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214화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영화객이 카메라를 보며 인사했다.
-영하!
-오랜만에 야방!
“네. 오랜만의 야외 방송입니다. 영화 리뷰하는데 야외에서 방송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오버 더 레인보우은 진짜 충동적이었지ㅋㅋ
-그것도 이서준 영화고 이것도 이서준 영화네.
-차 안? 이스케이프 가는 중?
“네. 지금 이스케이프 테마파크로 가는 중입니다. 모두 이스케이프 보셨습니까?”
-ㅇㅇ존잼
-첫날 봤음
-5차 뛰었다!
N차를 뛰었다는 댓글들에 영화객이 웃었다.
“저도 8차 뛰었습니다. 첫날 봐서 다행히 스포는 안 당했습니다. 여러분은요?”
-첫날 봤지!!
-2일째!
스포를 당했다는 사람 안 당했다는 사람 댓글들이 마구 올라왔다.
-난 에반 블록이랑 리첼 힐 나온다길래 농담인 줄 알았음. 듣고도 스포인 줄 모르고ㅋㅋ 영화 보고 알았음.
-22 나도. 안 믿기더라.
-난 에반 블록하고 리첼 힐 SNS 보고 오. 신인 배우인가 생각했는데. 둘 다 너무 웃겨ㅋㅋ
-나도 에반 블록하고 리첼 힐 나온다고 들었음. 이서준 인맥이라니 안 믿을 수가 없었다. 근데…….
“근데?”
한 댓글의 이야기에 영화객도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거기에 데이비스 가렛이랑 스왈린 애넘도 나온다는 거임!
-……네?
-ㅋㅋㅋ그걸 믿었어?
-나는 믿었지. 이서준이잖아. 영화 처음 봤을 때 에반이랑 리첼이 나오길래 데이비스 가렛하고 스왈린 애넘도 나오겠다 싶어서 영화 내내 기다리고 있었음.
“안 나왔죠.”
-ㅠㅠ진짜 기대했는데ㅠㅠ
-ㅋㅋ
-근데 두 사람이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음.
“저도요. 처음 봤을 때는 잘도 비슷한 배우들을 섭외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플러스가 왜 해외 동시 개봉했는지도 알 것 같고.
-다른 나라도 난리임ㅋㅋ
-한국 영화 보러 갔는데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ㅋㅋ
-그래도 한국인보다 놀라겠냐마는.
-이제 밝혀졌으니 촬영 동안 에피소드 좀 말해줬으면 ㅎㅎ
-빨리 배우들 나와서 예능 해줬으면!!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등장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걸 새까맣게 잊게 할 장면이 있었죠?”
-진짜 거기서부터는…….
-절레절레
-얼굴도 안 보이는데 그렇게 분위기 무거운 건 이번이 두 번째.
“엔딩 크레딧 살펴보니까 ‘문 너머 좀비’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서준이!
-이서준이지!
-이서준뿐임!
“네. 이서준 배우였습니다. 역에서도 열연하더니 이스케이프에서도 진짜 좀비의 모습을 보여줬네요.”
-볼거리가 많아서 좋음
-놀라고 슬프고 무섭고 감동적이고. 혼자서 다 함ㅎㅎ
“아.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이스케이프 촬영장.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입니다.”
차에서 내린 영화객이 휴대폰 카메라로 주위를 비추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쪽은 피하고 최대한 사람이 적은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주차장은 넓습니다. 예약제라서 시간에 맞춰 오시는 분들은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스 자리도 있네요.”
-오늘이 개장 첫날임?
“네. 오늘이 첫날입니다. 그럼 이제 들어가 볼까요? 이스케이프 리뷰는 촬영장을 둘러보며 할게요.”
영화객이 걸음을 옮겼다.
예약을 확인하고 입구를 지나 조금 걸으니 또 다른 입구가 보였다. O.W.C.병원의 입구였다.
O.W.C.병원의 입구는 구겨진 자동차들이 이리저리 입구를 막듯 서 있었다. 그 중간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다. 직선이 아니라 온전히 차로 만든 길 같이 구불구불한 길이었다.
