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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212화 (21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212화

임장우와 고주원, 그리고 본관 3층에서 합류한 연재희가 연구소로 향했다.

세 사람은 마리아 교수의 연구실을 뒤져 백신을 찾아냈다. 그사이 화염병을 만들 재료를 얻기도 했다.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백신을 풀기로 한 세 사람은 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고주원에게 백신 일부와 자료를 전부 넘겨준 연재희와 임장우가 굳은 얼굴로 방을 나섰다. 고주원은 문을 잠그고 그 앞에 의자를 몇 개 세워두었다.

임장우와 연재희는 지하로 향했다. 좀비를 내려치고 밀치고 차고.

“확실히 주원이가 없으니까! ……힘드네요!”

“계속 일어나서! ……그렇지!”

밀려드는 좀비에 잠시 쉬기로 한 임장우와 연재희는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가져온 물로 목을 축이고 백신을 푼 물을 무기에 적셨다.

“아. 이것 좀 읽어봐.”

“이거요?”

임장우가 주머니 속에 쑤셔둔 종이를 꺼냈다. 연구소에 가기 전 회의실에서 발견한 종이었다. 연재희가 꾸깃꾸깃한 종이를 받아 들었다. 영어로 적힌 누군가의 의료 차트였다.

“……주원이 거예요?”

“어. 입원할 정도면 병이 있다는 건데…… 잘 움직이는 거 보면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연재희가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의학 용어는 잘 모르지만 휴대폰에 있는 영어사전으로 어찌어찌 해석해 나갔다. 차트를 내려다보는 연재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게? 무슨 병이지?’

이미연은 고주원의 친구들을 말을 잊지 않았다. 심각한 병. 저렇게 잘 움직이는데 어떤 병이길래 입원까지 한 거지? 병원복을 입고 나온 첫 부분이 아니었다면 병에 걸렸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을 터였다.

홀로 방에 남은 고주원은 양궁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 두 손바닥으로 눈을 비볐다.

연재희와 임장우가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목적지로 달려갔다. 병원이 큰 만큼 저수조도 컸다. 맨홀 뚜껑 같은 커다란 저수조 뚜껑을 들어 올리고 가지고 온 백신을 모두 뿌렸다.

그다음은 관리실.

임장우가 관리실 안에 있던 좀비의 머리를 후려치는 동안 연재희는 피투성이가 된 장비들을 만졌다. 저수조가 있는 본관, 동관, 그리고 좀비가 가장 많은 센터까지. 완전히 독립된 연구소를 제외한 모든 건물에 붙은 스프링클러가 한 번에 작동되게 만들었다.

“됐어요!”

“그럼 얼른 뿌려!”

“네!”

연재희가 작동버튼을 눌렀다.

몇 초 후, 관리실 천장에 붙어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연재희와 임장우는 좀비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 멀쩡한(?) 좀비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는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

스프링클러의 물에 흠뻑 젖었지만 밝은 표정의 연재희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어…… 어!?”

왜? 왜?

이제 곧 맞을 엔딩에 함께 기뻐하던 관객들이 연재희의 반응에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고주원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고주원이 있던 방도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물에 젖은 고주원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고주원에게 이 물은 재희 누나와 장우 삼촌이 무사히 저수조까지 갔다는 증거였고 친구들을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였다.

촉촉이 젖어 티 없이 활짝 웃고 있는 고주원을 잠시 찍던 카메라가 책상 위에 있는 휴대폰을 비추었다. 무음으로 해놓은 휴대폰이 반짝였다. 고주원이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주원아!

“재희 누나! 물이 나와요!”

정말 기쁘고 순수하게, 고주원은 꽃처럼 활짝 웃었다.

억.

그 미소에 관객들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주원아! 미안해!

밝게 웃고 있던 고주원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미안하냐고 되묻기도 전에 연재희가 다다다 내뱉었다.

-이게 고장 났나 봐. 수동장치를 이용해도 도저히 센터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질 않아! 지금 바로 센터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백신이 뿌려진 저수조 물은 본관이랑 동관만 나오게 될 거야!

고주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휴대폰을 어깨에 끼운 채, 재빨리 움직였다. 화살을 챙기고 던질 휴대폰들을 챙기고, 화염병도 챙겼다. 순식간이었다.

“제가 뭘 해야 해요?”

-진짜 미안해!

