇거리는 기사를 날려 버린 벨 나트라가 입을 쩍 벌렸다.

“설마!”

벨 나트라가 외쳤다.

“나트라였어!”

웜홀의 반대편은 나트라 행성이었다. 나트라라면 사람들을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

익숙한 풍경에 벨 나트라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나트라 행성을 연결한 거야?!”

병사 둘을 해치운 쉐도우맨이 외쳤다.

“나도 모르겠어!”

그게 문제였다. 진 나트라는 어째서 지구와 나트라를 연결했나.

벨 나트라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웜홀 생성기 앞까지 도착한 쉐도우맨은 진 나트라를 올려다보았다.

“진 나트라!”

“왔네. 히어로.”

코앞까지 닥친 히어로의 등장에 진 나트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컷! OK!”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