가장 앞에 있는 차는 임장우의 차. 그 차가 막은 자가용은 앞유리에 핏자국이 가득했다. 카메라로 그걸 찍은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와아. 이걸 그대로 구현했네요. 진짜 차를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차도 똑같은 것 같은데?
-임장우 대단했지.
“팸플릿 설명으로는 진짜 차는 아니고 모형이랍니다. 이야. 다른 차도 찌그러진 것도 그렇고 핏자국도 그렇고. 대단하네요. 금방이라도 좀비가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재미있겠다!!
-나 저런 거 엄청 좋아하는데!
“그럼 계속 가 보겠습니다.”
영화객이 구불구불한 차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오늘 온 사람들도 다들 진짜 같은 촬영장의 모습에 들뜬 모습이었다.
“이스케이프 테마파크의 건물은 영화 속 병원과 비슷합니다. ㄷ자로 센터, 동관, 본관으로 이름 붙여져 있습니다. 다른 점은 높았던 병원 건물과 달리 센터는 3층 동관과 본관이 2층이라는 점입니다. 연구소 세트장은 본관에 있다네요.”
-오. 그럼 나머진 CG?
-그렇겠지. 진짜 그 높이의 병원을 만들거나 섭외하기는 힘들걸.
“팸플릿에는 센터, 동관, 본관 순서로 돌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게 움직이기도 쉽겠죠. 그럼 먼저 센터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응급센터입니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응급센터는 좀비 사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천장과 벽. 엉망이 된 침대들과 부서진 물건들, 홀로 남은 신발 한 짝과 렌즈가 깨진 안경. 그리고 연구소에서 도망친 경비원과 경비원에게 물린 의사의 모형이 있었다.
-와아.
-좀비 모형도 진짜 같다.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구현한 촬영장에, 관광객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노란색의 폴리스 라인은 사람들에게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그럼 다음은 로비입니다. 로비하면 고주원 친구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ㅇㅇ 연기 잘하더라.
-진짜 좀비는 본 적 없지만, 꼭 그렇게 움직일 것 같았음.
-걔네만 감독이 잘 잡아줘서 그런 거 아니고?
-연기를 잘해서 감독이 잘 잡아줬겠지.
“진짜 잘했습니다. ‘문 너머 좀비’ 다음으로 가장 좀비 같았던 좀비였죠. 물론 기이한 움직임이면 본 브레이킹 댄스팀의 움직임도 대단했지만 역시 오래 기억에 남는 좀비는 아역 배우분들의 좀비였습니다.”
영화객이 카메라 렌즈를 로비 쪽으로 향했다. 로비도 응급센터 못지않게 엉망진창이었다. 그 가운데 교복을 입은 좀비들이 있었다. 노란색 폴리스 라인 너머 굳어버린 듯한 좀비들의 모습에 영화객이 감탄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네요. 할리우드 특수분장팀 미러팀과의 합작 모형이라고 합니다.”
-오오. 무섭.
-진짜 움직일 것 같다.
-근데 고주원이 바로 달려갔어도 친구들 못 구했을 것 같은데. 그럼 고주원 잘못은 아니지 않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사람 마음이 항상 이성적이지는 않거든요. 그냥 자신의 잘못만 계속 생각나는 거겠죠.”
영화객이 주위를 둘러보다 한 곳을 발견했다.
“여기가 고주원이 친구들을 바라본 곳이네요. 여긴 폴리스 라인 설치가 어려워서 모형을 안 만든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여기서 저기 자판기까지 활을 쐈겠죠.”
어설프게 자세를 잡는 영화객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크흠. 그럼 다음은 2층으로 가 보겠습니다.”
2층을 모두 구경한 영화객은 3층으로 올라갔다. 센터 3층 복도는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이건…… 스프링클러 물인 것 같네요. 오. 여기 화살도 있습니다.”
-오오. 불에 탄 자국도 있어.
-완전 새까맣네!!
-나도 가고 싶어!