연재희와 임장우가 좀비들과 싸우며 달렸다. 약의 효과가 들기까지, 좀비들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아직도 시간이 남았다.

고주원은 문 앞을 막아두었던 의자들을 치우며 연재희의 말을 들었다.

-라이터랑 화염병 있지? 3층 연결 다리로 센터까지 가서 불을 질러줘! 센서 하나만 작동해도 센터 전체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거야! 최대한 빨리 해야 해!

쇠파이프로 좀비의 턱을 쳐올린 임장우가 물었다.

“저수조 물은 언제까지 쓸 수 있어?”

“5분도 안 남았어요!”

고주원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본관 1층부터 좀비들이 가득할 본관 3층, 동관 3층, 센터 3층까지 5분 안에 달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그래. 우리도 얼른 가자!”

임장우가 연재희를 잡아당기고 좀비를 쳐냈다.

-누나.

휴대폰 건너 고주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만 내면 되죠?

“……뭘 어떻게 하려고?”

-화살 쏘게요. 센터까지.

임장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좀비들이 몰려드는 것도 걱정하지 못할 정도로, 반사적인 외침이었다.

“너 인마 활 쏘지 마라니까!”

-삼촌?

“너 스트레스성 시력 저하 때문에 입원했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형사님이 네 의료 차트를 발견하셨어. 이거 심해지면…….”

실명까지도 갈 수 있는 병.

일반적인 시력 저하가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입원하는 동안 원인을 알아보려던 참이었다.

화면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연재희는 떨리는 눈으로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고주원. 14살. 양궁 유망주…… 스트레스성 시력 저하…… 실명 가능…….”

그제야 관객들은 고주원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대로 창틀을 짚지 못했던 고주원. 임장우에게 활을 휘두르던 고주원. 양궁부 친구들이 심각한 병이라고 말했던 이유.

세상에……!

그건 좀비에 대한 두려움도, 장난도 아니었다.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이번엔 머뭇거리지 않았다.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머리카락을 흠뻑 적시고 볼을 타고 흘렀다.

“제 병은 보통 사람들처럼 안경을 쓰는 식으로 눈이 나빠지는 게 아니에요.”

고주원은 양궁으로 좀비들을 후려치며 걸음을 옮겼다.

눈앞이 흐렸다. 시야가 깜빡 깜빡거렸다.

“갑자기 흐릿해지고 앞이 안 보이죠. 수업시간에 눈이 안 보여서 얼마나 놀랐는데요.”

가볍게 말하지만, 정말로 놀랐을 고주원의 모습을 떠올린 연재희와 임장우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러니까! 활 쏘지 말라고! 스트레스받잖아!”

임장우가 휴대폰을 향해 소리쳤다. 소리에 자극받은 좀비들이 나타났다. 고주원이 웃었다.

“아니에요. 틀려요.”

-뭐?

본관 1층에서 본관 3층까지 달려간 고주원은 3층 정원으로 나왔다. ㄴ 모양처럼 본관의 2층은 다른 층보다 튀어나와 있었고 2층의 옥상이자 3층의 넓은 테라스는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였던 정원은 듬성듬성 빈 공간이 보였다.

여긴 천장이 없어서 화단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중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좀비들이 돌아다녔다. 적은 수였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건 쓰기 싫었는데…….”

[지호]

센터 로비에서 주운 친구의 휴대폰. 씁쓸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고주원은 정원 구석으로 휴대폰을 던지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둥!

이스케이프의 OST가 흘러나왔다. 좀비들이 휴대폰을 향해 몰려가고 고주원은 센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섰다.

휴대폰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왔다.

아차. 지호에게 전화를 거느라 전화를 끊은 모양이었다.

-고주원!

“죄송해요. 휴대폰 쓴다고 끊어버렸어요.”

-그것보다 활 쏘지 마라니까?!

고주원은 웃었다.

“괜찮아요.”

양궁을 꼭 쥐니 흔들렸던 시야가 천천히 멈추었다. 깨끗하고 맑아지는 시야에 숨까지 트이는 것 같았다. 깜깜하던 밤하늘에 태양이 뜨는 기분.

양궁을 쥔 고주원이 환하게 웃었다.

“전 활을 잡을 때가 가장 스트레스를 안 받거든요.”

-……뭐?

고주원은 가방에 있던 화염병을 꺼내 불을 붙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주원은 불이 붙은 화염병을 바닥으로 내려쳤다. 불길이 올라왔다.