영화객이 화살을 보다가 활짝 열려 있는 창문 너머를 보았다. 건너편 본관 옥상이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곳에 한 군데 뚫린 곳이 있었다.
옥상정원을 바라보던 영화객이 반색했다.
“고주원 모형은 저기 있었네요!”
-주원아!!
-오오!! 보러 가자!
“일단 다 돌아보고 마지막에 가죠. 다음은 동관입니다.”
동관에는 고주원이 만든 피난처와 벽에 매달린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영화 속에서 6층과 7층 사이를 막은 침대 모형이 있었다. 여기서는 동관 2층과 3층 사이를 막고 있었다.
생각보다 높게 다가온 침대의 벽에 영화객이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직접 보니까 더 막막하네요.”
-나쁜 ㅅㄲ들!!
-무서운 거 이해는 하는데, 살아 있는 사람은 받아줘야지!
본관으로 가기 위해 동관 2층 복도를 걸어가던 영화객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엔 부부와 임장우, 왼쪽 눈에 화살이 꽂힌 좀비가 막 쓰러질 듯 서 있었다.
“임장우의 모형은 저기 있습니다. 와. 여기가 2층인데 여기서도 멀지 않습니까? 3층에서 활을 쏴서 저기를 맞히다니, 이서준 배우 양궁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대. 단.
-근데 편집 아님?
-그러게. 여차여차 편집한 거 아님?
“아뇨. 이건 관계자한테서 들었는데, 이서준 배우가 직접 3층에서 저기까지 쐈다고 합니다. 저기 박힌 화살이랑 모형이 촬영 때 썼던 거랑 똑같은 거래요.”
-오오! 신기하다!
-영화객 관계자 인맥도 장난 아닌듯.
-222 이래서 영화객 리뷰만 봄ㅎ
“아하하하. 앞으로도 많은 시청 바랍니다.”
동관을 모두 둘러본 영화객이 본관으로 향했다.
“여긴 박도훈 배우가 연기한 재벌 3세가 있던 병실입니다. 박도훈 배우 모형도 있네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모형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형의 표정에 영화객도 시청자들도 그때가 생각나는지 몸을 떨었다.
-박도훈도 잘했음. 난 박도훈한테 이입 200%였어.
-222 진짜 몸 안 움직이는 게 그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
-이지석은 짧게 나와서 아쉬움.
-이지석은 이제 이서준이랑 떨어질 때도 되지 않음??
-ㅋㅋㅋㅋ
“그러게요. 저도 영화관 좌석이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도망칠 곳도 없고 옴짝달싹도 못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만큼 청각에만 의지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222 삐삐거리는 게 내 심장 소린 줄;;;
-기계 끄고 싶었는데, 그렇게 꺼질 줄은 몰랐지.
-재벌 3세에게 명복을.
“다음은……”
이스케이프 테마파크는 좁았지만 한 곳 한 곳 영화 속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아 볼 게 많았다.
하나의 소품도, 장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영화객은 천장과 벽에 남은 흔적 하나하나, 떨어진 휴대폰, 쇠파이프 소품 하나하나 샅샅이 살폈다.
-……안내문 만들어도 되겠는데?
-그런 장면이 있었나? 왜 난 들어도 모르겠지?
-역시 영화객ㅋㅋ
테마파크에는 촬영장이 아닌 곳도 있었다.
“여기가 이스케이프의 특수분장실입니다. 여기서 그 많은 좀비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특수분장실. 휴게실 등 촬영 당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썼던 장소들도 모형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방들을 둘러보던 영화객이 눈을 반짝이며 한쪽을 가리켰다.
“여기는 주연 배우 대기실이랍니다. 이서준 배우, 김종호 배우, 이다진 배우가 쓰던 방이죠!”
-오오. 신기하다ㅎㅎ
-저긴 한번 가 보고 싶네.
“여기 배우들 사진도 있어요! 대본도…… 아, 안은 백지네요. 여기서 사진 찍어도 된답니다! 오. 롱패딩!! 에반 블록 배우랑 리첼 힐 배우가 직접 적었다는 글씨죠! 어…… 입어도 된답니다!”
[이서준], [이다진], [김종호] 세 배우의 사이즈에 맞춰 걸어놓은 롱패딩이 벽에 걸려 있었다. 직원의 말에 영화객은 반색하며 김종호의 롱패딩을 입고 글씨가 잘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얼굴 안 보이는데ㅋㅋㅋ
-고개만 돌려요. 고개만! 글씨는 잘 보여요!
-나도 사진 찍고 싶다!!
-이거 중고나라에서 봤는데. 기사도 떴더라. 누가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박!
-판 사람은 자업자득. 가격도 지금이랑은 천지 차이임.
“리첼 힐 배우도 한국어를 배운다니. 괜히 제가 다 뿌듯하네요.”
연신 사진을 찍은 영화객이 정말 뿌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옥상정원으로 가 볼까요?”
-찬성! 고주원 모형 보러 가자!
-찬성!! 주원아!
막 연구실을 나와 옥상으로 올라가려던 영화객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복도 끝에 테마파크의 직원이 서 있었다. 직원의 뒤에는 복도 통로를 막은 듯 벽이 세워져 있었다.
“저 뒤에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기 한번 가 볼까요?”
-??? 그래요!
-안 본 방 있음?
영화객이 직원에게 향했다. 앞에 서 있던 직원이 웃으며 영화객을 반겼다.
“여기 구경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이스케이프 보셨나요?”
“? 네.”
-8차 뛰었대요!
-내일도 보러 갈 거래요!
직원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여긴 좀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데, 무서우시면 바로 나오시면 됩니다.”
“?”
-뭐죠?
-뭐죠뭐죠?
-왜 이래? 무섭게??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영화객이 카메라와 함께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은 다른 곳과 비슷했다. 앞이 막힌 복도와 하나의 문. 밝은 조명 아래 카메라 렌즈와 영화객의 눈이 방을 둘러보았다.
영화객의 발밑에 희미한 모래가 깔려있었다. 사박사박. 영화객은 느낄 수 없는 감촉이었다.
[(선/제작)사막나비의 기억신기루-중급이 발동됩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영화객과 시청자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여긴…….”
-연구소다!
-O.W.C. 연구소!
N차를 뛴 시청자들은 금세 이곳을 알아보았다. 병원의 벽지와는 다른 톤의 복도와 천장. 그리고 구겨진 철…… 문?
“……헐?”
-도망쳐!
-영화객 님. 도망쳐요!
-으아아아! 좀비 체험이 이런 거였어!?
도망치라는 댓글이 좌르르 파도처럼 밀려왔다. N차를 뛰었던 사람들도, 1번만 본 사람들도 여기가 어딘지 알아차렸다.
영화객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이건 반칙이지!”
-입 다물고 도망쳐요ㅋㅋ
-입 꾹 다물고ㅋㅋ
-그래도 찐 좀비가 나오진 않겠지.
-그러게. 중계 부탁합니다ㅋㅋ
거의 반은 놀리는 댓글들이었다.
하지만 영화객은 댓글을 읽을 정신도 없었다. 무거워진 공기에 숨쉬기가 불편해진 것을 깨달았다. 아까와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까지. 8번이나 느껴봤던 감각이 영화객에게 쏟아져 내렸다.
영화객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쿵!
“히익!”
-악!
-으아아악!
-으아아ㅏ아ㅏ!
갑작스러운 소리에 영화객은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으로 떨어진 카메라가 옆으로 기울였다. 모니터 너머 구겨진 철문이 누운 것처럼 보였다. 방향만 빼면 아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철문이었지만, 시청자들과 영화객은 어깨를 움츠렸다.
분명 문 건너에서 소리가 났다.
카메라를 놓친 것도 깨닫지 못한 영화객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이 커졌다.
문 너머 좀비다. 이스케이프에서 ‘문 너머 좀비’가 등장할 때 이런 압박감을 느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만 들음?
-ㄴㄴ나도 들었음.
-헐허헐.