“전 활을 쏠 때가 가장 편하고 좋아요.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머릿속이 텅 비거든요.”

-너 아까 양궁 휘두르다가 나 칠 뻔했잖아!

다른 화염병에서 심지를 꺼내 화살촉을 싸맸다. 화살촉 앞의 날카로운 부분은 남겨두었다. 고주원은 화살을 불길 속에 넣었다. 그 상태로 잠시 있으니 불이 붙었다. 화살촉이 활활 불타올랐다.

“휘두르는 거랑 활 쏘는 거랑은 다르죠. 삼촌.”

고주원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스탠스.

고주원은 양발을 편안하게 벌리고 섰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처럼, 아주 기본적인 자세부터 신경을 썼다.

‘기회는 한 번.’

노킹.

시위에 불이 붙어 있는 화살 끝을 끼웠다. 불과 가까운 활을 잡은 왼손이 뜨거웠다. 하지만 심장은 고요했고 머릿속도 깨끗했다.

‘70m가 넘으려나. 안 넘으려나.’

지호의 휴대폰이 좀비들의 발에 밟혔다. 벨 소리가 사라지자 좀비들의 시선이 난간 앞에 서 있는 고주원에게로 쏠렸다. 정원의 스프링클러까지 작동됐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고주원!

-주원아!

목표를 찾은 고주원의 눈이 반짝였다.

이번엔 늦지 않을 거야.

고주원의 옆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피 때문인지 노을빛 때문인지 고주원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을 집중했다. 흔들리던 시야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선명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OST도, 좀비의 울음소리도, 휴대폰 속 외침도.

심장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정적. 하지만 좀비를 볼 때처럼 두려운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쾌한 느낌이 들어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고주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후킹.

시위를 오른손 손가락에 끼우고 왼손으로 활을 가볍게 잡았다. 하루종일 핑거탭을 끼고 있어서 손가락이 뻐근했다.

‘이것도 마지막이야.’

셋업.

아래로 향하고 있던 활을 들어 목표물을 겨누었다. 불이 붙은 화살을 쏴본 적은 처음이지만 문제는 없었다.

‘우리 부 에이스! 고주원!’

환하게 웃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드로잉.

고주원은 울컥한 마음을 내리눌렀다.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호흡을 유지하며 바른 자세로 천천히 시위를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우면서도 가벼웠다.

앵커.

시위가 고주원의 볼을 지그시 눌렀다. 스프링클러의 물에 피가 씻겨 내려갔지만 클로즈업된 고주원의 얼굴은 그동안의 고생이 드러나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만은 반짝였다.

그리고, 릴리즈!

고주원은 그동안의 모든 고민과 감정을 놓아버리듯, 시위를 놓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릴리즈였다.

텅!

활을 떠나, 허공을 가르던 불화살이 활짝 열린 창문을 통과해 병실 문에 박혔다. 나무문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고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스프링클러의 센서가 작동했다.

솨아아아!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센터 3층뿐만 아니라 센터 전체의 스프링클러에서.

고주원의 시선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3층과 4층으로 향했다. 창으로 봐도 시원할 정도로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주원은 친구들이 있을 1층을 바라보았다.

5분.

알람을 설정해 두었던 휴대폰은 아직 울리지 않았다. 고주원이 눈물을 흘렸다.

……이번엔 늦지 않은 모양이었다.

캬아아악.

좀비들이 달려왔다.

목적을 이룬 고주원은 오늘 내내 팽팽히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안도감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점점 가까워지는 좀비들의 소리에 피할 새도 없었다.

“고주원!”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장우 삼촌과 재희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비의 팔과는 다른,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고주원은 미소 띤 얼굴로 정신을 잃었다.

“주원아!”

쓰러지는 고주원을 임장우가 얼른 붙잡았다.

드디어 좀비의 몸에 퍼졌던 백신이 작용했다. 3층 정원의 좀비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마 본관과 동관 안의 좀비들도 같은 상태일 것이고, 마지막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된 센터 쪽은 좀 더 시간이 걸릴 터였다.

스프링클러가 갑자기 작동되고 바깥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던 생존자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살펴보았다.

“고주원!”

엉망진창이 된 3층 정원. 좀비들이 완전히 멈춘 것도 깨닫지 못한 임장우와 연재희가 고주원의 이름을 부르며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피 같았던 붉은 노을 대신, 따뜻한 주황빛 노을이 지고 있었다.