-카메라! 카메라 들어요!
잠시 눈알만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던 영화객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그때.
쿵!
쿵쿵쿵쿵!!
“으아아아악!”
기겁한 영화객이 벽에 달라붙었다. 영화객의 발에 차인 카메라가 빙글 돌아 영화객을 비추었다. 놀란 영화객의 모습에 댓글도 난리가 났다.
-으아아아!
-스피커 너무 좋은 거 아니냐!!
-ㅠㅠ영화 소리 틀어놨을 뿐일 텐데ㅠㅠ 여기까지 무섭냐ㅠㅠ
-ㅠㅠ촬영장까지 너무 무서운 거 아냐?
영화객이 침을 꼴깍 삼켰다.
10시간 같은 10초가 흘렀다. 다행히 체험 시간은 영화보다 짧았다.
몇 초간 얼어 있던 영화객은 공기가 가벼워진 것 같자 굳은 몸을 조심히 일으켰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를 제대로 들었다.
-영화객 님. 괜찮아요?
-좀비 체험 너무 무서워……!
“어…… 네. 괜찮습니다. 영화보다는 시간이 짧아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님 조금 전까지 소리 질렀어.
-ㅋㅋ카메라도 떨어뜨렸고.
-허화객(허세 영화객)ㅋㅋ
놀리는 댓글에 영화객이 민망한 듯 웃었다.
으.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지만 지금 라이브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가득했다. 이건 확실히 흑역사로 남을 거다. 영화객이 보이지 않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럼 다음 차례로 가 볼까요?”
-안 들어가고?
-문 열렸음!
-들어가 보죠! 영화엔 안 나와서 궁금했어요!
삐그덕 열린 문이 보였지만 애써 고개를 돌리던 영화객이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살려주세요.”
댓글창이 ㅋㅋㅋ으로 도배됐다.
* * *
이스케이프 테마파크 개장 전날.
며칠 전 배우들과 함께 테마파크를 구경했던 서준과 안다호가 다시 테마파크에 들렀다. 내일 개장을 위해 마무리를 하던 직원들이 서준을 보며 쑥덕거렸다.
“서준아. 사진 어디에 떨어뜨린 것 같아?”
“좀비 체험장인 것 같아요.”
“그래?”
좀비 체험장의 문을 열기 위해 직원을 부르러 가는 안다호를 보며, 서준은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하며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다호 형!’
근데 좀비 체험장이 너무 아쉬웠다. 함께 체험했던 종호 삼촌이랑 지석이 형, 도훈이 형, 다진이 누나까지 묘하게 실망한 눈치였다.
‘화면은 없고 소리만 있으니, 영화의 40% 정도.’
그것으로도 이한솔 대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서준의 연기를 본 배우들에게는 아쉽기만 했다. 서준도 그랬다. 그래서 능력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서준과 안다호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좀비 체험장으로 향했다.
구겨진 철문이 활짝 열렸다. 안다호와 서준은 피가 여기저기 묻고 엉망진창이 된 연구실을 조심히 뒤졌다. 아니, 안다호만 뒤졌다.
이곳저곳을 뒤지는 척하던 서준은 구겨진 철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위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모래색 나비 문양이 철문에 새겨졌다. 오직 서준만이 볼 수 있는 문양이었다.
[(선/제작)사막나비의 기억신기루-중하급이 발동됩니다.]
[(선/제작)사막나비의 기억신기루-중하급]
범위 내, 대상(철문)을 본 목표물의 기억을 10초 동안 구현합니다.
당시의 느꼈던 감각(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이 느껴집니다.
주의 : 범위에서 벗어나면 모두 사라집니다.
‘범위는 좀비 체험장.’
나비 문양에서 흘러나온 보이지 않는 모래들이 좀비 체험장 바닥에 깔렸다. 이제 이 모래를 밟는 사람들이 철문을 보면,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느낄 터였다.
그제야 만족한 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서준아. 여기.”
“정말 고마워요. 다호 형.”
안다호가 건넨 가족사진에 서준은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득 담아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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