[며칠 후]

“우리 주원이. 안경 참 잘 어울리네!”

“그래요? 난 좀 어색한데…….”

“아냐! 엄청 잘 어울려!”

안경을 쓴 고주원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고주원의 손에는 여전히 양궁이 있었다.

“누난 다른 병실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넓은 병실.

임장우, 고주원, 연재희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자잘한 상처밖에 없는데,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곤욕이었다.

“우린 연구소 들어갔다가 왔으니까 격리 중인 거잖아. 가뜩이나 난리라서 병실도 없는데…… 난 괜찮아.”

“난 다른 병실 가고 싶다.”

임장우의 말에 고주원과 연재희가 꺄르르 웃었다. 얘네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말만 하면 웃어댔다.

“근데 이제 어떻게 될까요?”

임장우가 필사적으로 막았던 좀비의 유출은 몇 마리로 그쳤지만, 그 몇 마리를 응급 환자로 착각한 사람들이 근처 병원으로 좀비들을 옮기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임장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진짜 기절하고 싶었는데…….”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좀비가 있는 병원과 장소를 봉쇄했다. 인터넷이 난리가 나고, 교통사고가 나고, 불이 나고 사람과 좀비를 분간하기 힘든 그때. 한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고.

헬기를 보낸다는 소리에 임장우는 쓰러진 고주원을 업고 연재희와 함께 멈춰버린 좀비들을 지나, 여차저차 생존자들을 치우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본관 상위층에 있던 생존자들이 헬기의 등장에 몰려왔지만, 군인들은 철저히 형사와 그 일행만을 기다렸다.

헬기를 이용해 임장우, 고주원, 연재희는 먼저 병원을 탈출했다. 물론 병원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도 곧 나올 터였다.

정신을 잃은 고주원은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고 연재희와 임장우는 응급치료 후 격리된 곳에서 조사되어야 했다. 그 이후엔 가족도 만났다. 고주원과 연재희, 임장우는 멀쩡한 가족의 모습에 펑펑 울었고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가족들과 만나고 온 임장우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약이랑 연구자료가 있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비 뿌리듯 쫘아악 뿌리면 괜찮지 않을까?”

“이제 좀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좀 있으면 퇴원할 것 같던데…… 난 나가면 제일 먼저 케이크를 먹을 거야.”

“저는 양궁!”

“……주원아. 질리지도 않아?”

세 사람의 이야기는 곧 다른 화제로 흘러갔다.

편안한 세 사람의 모습을 비추던 카메라는 격리된 병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검은 정장을 입은 공무원들과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을 비추던 카메라는 곧 로비의 TV를 비추었다.

[‘바이러스 X’, 일명 좀비 사태의 백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첫 발원지인 ‘O.W.C 병원’의 연구소에서 발견된 자료와 백신을 바탕으로 정부는 곧바로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유럽까지 퍼진 바이러스 X를 언제쯤 완전히 종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좀비 사태의 원인인 전 세계 O.W.C. 관련 건물들은 모두 봉쇄가 된 상황이며 관계자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X에 감염된 상황일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소가 많다는 의견도 있어, 한동안…….]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화면이 깜깜해졌다.

좀비가 갑자기 나타날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던 관객들은 상영관이 밝아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시간 내내, 단짠단짠의 묘미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던 이스케이프가 끝났다.

아이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좀비의 압박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던 관객들이 내는 소리였다.

“근데 뭘 잊어버린 것 같은데?”

“? 뭐?”

이미연과 박성아. 그리고 관객들은 잔뜩 굳은 몸의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무언가 찜찜함을 느꼈다.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영화에 너무 푹 빠졌던 모양인지 기억이 희미했다.

“……뭐더라?”

모두 기억을 더듬는데, 타이밍 좋게 엔딩 스크롤이, 한글로 적힌 배우들의 이름이 천천히 올라왔다.

[사무엘 역 에반 블록]

[마리아 교수 역 리첼 힐]

[재벌 3세 역 박도훈]

[경호팀장 역 이지석]

“억. 에반 블록!”

“리첼 힐!”

다들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쿠키 영상이 떴다. 아니, 영상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에반 블록, 리첼 힐, 이서준, 김종호, 이다진, 이지석, 박도훈이 모여 찍은 사진이 엔딩 스크롤 맨 끝에 뜨자,

“으아아아악!!”

정신이 든 관객들의 비명에 영화관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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